구름의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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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무지개
작품등록일 :
2021.04.23 22:21
최근연재일 :
2021.11.2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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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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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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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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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제 8 장 죽음 직전 - 2

DUMMY

그 순간 솜사탕처럼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나지막한 여자 목소리가 허공에 울렸다.


“멈추세요!”


내리쳐진 등백연의 검은 화영웅의 목에 닿자마자 아슬아슬하게 멈춰 섰다.


절망감에 빠져있던 화영웅은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화영웅의 목에 검을 댄 자세로 돌아본 등백연의 시야에 바로 옆에 멈춰선 화려한 마차 두 대가 보였다.


“버릇없는 놈 따위의 목을 베어봤자 홍의위 대장께 무슨 득이 있겠어요. 오히려 소문만 나빠질 거예요”


마차 안에서 계속해서 매혹적인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마 저 놈도 저승문턱까지 갔다 왔으니 이제 정신을 차렸을 거예요. 허니 대장께서 넓으신 아량을 베푸시는 게 어떠실지?”


등백연은 검을 거두면서 앞이 아닌 뒤에 서 있는 마차를 향해 공손히 포권하며 말했다.


“예, 공······.”


뒤에 서 있는 마차 안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쓰읍!”


등백연은 이내 앞쪽 마차의 여인을 향해 포권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분부시니 따르겠습니다.”


“고마워요, 대장님”


그랬다. 영웅을 살려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황후였다.


황후는 마차 창문을 통해 엎어져 있는 화영웅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두 번째 얻은 삶이니 앞으로 소중하게 살도록”


황후는 말이 끝나자마자 마차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등백연과 수하 위사들도 마차를 따라갔지만 황후의 마차가 아닌 그 뒤에 서 있던 마차를 호위하듯 따라 이동해갔다.


모두가 떠나간 그 순간까지도 화영웅은 땅바닥에 미동 없이 엎어져 있었다.


슬펐다.


분했다.


억울해 미칠 것 같았다.


뜨거운 눈물이 화영웅의 양쪽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지금껏 이런 처참한 패배는 당해본 적이 없었다.


변명 따윈 필요 없었다.


어차피 진 건 진거니까.


아무리 부정해도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었고, 지금 이 순간 차가운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하는 건 그가 치러야할 대가였다.


‘잊지 않겠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악물어진 화영웅의 입술에서 뜨거운 피가 눈물에 뒤섞여 흘러 내렸다.


‘약속한다, 홍의위 대장! 오늘 내가 느낀 이 기분을 반드시 되돌려 줄 것을!

그때까지 절대 죽지 마라. 넌 내 손에 죽어야 하니까!’

순간 화영웅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유위강이 진공공의 저택에 잠입해 밀서를 빼내오라는 황후의 명을 받은 건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이었다.


그 당시 바로 맥자웅과 임충관에게 말하지 못한 건 그들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황후의 명 때문이었다.


황후는 유위강에게 당부했다.


[그대와 나와의 대화가 이 공간을 벗어나게 된다면 십중팔구 진공공의 천라지망에 걸리게 될 거에요]


황후의 말이 백번 옳다.


말이라는 것은 입에서 내뱉어지는 그 순간부터 이미 비밀이 아니게 된다.


유위강은 황후의 당부를 충분히 이해했기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이자 동료인 맥자웅과 임충관에게까지 비밀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맥자웅와 임충관 역시 굳이 유위강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의 뜻을 이해했기에 조금의 서운한 마음도 갖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은 진공공의 저택에 들어가 밀서를 훔쳐오는데 성공했다.


심지어 진공공의 재산에 큰 타격을 입히기까지 했다.


모든 일이 잘 풀려 가는 줄 알았다.


객잔에서 그 급습만 없었다면······.


현재 금의삼존은 꼬박 한달 동안 침대에 누워 꼼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어렵게 훔쳐온 밀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십여 일 전에는 사라졌던 자청이 진공공과 함께 있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갑자기 모든 생각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자청은 왜 다시 진공공의 곁으로 돌아간 것일까?


혹시 밀서를 가져간 건 그녀가 아닐까?


허면 자청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 해봐도 금의삼존은 자청에 대해 아무 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분명한 건 그들이 자청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는 더러운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금의삼존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어준 이는 바로 유위강의 몸종 주갑탁이었다.


주갑탁이 아니었다면 금의삼존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급습을 받던 그날 주방 안에 있던 주갑탁은 목에 따끔한 느낌을 받으며 혼절했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깨어난 주갑탁은 자신의 뒷목에 작은 바늘 크기의 은침이 박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자신의 목에 은침을 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 은침 덕에 죽지 않고 깨어난 주갑탁은 화살에 맞은 채 죽은 듯 쓰러져 있는 금의삼존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즉시 그들을 마차에 태워 북경성내에 사는 비마의선에게 데려갔다.


금의삼존은 이후 한 달 동안 꾸준히 침과 뜸을 병행하며 해독약인 황련해독환, 치료약인 흑옥단속고, 회복약인 천왕보명단을 복용하였다.


그리고 양약으로 체력과 내공의 급정진 효과가 있는 검은 뱀의 쓸개로 만든 암사담과 소림 최고의 영약인 대환단, 사람 모양의 산삼으로 내공증진에 탁월한 인형설삼 등을 복용한 후 지금은 거의 회복상태에 접어들었다.


금의삼존이 비마의선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그들을 데리고 온 주갑탁을 비롯하여 황후와 황제뿐이었다.


진공공은 밀서를 강탈당한 직후 비밀리에 암살 조를 만들어 지금까지도 금의삼존을 찾고 있었다.


아니, 금의삼존이 아닌 밀서를 찾고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


주갑탁이 북경성에 있는 비마의선에게 금의삼존을 데려온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비록 그것이 얼떨결에 한 행동일지라도 말이다.


자고로 등잔 밑이 어두운 법!


진공공이 수많은 암살조를 만들어 사방 곳곳을 수색했지만 결국 금의삼존을 찾지 못한 것은 바로 그들이 진공공의 코앞인 북경성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자청과 한패가 되어 금의삼존을 급습하고 밀서를 가져간 황제의 장인 냉운천은 아직 금의삼존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쨌든 냉운천은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믿으며 은밀히 다음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



유시(酉時;오후5시-7시)쯤 비마의선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검객 한 명을 전각으로 데려왔다.


비마의선은 검객의 가슴에 난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급히 지혈시키고 외상을 치료 해주었다.


언뜻 보면 미소녀처럼 보였지만 갸름한 턱선과 감긴 눈 아래로 뻗은 속눈썹, 입술이 그가 사내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객의 이름은 다름 아닌 화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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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 8 장 죽음 직전 - 4 21.11.29 30 0 5쪽
37 제 8 장 죽음 직전 - 3 21.11.15 33 0 7쪽
» 제 8 장 죽음 직전 - 2 21.11.08 48 0 7쪽
35 제 8 장 죽음 직전 - 1 21.11.02 45 1 8쪽
34 제 8 장 죽음 직전 21.10.27 42 0 7쪽
33 제 7 장 검은 숲 - 6 21.10.04 40 0 7쪽
32 제 7 장 검은 숲 - 5 21.09.28 60 0 7쪽
31 제 7 장 검은 숲 - 4 21.09.20 55 0 8쪽
30 제 7 장 검은 숲 - 3 21.09.13 61 0 8쪽
29 제 7 장 검은 숲 - 2 21.09.07 63 0 7쪽
28 제 7 장 검은 숲 - 1 21.08.31 68 1 8쪽
27 제 7 장 검은 숲 21.08.23 67 0 7쪽
26 제 6 장 배신 - 4 21.08.16 68 0 7쪽
25 제 6 장 배신 - 3 21.08.09 72 1 8쪽
24 제 6 장 배신 - 2 21.08.02 70 0 7쪽
23 제 6 장 배신 - 1 21.07.30 72 0 7쪽
22 제 6 장 배신 21.07.26 71 0 7쪽
21 제 5 장 밀서 - 4 21.07.22 8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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