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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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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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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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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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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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51화. 쥬씨세가를 꿈꾸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홀로 외롭게 자란 쥬맥은 실제로 쥬씨세가를 꿈꾸고 있었다.


“후손들 중에 그 누구도 나처럼 외롭고 힘들게 살도록 하지 않을 거야.”


자신은 어려서 부모 형제를 잃고 홀로 외롭게 자랐으나, 자식들과 후손들은 그렇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에 쥬씨세가를 세운다면? 그 가주의 무공이 출중(出衆)하지 않고서는 쥬맥 이후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 얘기를 잠자리에서 들은 미루는, 그래서 쥬온 이후 가주(家主)가 될 후손들에게 남은 만년화리(萬年火鯉)의 내단 두 개를 넘기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4대는 가지 않겠는가?


그 정도면 세가(世家)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배경도 있었다. 쥬온과 쥬미를 비롯하여 쥬상에서 막내 쥬신까지, 어릴 때 모두 쥬맥이 벌모세수(伐毛洗髓)를 시켜서 무술에 최적의 신체를 갖도록 하였다.


그리고 수시로 추궁과혈(推宮過穴)을 통하여 맥을 바로잡고 진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의 아이들보다 뛰어난 신체와 체질을 갖게 되어, 내단을 아끼기 위해서 먹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세가를 세우기 위해서는 무술뿐 아니라 세가를 세우고 유지할 자본(資本)이 중요하다. 그건 쥬맥이 방법이 있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릴 수밖에······.



벌써 천인족 내에도 세가가 네 개나 되었다. 안씨세가, 돈씨세가. 비씨세가, 천씨세가가 차례대로 자리를 잡았다.


안씨는 전임 한울의 가문, 돈씨는 전임 천사장의 가문, 비씨는 현 한울의 가문, 천씨는 현 천사장과 대신녀의 가문이다.


아직은 모두 환시성 내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지방에 도시가 생겨나면, 지방으로 이주하는 세가도 생길 것이고 지방에서 자생한 세가도 늘어날 것이다.


아리(峩理)별에 있을 때는 많은 세가 간에 이권(利權) 다툼으로 싸움이 끊일 날이 없었다. 이 지구에서도 세가가 늘어나면 혹시 그런 상황이 될까 봐 쥬맥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흔들고 지나가면 따라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자신은 별 욕심이 없으나 이권을 노리는 무리들이 흔들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쥬맥은 틈나는 대로 쥬온과 쥬미, 쥬상에게 집중적으로 무술을 지도하면서, 금령파의 무공도 전수했다.


쥬온과 쥬미가 벌써, 천인족이면 의무적으로 복무(服務)해야 하는 오 년의 무사 업무를 마쳤기 때문이다.


아직 쥬상은 의무 복무를 하는 기간이지만, 평소에 불만이 많으니 달래기 위해서 함께 지도를 하기로 했다.


이미 악기로써 다루는 방법은 익혀서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창안한 금령천음신공(金鈴天音神功)을 본격적으로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다.


전에는 나이가 어려서 잘못하면 연주를 한답시고 사고를 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뒤로 미루었지만, 이제는 성인이 되었으니 그 정도의 자기관리(自己管理)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셋은 아버지가 엄하게 직접 무공을 가르치니, 한눈도 팔지 못하고 밤 늦게까지 수련에 열중했다.


그러니 나날이 실력이 늘어 갔고······.


특히 쥬온은 무인의 4단계 원신을 예전에 넘어서 5단계 제신급에 근접하고 있었다. 경지로 보면 초일류를 넘어서 절정급에 다가가고 있는 것!


그러니 젊은 층에서는 이미 출중한 고수(高手)에 속했다.


지금대로 큰 문제없이 세월이 흐르면, 쥬맥 다음은 쥬온이 대를 이어서 가주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쥬온을 더욱 엄격하게 가르쳤다.



지금 쥬온이 금령파를 가지고 금령천음신공(金鈴天音神功)을 연주하고 있는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먼저 음파공(音波功)을 시전하는데, 이는 진기를 음파에 실어 보내서 상대의 심장이나 뇌를 공격하는 수법이었다.


보이지 않는 음파가 음률을 타고 퍼져 나가면서, 묵철로 만든 표적의 둥그런 구멍에 집중되고 있었다.


띠리리리링~ 띠리링~


뜨르르르릉~ 뜨르릉~


음파가 묵철에 집중되니 묵철이 떨리고 있어서 ‘뜨르르르릉~’ 하는 소리가 나고 있는 것이다.


묵철로 만든 표적은 쥬맥이 피해를 막기 위해서 직접 만든 것이었다. 거리와 범위, 대상, 강도 조절이 정확해야, 이 묵철 기구의 둥그런 구멍 안으로 음파를 집어넣을 수 있다.


“그래, 잘하고 있다. 앞으로는 범위를 좀 더 좁히는 연습을 해라. 다음은 강기공을 시전해 봐.”


띵 띠디딩 띵 띵 띠디딩!


핏핏핏핏!


강기공(强氣功)을 시전하자 가시적인 강기들이 날아가 뇌전처럼 묵철을 공격하니, 번갯불처럼 번쩍번쩍하였다.


이는 삼 갑자의 내공이 필요하니, 쥬온의 내공이 이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강기공은 지강을 음파에 실어 보내 외형을 직접 파괴하는 강한 공격이다. 따라서 빗나가지 않게 정확해야 하는 것이 생명이었고!


“잘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도가 떨어진다. 묵철에만 맞추려고 하지 말고 묵철에서도 중앙부의 우묵한 곳에 집중시키는 훈련을 해라.


이것은 잘못 빗나가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자~ 다음은 마지막 혼음공(混音功)을 시전해 봐라.”


혼음공(混音功)은 금령파를 악기처럼 일반 노래를 연주하는 중에, 음파와 강기를 섞어 보내서 외형과 내부를 동시에 공격하는 수법이다.


상대는 음악인 줄 알고 편안하게 들으면서 즐기다가, 자신도 모르게 암습을 당하는 고도의 암격 수법이었다.


기본적으로 음파공과 강기공을 완벽히 익히지 않으면 시전(始展)이 어려운 무공이었고······.


띠리링~ 띠리링~띠리리리링~ 띵!


뜨르르르릉~ 핏핏!


묵철에서 음파(音波)의 떨림과 뇌전이 번쩍거리는 빛이, 연주 중에 섞여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연주를 더 일반 음악을 연주하듯이 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연주를 즐기기 위해서 심취할 것 아니냐?


일반적인 연주가 능숙(能熟)하지 않으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우니 연주를 더 자연스럽게 하도록 연습해라.”


“알겠습니다.”


“다음은 우리 미가 한번 해 볼래?”


······.


“다음은 상이 한번 해 봐라.”


······.


이렇게 쥬씨세가를 향하여 쥬맥과 그 자식들이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데···, 창 밖에 어디선가 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리며 밤이 깊어 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 * * * *


환시력 오십칠 년.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거인족과의 전쟁이 끝나고 육 년에 가까운 평화가 이어지자, 환시성에 의지한 천인족은 더 번성하여 종족의 인구수(人口數)가 이백사십만에 이르렀다.


인구가 늘어나니 천령대가 삼십오만을 넘었고 백호대도 삼만이나 되었다. 그렇지만 무사들이 넘쳐나자 의무 복무 기간 오 년을 채운 무사들은, 세가나 표국, 상단 등의 호위 무사로 많이 흡수되었다.


일부는 정파(正派)니 사파(邪派)니 하는 집단을 이루기도 했고. 일자리가 없는 무사들은 도검을 버리고 농사를 짓거나 장사와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종족을 지키기 위한 무사들이 아니면 생활을 위한 수단으로 무력을 파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일부는 순수하게 무공 그 자체에 미쳐서, 산속에서 홀로 수련(修鍊)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런 무인들의 수가 늘어나니, 아리별에서처럼 무림(武林)이니 강호(江湖)니 하는 말들도 쓰이기 시작했는데······.


무공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무슨 검신이니 검성이니 도왕이니 등등의 별호(別號)가 붙어서, 이름 대신으로 불렸다.


그 별호만으로 본다면 아주 거창한 뜻을 가지고 있었으나, 실제 본신의 실력(實力)이 별호에 이르는 무인들은 별로 없었다.


원래 별호는 자신이 짓는 게 아니다.


자신이 이룬 무예의 경지와 비무나 생사를 가늠하는 여러 전투를 통해서, 자신이 행한 업적과 행위의 양상에 따라 다른 사람들이 붙여 주는 것이지.


그런데 이런 사람도 있었다.


“이보게, 내 별호를 좀 그럴듯하게 하나 만들어서 널리 소문 좀 내 주게. 내가 필히 사례를 하겠네.”


이렇게 해서 유천검귀니 혈옥마권이니 별호만 그럴듯하게 지어서 소문을 내고, 그 덕에 편하게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일반 부족민들은 또 무인들이 무림이니 강호니 떠들어 대면서, 힘없는 일반 부족민들까지 못살게 굴까 봐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대부분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다가 말이다.



어느덧 대족장이 되고 나이가 예순둘에 이른 쥬맥.


평소에는 늘 범인의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무신의 경지가 머지않은 탓에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레 전신에 위엄이 흐르고 있었으니······.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범인이 쉬 범접하기 어려운 풍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큰딸 쥬미가 오라버니라고 부르며 또래의 무사에게 정을 주고 푹 빠지더니, 결국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함께 찾아와서 졸랐다.


“아빠! 제가 사귀는 만유 오라버니예요. 우리 결혼 허락해 주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만유라고 합니다. 미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 허락을 받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그래, 반갑네. 그런데 미야! 아직 네 오빠도 결혼을 안 했는데 동생이 먼저 간단 말이냐? 위아래 순서는 지켜야지. 안 그러냐?”


“요즘은 여동생이 먼저 결혼하는 게 유행이래요. 허락해 주세요 아빠~.”


“당신 생각은 어때? 온이보다 미가 먼저 가도 괜찮겠어?”


“누구든 임자가 있을 때 보내야지요. 시기를 놓치면 우리처럼 돼요.”


“그래? 자네 이름이 만유라고? 차림을 보니 무사인 것 같은데?”


“예, 상단(商團)에서 호위 무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부모님께는 허락을 받았나? 결혼하면 먹고살 만은 하고?”


“저~ 실은, 부모님은 제가 어릴 때 전쟁으로 돌아가셔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제 수입이면 충분히 둘이서 먹고살 수 있습니다.”


만유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자신이 부모 형제도 없는 고아(孤兒)라고, 혹시 결혼을 반대할까 봐 얼굴이 침울해지며 불안해한다.


“이런~ 쯧쯧! 미안하네. 내가 본의 아니게 아픈 곳을 건드렸군. 그럼 자네 무공 수위는 어느 정도나 되는가?”


“아직 3단계 근신(近身, 일류)의 경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근신이라······.”


그럼 내공이 이십 년 정도라는 얘기인데, 쥬미가 벌써 이 갑자를 넘어서고 있으니 무공 수위로는 한참 하수다.


왜 딸이 이런 청년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리 생각하면서 찬찬히 만유의 관상을 살피고 눈을 들여다보았다.


물론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찾아왔으니 자중하고 있겠지만, 눈빛은 쉽게 감추지 못하는 법이니까.


뛰어난 미남은 아니지만 준수한 용모에 굵은 눈썹, 크고 침착한 눈빛이다.


비록 고아로 자랐지만 비굴하지 않고 듬직하며 정직(正直)해 보였다.


이어서 이미 전신(戰神)의 경지에 오른 기를 눈에 집중했다. 천안통의 신통으로 몸을 투과하여 흐르는 기를 살펴보니, 비록 기가 강하지는 않으나 사기(邪氣)나 마기(魔氣) 등의 나쁜 기운은 보이지 않았다.


쥬맥이 말없이 만유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자, 만유와 쥬미는 혹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불안(不安)한 얼굴로 안절부절이다.


만유를 자세히 살펴본 뒤에, 아내 미루에게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했다.


“나는 둘이 좋다고 하니까 결혼을 시켜도 될 것 같은데 당신 생각은 어때?”


그러자 아내는 자신이 그런 사정을 겪었으니, 딸도 그렇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아서 얼른 말을 받았다.


“저도 둘이 좋다면 반대 안 해요. 우리도 힘들게 결혼했지만 잘 살고 있잖아요.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요? 당신이 찬성하는 것을 보니 사람은 괜찮다는 거네요?”


부모님 말씀을 듣고 그제야 쥬미와 만유(萬有)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렇게 해서 쥬미가 오빠 쥬온보다 먼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만유의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비록 상단의 무사로 잘나가고 있지만 어릴 때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인데······,


그런데 설마 쥬맥 같은 대족장이 가문이랄 것도 없는 외로운 고아를 사위로 맞겠느냐고 수군댔다.


그러나 쥬맥이 직접 만나 보고 심성이 바르며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라,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지 않았다는 소문에 모두 놀랐다.


어떤 청년들은 대족장이라는 권위에 미리 겁먹고 꼬리를 말았었다. 이렇게 고아라도 반대하지 않을 줄 알았으면, 자신도 한번 적극적으로 나서 볼 걸 하고 뒤늦게 후회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에이~ 실은 나도 좋아했는데······.”


그러나 이미 기회라는 마차는 떠났다.


쥬맥 자신도 이주 과정에서 부모 형제를 잃고 고아로 자라면서, 수많은 말로 비하하며 무시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천둥벌거숭이 망아지 같다느니, 오갈 데 없는 비렁뱅이 같다느니······.


그렇기 때문에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에게 그걸 되돌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이미 결혼을 시키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빨리 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한 달 뒤로 혼례식(婚禮式) 날자를 잡고 서둘러 준비를 해 나갔다.


다행히 만유가 작으나마 자신의 집도 가지고 있으니, 미리 사람을 보내서 결혼 준비를 도와주었다.


미루는 아껴 두었던 월광석을 하나 처분하여 혼수 준비를 하면서, 남은 것은 쥬미에게 비상금으로 주었다.


“너도 이제 살림을 해야 하니 언젠가 쓰일 데가 있을 거야. 잘 간직해 두렴.”


혼례식은 대족장가답지 않게 검소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쥬맥은 딸 혼인식에 축하금을 받지 않는다고 미리 안내했다.



마침내 쥬미가 시집을 가는 날.


딸이 예쁘게 신부로 단장했다. 마치 선녀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쥬맥은 그것을 보고 아내가 시집올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자식을 키워 시집을 보내다니! 자주 못 볼 것을 생각하자 서운함이 물밀듯이 밀려든다.


딸의 머리를 빗기며 미루도 눈가에 습막이 차오르고 있는데···, 쥬미는 그래도 마냥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신부 화장을 마친 쥬미가 신랑 집으로 떠나기 위해서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더니, 그제야 집을 떠난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지 큰 눈에 눈물이 어렸다.


그러면서 평소답지 않게 엄마 아빠를 힘주어서 꼭 끌어안았다.


“저를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해요. 가서도 열심히 살게요. 그리고 우리 쥬씨세가가 세워지면 그이랑 함께 꼭 돌아와서 함께 살 거예요.”


만유는 사실 고아로 성도 없이 이름만 있었다.


그러니 직계는 아니지만 데릴사위로 쥬씨세가에 들어와 살아도 큰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쥬미의 무위가 뛰어나니 세가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래, 그렇게 하자. 세가가 서면 들어와서 함께 살자.”


쥬맥의 허락에 쥬미는 눈물을 닦으며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나 신부 화장이 번져서 얼굴을 다시 손봐야 했다.


사랑하는 딸이 타고 가는 꽃가마가 아물아물 멀리 사라지는데······.


그 꽃가마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미루.


결국 흐드러지게 핀 꽃나무에 가려 시야에서 사라지자 미루가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데···, 쥬맥이 가만히 안아 주며 등을 토닥거렸다.


딸을 시집보내니 이제야 자신이 시집올 때 부모님의 심정이 어땠을지 이해가 되면서 새삼 부모님이 생각난다.


자신이 좋아서 웃고 있을 때 엄마는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엄마도 외할머니를 생각하셨으리라.


시집와서 살아 보니 집을 떠나서 한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노력이 필요한지 이제야 알겠다.


서로 사랑할 때는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있으니 무엇을 해도 좋아 보이고, 멋져 보이고, 사랑스럽다.


그런데 어디 이 험난한 인생 행로에 해가 뜬 맑은 날만 있던가?


비가 내리는 날도 있고 캄캄한 어둠처럼 암흑 속으로 빠지는 날도 있다. 그리고 가슴에 한파가 몰아치고 찬바람에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는 날도.


지금 돌이켜보면 남편이 바이칸대호수에서 실종되었다고 돌아오지 않았을 때 그 얼마나 암담했던가?


그때는 정말 시신만이라도 집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그 어느 것도 목구멍으로 넘길 수 없었고······.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전쟁에서 혹시 앞장서다가 잘못될까 두려워 애태우던 날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집에서 걱정할까 봐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아마 그 외에도 생사의 갈림길에 서서 힘들어하던 적이 많았으리라.


그래도 가장 행복했던 때라면···, 사랑스러운 아들딸을 낳고 그 아이들이 재롱을 부리며 귀엽게 자랄 때였으니!


그때 이미 자식으로부터 얻을 행복은 다 얻은 게 아닌가 싶었다.


좀 나이가 들어서 철이 들면 이제는 저 혼자 잘났다고 속을 썩이고···, 그러다가 어느 날 부모의 품을 훌쩍 떠나는 것이 자식 아니던가?


오늘 큰딸이 시집을 간다고 집을 나서는 것을 보니 한편 대견하고 또 한편은 섭섭하기도 하고···, 허전하다.


어릴 때 온갖 재롱으로 행복을 안겨주었으니 이제 행복하기만을 바라며 딸을 보내는데, 주책없이 눈물은 왜 흐르는지 모르겠다.


그건 이제 철없던 시절은 다 가고 진정 자신의 인생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는 자식들에 대한 걱정이 아닐는지.


내 삶처럼 아픔이 없기를, 슬픔이 없기를, 그저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


미루는 그런 생각에 빠져서 큰딸 쥬미가 떠난 대문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 * *


한편, 이제 며칠 뒤면 환시력 오십팔 년이 시작되는 신단(1월1일).


지금 천둔산 중턱의 천령수를 모신 곳에서는 대신전(大神殿)의 공사 마무리가 한창이다.


이번 신단에는 천신께 올리는 천제를 처음으로 천령수 아래에 건설한 대신전에서 지내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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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40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1.09.06 1,267 11 17쪽
139 139화. 사필귀정(事必歸正) 21.09.05 1,273 11 18쪽
138 138화. 추풍낙엽 같은 생명들 21.09.04 1,274 11 19쪽
137 137화. 비겁하게 피해가지 않는다 21.09.03 1,280 11 18쪽
136 136화. 요계왕과의 결투 21.09.02 1,301 11 19쪽
135 135화. 요계(妖界) 수행 21.09.01 1,297 11 18쪽
134 134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1.08.31 1,316 10 18쪽
133 133화. 새로운 한울 21.08.30 1,299 1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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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31화. 인수(人獸) 합격(合擊) 21.08.28 1,305 11 18쪽
130 130화. 요수 소탕작전 21.08.27 1,305 11 18쪽
129 129화. 환시성 내성 완공 21.08.26 1,315 11 19쪽
128 128화. 적의 생명도 중시한다 21.08.25 1,286 10 17쪽
127 127화. 우르강의 혈투(血鬪) 21.08.24 1,292 11 19쪽
126 126화. 반인족의 침략(侵略) 21.08.23 1,289 12 18쪽
125 125화. 아구산의 화산 폭발 21.08.22 1,317 13 18쪽
124 124화. 새로운 물결 21.08.21 1,336 12 18쪽
123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21.08.20 1,307 1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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