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82,406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8.30 10:05
조회
1,298
추천
10
글자
19쪽

133화. 새로운 한울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인족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제법 늘씬한 미녀들도 눈에 띄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반인족처럼 별로 걸친 것 없이 반라로 뒤엉켜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곳으로 몇 명의 새로 온 사람들이 틈새를 가르며 들어선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 중에는 울트 대추장도 보이고 천인족의 보돈타 대족장도 몇몇 부하와 함께 섞여 있었다.


물물 교역소에서 천인족 무사를 꼬드겨 그 씨를 훔친 반인족 여자가, 두 사람 사이에 서서 통역을 해 주고 있었다.


“하하하! 보 대족장님, 우리의 만월축제가 어떻습니까? 보기만 해도 절로 흥이 나지 않습니까? 나도 여기 천인족 같은 여자들을 좋아합니다. 보 대족장님의 취향(趣向)은 어떻습니까?”


“나도 울트 대추장님처럼 아직은 우리 천인족의 모습을 한 여자들이 좋습니다. 반인족처럼 털이 많은 여자를 아직 접해 본 적이 없어서요.”


“하하하! 그러나 한번 우리 종족의 여자들을 경험해 보면, 그 야성미(野性美)가 넘치고 적극적인 모습에 반할 겁니다. 그럼 우선 여기서 몸을 풀어 보실까요? 그냥 평소(平素)의 생활이니 어려워하실 것 없어요.”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럼 한번 같이 어울려 볼까요? 허허허!”


처음이라 어색하게 웃으면서 울트 대추장을 따라 반라 상태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선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여자들이 들러붙어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다.


사실 보 대족장은 대륙을 둘러보며 지형을 분석한다는 핑계를 대고 휴가를 냈다. 이종족과의 전쟁에 대비하려면, 대륙의 지리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 놓고는 비밀리에 울트 대추장을 만나러 여기까지 온 것!


울트는 최고수장인 칸드란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고, 보 대족장은 한울의 자리를 넘보고 있으니, 이해타산(利害打算)이 맞아서 서로 내통했다.


여러 여자들의 손길에 보 대족장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음이 들뜬 기회를 잡아서, 옆에 누운 울트 대추장이 통역사를 머리맡에 앉히고 보 대족장에게 말을 걸었다.


상대의 이지가 흐릴 때 협상을 해야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천인족에는 토납술 외에도 무술이라는 것을 수련하는 무슨 신공이니 검법이니 하는 것들이 많다는데 그게 모두 사실인가요?”


“당연히 토납술은 그저 기초 공부일 뿐이고 무술 공부는 따로 있지요.”


“우리도 토납술을 열심히 수련하는데 그래도 천인족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군요.


이제 우리 사이에 우정(友情)도 많이 쌓였는데, 어떻게 우리도 그 무공들을 좀 배울 수 없겠습니까?”


“못 줄 건 없지만 모든 일에는 대가(代價)가 따르는 법이니, 울트 대추장께서도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공 자료들만 넘겨준다면 내 무슨 일이든 다 도우리다.”


“그러면 거인족을 꼬드겨서 대추장과 함께 천인족을 한 번 더 쳐 주던지, 대추장의 자력으로라도 대대적으로 한 번 더 쳐 주세요.”


“아니, 그렇게 전쟁이 나면 보 대족장님은 괜찮습니까?”


“정적을 앞세워서 그 세를 줄이고, 나를 따르는 아군은 뒤로 물러나 있을 것이니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적극적으로 한번 검토해 보지요.”


이후의 말들은 사방에서 들리는 교성(嬌聲)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또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사람들끼리 야합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 * * * *


쥬맥은 태을 선인과 환시성 축성에 전념하면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날마다 땀을 흘리는 날이 이어졌고, 그만큼 점점 웅장하게 올라가는 성을 바라보며 뿌듯한 마음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새 쥬맥의 나이도 벌써 마흔여덟이 되었고, 천인족의 인구는 팔십만 명을 넘어섰다. 이 정도면 멸족의 위기는 이제 어느 정도 버티어 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다른 종족에 비해서는 아직도 그 수가 턱없이 적었지만.


환시성에 거주하는 인구도 이제 이십만 명에 가까우니, 본 주거지와 환시성 간을 오가는 간단한 표국업(鏢局業)이 시작되었다.


첫 시작은 한울의 집안인 안씨세가에서 시작한 성운표국(星雲鏢局)이었다. 아직 표물이 그리 많지 않아서 표사나 운행하는 규모는 비록 작았지만,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업종이 생긴 것이다.


종족이 더 늘어나고 대도시가 늘면 언젠가는 표국업도 성행을 할 것이다.


그리고 환시성 내에 두 세가가 자리를 잡았다. 바로 한울의 안씨세가(安氏世家)와 천사장의 가문인 돈씨세가(暾氏世家)였다.


환시성 내에 커다란 수십 채의 집과 장원을 짓고, 그 대가로 공시한 땅값의 배 이상 되는 돈을 내놓았다. 그 안에 종족의 안녕을 위한 마음이 담겨 있으니,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도리어 세가의 무사(武士)나 잡역부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서 모두 좋아했다. 농사짓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자리가 귀했으니까.


표국업이 생기자 그에 따라서 숙박과 식당을 겸하는 객줏집도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 말이다.


그러면서 점점 예전 아리별에서의 모양새를 갖추어 가는 것이다.



여기는 본 주거지 시원평원.


지금 중요한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현 한울이 2선으로의 용퇴를 선언한 가운데, 새로운 한울을 선출하고 있는 것!


비 대족장과 보 대족장이 출마하였고,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각자 소신을 밝히는 중이었다.


“나 한울은 이제 2선으로 용퇴하여 조용히 수행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천인족의 율법(律法)에 따라 이 자리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모든 분들을 모시고 새로운 한울을 선출하고자 합니다.


이번 선거에 두 대족장이 출마를 하였는데 한 분씩 소신을 듣고 투표(投票)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비 대족장부터 시작하세요.”


이에 보돈타 대족장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많은 연장자인 비율신 대족장이 나서서 먼저 소신을 밝혔다.


“우리 천인족이 이 지구에 온 지도 벌써 사십이 년에 접어들었으나, 아직도 멸족의 위기를 완전히 넘겼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 내부가 서로 화합하고 일치단결하여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는 천신을 섬기는 종족으로서, 이 지구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포용(包容)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이 지구에 정착하여 살 자격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이 별에는 주인 없이 비어 있는 땅이 많이 있습니다. 그 땅들을 일구고 가꾸어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비록 많은 이종족이 우리를 노리고 있으나, 이제 튼튼한 환시성이 내성을 마무리하고 외성의 토대마저 끝나서 빠르게 축성이 되고 있으니, 곧 우리를 지켜줄 방패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씩 도시를 만들어 간다면 머지않아 예전 아리별에서의 성세를 구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젊은 영재들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 수련에 박차를 가하여, 빠른 시일 내에 우리 천인족을 반석 위에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생략)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모두 박수를 치는 가운데 이번에는 보돈타 대족장이 앞으로 나섰다.


“저는 우리 천인족을 이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종족으로 발돋움시키겠습니다. 우선 주변의 종족들과 평화 협정을 맺고 서로 불침하는 가운데 찬란한 문명을 꽃피울 수 있도록, 각 종족에 사절단을 보내서 설득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보다 앞선 우리의 문명을 알리고 공유해서, 미개한 그들이 하루빨리 제대로 된 문명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온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제 우리 종족이 머지않아 일백만 명에 이를텐데, 언제까지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단 말입니까? 지금처럼 멈칫거리지 말고 좀더 과감하게 정책들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래도 우리의 평화 정책에 참여하지 않는 종족들은 본보기로 과감하게 쳐서 무력으로 힘의 우위를 보여 줘야 합니다. 강력한 힘이 없이는 평화도 지켜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생략)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두 대족장의 소신 발언이 끝나자 한울이 다시 나서서 투표를 시작했다.


“그럼 한울에 출마한 두 분의 소신을 들었으니 바로 투표에 들어가겠습니다. 여러분들 앞에 놓인 종이에 지지하는 출마자의 이름을 적어서, 이 앞에 있는 함에 넣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투표함을 내밀었다.

현직에 있는 한울에게는 투표권이 없으니 대신 투표함을 지키고 앉았다.


한 사람씩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은 뒤, 보이지 않게 종이를 접어서 함에 집어넣는데······.


모두 해야 일곱 사람이라 금방 투표가 끝나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함을 열어 하나씩 보여 주며 개표를 시작했다.


“자! 지금부터 개표를 시작합니다.”


“보 대족장······ 한 표, 보 대족장······ 한 표, 보 대족장······ 한 표”


연이어 자신의 표가 세 표나 나오자 보 대족장의 얼굴에 긴장이 풀리고, 웃음꽃이 절로 피어났다. 반면에 비 대족장은 얼굴이 침울해진다.


“다음은······ 비 대족장 한 표, 비 대족장 한 표, 비 대족장 한 표.”


이번엔 연이어 비 대족장의 표가 세 표나 나와서 보 대족장과 동수를 이루었다.


그러자 나머지 한 표의 동향에 모두 관심이 쏠린 가운데, 투표 용지를 반대로 들었던 한울이 다시 바른 방향으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나머지 한 표는······, 비 대족장입니다. 이로써 비 대족장이 네 표, 보 대족장이 세 표로 차기 한울에는 비 대족장이 선출되었습니다. 모두 나와서 결과가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짝짝짝짝!


박수가 끝나자마자 보 대족장이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면서 뛰어나갔다.


그러면서 투표 용지를 하나씩 집어 들어 찬찬히 훑어보았다. 이름과 글자체까지도 일일이 확인하더니, 아무런 이상이 없자 씩씩거리며 다시 들어갔다.


나머지 사람들은 확인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한울의 말이 이어졌다.


“새 한울의 대관식은 준비를 해서 열흘 뒤에 거행하고자 하니, 비 대족장은 관례대로 자신의 후임 대족장을 그 전에 지정하세요. 그리고 업무도 인계하시고. 비 대족장!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으니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축하합니다.”


“감축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서로 당선을 축하하는 가운데, 얼굴을 붉힌 보 대족장은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인사도 없이 빠져나갔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던 야 대족장도 슬그머니 그 뒤를 따랐고.



새로운 한울의 선출 결과가 빠르게 천인족 내부로 알려졌다. 그러자 비 대족장에게는 축하 인사가 쇄도(殺到)했다.


일반 부족들은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보 대족장만 쉽게 승복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비 대족장은 자신의 후임 대족장으로 한망 부족장을 지명하였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하여 인수인계를 시작했다. 환시성 건설을 비롯하여 ······등등.


마음 같아서는 오른팔인 쥬맥을 먼저 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연륜에 차이가 많으니 자신이 한울에 오르면 다음 기회를 봐서 시키려고 왼팔인 한망(韓莽)을 먼저 시킨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올바른 가치관을 지녔다고 해도, 수십만 명이 넘는 대부족을 맡거나 종족을 총괄하는 데에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주변을 아우를 수 있는 연륜과 경륜도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인 것이고.


쥬맥과 태을 선인도 비 대족장이 새로운 한울에 오른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여기며 축하 인사를 보냈다.


이렇게 모두의 관심이 새로운 한울의 선출과 대관식에 쏠려 있는 가운데, 보 대족장이 천사장을 찾아왔다.


그런데 얼굴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어서 오시오. 보 대족장.”


천사장의 인사에는 대꾸도 않고, 화가 난 표정으로 대뜸 언성을 높인다.


“아니, 천사장님!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어떻게 가문끼리 인연이 있는 저를 놔두고 생판 남인 비 대족장을 지지한단 말입니까?”


“내가 누구를 지지했는지 보 대족장이 어찌 아시오?”


“모를 줄 아셨습니까? 글씨를 보면 다 압니다. 천사장님, 대신녀님, 수신호위장까지 모두 비 대족장을 지지한 것 아닙니까?”


“허허 참, 적당한 사람이라고 판단되어 지지한 것이 뭐가 잘못되었단 말이오?”


“지금 힘있는 사람은 모두 제 편입니다. 세 대부족 중에서 두 개와 천령대까지 모두 제 편인데, 비 대족장이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한번 서로 힘으로 견주어 볼까요? 내분이라도 일으켜 볼까요?”


보 대족장이 억울하다는 듯이 얼굴에 핏대를 세우고 윽박질렀다.


“이런 이런, 허어~ 참!”


헛웃음을 지은 천사장이 가만히 보 대족장을 바라보는데···, 점점 얼굴에 노기가 피어오르더니 싸늘하게 질타를 하기 시작했다.


“보돈타 네 이놈! 그렇게 한울이 되고 싶더냐? 천인족을 팔아먹으면서까지 한울이 되고 싶었어?”


그러자 보 대족장은 얼굴이 핼쑥해지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대들었다.


“뭐요? 누가 천인족을 팔아먹었단 말입니까? 무슨 뜬금없는 소립니까?”


화가 난 천사장이 이제는 손가락으로 삿대질까지 해 가며 엄하게 나무랐다.


“네 이놈! 네가 잘못한 것은 네 놈만 모르고 모두 다 알고 있다. 반인족이 천인족의 씨를 훔쳐다가 낳은 놈들을 첩자로 부리고, 대륙을 둘러본다고 휴가를 내더니 반인족에 들어가서 만월축제(滿月祝祭)인지 뭔지 그 추잡한 짓을 벌이고도 할 말이 있단 말이냐?


네 편이라는 놈들이 그것을 알면 그래도 너를 지지할 것 같으냐? 너희 부족민(部族民)들이 그것을 알면 당장에 너를 쫓아낼 것이다 이놈아!


종족의 분열을 염려해서 놔두었더니 그러고서도 뭐가 어째? 코흘리개를 업고 다니며 귀여워해 주었더니, 이제 조금 컸다고 힘으로 해 보겠다고? 어디 한번 힘으로 해 봐라 요놈아!”


정신없이 쏘아붙이며 천사장의 눈길에 파란 불꽃이 일자 보 대족장은 아차 싶었다.


분한 마음에 따지려고 왔다가 혹은 떼지 못하고 거꾸로 혹을 붙인 것!


“제 본심은 그게 아닌데 뭔가 잘못 아신 것 같습니다. 정신이 없으신 듯하니 다음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는 어찌할 줄 모르고 허둥지둥 천사장(天司長)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혼쭐이 나고 가는 길에 한숨을 푹 쉬더니 혼자 중얼거린다.


“아니,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秘密裡)에 한 일을 저 노인네가 어떻게 알았지? 이거 참 큰일이네. 이러다가 정말 대족장에서까지 쫓겨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도 얼굴이 두꺼운 철면피인지 반성하는 기미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열흘이 지나 새 한울의 대관식 날.


부족장 이상이 모두 신전에 모인 가운데, 우선 천사장이 대신녀와 함께 하얀 대례복(大禮服)을 입고 나서서 천신께 제를 올렸다.


비율신 대족장이 새로운 한울에 올랐음을 고하니, 비 대족장이 앞으로 나아가 세 번 절하고 술을 따른 뒤 뒷걸음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 한울이 앞으로 나서서 역시 제단에 세 번을 절하고 술을 올린 뒤, 재임 기간에 돌봐 주신 은혜에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이어서 신임 한울과 나란히 서더니, 머리에 쓰고 나온 관(冠, 천령수 가지와 잎, 열매로 만든)을 벗어서 천사장에게 건네 주었다. 일종의 반납이다.


그런데 얼굴 표정이 이제 모든 짐을 다 벗었다는 듯이 후련한 표정이었다.


천사장이 그 관을 받아서 신임 한울의 머리에 씌웠다. 금령과 적령, 백령이 주렁주렁 달린 이 관은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해타정심검(海駝正心劍)을 풀어서 건네자, 천사장이 받아서 다시 신임 한울에게 건네니,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서 왼손에 들었다.


천사장이 떠나는 전임 한울의 손을 잡으며 따뜻하면서도 애석(哀惜)해하는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셔야지요.”


“천사장께서 도와주셔서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감사합니다”


이어서 신임 한울의 손을 잡았다.


“새로 한울이 되신 것을 감축드립니다. 천인족을 잘 이끌어 주십시오.”


비록 수하로 있던 대족장이지만, 이제는 한울이 된지라 비록 전임 한울이어도 공손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계속 선대의 뜻을 이어 가겠습니다. 항상 충고로 일깨워 주십시오.”


천사장도 신임 한울의 손을 잡으며 격려와 함께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잘하실 것입니다. 이제 큰일을 하셔야 하니 항상 몸을 보중하십시오.”


“아직 많이 부족하니 계속 도와주셔야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서로 손을 맞잡고 인사가 끝나자 천사장이 다음 일정을 진행했다.


“그럼 이제 자리에 앉으시지요. 신하들의 예를 받으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전임 한울과 함께 단 옆으로 가서 대신녀와 나란히 섰다.


보 대족장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대관식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았고······.


“다음 순서를 진행하겠습니다.”


그러자 신임 한울이 신하들의 예를 받기 위해서 가운데에 있는 큰 의자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신하로서 예를 올리는 것은 곧 충성 맹세를 하는 서약식이나 마찬가지.


“지금부터 신임 한울께 예를 올리겠습니다. 단 아래에 있는 대소 신료들께서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한울께 삼배(三拜)를 올리겠습니다.”


그 소리에 단 아래에 앉아 있던 모두가 일어나 신임 한울을 향하여 섰다.


“일~배! ······이~배! ······삼~배!”


“성심을 다하여 보필하겠사옵니다.”


“모두 자리에 앉으시오.”


모두 구령에 따라 큰절을 세 번하고, 신하로서 충성을 맹세한 다음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신임 한울이 모두를 한번 둘러보면서 간단한 인사말을 했다.


“부족한 사람이 이 막중한 자리를 맡게 되어 어깨가 무척 무겁습니다. 모두 우리 종족이 계속 발전하고 뜻을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함께 노력해 봅시다.”


그 인사말에 모두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니 이로써 대관식이 모두 끝나고 새로운 한울이 정식으로 즉위하였다. 축하하는 선인들의 신선무가 이어졌고.


대관식이 끝난 뒤에도 측근(側近)들이 그 주변으로 몰려들어서, 개별적으로 인사를 드리느라 몹시 북적거렸다.


세상 어디에나 정치에는 인맥이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다. 특히나 굵고 튼튼한 동아줄에는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기 마련이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3 143화. 살모야차(殺母夜叉) 21.09.09 1,284 9 19쪽
142 142화. 대이주와 축제(祝祭) 21.09.08 1,281 10 19쪽
141 141화. 환시성의 완공(完工) 21.09.07 1,297 11 18쪽
140 140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1.09.06 1,267 11 17쪽
139 139화. 사필귀정(事必歸正) 21.09.05 1,271 11 18쪽
138 138화. 추풍낙엽 같은 생명들 21.09.04 1,272 11 19쪽
137 137화. 비겁하게 피해가지 않는다 21.09.03 1,280 11 18쪽
136 136화. 요계왕과의 결투 21.09.02 1,301 11 19쪽
135 135화. 요계(妖界) 수행 21.09.01 1,296 11 18쪽
134 134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1.08.31 1,314 10 18쪽
» 133화. 새로운 한울 21.08.30 1,299 10 19쪽
132 132화. 헤어지기 싫은 친구들 21.08.29 1,305 11 19쪽
131 131화. 인수(人獸) 합격(合擊) 21.08.28 1,303 11 18쪽
130 130화. 요수 소탕작전 21.08.27 1,304 11 18쪽
129 129화. 환시성 내성 완공 21.08.26 1,313 11 19쪽
128 128화. 적의 생명도 중시한다 21.08.25 1,286 10 17쪽
127 127화. 우르강의 혈투(血鬪) 21.08.24 1,290 11 19쪽
126 126화. 반인족의 침략(侵略) 21.08.23 1,289 12 18쪽
125 125화. 아구산의 화산 폭발 21.08.22 1,317 13 18쪽
124 124화. 새로운 물결 21.08.21 1,335 12 18쪽
123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21.08.20 1,305 12 18쪽
122 122화. 유계의 파천대(破天隊) 21.08.19 1,311 13 19쪽
121 121화. 유계(幽界) 수행 21.08.18 1,352 13 18쪽
120 120화. 비승야차(飛昇夜叉) 출생 21.08.17 1,311 15 18쪽
119 119화. 혼원은하무량신공 대성 21.08.16 1,320 15 18쪽
118 118화. 피바다 거원해(巨怨解) 21.08.15 1,322 13 19쪽
117 117화. 야차족과 거인족의 혈투 21.08.14 1,332 13 18쪽
116 116화. 반인족 첩자(諜者) 사건 21.08.13 1,308 14 19쪽
115 115화. 어수족의 시조신(始祖神) 21.08.12 1,315 13 18쪽
114 114화. 어수족과 천망의 싸움 21.08.11 1,334 14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