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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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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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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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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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55화. 40만과 4만의 전투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쥬맥에게는 그것이 고민거리였다. 바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그 사이에 선인들은 환진을 더 강화하고 진을 지킬 무사들을 불러서 진의 운영 방법을 교육하고 있었다.


생문과 사문이 어떻게 변화하고, 진법 내에서의 은신과 공격법, 그리고 나아감과 물러남 등에 대해서······. 물론 알고 있는 것이지만 한 번 더.


천령대 3개 대는 긴급하게 진지(陣地) 둘레에 땅을 파서 해자를 만드느라고 구슬땀을 흘렸다. 그래도 모두의 생명이 달린 일이라 불평불만을 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해자를 판 흙은 천인족의 진지 쪽으로 쌓아 올려서 둔덕을 만들었다. 그러자 해자가 더 깊어 보이고 경사가 생겨서, 해자를 건너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나타났다.


삼만 명이 동원되자 해자는 해가 떨어지기 전에 겨우 마무리가 되었다. 그래서 뒤쪽에 물길을 터서 물을 채우기 시작했고.


쥬맥은 고수들을 야차족의 진지 근처로 정탐을 보내어, 수시로 적의 동태를 파악하게 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던가?


야차족은 한 시진 전에 본대 전군(前軍)이 모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있고, 지금은 수장급 회의가 열리고 있는 중이다.


그 회의 결과에 따라서 공격이 오늘 밤이냐 내일 아침이냐로 결정될 것이다.


천인족은 야전(夜戰)에 대비하여 저녁을 든든히 먹였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경계병 외에는 무장을 갖춘 채, 모두 가수면(假睡眠) 상태에 들어갔다. 사전 휴식을 통하여, 야전이 길어질 경우 체력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언제든지 비상 신호가 울리면, 각 개인의 위치와 해야 할 일들이 사전에 철저히 교육된 상태였다.


대신에 체력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최고수(最高手)들이, 야차족 진지에서부터 천인족 진지 둘레를 빈틈없이 감시하였다.



지금 야차족 진지에서는 본대의 전군 사령관으로 온 타룬챠가, 상발챠로부터 그간의 경과(經過)를 보고 받고 계획을 협의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야차족이 능한 야습도 실패를 했고, 주간 공격에서마저 패하여 벌써 삼만오천의 전사를 잃었다 이 말이냐? 이런 병신 같은 놈이 있나?


숫자도 더 많은 놈이 당하고만 있었어?


안 되겠다. 당장 오늘 밤에 몇 놈 안 되는 것들을 싸그리 짓밟아 버려야 내 분이 풀리겠다.


오늘 온 전 병력에게 야습을 준비시켜라. 저놈들이 깊이 잠든 삼경 초(11시)에 들이칠 것이다. 내가 사십만의 위력(威力)을 보여주마.”


“아니 되십니다. 적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무척 강합니다. 차라리 야신께서 중군(中軍)을 이끌고 도착하신 이후에 여쭙고 결정을 하십시오.”


“이런 병신 같은 놈을 보았나? 아무리 능력이 없어서 저놈들에게 당했기로서니······. 아니, 사십만을 가지고도 사만도 안 되는 것들의 눈치를 보며 공격을 못 하냐? 그건 건너 마을의 상갓집 개가 보고 웃을 일이다 이놈아!”


“그래도 성급히 하지 마시고 진중하심이······.”


“이놈이 보자 보자 하니까 안 되겠다. 죄를 묻지 않고 그냥 놔두니까 막 기어오르려고 하네. 여봐라! 이놈을 끌고가서 나무에 묶어라!”


타룬챠는 야신이 된 비승야차가 오기 전에 적을 공격하여, 큰 공을 세우고 싶었다. 그 욕심에 이를 말리는 상발챠가 얄미워서 한쪽으로 치워 버린 것!


그리고 야심 차게 야습을 준비시켰다.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적들이 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게 해 주리라!


몇 명 되지도 않는 떨거지들, 그 열 배가 넘는 사십만으로 단숨에 박살을 내리라! 이 타룬챠가 말이다.


속으로 그런 생각만 해도 흐뭇한지 타룬챠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데리고 온 좌군, 우군, 중군장을 불러서 작전(作戰)을 지시하는데······.


야습에 맞게 무장을 가볍게 하고 위장을 한 다음, 좌군은 좌측으로, 우군은 우측으로, 중군은 중앙으로 진격하라 명했다. 일거에 쓸어버리려고.


그리고 아군의 대군이 오고 있으니, 혹시 식량이 될 만한 것은 모두 빼앗아서 아군의 식량으로 삼도록 했다.


또한 대군이 움직이기 때문에 혹시 적이 눈치를 채더라도, 적의 숫자가 많지 않으니 그대로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밀고 들어가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까짓 것 사만도 안 되는 놈들쯤이야.’


그러면서 기고만장(氣高萬丈)했다.



······시간이 흘러서,


마침내 삼경이 가까워 오니 야차족 진지에 조용히 전달되는 비상 명령!


모두 가볍게 무장을 한 채 눈에 잘 띄지 않게 위장을 한 다음, 진지 뒤쪽으로 소리 죽여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천인족 진지는 이미 정보를 입수하고 비상이 걸렸다. 조용히 일어나 무장을 재정비하고, 각자 사전에 정해진 위치로 조용히 모습을 감춘다.


점점 살을 에듯이 긴장감이 감도는 전장(戰場)!


싸늘한 살기 속에서 눈빛들이 번쩍이는 가운데, 하늘마저 검은 구름이 잔뜩 끼어서 사방이 모두 어둠에 휩싸였다.


마침내 야차족 전사들 사십만이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뿌옇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구릉 위에서 보면 마치 개미떼가 밀려오듯이 들판을 물들이면서······.


야차족이 천인족의 진지 주변으로 백 장 근처까지 접근했을 때, 갑자기 폭음이 들리면서 빛이 번쩍거렸다.


뿌앙~ 뿌앙~ 뿌앙~


세 발의 신호탄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천인족 진지에서 불빛 꼬리와 함께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이에 야습이 들킨 것을 알아차린 타룬챠가 돌격 명령을 내렸다.


“돌격! 모두 돌격하라!”


“진지를 에워싸고 쳐부숴라!”


뿌우우우우~ 뿌우우우우~


“돌격하라! 모두 죽여라!”


“와아아아아아~~~”


사십만의 야차족 전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드는 가운데, 천인족 진지에서도 긴박하게 대응에 들어갔다.


둥~ 둥둥둥~ 둥~ 둥둥둥~


그런데 전고 소리가 힘차게 울렸는데도, 아무런 명령이나 함성도 없이 조용히 움직여 어둠 속에서 적을 맞이한다.


오직 날카로운 눈빛만이 빛을 발했다.


천인족은 해자를 파 놓고 그 위를 얇은 끈으로 망을 친 다음, 가벼운 풀들을 살짝 뿌려 두었다.


밤에 보면 땅인지 해자인지 구분이 안 가게, 위장을 해 놓은 것!


해자는 깊이가 사 장쯤 되는데, 지금은 물이 반쯤 차 있는 상태였다.


해자에 물을 가득 채우면 도리어 헤엄을 쳐서 건너기가 더 쉬우니, 한 번 빠지면 그 구덩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일부러 물을 반만 채운 것!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아서 물이 키를 넘고, 계속 헤엄을 치자니 힘에 부치고. 그러는 사이에 위에서 계속 떨어져 내리면, 그 밑에 눌린 사람은?


죽는다! 바로 그것을 노린 것이다!


적이 접근해 오자 해자 안쪽의 둔덕에서 천인족 무사들 중에서도 최고수들이 일어서며 모습을 드러내는데······.


위장을 하고 오행의 기운 속에 은신하니, 그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드디어 천궁 사거리에 들어온 야차족.


두두둥~ 두두둥~ 두두둥~


전고가 어둠을 뚫고 울림과 동시에, 진지 앞쪽에 배치된 천궁이 연사로 빗발치듯이 화살을 쏘아 댄다.


쒸융~ 쉬 쉬쉬식! 쉬쉭!


그러자 작살 같은 화살 한 발에 서너 명의 야차족 전사들이 꿰뚫리니, 앞서 오던 적들이 수도 없이 쓰러졌다.


파바박! 파박! 파바밧


“으아악~ 커흑!”


야차족들이 수없이 비명을 내지르는데···, 별다른 명령이 없어도 천궁의 공격이 연사(連射)로 계속되었다.


쉭! 쉬쉬쉭! 쉬쉬쉬쉭!


적이 더 접근하자 이제는 천궁이 진지 안으로 들어가고, 투석기가 나와서 아무런 명령이나 소리도 없이 투석을 하기 시작했다.


척커덕~ 턱! 철커덕~ 턱!


휘이잉~ 쒸잉~


돌을 투척하면서 나는 기계 소리와 돌이 날아가는 바람소리만 들려온다. 이어서 적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소리.


쿵~ 쿠쿵~ 쿵!


돌 떨어지는 소리에 이어 비명 소리!


“으아악~ 아악~ 살려 줘!”


악을 쓰는 듯한 비명 소리만 밤하늘을 울리며 퍼져 나간다. 적이 계속 내달려 해자 근처에 이르자, 투석기도 물러나 천인족의 진지 안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이제 야차족의 거센 파도가 천인족의 진지를 집어삼킬 듯이 밀려온다.


그런데 해자에 이르자 모두 발을 헛디디며, 구덩이 아래로 우르르 떨어져 내렸다. 마치 추풍낙엽처럼!


풍덩~ 풍덩~ 푸풍덩~


“으아악! 함정이다!”


“밀지 마라!”


해자 안에 물이 반쯤 차 있으니 헤엄을 쳐서 나오지도 못 하는데······.


그 위로 뒤에서 밀고 오는 힘에 떠밀려서 수없이···, 끝없이···, 떨어져 내린다. 수천 명 수만 명이!


“웅덩이가 다 찼다. 어서 건너라!”


그러다 보니 마침내 그 큰 구덩이가, 떨어진 야차족 전사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러자 비정하게 동료들의 몸뚱이를 밟으며, 인해 전술로 밀려오기 시작한다.


밑에 깔린 전사들은 물, 그리고 위에 쌓인 아군들의 무게에 짓눌려서 대부분이 압사(壓死)를 당했다.


사람이 떨어져 내린 만큼 물이 위로 밀려 올라가니, 물을 먹고 질식사를 한 것!


그래도 동료의 죽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야차족은 인해 전술로 밀어붙였다.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라!”


해자 안쪽은 해자를 파면서 나온 흙으로 둔덕을 쌓았기 때문에, 경사(傾斜)가 져서 오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그곳에 날카로운 손톱을 흙 속으로 박아 넣으며, 악착같이 기어오르는 야차족의 전사들!


그 모습이 진짜 야차 같다!


한 사람이 기어오르면 그 꼬리를 잡고 뒤쪽의 무사가 기어오르고, 또 그 꼬리를 잡고······ 또 잡고······.


그렇게 줄줄이 밀려드니 목숨을 건 전쟁만 아니라면 그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일명 꼬리잡기 전술!


그러나 둔덕에 오른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거기에는 시퍼렇게 눈을 뜬 저승사자 수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발대 중에서도 고수만 추린 무사들이 무기에서 살기를 풀풀 날리며 그들의 저승길을 채근하고 있었으니······..


검강(劍罡)이나 도강(刀罡), 창강(槍罡), 검기나 도기, 창기 등이 발현된 무기를 움켜잡고서 말이다.


사정없이 단칼에 목이나 몸통을 양단해 버리자, 둘로 잘린 시체들은 다시 굴러떨어져서 구덩이를 메워 주는 돌맹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워낙 적의 수가 많은지라 베고 베어도 꾸역꾸역 끝없이 몰려든다.


이렇게 계속해서 적들이 몰려들었다.


벌써 시간은 삼경(三更) 중반(24시).


그제야 동쪽 하늘에서, 재를 넘어 친정집에 다녀온 며느리처럼 상현달이 구름 사이로 빠끔히 고개를 내밀었다.


“이쪽이 뚫린다! 막아라!”


“이놈들! 모두 죽여 주마!”


악을 쓰며 외치는 소리와 비명 소리들!


“크아악! 크윽~”


온갖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전장의 모습이 무심(無心)한 달빛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해자를 가득 메운 야차족 전사들의 시신이 너무나 참혹하다. 귀신도 바로 보지 못하고 얼굴을 가리며 울고 갈 것 같은 지옥의 모습이다.


이제 천인족의 고수들도, 끝없이 밀려드는 적을 죽이기에 지쳐서 죽이는 것도 진저리가 났다.


죽이고 또 죽여도 계속 몰려오니······.


차츰 진기가 고갈되고 몸에도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처를 입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서서히 진지 안쪽으로 후퇴를 하면서, 안에서 대기(待期)하던 천령대가 그 뒤를 받쳤다.


지친 고수들이 바로 진지 안에서 운기조식(運氣調息)에 들어간 가운데, 천령대가 환진 속에 몸을 감추고 생문(生門)을 지킨다. 진법 안으로 들어서는 야차족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진을 경계로 하여 두 종족이 계속 죽고 죽이는 대치가 이루어지자, 쥬맥이 어풍비행(御風飛行)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공중에서 야차족에게 이기어검(以氣馭劍)으로 공격을 퍼붓는 쥬맥!


쉬잉~ 팍! 파바바바박!


이미 혼원은하무량신공(混元銀河無量神功)을 대성했다. 그러니 검결지 없이도 뜻만으로, 검강이 현현한 백호제마검을 마음대로 날리며 공격을 가한다.


“끄아아아악!”


검이 한 번 날아갈 때마다 수십 명의 야차족이 목이나 몸통이 무처럼 양단되며 무너져 내렸다.


“저기 악마가 있다!”


무지막지하게 동료를 죽이는 것을 보고, 겁에 질린 야차족은 쥬맥을 악마라고 불렀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눈으로는 이기어검을 조종하며, 두 손으로는 무량은하신지(無量銀河神指)를 날린다. 손가락 끝에서 칠채 보광과 같은 지강을 발출하며, 사방으로······.


쉿! 쉬쉬쉬쉬쉿! 쉬쉿!


그러자 그 지강(指罡)에 맞은 야차족마다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리며, 힘없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주변에 서 있는 적이 없으니 이번에는 사방을 둘러보며 대장급(大將級)으로 보이는 적들을 중심으로 격살(擊殺)을 하기 시작했다.


지휘관들을 먼저 죽여야 적의 지휘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 공격에 좌군, 우군, 중군의 장군급(將軍級) 적들이 대부분 죽어서 넘어졌다. 그러자 적들 중에서 활을 든 전사들이 화살을 쏘아 댄다.


그러나 호신강기를 두르고 경갑까지 둘러서, 대부분이 맞고 튕겨 나가거나 접근도 하지 못한 채 떨어져 내렸다.


이제는 그 아래 부대장급 적들까지 지휘를 하는 자는 눈에 띄는 대로 모조리 제거하니···, 마침내 적들이 당황하여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진법의 한쪽 축이 무너져 버렸다. 수천 명의 적들이 인해 전술로 밀고 들어오자, 야차족의 시체가 산처럼 쌓이면서 진이 변형을 일으킨 것!


몇 장이 뚫린 구멍으로 야차족이 꾸역꾸역 밀려들자, 안에서 대기하던 천령대 일만이 막아서며 양측 간에 백병전(白兵戰)이 벌어졌다.


백병전이 벌어진 주변으로 월광등이 켜지고, 천인족의 진지 안에서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었다. 그러자 사방으로 인간의 피와 살점이 진흙탕처럼 튀어 나간다.


우수수 떨어지는 사지육신(四肢肉身)들! 그리고 바닥을 흐르는 검붉은 피!


머리는 마치 공처럼 바닥을 구른다!


처음으로 전투에 참여한 사람은, 바닥을 구르는 시신에 걸리고 핏물에 미끄러져 목숨을 잃기 쉬웠다.


싸움에도 많은 경험과 요령이 필요한 법 아니던가?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어느덧 전투가 벌어진 지 두 시진.


그런데도 야차족은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모두 죽을 때까지 싸우려는가?


사십만이나 되는 전사들이 사만과 싸우자, 비록 죽은 전사자가 많을지언정 돌아가며 싸우니, 아직 지치지 않은 전사가 많은 탓이다. 이것이 바로 인해 전술(人海戰術)의 위력이겠지만.


어느 정도 지휘자들을 제거한 쥬맥이, 진이 파훼되어 피해가 늘고 있는 곳으로 떨어져 내렸다.


혼자서 진의 뚫린 입구를 막아서더니, 혼원은하무량신공(混元銀河無量神功)을 운기 하며 백호제마검을 휘두른다.


그러자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주로 사용하는 일곱 번째 초식, 팔천제혼(八天制魂)이 펼쳐졌다.


몸에는 호신강기와 검막을 두르고, 사방으로 수천의 강기 검탄이 쏘아져 나가며 야차족을 공격한다.


피비비빙!


꽈가가강!


강기 검탄 하나마다 야차족의 목이나 심장을 관통한다. 그러자 모두 일격(一擊)에 쓰러지면서, 주변에 뿌연 황색의 진무(塵霧)가 일어나 시야를 가려 버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쥬맥의 몸은 두 자 정도나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쥬맥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수천의 전사가 바닥으로 쓰러지자, 구멍으로 몰려들던 야차족이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빨리 진을 다시 보강하라!”


쥬맥은 무사들에게 내부 수습을 명하고 방어대를 보강한 다음, 다시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라 적들을 공격했다.


그제야 지휘관을 대부분 잃어버린 적들이 허둥대다가, 말리는 사람이 없으니 살고자 서서히 뒤로 꽁무니를 뺀다.



오경(五更) 중반(새벽 4시).


삼경 초에 시작된 전투가 두 시진 반이 지날 무렵에야 겨우 끝이 났다.


야차족의 전군 사령관 타룬챠는, 자신이 후퇴하라고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모두 후퇴해서 돌아오자 화가났다.


그래서 명령을 듣지 않았다고 징계를 내리기 위해서 지휘관들을 소집했으나,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았다. 너무 황당하여 물어보니, 대부분이 전사를 했다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중요한 좌, 우, 중군장이 모두 죽어 버렸다니! 하도 기가 막혀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니, 사만도 안 되는 놈들에게 당하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인가?’


그러나 그보다 더 기함할 내용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전사자의 수다. 이번 전투에 참가한 전사들의 피해를 파악해 보니, 자그마치 십이만 명이 죽고 삼만이 부상을 당했다. 사십만 명 중에서 말이다.


천인족에서도 팔천여 명이 죽고 이천이 부상을 당했는데, 천령대의 피해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백호대가 선발대를 고수들만 추려서 먼저 데려왔기 때문이다.


“우선 휴식을 취하도록!”


전투가 끝나자 모두 기진맥진하여 보초를 세우고 우선 쉬도록 조처하였다.


운기조식과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났는데, 벌써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있어서 모두 놀라 급히 정리에 들어갔다.


쥬맥이 충분한 휴식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깨우지 않은 탓이다.


아침 식사는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육포 등을 씹으며, 우선 천인족 전사자들을 끌어모아 신원을 파악했다.


그리고 첫 번째 전투에서 전사한 무사들을 매장했던 곳 옆에다 묻어 주며, 약식으로 장례를 치렀다.


거주지 쪽으로 돌려보내고 싶지만 전장에서의 사정이 여의치가 않았고, 날씨 탓에 부패를 막기 위해서였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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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3화. 살모야차(殺母夜叉) 21.09.09 1,285 9 19쪽
142 142화. 대이주와 축제(祝祭) 21.09.08 1,281 10 19쪽
141 141화. 환시성의 완공(完工) 21.09.07 1,297 11 18쪽
140 140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1.09.06 1,267 11 17쪽
139 139화. 사필귀정(事必歸正) 21.09.05 1,273 11 18쪽
138 138화. 추풍낙엽 같은 생명들 21.09.04 1,274 11 19쪽
137 137화. 비겁하게 피해가지 않는다 21.09.03 1,280 11 18쪽
136 136화. 요계왕과의 결투 21.09.02 1,301 11 19쪽
135 135화. 요계(妖界) 수행 21.09.01 1,297 11 18쪽
134 134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1.08.31 1,316 10 18쪽
133 133화. 새로운 한울 21.08.30 1,299 10 19쪽
132 132화. 헤어지기 싫은 친구들 21.08.29 1,306 11 19쪽
131 131화. 인수(人獸) 합격(合擊) 21.08.28 1,305 11 18쪽
130 130화. 요수 소탕작전 21.08.27 1,305 11 18쪽
129 129화. 환시성 내성 완공 21.08.26 1,315 11 19쪽
128 128화. 적의 생명도 중시한다 21.08.25 1,286 10 17쪽
127 127화. 우르강의 혈투(血鬪) 21.08.24 1,292 11 19쪽
126 126화. 반인족의 침략(侵略) 21.08.23 1,289 12 18쪽
125 125화. 아구산의 화산 폭발 21.08.22 1,317 13 18쪽
124 124화. 새로운 물결 21.08.21 1,336 12 18쪽
123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21.08.20 1,307 12 18쪽
122 122화. 유계의 파천대(破天隊) 21.08.19 1,313 13 19쪽
121 121화. 유계(幽界) 수행 21.08.18 1,352 13 18쪽
120 120화. 비승야차(飛昇夜叉) 출생 21.08.17 1,313 15 18쪽
119 119화. 혼원은하무량신공 대성 21.08.16 1,320 15 18쪽
118 118화. 피바다 거원해(巨怨解) 21.08.15 1,324 13 19쪽
117 117화. 야차족과 거인족의 혈투 21.08.14 1,332 13 18쪽
116 116화. 반인족 첩자(諜者) 사건 21.08.13 1,310 14 19쪽
115 115화. 어수족의 시조신(始祖神) 21.08.12 1,317 13 18쪽
114 114화. 어수족과 천망의 싸움 21.08.11 1,334 1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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