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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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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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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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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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154화. 야습(夜襲)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야차족을 야습하는 무사들이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데, 지시는 모두 쥬맥이 전음으로 하달하니 말이 필요 없었다.


[모두 멈추어서 대기하라!]


이제 이경 말(밤11시).


점점 밤이 깊어 가니 모두 한창 꿈나라에서 헤맬 시간인데······.


야차족 진지에서도 선발대 대장 상발챠가 야습 부대(夜襲部隊) 오천을 진지 뒤쪽에 있는 공터에 집결시켜서, 막 출발을 서두르고 있었다.


기타 지시는 사전에 이미 하달되었고 지금은 마지막 당부를 하고 있는 중.


“야습 부대는 둘로 나뉘어 좌우로 적의 진지를 들이친다. 우리 종족은 모두 밤눈이 밝기 때문에, 어둠에 가려서 적이 허둥댈 때 최대한 피해(被害)를 많이 입혀야 한다.


그러니 일단 공격이 시작되면 우선 적의 진지 내에 있는 모닥불부터 신속히 끄도록 하라. 그럼 조별로 출발!”


“좌측 조부터 출발한다. 모두 소리를 죽이고 몸을 낮추어라!”


마치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어둠 속으로 오천 명이 금방 사라졌다.


그런데 이미 진지 뒤쪽에 이른 쥬맥과 백호대의 고수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두 출발하고 대장 상발챠마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자 이제는 보초밖에 남지 않은 상황.


[조금만 더 기다린다.]


다시 일 다경을 기다린 뒤에 쥬맥과 백호대 고수들은, 먼저 주변에 경계를 서고 있는 전사들을 소리 없이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보초들은, 모두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백호대는 소리 없이 야차족 숙소로 스며들어, 날카로운 만년화리의 이빨로 만든 비수로 급소만 골라 찌른다.


이에 수많은 야차족 전사들이 비명도 한번 지르지 못하고 수없이 죽어 갔다.


모두 밤에도 대낮처럼 주변을 훤히 볼 수 있는 고수들이니 그럴 수밖에.


오행의 기운으로 은신하여 몸을 숨긴 채 공격을 해 대니, 그 수가 금방 몇백에서 몇천으로 마치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동과 무더운 날씨에 지쳐서 쓰러지듯 잠든 야차족 전사들을, 오천여 명이나 몰래 해치우고 말았다.


그리고 들키기 전에 소리 없이 적의 진지를 조용히 빠져나왔다.


마치 생선을 훔쳐 가는 고양이처럼.


어느 정도 빠져나오자 이번에는 적이 야습(夜襲)을 위해 이동한 뒤를, 오십 명씩 둘로 나누어 뒤쫓기 시작했다.


번개처럼 어둠을 경공술로 내달리니, 아직 야차족(夜叉族)이 천인족 진지에 이르기 전에 뒤로 따라붙었다.


야차족은 들킬 것을 염려하여 조심스럽게 천천히 이동했기 때문인데······,


몰래 뒤를 따라가는 백호대 오십 명이, 뒤쪽부터 하나씩 제거(除去)해 가며 점점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야차족이 천인족의 진지 근처에 이르러서 이제는 일제히 공격을 하려고 하는 시점에는, 이미 양쪽에서 모두 이천여 명이나 제거된 뒤였고······.


그것도 모르고 양쪽 조장들이 막 돌격 명령을 내리려고 하는데···, 반대로 천인족이 먼저 명령을 내렸다.


“적을 쳐라!”


둥둥둥~ 두둥두둥~ 둥둥둥~


“와~ 야차족이 쳐들어왔다. 한 놈도 살려 두지 말고 모두 죽여라!”


순식간에 주변에 잠복하고 있던 일만의 천령대가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그리고 사방에 밝은 불이 훤히 켜지는데, 그 모습이 마치 보름달 같았다.


그것은 모닥불이 아니었다. 바로 월광등! 천인족이 환시에 처음 적용한······.


그러니 야차족이 원하던 어둠은 사라지고, 오히려 자신들의 행적이 들통났다. 그러자 야차족 조장들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공격 명령을 내린다.


“모두 공격하라!”


“순식간에 쳐부수고 후퇴한다. 쳐라!”


뿌우우우~ 뿌우우우~


“와~ 공격하라!”


“천인족을 죽여라!”


결국 서로 창칼을 겨누고 백병전이 벌어지는데, 대부분 야습(夜襲)을 한 야차족들이 죽어 나갔다.


설사 월광등(月光燈)이 없어도 오랜 수련으로 어둠을 꿰뚫어 보는 무사들이다. 이제 불빛까지 있으니 지치고 허둥대는 야차족 전사들의 목숨을 끊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쉬운 일!


“이얍!”


“으아아악!”


예기가 서린 시퍼런 검날이 순식간에 야차족 전사의 목을 긋고 사라지니, 목에 가느다란 혈선이 생긴다. 그리고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떨어지는 머리!


사방에 피가 난무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가는 야차족 전사들!


승부가 순식간에 갈리고 야차족 전사들이 대부분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안 되겠다 싶은 조장들이 어쩔 수 없이 후퇴를 결정했다.


“후퇴하라! 모두 후퇴하라!”


뿌우~ 뿌우우우~


“빨리 후퇴하라!”


모두 살고자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을 가기 시작하는데, 뒤따라왔던 백호대 고수들에게 태반(太半)이 잡혀서 죽어 나갔다. 그러니 살아서 돌아간 수는 불과 수십 명에 지나지 않았다.


진지 내에서 야습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선발대장(先發大將) 상발챠. 그는 겨우 수십 명이 살아서 돌아오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아군이 이 정도 죽었으면 적도 비슷하게 죽었을 것이라고 자위하며, 살아서 돌아온 전사들에게 물었다.


“고생들 했다. 그런데 희생이 너무 크구나. 그래 적은 몇 명 정도나 죽인 것 같더냐? 우리가 야습을 했으니까 우리 전사자들보다는 더 죽였겠지?”


그런데 모두 머뭇머뭇하면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한 명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서서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죄송합니다. 적의 진지에 거의 다다라서 역으로 우리가 기습을 받는 바람에, 대부분 우리쪽 전사들이 죽었고 적은 몇백 명도 죽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급히 후퇴를 할 때 조장들도 다 죽었습니다. 적들이 모닥불도 아닌 희한한 불을 피우고 있는데, 꺼지지도 않아서 큰 낭패를 겪었습니다.”


“아니, 뭐야? 오천 명이 가서 수십 명이 겨우 살아왔는데, 적들을 겨우 몇백 명밖에 죽이지 못했다고? 도대체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상발챠가 화가 치밀어 살아 돌아온 전사들을 다그치고 있는데···, 전사 한 명이 허겁지겁 뛰어들어와서 상발챠를 보더니 큰 소리로 보고를 한다.


“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숙소에 죽어 있는 전사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도대체 몇 명이나 죽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네놈은 또 무슨 소리냐? 적의 야습도 없었는데 죽기는 왜 죽어?”


“모르겠습니다. 지금 숙소에는 사방이 온통 피바다입니다. 으흐흑!”


보고를 하러 들어온 아직 앳띤 전사는 대장의 질타에 당황해하며,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이에 사태가 이상함을 느낀 상발챠가 야간 당직자에게 긴급 지시를 내렸다.


“여봐라! 모두 기상시켜서 인원을 점검하라! 빨리 기상을 시켜, 어서!”


그러자 당직자가 뛰어가더니 뿔고동을 불어 비상을 걸었다.


뿌우우~ 뿌우우~ 뿌우우~


“모두 기상하라! 인원을 빠짐없이 점검하라!”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자다가 일을 당한 야차족이 허둥지둥 일어나서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아무런 소리도 없었는데, 동료들이 오천이 넘게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모두 깜짝 놀라서 아연실색(啞然失色)했다.


야습을 하러 갔던 인원까지 일만 명에 가까운 전사들이, 한번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저세상으로 떠난 것!


상발챠는 너무 원통하고 분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날이 밝으면 반드시 그 원한을 직접 갚으리라 이를 갈았고.


‘어디 두고 보자 이놈들! 감히 내 뒤통수를 쳤겠다? 밝은 대낮에도 그 따위 짓이 통하나 한번 보자!’


금방 복수를 할 수 있을 듯이 벼르는데, 아직 천인족을 잘 모르니 그 과욕이 더 큰 화(禍)를 불러올 줄을 모르는 것이다.


상발챠가 수모를 참지 못하고 밤새 끙끙거리며 밤잠을 설치더니, 새벽이 되어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자 평소보다 빨리 기상을 시켰다.


그 때문에 장거리 이동과 잠도 제대로 못 잔 피로를 풀지도 못한 채, 모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대충 아침을 때웠다.


상발챠는 어떻게든 어젯밤에 진 빚을 받아 내려고 했다. 그래서 오만 명을 동원하여 천인족의 진지를 들이치기로 결정하고 서둘러 공격을 감행했다.


지금 천인족은 겨우 일어나서 씻고 전투 준비를 하느라고, 아침 식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시간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인데······.


그러나 그것은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천인족에는 상발챠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뛰어난 무사들이 많았다. 특히 백호대에는.


쥬맥은 내공 삼 갑자 이상의 고수급을, 천인족과 야차족 진지 사이에 몇 명 매복시켜서 그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 적의 움직임을 마치 자기 손바닥을 보듯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야차족이 서둘러서 일찍 기상을 할 때 이미 그 움직임을 포착한 것!


“모두 전투 준비를 시켜라!”


그 명령에 따라 전원 기상하여 이미 비상식량(非常食糧)으로 아침을 급히 때운 뒤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밝은 주간(晝間)에 싸우는 것이라면 천인족이 결코 손해를 볼 게 없다.


어슴프레하게 밝아오는 새벽.


짙은 안개를 타고 아무런 소리도 없이 밀물처럼 조용히 밀려오는 야차족.


그들은 천인족 진지에서 백 장쯤 앞에 이르러서야, 상발챠가 돌격 명령을 내리자 큰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돌격하라!”


“돌격! 적을 단숨에 쳐부수자!”


뿌우우우우우~ 뿌우우우우우~


“전원 돌격! 천인족을 죽여라!”


이에 대응이라도 하듯이 천인족에서 전고가 급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두둥두둥두둥~ 두둥두둥두둥~


“적이다!”


“모두 방어 태세를 갖추고 반격하라!”


“와~ 야차족을 죽여라! 한 놈도 남김없이 모두 저승으로 보내자!”


천인족 진지 안에서 무사들이 꾸역꾸역 몰려나왔다. 마치 젖은 나무를 땔 때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듯이.


그리고 순식간에 진지 주변으로 넓게 퍼지며, 사전에 계획한 대로 포진을 했다.


이미 백 장에 가까운 거리를 전력으로 질주해 온 야차족. 그들은 숨이 차서 헐떡거리면서도, 관성의 법칙처럼 그대로 천인족을 향하여 뛰어들었다.


마치 불꽃에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그런데 천인족은 정면으로 부딪치며 싸우면 휩쓸리기 때문에···, 최고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천천히 물러나면서 적의 다리만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압!”


쉬쉬쉭~ 파바박!


“끄아아악!”


쥬맥도 좀 떨어진 곳에서 검탄으로 적들의 다리만을 공격했다. 그러자 적의 선봉에 서서 돌진해 오던 전사들이, 바닥을 나뒹굴며 아군의 진로를 방해했다.


그러자 뒤따라 달려들던 동료들까지 뒤엉켜서, 연쇄 파급으로 우르르 무너진다.


뒤에서는 계속 밀어붙이고 앞에서는 계속 넘어지고······. 그러면서도 대해의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온다.


그 가운데 마침내 천인족의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활을 쏘아라! 후위를 공격해!”


둥둥둥~ 둥둥둥~ 둥둥둥~


“쏴라! 적을 공격하라!”


삐융~ 피비비빙! 피비비비빙!


아군에 걸려 넘어져서 서로 뒤엉켜 허우적대는 앞쪽을, 천령대와 백호대의 고수들이 집중 공격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뒤쪽에서는, 일만여 명의 궁수 부대가 적의 후위를 향해 화살 세례를 퍼부었다.


핑! 피비비비빙!


그러자 앞이 막혀서 밀집해 있던 적의 후위가 화살받이가 되고 말았다.


“으아아악!”


“꺼어억!”


수많은 전사들이 비명과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계속 쏴라!”


모든 상황이 상발챠의 의도와는 다르게 돌아갔다. 아직 전투 준비가 안 된 적을 불시(不時)에 치겠다는 것은, 적을 몰라도 한참 모른 것이다.


반대로, 악마가 아가리를 쩍 벌린 채 먹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자신의 부하들을 밀어 넣은 꼴이었으니!


이것은 야차족보다 더 수많은 전투를 치러서, 많은 전장의 경험을 축적한 천인족을 얕본 결과였다.


화살 공격에 큰 피해를 입고 야차족이 허둥대는 사이에, 이제는 좌우 측에서 이천여 명의 천인족 무사들이 나타나 목을 죄며 협공을 가한다.


처음에는 좌우로 각 일천 명 정도가 공격해 들어오자, 몇 명 안 되니 단숨에 쓸어버려서 지금까지 당한 분풀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싸움은 상발챠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들은 백호대의 초일류 이상급 고수들이었으니까.


적진에 깊이 파고들지 않고 겉돌면서 계속 거센 공격을 해 대는데······.


너무 민첩(敏捷)하고 무술이 뛰어나서, 야차족에서는 일대일로 상대할 수 있는 전사가 하나도 없었다.


좌우 측에서 다시 수많은 전사자가 나오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상발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차차! 이거 큰일 났군.’


결코 이런 접전으로는 승리할 가망성이 없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


‘이거 부하들이 너무 많이 죽는데···.’


잘못된 자신의 욕심 때문에 수많은 수하들이 하루살이처럼 죽어가고 있었다.


비록 오랜 시간 토납술을 가르치고 전투 기술을 가르쳤지만, 무술의 고수들 앞에서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빨리 물러나야 전멸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직 그 생각 하나로, 뒤엉켜 죽어 가는 부하들을 향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목청껏 외쳤다.


“모두 후퇴하라! 무조건 물러나라!”


뿌우~ 뿌우~ 뿌우~


“후퇴! 빨리 물러나라!”


모두 몸을 돌려서 서둘러 후퇴를 하는데······.


이번엔 후위에 죽어서 쓰러져 있는 아군 전사자들이 걸림돌이 되었다. 후퇴하는 전사들이 그 시신에 걸려서 우르르 넘어지고 있었으니······.


이런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것이 다시 동료들의 죽음을 불렀고······.


그때, 뒤로 물러났던 천령대의 궁수 부대가 나타나서 빗발치듯이 화살을 쏜 것이다. 그러자 도망가던 상당수가 다시 고혼(孤魂)이 되어 들판에 나뒹굴었다.


이제 야차족이 물러간 자리에는, 수많은 시신들만 땅을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원통한 혼백의 울음처럼, 음울한 바람 소리가 들판을 할퀴고 지나간다.


그 소리가 텅 빈 들판과 허허로운 마음에, 그저 통곡 소리처럼 들릴 뿐이니!


흘러나오는 피가 진한 혈향을 풍기며 냇물처럼 흘러가니, 생명들 스스로가 만든 아수라지옥이 문을 연 것일까?


명분(名分) 좋은 복수를 외치며 새벽에 시작한 전투는, 한 시진 만에 더 많은 생명을 대가로 막을 내렸다.



선발대 간의 이번 전투로 야차족은 이만오천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어제 저녁의 전사자까지 합치면 벌써 삼만오천 명이 죽은 것!


천인족은 천령대에서 이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자 삼만오천 명 정도가 남은 야차족은 진지에 틀어박혔다.


빨리 본대가 오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진지 앞에는 수많은 장애물들을 설치해 놓아서 공격도 쉽지 않았다.


천인족은 야차족이 물러난 뒤 화살을 다시 회수하고, 천인족 전사자들을 운반하여 근처에 공동묘지를 만들었다.


야차족 전사자들은 끌어다가 야차족 진지에서 가까운 곳에 쌓아 놓으니,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그대로 천인족의 진지 근처에 두면 시체가 썩어 가는 냄새도 고약하지만, 잘못하면 전염병(傳染病)이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야차족들도 이를 아는지 그제야 진지 뒤로 끌고 가서 땅속에 묻기 시작했다.


성급한 날짐승과 들짐승은 그 틈에서도 먹이 전쟁을 벌이며 싸우고 있으니, 그저 죽은 자만 슬플 뿐이라!



하루가 지나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야차족 뒤쪽에서 하늘을 가리며 뿌연 먼지구름이 솟아올랐다.


잠시 뒤에 수많은 야차족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로 본대 중에서 전군(前軍)이 도착한 것!


그 수가 자그마치 사십만 명에 가까워서 쥬맥도 깜짝 놀랐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천인족의 본대는 내일 늦게나 도착할 텐데. 만약에 저 많은 야차족이 그 틈에 전부 공격에 나선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대로 부딪치면 아무리 천인족의 무사들이 강하다고 해도 많은 사상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선발대를 전멸시키는 건데······.


천인족이 아무리 잘 싸운다 하여도, 적의 대군에 휘말리면 자신도 모르게 당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쥬맥은 이 위기(危機) 상황에 긴급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긴급히 대장들을 불러들여, 대책을 협의하는 데 심력을 쏟았다. 본대가 올 때까지 버티려면 머리를 써야만 한다.


“야차족 사십만 명 정도가 벌써 도착했소. 분명히 오늘 밤이나 늦어도 내일은 우리를 먼저 쳐서 진지를 파괴하려고 할 것인데, 우리 쪽 본대는 빨라야 내일 밤에나 도착할 것이니 우선 진퇴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자 네 명의 천령대 대장 중에서 선임인 유인수 대장이 의견을 말했다.


“이미 진지를 구축했는데 여기서 밀려나면 처음 주거지까지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밀릴 것입니다.


진지에 환진이 둘러쳐져 있으니 진을 의지해서 하루만 버티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선인 대표께서 한번 말씀해 보세요. 환진으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겠습니까? 하루를 버틸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대표인 이찬 선인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표정이 밝지 못했다.


“환진을 더 강화하겠지만 환진만으로는 안 되고 보조 수단(補助手段)이 더 필요합니다. 적들이 돌과 흙을 날라다가 진법의 외곽부터 산처럼 두텁게 덮어 나오면 그 부분은 진법이 파괴되어 힘을 잃게 되니까요.”


“그러면 이곳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뭔가 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진지 둘레에 해자처럼 긴 도랑을 파서 뒤쪽 시내의 물길을 끌어들이면 좀 도움이 되겠습니까? 적이 일시에 밀려들지 못할 테니, 잠시의 버팀목은 될 것 같은데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한데 시간이 걸리니 빨리 서둘러야 할 겁니다.”


“그러면 천령대 2대 3대 4대를 전원 동원하여 진지 둘레로 폭 삼 장에 깊이 사 장의 해자(垓子)를 파고, 남은 1대로는 진지 주변을 철통같이 방어하세요.


사안이 급하니 대장들은 지금 바로 나가서 지시를 하고 오도록!”


그러자 네 명의 대장이 급히 나가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들어왔다.


“삼만 명이 동시에 달려들면 오늘 초저녁까지는 해자가 완성될 것이다. 백호대(白虎隊) 무사들은 땅을 팔 때 많은 돌들이 나올 테니, 그것들을 내력으로 깨서 땅 파는 것을 돕도록 할 것.


땅을 팔 때 나온 돌들은 버리지 말고 진지 앞에 모아서 투석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그리고 천궁과 투석기는 진지 앞에 전량 배치하도록!”


······중략······


회의 중에 필요한 것은 바로 조치를 취해 가면서, 그 외에도 몇 가지를 더 협의하고 회의가 끝났다.


“시간이 없다. 모두 빨리 움직여!”


긴급한 사항들을 결정하여 조치를 한 뒤, 쥬맥은 야차족 사십만이 일시에 쳐들어오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싸울 것인지를 놓고 좀더 고민했다.


숙소에 홀로 들어앉아 머리를 비우고 여러 가지를 비교하고 예측했다. 물론 진지 밖에서 싸워도 이길 자신은 있지만.


문제는 어떻게 해야 아군의 피해를 최소로 하느냐 하는 것! 적을 죽이는 것보다 아군의 전사자를 한 명이라도 더 줄여야 한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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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2화. 대이주와 축제(祝祭) 21.09.08 1,281 1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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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127화. 우르강의 혈투(血鬪) 21.08.24 1,292 11 19쪽
126 126화. 반인족의 침략(侵略) 21.08.23 1,289 12 18쪽
125 125화. 아구산의 화산 폭발 21.08.22 1,318 13 18쪽
124 124화. 새로운 물결 21.08.21 1,337 12 18쪽
123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21.08.20 1,308 12 18쪽
122 122화. 유계의 파천대(破天隊) 21.08.19 1,314 13 19쪽
121 121화. 유계(幽界) 수행 21.08.18 1,353 13 18쪽
120 120화. 비승야차(飛昇夜叉) 출생 21.08.17 1,314 15 18쪽
119 119화. 혼원은하무량신공 대성 21.08.16 1,321 15 18쪽
118 118화. 피바다 거원해(巨怨解) 21.08.15 1,324 13 19쪽
117 117화. 야차족과 거인족의 혈투 21.08.14 1,332 13 18쪽
116 116화. 반인족 첩자(諜者) 사건 21.08.13 1,311 14 19쪽
115 115화. 어수족의 시조신(始祖神) 21.08.12 1,317 13 18쪽
114 114화. 어수족과 천망의 싸움 21.08.11 1,334 1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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