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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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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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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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상미루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는 화사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러자 옆에 있는 친구가 또 손가락질을 하면서 쥬맥이 들으라는 듯이 놀려 댔다.


“어머! 미루 얘 얼굴 빨개진 것 좀 봐. 정말로 오라버니가 좋은가 봐.”


“얘들아, 놀리지 마! 정말 창피해 죽겠네 진짜.”


무사들이라 그런지 여자지만 활달하고 남자처럼 전혀 막힘이 없었다. 어찌 보면 쥬맥과 수르보다 더 적극적이었으니.


결국 술잔과 수저를 더 시키더니 쥬맥네와 한자리가 되어 버렸다. 순진한 총각들인 쥬맥과 수르는 등이 떠밀려 그 틈새에서 장난감처럼 휘둘렸고······.


그 독한 백령이 벌써 다섯 병이 동났다. 대장님이 되었다가 오라버니가 되었다가 나중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오라버니라고 불러 댄다.


“오라버니! 제 술 한 잔 받으세요.”


“오라버니~ 여기 안주도······.”


그렇게 정신없이 술잔이 돌더니 어느 순간 아가씨들 넷이 발딱 일어섰다.


“오라버니! 잘 먹었습니다. 미루는 오라버니가 데려다주세요.”


그리고는 뒤치다꺼리는 알아서 하라는 듯이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다. 태풍이 지나가자 쥬맥과 수르는 이제 살았구나 싶어서 한시름 놓았다.


“아이고, 살았네. 아가씨들이 무슨 술이 그렇게 세지? 나보다도 더 강한 것 같애. 어? 그런데 미루 씨는 아직 안 갔네?”


그러자 엎드려 있던 상미루가 취했는지 쥬맥에게 기대며 억지를 부렸다.


“아까 오라버니가 데려다준다고 했잖아요. 저 빨리 집에 데려다주세요.”


친구들이 가면서 의도적으로 남긴 말을 기정사실로 확정하면서 투정을 부린다. 그러자 난 모르겠다는 듯이 두 손을 활짝 펴며 고개를 젓는 수르.


쥬맥이 어이가 없는지 수르에게 턱짓으로 ‘네가 데려다줘’ 하는데, 혼인식 날을 받아 놓은 수르가 넘어갈 리가 없다. 마치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혀를 날름했다.


“나는 곧 장가를 가야 할 몸이다. 그러니 네가 데려다줘라. 난 간다.”


한줄기 바람처럼 쉭~ 도망가 버리는 수르. 야속한 녀석이다. 결국 쥬맥은 술과 안줏값으로 금령을 세 개나 바가지 쓰고, 어쩔 수 없이 상미루를 집에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취한 것인지 취한 척하는 것인지 쥬맥의 팔을 붙잡고 비틀거리니 뿌리칠 수가 없었다. 이성의 향기는 솔솔 풍기는데 어찌할 줄 모르겠고······.


혹시 남이 보고 오해라도 할까 봐 어떻게 데려다준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마침내 수르 결혼식 날. 쥬맥도 옷을 갖춰 입고 일찍부터 수르네 집에 가서 일을 도우며 신부(新婦)가 오기를 기다렸다. 장가가는 걸 배우면서 말이다.


전에는 멀리 떨어진 곳은 일주일이 걸린 경우도 있었는데, 요즘은 같은 주거지 안에 사니 멀어도 한 시진이면 충분(充分)했다. 아침을 먹고 한 시진쯤 지나자 신부가 드디어 꽃가마를 타고 도착했다.


맥아인이 예쁜 혼례복(婚禮服)으로 차려입고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수르가 마을 어귀에서 맞이하여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역시 여자는 결혼하는 날 가장 예쁜 모양이다. 화장을 한 맥아인의 화사(華奢)한 얼굴과 예복의 분홍빛 옷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수르는 좋은지 입이 귀에 걸려서 신랑 체통도 없이 싱글벙글했고······.


높은 탁자 위에 정화수(井華水) 한 그릇과, 천령수 가지 옆에 금령과 적령 그리고 백령을 그릇에 담아 놓고 신랑과 신부가 마주 서서 절을 했다.


주례자가 천신께 두 사람이 오늘을 기하여 부부가 되었음을 알리고, 신랑과 신부는 평생 서로를 사랑하며 돌보겠다고 맹세(盟誓)를 했다.


이어서 신부는 술병을 들고 신랑은 안주를 들고 돌면서, 집안 어른부터 순서대로 신부가 술을 따라 드리면 신랑이 안주를 집어서 입에 넣어 주며 둘레를 돌기 시작했다.


결국 끝에는 쥬맥도 한 달 먼저 태어난 형님이라고 술을 한 잔 얻어 마시고 안주를 먹은 대가로 축하금을 금령으로 열 개나 내놓았다.


식이 모두 끝나자 신부는 안방으로 들어가고, 마당에는 온 마을 어른들을 모셔다가 술과 요리로 잔치를 벌였다.


부족한 음식없이 여러 가지를 준비하여 융숭하게 접대하니, 모두 혼사 준비를 잘했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이번에는 신부가 가져온 혼수가 도착하자 모두 둘러서서 구경을 했다. 이것저것 시댁 식구와 친족 어른들께 드리는 예물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또 어떤 사람은 신부집이 무척 부자인 모양이라고 부잣집 사위가 된 수르를 부러워하는데······.


수르는 싱글벙글하며 여기저기 잔칫상을 돌면서 술을 한 잔씩 받아 마시더니 대낮부터 취했다.


얼굴빛이 불콰해지더니 정신이 어질어질한지 여기저기서 해롱거리고······.


“이봐! 새신랑. 그렇게 취해서 첫날밤에 일이나 제대로 치루겠어?”


“걱정을 마십시오. 제가 누굽니까? 야수~르 아닙니까? 야수같이 잘한다고 해서······. 으히히히!”


“아닌데······, 내가 보기에는 자네 방망이를 엉뚱한 데다 휘두를 것 같애. 이쪽이 좌여 우여?”


“아~ 좌든 우든 제 집만 찾아가면 되지 않겠어요?”


“어허허! 이 사람 말하는 것 좀 보게.”


“우하하하하하!”


그러자 모두 신랑이 취해서 첫날밤을 어찌 치를 거냐고 놀려 댔다. 재미있는지 또 짓궂은 어른이 나서서 야한 말로 심하게 놀려 대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들은 말은 못 하고 속으로 우스워서 죽겠다는 듯이 옆에서 박수를 치면서 즐겁다고 파안대소를 하고.


“자네, 그러면 좌삼삼 우삼삼에 구천일심법은 잘 배운겨? 그게 중요헌디.”


“아니, 어르신! 제 색시는 좌로 봐도 삼삼하고, 우로 봐도 삼삼한데, 구천에 계신 조상님들도 일심단편으로 잘 섬길 것이니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으하하하하! 일편단심 뭐라고?”


“우호호호호호!”


모두 배꼽을 잡고 웃는데 어린애들까지 뭘 알기라도 하는지 헤헤거리며 웃어 댔다. 그래도 수르는 의기양양하다.


“어때요 어르신? 제가 잘 배웠죠?”


“여보게들! 여기 새신랑을 교육시킨 사람이 누구여? 뭔가 중요한 것이 빠졌어. 일편단심으로 새색시나 섬기게 생겼네. 첫날밤에 실전 훈련을 시키게.”


“으허허허허허!


이렇게 잔칫집은 시끌벅적하게 떠들어 대며 계속 웃음꽃이 피어났다.


수르가 쥬맥이 앉아 있는 잔칫상으로 넘어오자 쥬맥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귓속말로 물었다.


“야, 제일 큰 혼수는 해 왔냐?”


“네 덕분에 이것저것 빠진 것 없이 다 해 왔다. 고맙데이.”


“임마, 유리도 해 간 것 있잖아! 제일 큰 혼수라며?”


“응, 그거! 아직은 표시가 안 나서 잘 모르겠는데?”


“했다는 거야 못 했다는 거야? 임마 돈 안 드는 효도도 하지 못하냐?”


“성급하기는, 한 달만 기다려 봐. 좋은 결과가 나올 테니까.”


수르가 장가를 가니 쥬맥은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혼자 외톨이로 떨어진 것 같은 이상한 기분도 들었다.


‘나도 장가를 가야 하나?’


남모르게 고민을 하는데···, 그토록 사랑했던 미루의 죽음으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가 쉬 아물지 않아서 제법 시간이 걸릴 듯하다.


큰 전쟁을 치르고 나서 나름대로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어찌 사람의 마음이 그리 쉽게 바뀔 수 있겠는가?


그저 애타는 그리움만 쌓여 갈 뿐이지.


* * * * *


붉은 해가 이제 봄을 맞이한 천인족 주거지를 찬란한 햇살로 물들이며 힘차게 떠오르는 시간.


이제 거인족과의 전쟁도 끝나고 아픔을 달래며 일에 전념하는 평화스러운 분위기인데, 상미루는 마루에 걸터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어느 순간 한 사내를 가슴에 품었고 애끓는 사랑을 가눌 길이 없건마는 무정한 님은 마음을 열지 않았다.


무사라고는 하지만 현숙한 아내가 꿈이어서 동경하던 한 사내를 지아비 삼아 한평생 사랑하며, 예쁜 아들딸 낳고 오손도손 살고 싶은데······.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창피를 무릅쓰고 친구들까지 동원하여 겨우 만남의 실마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취한 척한 자신을 집에 데려다주고 바람처럼 사라져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내가 싫은 걸까?’


한숨이 깊어지고 눈에 이슬 같은 눈물이 어리는데···, 억지로 잊어 볼까 해도 애타는 마음은 가눌 길이 없어라!


미모가 출중해서 여기저기 많은 남자들이 추파를 던지며 접근해 왔지만, 눈에 콩깍지가 씌었는지 이제 다른 사내는 남자로 보이지도 않았다.


좋은 나이 스물일곱의 봄이 왔지만 마음엔 스산하게 찬바람만 불어 댄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거리를 지날 때마다, 친구들과 주점에 들를 때마다, 젊은 남자들이 얼이 빠져서 자신을 쳐다볼 때마다, 그리울 때마다······.


혹시나 하여 자세히 바라보건만 그 얼굴은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길이 없다.


그렇다고 여자가 먼저 님을 찾아가기도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이렇게 쥬맥을 향한 짝사랑으로 한 여인이 눈물짓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는 거대한 재앙(災殃)이 먹구름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쥬맥에게 생사(生死)를 넘나드는 고비를 수없이 넘게 하는 대재앙이······.


* * * * *


여기는 소인족이 주로 거주하는 발바라 대륙 북단의 위쪽에 위치한 북명해(北溟海)의 심해.


수천 장 깊이에서 잠들어 있던 거대한 생명체가 눈을 번쩍하고 떴다.


눈 하나의 크기가 집채만 한데, 샛노란 눈자위에 세로로 길게 찢어진 눈동자는 마치 뇌전(雷電)이 치는 듯하고 용의 눈을 보는 듯하다.


오랫동안 공들여서 힘들게 겨우 낳았다. 그래서 더 애지중지하며 기르던 새끼를 경험 삼아 나들이를 보냈는데, 어느 순간인지 머릿속에서 정신적인 연계가 뚝 끊어졌다.


이것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가 죽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나 매한가지가 아니겠는가?


억만금보다 귀한 내 새끼가 죽다니!


거대한 생명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다란 거신(巨身)을 꿈틀거리며 점점 북명해의 차디찬 바다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비통한 마음을 담아 하늘을 향하여 천지(天地)가 무너질 듯이 큰 소리로 포효하였으니······.


“쿠에에에에에에엑~~~”


그 소리에 바닷물이 거칠게 출렁대고 하늘에 떠가던 구름이 흩어졌다. 그리고 해안가에는 높은 해일이 밀려든다.


이것은 미르만에서 소인족들에게 대망이라는 새끼를 잃고 분노한 천망이라는 거대 생명체의 비통한 포효였다.


몇 차례나 더 하늘을 향해 포효하니, 인근의 바다 물고기들이 기절해서 배를 하얗게 뒤집고 수 없이 떠올랐다.


천망은 새끼의 흔적을 찾아서 정신 연계(精神連繫)가 끊어진 지점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방 수십 리의 고기떼가 천망을 피해서 황급히 도망가기 바쁜데······.


바다 위 수십 장까지 거대한 고개를 쳐들고 사나운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며 화풀이할 대상을 찾아서 나아간다.


감히 누가 내 새끼를 죽인 것이냐?


천금보다 억만금보다도 더 귀한 내 새끼를······. 보이는 대로 모두 죽여 주리라! 갈가리 찢어 죽이리!


* * * * *


여기는 소인족과 비월족의 영역이 나뉘는 미르만.


오늘도 여기저기 수십 척의 배가 떠서 거대한 그물로 엄청난 물고기를 끌어올리며 만선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비록 기근으로 먹을 식량이 모두 떨어졌지만 지난번에는 거대한 뱀을 잡아서 한동안 포식(飽食)을 했다.


어족이 풍부한 미르만에서 고기를 잡다 보니 이제 식량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최소한 굶주림은 면하게 된 것!


특히 여기에서 지금 물고기를 잡고 있는 백소인과 황소인 수천 명은 연일 계속되는 만선(滿船)으로 생활이 매우 부유해졌다.


오늘도 빨리 일을 마치고 맛있는 술과 요리를 먹을 생각에 부풀어 부지런히 그물을 끌어 올리고 있는데······.


“빨리 그물을 끌어 올려라!”


“오늘도 만선이다. 얼른 끝내고 술이나 마시자. 어서 해라!”


“우측이 너무 늦다. 힘내라!”


“어기영차 영차! 어기영차 영차!”


여기저기에서 고함을 치며 힘을 북돋워 힘껏 그물을 끌어올린다.


그때···, 천망은 미르만에 접근하자 멀리서부터 하늘로 쳐들었던 거대한 머리를 물속으로 집어넣더니 잠수(潛水)하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머리가 서서히 소인족들의 그물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소인족은 그것도 모르고 그물을 힘껏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물이 무거워서 도저히 당길 수가 없는 것 아닌가?


“또 거대한 뱀이 걸려들었을 거야. 모두 들러붙어서 육지로 끌어올려라!”


“오늘도 땡잡았다. 이놈을 잡아서 며칠 동안 잔치를 벌이자.”


“땅으로 그물을 끌어올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불러모아라!”


“어서 힘써라!”


“영차! 영차! 어기영차! 영차!”


모두 큰 소리로 박자를 맞추고 서서히 땅으로 방향을 틀어서 그물을 끌어올리기 좋은 곳을 찾아 앞으로 나간다.


마침내 바다와 육지의 경계가 완만한 곳을 찾아서 끌고 가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다름아닌 대망을 잡아서 피로 땅이 물든 곳이 아닌가?


아직도 그 피가 다 씻겨지지 않아서 피비린내가 풍기고, 사방의 땅이 붉은 피로 물들어 있는 곳이었다!


“자~ 다 왔다. 모두 달라붙어서 그물을 끌어 올려라!”


“키다리도 영차! 난쟁이도 영차! 더 힘내라 영차! 어기영차 영차!”


모두 힘을 쓰자 서서히 그물이 끌려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소인족이 그물을 힘으로 끌어올렸다고 하기 보다는, 천망이 죽은 새끼의 피 냄새를 맡고 그곳을 향하여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으니!


“이제 많이 올라왔다. 곧 거대한 뱀이 끌려오니 모두 힘내라.”


“찔러서 죽일 무기들을 준비해라!”


거대한 뱀과 전처럼 싸울 생각에 모두 짜릿한 흥분으로 긴장과 함께 기분이 들떴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뱀의 비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응? 그런데······ 비늘의 크기가 지난번과 완전히 다르다! 전에 잡았던 대망보다 수십 배 크면서 검붉은 색과 암녹색이 어우러져 수많은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러면 덩치도 더 클 텐데?’


지휘자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끝없이 끓어오르던 흥분이 그 순간에 바로 차갑게 식어 버렸다.


그리고 모골이 송연하게 끝없는 암흑의 수렁처럼 시커먼 공포가 밀려든다.


‘아니, 이게 뭐지? 위험한데······.’


모두 일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뭔가 잘못되었다!’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밀려오는 공포와 살기로 이상하게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마음이 불안하니, 손발이 따라서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었다.


“뭔가 이상하다. 모두 멈추어라!”


“멈추어라!”


모두 겁에 질려서 빨리 발을 빼려고 하는데······, 갑자기 거대한 머리가 지옥의 입구처럼 아가리를 쩍~ 벌리며 고개를 사방으로 흔들었다.


그 순간···, 그물은 마치 장난감처럼 순식간에 갈갈이 찢겨서 사방으로 날아가더니 휴지 조각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집채만 한 두 눈으로 사납게 노려보며 아가리를 쩍 벌리고 나타난 괴수! 그 눈빛과 표정!!


모두 지옥에서나 만날 것 같은 악마스러운 모습에 전율하여 머리털이 곤두서고 오금이 저렸다.


행여라도 꿈에 볼까 두려운 괴물의 머리가 등장했는데, 머리만 보아도 저 정도이니 몸체는 도대체 얼마나 클까?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제야 모두 도망쳐야 산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너도나도 걸음아 날 살려라 내빼면서 목청껏 외쳤다.


“괴물이다! 모두 도망쳐라!”


“도망쳐라!”


쓰러진 사람을 짓밟고 서로 자기만 살겠다고 아우성치며 달아나기에 바빴다.


괴물은 땅에 밴 새끼의 피 냄새를 맡았다. 내 새끼가 여기서 죽었구나! 네놈들이 감히 내 새끼를 죽였구나!


애통함과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결국 거대한 머리를 하늘로 쳐들고 분노의 함성을 토해 냈다.


“쿠에에에에에에엑~~”


이 원통함과 슬픔을 어떻게 풀까?


“우에에에에에에엑~~”


모두 다 죽이리라! 모두 죽일 것이야. 어떻게 얻은 내 새끼인데···, 감히 너희가 천금 같은 내 새끼를 죽였다고?


비통함에 몇 번 더 울부짖으니 하늘과 땅이 우르르 떨며 함께 울어 댔다.


그것은 새끼를 잃은 분노와 비통함이 담긴 절규였다. 천망의 눈자위가 노란색에서 점점 붉게 물들어 가고······.


광기에 물든 눈동자가 한껏 확장되며 커지더니 머리를 사납게 사방으로 휘저었다. 마치 미쳐 버린 것처럼!


그 한 번의 몸짓에 도망가던 수많은 소인족이 땅바닥을 나뒹굴고, 몇몇은 피떡이 되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한 번 머리를 휘젓고 나더니 이제는 눈에 보이는 대로 소인족을 집어삼키고 씹어 먹기 시작했다.


으드득! 와그작!


뼈가 부서지는 끔찍한 소리들!!


일반 뱀과 달리 날카로운 수많은 이빨과 거대하고 창날 같은 두 개의 송곳니에 몸통이 꿰이고, 휘두르며 날름거리는 거대한 혓바닥에 힘없이 말려들어서 지옥의 문으로 사라졌다.


이것은 차라리 악몽이다! 깨고 싶어도 깨지 않는 끔찍한 악몽!!


순식간에 천여 명이 짓이겨져서 괴물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천망의 한 줌 먹이가 되어서······.


잡아먹히지 않고 겨우 살아난 몇몇 사람들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가는데···, 일부러 잡아먹지 않고 그 뒤를 쫓아서 소인족의 주거지로 길안내 삼아 쳐들어가는 것이다.


순차적으로 소인족의 주거지가 괴물의 몸부림에 초토화가 되어 버렸다. 수많은 생명이 바닥에 짓이겨졌으며, 또 괴물의 먹이가 되어 사라졌다.


몸통이 너무 거대하여 한눈에 다 볼 수도 없으니, 소인족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너도나도 먹이가 되어 그 뱃속으로 사라져갈 뿐!


다급하니 절망하면서 모두 하늘을 우러러 신(神)을 찾았으나 신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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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45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42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29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50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50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10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21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307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37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5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34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23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22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34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22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36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26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50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42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41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48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46 35 20쪽
»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67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42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43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53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43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57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28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49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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