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82,527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8.03 10:25
조회
1,307
추천
22
글자
18쪽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마수의 키가 오십 척이라 천궁은 발사각을 삼십 척 이상의 높이로 맞췄다. 혹시라도 아군이 맞지 않도록. 그러면서 무사들이 위험할 때는 서슴없이 직접 뛰어들어 위험에서 구출하였고······.


마저 해치우려고 쥬맥이 앞으로 나가는데, 옆에서 진하게 변장하여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구렁이처럼 신통으로 변신을 하고 있는 마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걸었다.


“대장님! 저놈이 두목 같습니다.”


그 소리에 두목부터 죽이려고 그곳을 바라보는데···, 둘이 옆에 서더니 갑자기 곡지혈을 누르고 팔짱을 끼며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다. ‘아군인데 설마?’ 하고 망설이는 바로 그 순간!


쒸이잉~ 퍼억!


호신강기를 일으키기도 전에···, 뒤에서 천궁이 번개처럼 날아와서 쥬맥의 등을 뚫고 앞으로 빠져나갔다.


쥬맥은 천궁이 당연히 마수를 향해서 발사된 줄 알았지 설마 아군인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쥬맥이 힘이 빠져서 ‘헉’ 하는 소리를 내뱉는 사이에 옆의 무사가 목뒤의 천주혈(天柱穴)과 아문혈(瘂門穴)을 더 점혈하여 전신을 마비시키고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믿기지 않는 상황에 정신을 잃으면서도 쥬맥은 눈을 부릅떴다. 의식은 아득히 멀어져 가고······.


그때 앞에서 마수들과 싸우던 무사들은 갑자기 천령대와 백호대 무사만 남기고 모두 뒤로 빠져 버렸다.


그러자 남은 다섯 명이 상처를 입고 발악하는 몇 마리 마수들과 싸우다가 둘은 죽고 셋은 부상을 입어 쓰러졌다.


‘그래도 다행히 마수들은 다 죽였네. 이제 끝났군.’


그렇게 안심하는 그 순간, 후퇴했던 무사들이 다가가더니 도검을 들었다.


“부상자들은 고통없이 편하게 보내 주어라. 모두들 수고했으니까.”


그러자 뒤로 빠졌던 무사들이 우르르 달려들더니 부상당한 동료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숨통을 끊어 버렸다.


············.


갑자기 전장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때 쥬맥과 비무를 했던 다섯이 다가오더니 발로 쥬맥을 툭툭 걷어찬다.


그중에 비열하게 생긴 한 녀석이 나서더니 들으라는 듯이 소리쳤다.


“그러니까 항상 뒤를 조심해야지. 잘났다고 설칠 때 알아봤어. 얘들아! 천으로 싸고 큰 돌덩이를 매달아서 호수 가운데로 가져다 버려라! 카악~ 퉤!”


그러면서 쥬맥에게 가래침을 뱉았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후배 무사가 탐욕스러운 눈으로 검을 바라보다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백호제마검은 신검이라 너무 아까운데······, 이 검은 빼 둘까요?”


그러자 침을 뱉았던 무사가 후배를 사납게 노려보면서 버럭 화를 냈다.


“임마! 증거를 남겨서 누구 죽일 일이 있어? 욕심부리지 말고 함께 버려!”


“참 아까운 검인데······. 정말 아깝다. 저 좋은 신검을 버리다니······.”


아까워하면서도 한 사람이 시원마에 가서 큰 천을 가져다가 쥬맥을 검과 함께 둘둘 말더니, 밧줄을 가져다 묶고 허리에 큰 돌을 매달았다.


무사 몇 명이 들고 호숫가로 가니 미리 만들어 둔 것인지 큰 뗏목이 하나 떠 있었다. 아마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줄을 당겨서 뗏목을 끌어오더니 쥬맥을 싣고 몇 사람이 노를 저어 호수 가운데로 나아갔다.


이 바이칸대호수는 수심이 깊어서 가장 깊은 곳은 칠백 장(2.1km)에 이른다.


호수 안으로 반 시진 가까이 노를 저어 가더니, 몇 사람이 쥬맥과 돌을 함께 들고 그네를 타듯이 몇 번 흔든 뒤에 물로 집어 던졌다. 그러자······,


풍덩!


뽀그르르······


거품을 내면서 쥬맥은 점점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다녀왔습니다. 잘 처리했습니다.”


뗏목을 탔던 사람들이 돌아와서 뭍에 오르자 비무 때 쥬맥을 유인했던 야탄이라는 무사가 앞으로 나섰다.


“아! 오랜만에 십 년 묵은 체증이 쭉 내려가네. 모두 수고했다. 그리고 오늘 일은 절대 비밀이다. 모두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거야. 입을 여는 놈은 그 가족들까지도 모조리 죽여 버릴 거야.


쥬맥은 여러 마수들과 싸우다가 함께 호수에 빠져서 죽은 거다. 모두 입을 맞춰. 알았지? 돌아가면 모두 푸짐한 포상금(褒賞金)이 기다릴 거야.”


협박성(脅迫性) 으름장을 놓고 뒷처리를 시키니, 모두 힘을 합쳐 뗏목을 끌고 와서 불에 태우고, 사망자는 함께 화장하여 유골만 보자기에 담았다.


그들이 마수의 가죽과 마정단을 챙겨 떠나니 그 자리에는 속살이 드러난 마수의 사체와 불탄 재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 한 가닥 바람이 몰아치니···,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듯 사방으로 뿌옇게 회색빛 재가 하늘을 가리며 피어올랐다.


새들도 서러운지 길게 울면서 하늘로 날아올라 주변을 맴돌았고······.



마수 토벌이 끝나고 부대를 재편성했던 곳으로 모두 회군 하였다.


이번에 마수 수백 마리를 죽이면서 칠십여 명의 고급 무사가 희생되었다.


각 조 조장들이 결과를 보돈타 대족장에게 보고하면서 쥬맥의 사망 소식이 모두에게 전해졌다.


보 대족장이 큰 소리로 아까운 천인족의 인재가 죽었다며 애통(哀痛)해하자 모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여기에 모인 무사들 중에도 쥬맥에게 목숨을 빚진 자들이 많아서 대부분 눈물을 글썽였다. 특히 백호대원들은 모두 울음을 터뜨렸고······.


수르는 쥬맥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지 우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다가, 쥬맥과 함께 떠난 3조 대원들을 찾아가서 하나씩 붙들고 쥬맥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나 한결같은 대답이 대원들을 살리려고 몇 마리 강력한 마수와 싸우다가 함께 물속으로 빠져서 결국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생전에 쥬맥의 성정(性情)이 또한 그러지 않았던가? 동료를 살리려고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것!


그래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그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는 말에, 그제야 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大聲痛哭)을 했다.


“맥아! 내 친구야! 나랑 함께 가지 너 혼자 어디로 간 거야? 어흐흐흐흑!”


어찌나 땅을 치며 구슬피 우는지 그 소리에 또 모두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그렇게 슬피 울던 수르가 눈물을 훔치며 보돈타 대족장을 찾아가서 화난 듯이 말했다.


“저는 혼자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죽었다는 자리에 가서 친구의 시신이라도 찾아서 돌아가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백호대 몇 명이 따라나섰다.


“저희도 야수르 참모장과 함께 시신을 찾아서 돌아가겠습니다.”


이번에는 백호대 전원이 우르르 앞으로 나서자 보 대족장이 팔을 내젓고 행동을 중지(中止)시켰다.


“원래는 그러면 안 되지만 사정을 감안해서 인정을 베풀겠다. 야수르 참모장과 처음에 나온 다섯 명만 남도록 하고, 나머지는 모두 즉시 복귀한다. 자~ 모두 출발 준비하라.”


그러자 어쩔 수 없이 다른 무사들은 죽은 동료들의 유골과 마수들의 가죽, 마정단 등을 챙겨서 회군 길에 올랐다. 가면서도 자꾸 뒤돌아보며······.


“이제 모두 떠났군.”


한 식경이 지나자 모두 떠나 버리고 그 자리에는 수르와 다섯 명의 백호대(白虎隊)만 남았다.


여섯은 3조의 진군로(進軍路)가 그려진 지도를 꺼내 길을 살핀 뒤, 쥬맥이 탓던 시원마까지 끌고 빠르게 질주(疾走)하기 시작했다.


하루를 꼬박 직선으로 내달리니 멀리 바이칸대호수가 눈에 보인다.


호숫가는 사방에 널린 마수들의 시체로 수백 마리의 갈가마귀와 독수리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여섯은 싸운 흔적이 있는 호숫가를 중심으로 사방을 뒤졌지만 쥬맥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사흘을 샅샅이 뒤졌으나 결국 헛수고에 그치자 모두 지치기 시작했고 말이다.


결국 한자리에 모여서 다른 대원들이 더 이상은 방법이 없으니 내일 아침에 그냥 돌아가자는 말을 꺼냈다.


그러자 며칠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지 못해서 수척해진 수르가 못 찾아도 좋으니 내일 하루만 더 찾아보자고 사정하며 고집을 부렸다.


어쩔 수 없이 내일 하루를 더 찾아보고 모레 아침에 일찍 떠나기로 했다.



한편, 보돈타 대족장 일행은 개선장군처럼 주거지에 입성하였다. 이미 밤이 되었지만, 한울께 마수의 토벌 작전에 대한 결과를 보고 드리러 갔다.


비록 최고급(最高級) 고수들 칠십여 명을 잃었지만, 천마수 수백 마리를 없앤 것은 큰 공적이라고 생각하니 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목에 힘을 주고 의기양양하게 결과를 보고하는데, 그 자리에는 천사장과 대신녀, 비 대족장과 구자룬 총대장까지 함께 배석(陪席)했다.


“이 갑자 이상 초고수 이백오십 명이 출전하여 천마수 삼백팔십오 마리를 모두 제거하고 그 가죽과 마정단을 회수하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만약에 마수들이 사방으로 퍼졌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그래, 우리 쪽의 피해는 어떻습니까?”


“애석하게도 칠십일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백호대의 쥬맥 대장이 호수에 빠져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보 대족장은 쥬맥이 죽었다는 표현보다는 아직 희망을 품도록 일부러 행방불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 말만으로도 한울과 천사장, 비 대족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뭐요? 쥬맥 대장이 행방불명이라니요?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입니까? 어떻게 해서든 확인해서 죽었으면 그 시신이라도 찾아왔어야지요?”


분노한 비 대족장이 큰 소리로 따지듯이 쏘아붙였고, 한울과 천사장도 비슷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보 대족장은 별거 아니라는 표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냥은 올 수가 없어서 야수르 참모장을 비롯하여 여섯 명을 남겨서 더 수색을 하도록 조치(措置)하였습니다. 좀더 기다려 보시지요.”


그 상황을 두고 더 이상 따질 수도 없으니 비 대족장은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쉬고 있었고, 한울과 천사장은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전부터 보 대족장과의 사이가 좋지 않으나 근거 없이 따질 수도 없었고······.


“그리고, 마수들의 가죽은 질기고 강해서 사용처가 있을 듯하여 모두 회수하였고, 마정단도 모두 가져왔으니 반납을 시키겠습니다.”


그러자 한울이 침울한 얼굴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수고했습니다. 그리하세요.”


말을 끝내더니 힘없이 털썩 주저앉는데 마치 가족을 잃은 것처럼 침통하다.



대족장들과 구 총대장이 물러가고 한울과 천사장, 대신녀만 남았다. 그런데 말하는 한울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쥬맥 그 아이는 더 큰일을 해야 할 아이인데······.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죽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마 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시지요.”


“잠시만 기다려 보시어요.”


대신녀가 무슨 생각이 있는지 밖으로 나가더니···, 하늘을 쳐다보고 별자리를 이리저리 살폈다. 아마 쥬맥의 생사를 점치는 모양인데······.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무엇을 계산하는 듯 여기저기 손마디를 열심히 짚어 보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다 고개를 숙이고 상념에 잠긴 것인지 가만히 있다가 머리를 털면서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대신녀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하자 천사장이 침울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어떤 것 같습니까?”


“지금 죽지는 않은 것 같은데···, 기운이 쇠하여 앞일을 쉬 알 수 없는 상황이군요. 그러나 지난번 예시에 더 먼 미래가 보였으니 죽지는 않을 거예요. 조그만 더 기다려 보세요.”


그 말에 한울과 천사장이 그나마 안심이 된다는 듯이 긴 숨을 내쉬었다. 그때 한울이 화가 났는지 한마디를 내쏘았다.


“어떻게든 꼭 살아와야지요. 앞으로는 절대 보 대족장이나 야 대족장과는 함께 작전을 보내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러자 천사장이 혹시 누가 들을까 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진정하라는 듯이 말리는 투로 나지막이 말했다.


“때로는 위기가 다른 기회가 되는 법이니 너무 표시하지는 마시지요. 다 큰 성인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지킬 수도 없는 법입니다.”


“하도 답답하여 해 본 소립니다.”



마수 토벌을 마치고 모두 돌아왔다는데 쥬맥이 돌아오지 않자 미루는 걱정이 되어서 수르네를 찾아갔다.


그런데 아직 수르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맥아인이 차를 가지고 와서 따르며 눈치를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미루 씨!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실은 이번에 마수를 제거하다가 온이 아빠가 호수에서 실종이 되었나 봐요.


그래서 애 아빠랑 몇 명이 더 남아서 수색 중이라고 하는군요. 그러니 돌아올 때까지 좀더 지켜봐야 알 것 같아요.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예? 그이가 실종이 되었다고요? 우리 애 아빠가요? 아니······ 어윽~”


얼마나 놀랐는지 상미루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실신해서 쓰러져 버렸다.


“미루 씨! 미루 씨!”


아무리 붙잡고 흔들어도 의식이 없다.


주방에 가서 찬물을 한 그릇 떠다가 입에 넣어 주고, 수건에 찬물을 묻혀서 얼굴을 닦아 주는 등 한참 동안이나 부산을 떨었다.


그제야 겨우 ‘으으으~’ 하는 신음 소리와 함께 깨어났다.


그래도 멍하니 누워서 운신을 못 하니 어쩔 수 없이 거실에 그대로 눕혀 놓고 쉬게 했다.


그러나 식사 때가 되어 죽을 쑤어 먹이는데도 제대로 넘기지를 못했다. 이러다가 생사람을 잡을까 봐 속만 타고.


그렇게 몇 시진을 누워 있더니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비척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쥬온이 그래도 오빠라고 동생 쥬미를 돌보고 있었다.


마음은 남편이 실종된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데···, 어린 자식들을 두고 갈 수도 없으니 하염없이 눈물만 난다.


자신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서 그래도 자식들을 굶길 수는 없으니 대충 식사 준비를 해서 먹이고 있는데······.


친정 엄마가 어디서 들었는지 그 소식을 듣고 선걸음에 달려왔다.


그제야 친정 엄마를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을 하니,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엄마를 따라서 울었다.


“엄마! 어흐흐흑!”


“미루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나도 모르겠어. 엉엉엉~”


미루의 아버지 상구 부족장은 쥬맥이 마수와 싸우다가 호수에 빠져서 행방불명(行方不明)으로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직감적으로 보 대족장의 음모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러나 근거 없이 따질 수도 없고······.


홧김에 부족장 자리를 내놓겠다고 하자 보 대족장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알았으니 내일부터 집에서 편히 쉬라고 잘라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자르고 싶었는데, 자기 손으로 스스로 나가겠다고 하니 앓던 이가 빠졌다는 듯이 시원해하는 표정이다.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사위의 생사를 알 길이 없으니 마음은 그저 답답하기만 할 뿐······.



한편, 여기는 바이칸대호수.


사실 강력한 천궁이 쥬맥의 등 뒤에서 몸을 관통하여 앞으로 빠져나갈 때 그 충격으로 쥬맥은 거의 혼절 상태였다. 눈앞이 뿌옇게 변했고······.


거기에 마혈들과 아문혈까지 제압당해서 정신을 잃었다. 겨우 숨만 붙어 있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그런데 천으로 둘둘 말아서 허리에 큰 돌까지 매달아 호수에 던져버리니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와 잠깐은 정신을 차렸었다.


그러나 중추 혈맥이 파열되어 진기를 운용할 수가 없으니, 어찌할 방도가 없었는데······.


그래서 결국 물을 들이마시다가 다시 혼절(昏絶)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함께 가라앉고 있는 쥬맥의 백호제마검에 박힌 피수주(避水珠)에서 기포가 생기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


그러더니 피수주가 쥬맥 주변의 물을 점점 밀어 내는 것이 아닌가?


기포가 점점 커지면서 그렇게 한없이 밑으로 가라앉던 쥬맥의 몸이 칠백 장 깊이의 호수 바닥에 닿았다.


기포는 계속 더 커지더니 집채보다 커다란 반구(半球)를 이루면서 쥬맥을 둘러쌌다.


만약 기포가 없었다면 운기(運氣)도 못 하는 상황에서 깊은 물속의 수압에 눌려 설사 살아 있었다 하더라도 죽고 말았을 것이다.


쥬맥은 그것도 모르고 천에 말린 채 호수 바닥의 넓은 바위에 떨어져서 마치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아직 맥만 희미하게 뛰고 있을 뿐!


숨도 거의 멎었고 산송장이나 다름없었다. 천궁이 뚫고 지나간 상처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나왔고······.


떨어져 내릴 때는 물에 씻겼으나 바닥에 떨어지니 피가 옷과 둘러싼 천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커다란 기포 주변으로 사람의 두 배 이상 되는 커다란 잉어 같은 물고기들이 나타나는 것 아닌가?


너비가 일곱 자에 길이는 열일곱 자에 가까운데, 온몸이 금빛으로 빛나는 것도 있고 타오르는 불처럼 붉은 것도 있었다.


파란색을 띤 것과 흰색을 띤 것도 있었고. 사람도 한입에 삼킬 듯한 큰 입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데···, 주둥이 양쪽에 길게 자라난 수염만 해도 두 자가 넘었다.


손바닥만 한 철갑 같은 비늘에는 오랜 세월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고 말이다.


몸통을 가로지르는 굵은 선에서는 영기(靈氣)처럼 푸르스름하면서도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런 물고기 열댓 마리가 거품 둘레를 맴돌더니, 그중에 몇 마리가 쥬맥을 먹이로 알았는지 입을 벌리고 뛰어들었다.


그러나 거품 안으로 들어선 순간, 물이 없으니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숨을 못 쉬니 파닥거리면서······.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45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42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29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50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50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10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21 21 18쪽
»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308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37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5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34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23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22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35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22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36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27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50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42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42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48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4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67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42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44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54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43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57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28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50 42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