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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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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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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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대장장이가 한참을 그렇게 검을 살펴보다가 다시 검집에 넣더니 검수를 보여주며 물었다.


“역시 태을현철이라 검신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군. 여기 검수에 박혀 있는 보석은 용도를 알고 있지?”


“백호의 두상을 표현하기 위한 장식용 보석이 아닌가요?”


“아니, 주인이 그것도 모르고 있었나? 왼쪽 눈은 독을 막아 주는 피독주일세. 오른쪽 눈은 피수주이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보물들이야. 그럼 백호의 입에 물려 있는 것은 뭔지 아는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전에 싸울 때 신공을 운용하자 검은 마기 같은 연무가 흘러나와서 도움도 받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참 신기했거든요.”


“이건 이제 천인족에도 몇 개 없다는 마정단일세. 진법을 펼칠 때 쓸 수도 있고 마수나 마기를 쓰는 고수를 제압할 때 제격이지. 이마제마라고나 할까.”


“와~ 오늘 여러 가지를 알게 되네요. 또 다른 것은 없나요?”


“이런 이런, 주인이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되겠는가? 자격이 없구만. 자~ 잘 듣게. 검병에 감긴 것과 수술은 신수 백호의 붉은 갈기털을 꼬아서 감거나 묶어서 만든 걸세. 이 백호의 갈기털은 오직 신수에게만 있는 거거든.


전투 시에 피가 묻어도 미끄러지지 않고 삿된 기운의 침투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하니 매우 귀한 재료지.”


“어쩐지 피범벅이 되어도 미끄러지지 않고 물에 잘 씻기더군요.”


그러자 대장장이가 한심하다는 듯이 곁눈질로 쥬맥을 흘겨보았다. 그것은 마치 네가 이 검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느냐고 힐난하는 것 같았고.


이번에는 수수해 보이는 검집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물었다.


“검집이 이렇게 표면이 거칠하면서 묵빛으로 빛나지 않는 이유는 아는가?”


“그것은 야간이나 이동 시 빛이 반사되어 적의 눈에 뜨이지 않게 하려는 것 아닌가요? 그 정도는 저도 알죠.”


“흠, 그건 맞네. 그런데 이 검집도 태을현철에 묵철을 섞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이 자체도 무기이며 하나의 보물일세. 어떤 검으로도 자를 수 없고 공격용으로 쓸 수도 있으니 말일세.”


그 말을 듣고 있던 수르가 부럽다는 듯이 검을 보다가 불쑥 끼어들었다.


“와~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돈으로 살 수 없는 보검이군요. 맥이 너는 좋겠다. 너 그 검 나한테 줄 생각 없냐?”


“네가 원한다면 줘야지 별수 있냐?”


“말만 들어도 고맙다야. 그런데 모든 건 다 제 주인이 있는 법이다. 그런 신검은 괜히 욕심을 내다가 화를 당하기 십상이지. 나는 오래오래 살고 싶다. 설사 벽에 똥칠을 하더라도 말이지.”


그러자 듣고 있던 대장장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얼른 수르의 말을 받았다.


“그럼! 귀한 것일수록 주인이 있는 법일세. 만약에 아리별에 있을 때 이런 검이 밖으로 나돌았으면 서로 빼앗아 가겠다고 혈투가 끊이질 않았을 거야. 그러니 자네도 조심해서 잘 간수하게.”


“괜히 겁나네요. 앞으로는 정말 간수를 잘해야겠는데요.”


“여기 이 검집 입구 쪽에 다섯 개의 돌기가 있는데 이건 알고 있지?”


“그건 검을 넣을 때 소리가 나지 말라고 돌기를 넣은 것 아닌가요?”


“그런 거면 내가 왜 쓸데없이 물어보겠나? 이건 비밀이라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데···. 잠시 자네 귀 좀 빌리세.”


살며시 수르가 못 듣게 귀에 대고 말로 하려다가 무사들은 감각이 예민하다는 것을 아는지 수르를 가리고 쥬맥의 손바닥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다섯 손가락을 가리키며 순서대로 누르는 암호(暗號)를 알려 주었다. 그러고 나서 확실하게 알겠냐는 듯이 쥬맥에게 눈짓을 하고 다시 보여 주고······.


“사실 나도 만들기만 했지 그 안에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네.”


“알겠습니다. 이런 게 있는지 몰랐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야, 맥아! 뭔데 그래? 내가 알면 안 되는 비밀이냐?”


누구나 비밀은 알고 싶은 법! 수르도 알고 싶어서 무척 궁금한 표정이었다.


“이건 이 사람 외에는 절대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이네. 아예 궁금해하지도 말게. 잘못하면 피바람이 부는 화근이 될 꺼야. 아까운 목숨을 아껴야지.”


그러면서 대장장이가 눈을 훌겼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괜히 화를 부를 필요는 없죠 뭐.”


수르는 그러면서도 친구인데 혼자 소외를 당하니 기분이 좋지 않은지 얼굴 표정이 조금 시무룩해졌다.


그러니 그 기분을 마치 화풀이라도 하듯이 대장장이를 보며 소리쳤는데······.


“그건 그렇고, 찾는 것은 있는데요 없는데요? 엉뚱한 얘기만 하시네.”


“이 사람 참, 성질도 급하기는···, 잠시만 기다리게. 가지고 나옴세.”


주인인 대장장이가 종종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뒤에 손에 다섯 개의 작은 목함을 들고 나왔다.


“아무래도 이 물건의 임자도 자네인 모양일세. 잘 살펴보게.”


그러면서 다섯 개의 목함을 열어서 두 사람 앞에 나란히 펼쳐 놓았다.


그 안에는 조그만 금속이 하나씩 들어 있는데, 엄지손가락 굵기에 한 뼘 길이의 둥근 금속이 모양은 같아도 각각 그 색깔이 달랐다. 검은색, 금색, 은색, 동색, 흰색을 띠고 있는 것이 매우 진귀해 보였고 말이다.


“보기만 해도 귀한 금속 같네요.”


“여기 검은 것은 강철에 태을금속과 묵철을 조금 섞어서 강도가 아주 뛰어나지. 여기 금색이 감도는 것은 강철에 태을금속과 금이 조금 섞인 거라네.


은색은 같은 것에 은이 조금 섞였고, 동색은 구리가 흰색에는 만년한철이 조금씩 섞였다네. 모두 강도가 뛰어나고 유연하면서도 소리가 청명(淸明)하지. 정말로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금속이야.


비싸다는 것만 빼면 말이지. 지난번에 태을현철을 제련할 때 약간 남은 것을 사정사정해서 겨우 조금 얻었거든. 아니면 구할 방법이 없지, 암!”


대장장이의 얼굴이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수르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시큰둥하게 가격 흥정에 들어갔다.


“그래서 얼마에 주실 건데요?”


“검도 그렇고 아무래도 자네와 연이 있는 모양일세. 많이도 말고 금령으로 열두 개만 내게. 이거 거저 가져가는 거야. 본전치기도 안 된다고.”


그러자 수르가 툭 내뱉는 말.


“우리는 금령이 열 개밖에 없는데요?”


그 말에 대장장이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깎을 걸 깎아야지. 이 가격이면 거저야 거저. 젊은 사람들이 왜 이리 꼼쟁이야. 허 참!”


“아저씨! 그렇게 큰 돈을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가지고 다녀요? 앞으로 여기 단골 할게요. 딱 한 번만! 됐죠?”


그러자 주인은 못 이기는 척하고 수르의 수다에 마지못해서 준다는 듯이 말꼬리를 흐렸다.


“그렇게는 안 되는데······. 그럼 앞으로도 계속 우리집에 단골 할 거지?”


능구렁이처럼 그럼 단골을 하라고 물고 늘어졌다. 이렇게 금령을 열 개나 선뜻 주고 물건을 살 만한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거야 당연한 말씀이죠. 그런데 나무를 깎기에 좋은 작은 단도는 없어요? 손에 쏙 들어오는 걸로요.”


“아~ 좋은 게 있지. 응, 저기 있네 저거 이리 가져와 봐.”


수르가 주인이 가리키는 것을 진열대에서 꺼내 보니 한 뼘 정도의 예리한 날에 크기가 딱 안성맞춤이었다.


“이것이 나무를 조각하기에는 딱이야. 묵철로 만들어서 매우 강하거든. 그리고 이 손잡이 뒤를 이렇게 젖히면 둥근 칼날이 나오는데 이걸로 나무에 홈 파기가 아주 좋다네. 그러면 이것도 살 건가?”


“아저씨!! 금령을 열 개나 내는데 이건 당연히 덤으로 주셔야죠.”


“아니, 이 사람이 칼만 안 들었지 완전히 날강돌세 날강도야.”


“아저씨~이, 금령 열 개! 됐죠.”


“에이~ 어서 돈이나 내게.”


“어이쿠 고맙습니다! (꾸벅). 야, 맥아! 얼른 돈 드려라.”


“아저씨 감사합니다. 금령 열 개 여기 있습니다.”


둘은 얼른 상자와 단도를 챙겨서 꾸벅 절을 하고 대장간을 물러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맡겨 둔 자철목을 찾아서 둘이 번갈아 들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내공을 쓰는데도 크기에 비해 제법 묵직했다.


수르가 물건을 거실에 내려놓더니 자기도 같이 샀으면서 자철목과 금속덩이들의 가격에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야, 너 오늘 이것들을 산다고 세 달치 급료를 한 번에 썼구나.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 비싸게 샀으니 잘 만들어야 할 텐데, 그지?”


“오늘 밤에 당장 만들어 봐야겠어. 바쁘니까 너는 그만 가 봐라.”


“와~ 이놈 좀 보게. 실컷 도와줬더니 막 쫓아내네. 에이~ 더러워서 간다 가!”


수르가 장난삼아 투덜거리며 떠난 뒤에 쥬맥은 간단히 저녁을 챙겨 먹고 본격적으로 악기 만들기에 몰두했다.


자철목으로 먼저 악기 몸체의 외양을 통째로 만들었다. 그렇게 모양을 다듬은 다음, 손에 수강(手罡)을 두르고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었고······.


다음은 삼매진화로 화기(火氣)를 손에 실어서 표면을 살짝 그을리니 진한 자주색의 멋진 외관이 완성되었다.


크기는 금령월이 주었던 것보다 두 배 정도 크게 했다. 그것은 통의 울림 소리를 부드럽고 크게 하기 위해서 였다.


비월족은 가지고 날아다니기 쉽도록 작게 하였으나 고운 선율(旋律)을 내기 위해서는 울림통이 조금 더 큰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쇠처럼 단단한 나무였지만 강기(罡氣)를 실어서 깎으니 비교적 수월했다. 내부 울림통도 통째로 밖에서부터 파고 들어가 수강으로 마무리하고, 화기(火氣)를 손에 실어 그을렸다.


어려운 것은 가져온 금속들로 가느다란 줄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한동안 끙끙대다가 삼매진화(三昧眞火)로 겨우 만들 수 있었다.


모든 내공을 동원하여 손가락에 강기를 집중(集中)시키고 주작 신수가 넣어 준 화정의 기운까지 불어넣어서···.


울림통 아래에 줄 걸개를 만들고 위쪽에는 줄을 조정할 수 있게 만든 뒤, 줄을 퉁겨 보며 낮고 부드러운 소리부터 높고 강한 소리를 내는 순으로 걸어서 악기(樂器)를 완성시켰다.


다음은 줄을 미세하게 조금씩 조정하면서 가장 울림이 좋은 소리가 나오도록 조율(調律)했는데······.


디딩~ 띠딩~ 띠링~ 차랑~ 샤랑


소리를 들어 가면서 하늘의 별과 달을 바라보고 또 들판의 나무와 숲을 바라보면서, 감각적으로 최대한 자연을 닮은 소리가 나오도록 음률을 조정하고 나니 어느덧 밤이 깊었다.


그런데 내기를 많이 써서 그런지 기뻐할 새도 없이 지친 그대로 거실에 쓰러져서 잠들고 말았다.


날이 밝은지도 모르고 꿈속을 정신없이 헤매고 있는데 인기척이 났다.


“야, 맥아! 일어나. 근무하러 가자.”


“응?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정신없이 잤네. 그래 얼른 가자.”


“임마, 세수하고 뭐든 속을 채워야지. 그렇게 굶고 빈속으로 가면 골병들어.”


쥬맥이 얼굴만 대충 씻고 오는 동안에 수르가 먹을 것을 챙겨 놨다.


“대충 한술 뜨고 얼른 가자. 참! 너 악기는 다 만들었어?”


“응, 저기 있잖아.”


수르가 악기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그 외관의 수려함에 감탄을 했다.


“와! 너 솜씨가 좋구나. 이거나 만들어서 팔아도 밥은 먹고살겠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악기를 가슴에 안고 비파를 타듯이 줄을 튕겨 본다.


디디딩~ 띠링~ 챠라랑~~샤라랑


맑고 고운 소리가 높낮이를 이루며 거실 가득히 청아(淸雅)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청명한 아침의 새소리처럼······.


“우와~ 이런 소리는 정말 처음이다. 어떻게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지? 마치 천상의 음악처럼 들린다. 그러고 보니 네가 이 악기의 발명자네?”


쥬맥은 악기에 빠져 띠링거리고 있는 수르의 손목을 끌고 나와서 근무 시간에 늦었다고 줄달음질을 쳤다.


둘이 숨을 헉헉거리며 막사에 도착하니 무사들이 전부 모여서 누가 제일 늦게 오나 하면서 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둘은 열심히 달렸으나 주거지 내에서는 경공술을 펼치지 못하게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비원견 소족장이 그래도 얼굴에 웃음을 띠고 둘을 바라보면서 농담처럼 물었다.


“어이, 우리의 희망 쥬맥 아자씨! 아자씨는 왜 이리 늦으셨남?”


그러자 웃음보가 터지는 동료들!


“으하하하하하하!!”


"오호호호호호호!!"


상사가 장난으로 쥬맥을 아자씨라고 부르자 동료들이 모두 우스워서 죽겠다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


“실은 지가 어젯밤에 새로운 악기를 하나 맹글다가 새벽에 겨우 잠들어서 그만 깜박 혔슈. 죄송합니데이.”


쥬맥이 그러면서 슬그머니 수르랑 뒤쪽에 앉으니 그 장난스러운 말대꾸에 모두가 또 기절을 할 듯이 웃어 댔다. 그러자 소족장이 판결을 내리듯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결론을 내렸다.


“규정 시간에 늦었으니 당연히 벌주를 마셔야지. 오늘은 내가 일이 있으니까 내일 저녁에 회식을 하는 것이 어떤가? 그때 자네는 그 악기를 가지고 와서 노래를 부르는 게 오늘 늦은 벌이야. 알았지? 내일 꼭 준비해서 가지고 오게.”


쥬맥이 재수없게 걸렸다고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수긍을 했다. 상사와 입씨름을 할 수도 없으니 어떻게든 한번 해 보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노래를 못한다고 흉보기는 없깁니다.”


“하하하! 일단 들어봐야 알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왕이면 내가 모르는 신식 노래를 부르게.”


“와~ 재미 있겠어요. 그러면 수르 씨도 같이 늦었으니까 한 곡조 부르세요.”


여무사 하나가 수르를 물고 들어가니 요행을 바라던 수르의 얼굴이 빨개졌다.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쥬맥은 옛날에 금령월이 부르던 노래를 생각 하면서, 새로운 악기에 맞추어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줄을 튕겨 보고 그 소리에 맞추어 목소리 높낮이를 맞추어 불러 보고······.


밤늦도록 나름대로 연구를 해서 겨우 노래를 한 곡 만들고, 또 몇 번 연습(練習)을 하다가 늦게야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드디어 회식 시간이 되어 비 소족장과 소족 무사대 중에서 쥬맥이 소속된 부대원 오십여 명이 우르르 주점으로 몰려갔다.


일 층을 대부분 차지하고 앉아서 오랜만에 하는 회식에 술과 음식으로 포식을 하니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때 벌써 취했는지 약간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오는 비 소족장.


“모두 여기를 주목해 주세여! 우리 부족의 영웅! 영원한 희망! 그 쥬맥이 오늘 새로운 노래를 이곳에서 선보인다고 합니데이. 모두 박슈!”


“와~ 불러라, 불러라, 노래 불러라!”


"호호호호! 빨리하세요!"


회식을 하러 온 무사들과 주점에 술을 마시러 온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서 지르는 함성에, 조금 주눅이 든 쥬맥이 큰 가죽 보자기에 싼 물건을 들고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섰다.


혼자 나가기가 싫어서 수르를 보는데 고개를 살살 흔들며 도리도리를 한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앞쪽으로 나가서 소족장이 만들어 준 의자에 앉더니 가지고 나온 가죽 보자기를 끌렀다.


그러자 그 속에서 천인족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전 처음 보는 짙은 자주색의 악기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모두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의 표정으로 새로운 악기(樂器)를 바라보는데······.


“와~ 악기가 너~무 멋있다. 생전 처음 보는데······, 희한한 악기네.”


모두 악기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쥬맥이 악기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안고서 먼저 음을 골랐다.


스르릉~ 띠리링~ 챠라랑~ 샤라랑~


저음과 고음의 음을 고르며 한번 튕겨 보더니 사람들을 바라보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자연을 닮은 소리를 내는 악기의 줄을 튕기면서···, 밤새워 자신이 손수 만든 노래를······.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링링~)


서산에 지는 해는 노을빛도 고운데, (차~라라라랑~) 부모 형제 다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았다네. (치리리리링~ 링링)


밝은 달빛 아래 눈물로 부르건만, (띠~리리리링~) 대답 없는 메아리 홀로 외로워라. (띠리리리링~ 링링)


원망과 미움 속에 묻혀서 살았더니, (디~디디디딩~) 사랑하는 님마저 나를 떠나가누나. (따라라라랑~랑랑)


세상 천지에 나 홀로 외로운데, (스~르르르릉~) 저 별은 이 내 마음 알고 있을까? (스르르르릉~릉릉)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링링~)


어느 날 달빛 아래 내 그림자 보았다네. (띠~리리리링~), 혼자인 줄 알았더니 그 속에 숨었구나. (띠리리리링~링링)


지켜 주고 이끌어 준 수많은 사람들이···. (스~르르르릉~) 오늘에야 내 존재의 이유를 알았다네. (디디디디딩~ 딩딩)


그 마음 그 사랑을 언제나 다 갚을까? (디~디디디딩~) 이제는 나 홀로 외롭지 않다네. (띠디디디딩~ 딩딩)


인고의 세월 속에 한 송이 꽃이 되어, (샤~라라라랑~) 그대의 마음속에 꽃향기를 전하고 파~ (샤라라라랑~랑랑)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링링~)



사람들이 아름다운 선율에 도취되어 듣다가 전반부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더니, 후반부에는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노래가 시작될 때는 주루 2층에 있는 사람들까지 난간에 기대어 감상을 하였고 노래가 끝나자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歡呼)하였다.


짜자자자작!!


“와~ 한 곡 더! 한 곡 더!”


"너무 좋아요! 한 번 더 해 주세요!"


사실 이 노래는 쥬맥이 처음 만드느라 자신의 인생사를 빗대어 만들었는데, 너무도 맑고 고운 악기 소리와 진기가 실린 맑은 목소리가 어울려서 멋진 화음(和音)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천인족의 노래는 제례 음악에 바탕을 두다 보니 시조처럼 길게 늘어지면서 타악기(打樂器)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비월족의 노래를 본따서 조금 빠르고 경쾌하게 부르는 데다 악기 소리마저 영롱(玲瓏)하게 울려 퍼지니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와 닿았던 것!


여기저기에서 한 곡조 더 부르라고 난리를 치면서 술과 음식 선물이 쇄도하여, 함께 회식을 하러 온 동료들은 돈도 별로 들이지 않고 맛있는 술과 요리로 포식(飽食)을 했다.


너무 쑥스러워서 사양을 하고 들어오니 여(女)무사들이 여기저기서 찾아와 술을 따라 주며, 노래와 악기를 가르쳐 달라고 졸라 댔다.


심지어는 악기를 돈 받고 팔라는 사람들까지 몇 명 나타났고 말이다.


졸지에 쥬맥은 무사가 아니라 인기 좋은 가인(佳人)이 되었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술에 기분 좋게 취해 버렸다. 이렇게 인기가 좋으니 애인이나 생겼으면 좋으련만······.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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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54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66 47 19쪽
»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66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62 4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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