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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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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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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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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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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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회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술기운을 덜려고 하천가 다리에 걸터앉았다. 이 자리에 스쳐 지나간 어릴적 아득한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아딸딸한 기분에 악기를 꺼내어 줄을 스르렁거리다가 자신도 모르게 진기를 운용하여 손끝을 통해서 한 가닥의 강기를 실어 보냈다. 그러자,


파파파팟!


꽈앙!


갑자기 악기의 줄에서 번쩍하며 뇌전과 같은 강기가 발사되더니, 하천가에 있는 큰 바위를 강타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쿠, 깜짝이야! 아니, 이거 뭐야?”


쥬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뭘 잘못했지? 악기를 살펴보니 아무런 이상도 없이 멀쩡했다. 그러면?


분명히 자신도 모르게 무슨 일을 한 것 같았는데······.


‘이러다가 누가 쫓아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 무심결에 돌을 던졌다고 해야지.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니 다행히 밤이 깊어서 그런지 거기까지 와 보는 사람은 없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바위 곁으로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만큼 큰 바위가 가운데에 강기를 맞고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있었다.


‘내가 이러다가 잘못하면 사람을 잡겠구나. 정말 조심해야 되겠어. 어? 사람을 잡아? 그럼 이걸로 무공(武功)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악기의 음을 무공처럼 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쇠처럼 튼튼한 나무와 강한 줄을 사용하였으니 충분히 강기를 실어서 튕겨내도 견딜 것 같았다.


심혈을 기울여 멋진 악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러다가 잘못하면 사람을 죽이는 흉악한 무기가 되게 생겼다.


무기로 사용하고 안 하고는 두 번째의 문제이니 우선 틈나는 대로 원리를 연구(硏究)하고 연습을 해 보았다.


진기를 실어서 튕겨 보고, 강약을 조절하고, 발사되는 뇌전과 같은 광채를 조절해 보고······.


그러면서 강기는 점점 더 멀리까지 정확히 날아가면서 처음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렇게 한동안 음공에 빠져들었다.


강기를 싣지 않고 진기만으로 튕기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음파로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적을 공격할 수 있을까?’


진기를 실어서 음파를 날리기 위해서는 탄지신공처럼 손가락 끝에 진기를 모으는 제대로 된 심법이 필요했다.


‘그 심법(心法)을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음공에 빠져 있을 때 백호제마검이 눈에 띄면서, 대장장이가 검집에 대해서 하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검집의 돌기를 가르쳐 준 대로 순서에 맞추어 눌러 보았다. 마치 비밀 금고를 여는 것처럼.


그랬더니 ‘따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조그만 입구가 열리는 것이 아닌가?


검집을 거꾸로 뒤집어 보니 그 안에서 금빛이 나는 얇은 두루마리 같은 것이 아래로 툭 하고 떨어졌다.


펼쳐 보니 모두 박막으로 된 여섯 장인데, 한 장에는 백호제마검의 여러 신통과 사용법(使用法)에 대하여 적혀 있었고, 다섯 장에는 천둔미리신공(天遁迷離神功)이라는 무공이 적혀 있었다.


둘둘 말린 두루마리를 펼쳐서 읽어 보니 대성하면 입신의 경지인 무신에 이를 수 있는 최상승(最上乘)의 절예라고 한다.


즉 쥬맥이 익힌 혼원은하무량신공(混元銀河無量神功)보다 한 단계 위의 최상승 무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천둔미리신공(天遁迷離神功)에는 심법과 무공 몇 가지가 함께 수록되어 있었다.


천둔미리심법(天遁迷離心法), 천둔미리탄지(天遁迷離彈指), 보법과 신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천둔미리보(天遁迷離步), 천둔미리검법(天遁迷離劍法) 세 초식이었다.


비록 검법은 세 초식에 불과했지만 모두 최상승의 절예로 지금 쥬맥의 경지(境地)로는 펼칠 수 없는 것이었고···.


첫 초식은 이기어검으로 ‘은하탄류(銀河彈流)’이며 두 번째 초식은 무형검으로 ‘천둔은룡(天遁隱龍), 세 번째 초식은 적을 뜻만으로 살기를 보내 죽이는 의형살인으로 ‘의형파천(意形破天)’이라는 초식이었다.


그러니 어지간한 무인들은 내용을 알아도 펼칠 수가 없는 것들인데······.


첫 초식은 7단계 전신(戰神) 즉 화경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초식은 마지막 8단계인 무신(武神)으로 입신의 경지에나 이르러야 쓸 수 있는 초식이었다.


그래서 검법은 당장 펼치지 못하더라도 나머지 신공은 꾸준히 수련을 하고, 검법도 초식 자체에 대해서는 계속 궁리(窮理)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천둔미리탄지의 내용이 혼원은하무량신공에 있는 무량은하신지와 비교해 봤을 때, 현란함이나 열 손가락 전부에서 동시에 지강(指罡)을 발출하는 기예(技藝)는 없었다.


그렇지만 손가락을 바꾸어 가며 쓸 수 있고, 발출하는 지강이 훨씬 강해서 멀리에 있는 적을 격살할 수 있는 장점(長點)이 있었다.


그래서 천둔미리탄지를 익히면서 그 기예를 음공(音功)에 접목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세 달.


그동안 쥬맥은 음공과 천둔미리탄지에 집중적으로 매달렸고, 마침내 음공심법과 몇 가지 음공용의 악보(樂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무공과 악기의 이름을 뭐라고 할까? 금령월이 준 선물이니 무언가 연관을 지어야 할 텐데······.”


그래서 악기를 주었던 비월족 친구 금령월의 이름을 따서 금령음공(金鈴音功)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음공의 심법과 음보, 연주 방법 등을 거실에 있던 고급 종이에 상세히 정리했다.


그리고 악기의 이름을 금령파(金鈴琶)라고 이름 붙이고 몸체 뒤에도 그 이름을 예쁘게 새겨 넣었고.


이제는 수백 번을 연습하여 눈 감고도 음파에 진기만 실어서 공격할 수도 있고, 강기를 실어 뇌전(雷電)처럼 폭격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천둔미리탄지를 응용(應用)하니 삼백 장(900m) 거리까지도 강도를 조절해 가며 공격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물론 멀리 갈수록 정확도는 떨어졌지만.


이 음공은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홀로 정자에 가서 연습을 했다. 그리고 안전(安全)을 위하여 진기의 강도도 일 할 수준으로 줄였다.


어느 정도 음공이 숙달되자 수르에게도 전수(傳授)를 해 주기 위해서 똑같은 악기를 두 개 더 만들었다.


줄이야 앞으로도 열댓 개를 만들 만큼 충분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금속을 아주 가늘게 늘려서 쓰는 것이니.


하나는 혹시 쓰일 곳이 있을지 몰라 잘 싸서 보관하고 하나는 가죽으로 예쁘게 집을 만들어서 수르에게 선물(膳物)하자 뛸 듯이 기뻐했다.


왜냐하면 이 악기를 만드는 데에 수르의 공이 지대했기 때문인데······.


처음부터 음공을 가르칠 수는 없으니 먼저 악기 다루는 방법과 일반 악보를 연습하도록 시킨 뒤, 한 달이 지난 뒤부터 정자에 나가서 음공을 연습했다.


수르는 아직 강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방법만 알려 주고, 진기를 실어서 음파(音波)로 공격하는 방법만 집중적으로 연습시켰다.


좋아하는 수르와 달리 좋은 악기가 결국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되어 버리자 한편으로는 기분이 매우 씁쓸했다.


‘음악을 들려주면 모두 기뻐할 악기가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되다니······.’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금령파(金鈴琶)로 음공 연습을 하는 것 때문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하루는 칠십 대의 농부 세 명이 소부족에서 근무하고 있는 쥬맥을 찾아왔다.


“여보게! 자네가 매일 정자에서 악기를 켜는 쥬맥이 맞지?”


“예, 그렇습니다. 어떤 일로 저를 찾으시는지요?”


“자네는 나와 함께 소족장님께 잠깐 같이 좀 가야겠네.”


“무슨 일이신데 소족장님께 같이 가자고 하시지요?”


“가 보면 알 것이니까 지금 당장에 같이 가세나. 어서!”


쥬맥은 영문도 모른 채 농부들에게 이끌려 소족장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농부들이 소족장을 만나더니 대뜸 우는 소리를 해 대기 시작했다.


“소족장님! 소족장님! 제발 저희 좀 살려 주세요. 이러다가 모두 굶어 죽겠습니다.”


“아니, 어르신들 무슨 일이신데 이러십니까? 어서 말씀하세요.”


“저희가 힘들게 지은 농사가 다 시들고 말라서 죽게 생겼습니다.”


“예? 농사가 다 죽다니요?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글쎄 일이······.”


농부들이 소족장을 붙들고 자초지종을 얘기하는데 그 사연은 이러하였다.


농사가 잘되고 있었는데 두 청년이 매일 밤에 논밭이 있는 근처의 정자에 와서 악기인지 뭔지를 가지고 뚱땅거리며 논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잘 자라던 벼나 밀, 채소가 모두 말라서 죽고 있으니 그것은 아무래도 쥬맥이 다루고 있는 악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한마디로 ‘죽은 농산물을 살려 내고 다시는 그곳에서 악기를 켜지 못하게 해 달라’ 이런 요구였다.


달리 말하면 농산물값을 변상하라는 것!


쥬맥은 밤에만 다니니 농산물(農産物)이 잘 보이지 않아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사실 잘 살펴보지도 않았지만······.


농부(農夫)들의 하소연에 소족장이 쥬맥을 바라보면서, 얘기를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꺄웃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악기를 켜는 소리에 농산물이 죽는다라? 처음 듣는 얘기라서 저도 잘 믿기지가 않는데, 지금 저랑 함께 가 보실까요?”


“예, 그러시지요.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함께 가 보시지요.”


결국 쥬맥도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함께 정자가 있는 곳까지 따라갔다.


“저깁니다요.”


정자에 이르러 농부들이 가리키는 둘레를 살펴보니, 정말로 정자를 중심으로 주변 오십 장(150m) 이내의 곡식(穀食)과 풀이 모두 말라서 죽어 가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벌레나 개구리 등 모든 생명체가 죽어 있는 것이 아닌가?


소족장도 쥬맥도 깜짝 놀랐다. 진기를 최소한 적게 주입해서 연습을 했지만 아무래도 오랜 연습 때문에 그리된 듯했다.


쥬맥이 생각하기에도 악기를 가지고 여기에서 음공을 연습한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였다.


“어이, 쥬맥!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정말로 여기에서 악기를 연습했고, 그것 때문에 이런 현상(現狀)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는가?”


소족장의 물음에 쥬맥은 이럴 때는 진실을 솔직하게 말하고, 빨리 합의를 해서 마무리를 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제가 매일 밤 여기에서 악기를 연습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농사에 영향을 미칠 줄은 저도 미처 몰랐습니다. 지금 상황을 보니 농산물이 죽어 가는 것은 악기의 영향이 맞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 좋은 해결 방법이 없을까?”


소족장 입장에서도 문제가 커지기 전에 수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소문이라도 나면 골치가 아파지니.


“피해에 대해서는 당연히 제가 보상을 하고, 앞으로는 이곳에서 악기를 켜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알았네. 어르신들! 방금 이 친구가 한 얘기를 들으셨죠? 이 친구가 무공이 높아서 우리 부족의 어려운 일은 다 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여기에서 악기를 다루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모양인데, 피해를 다 보상해 드리겠다고 하니까 사정을 좀 봐주시죠.”


그러자 그중에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농부가 나서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사람은 우리도 잘 알지. 지난번에 에피온개 떼도 다 처리를 해 주고 야차족과 싸울 때도 가장 앞장서서 여러 사람을 살렸다고 들었어.”


그러면서 같이 온 농부들을 바라보며 합의를 보자고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여보게들! 우리 적당한 선에서 보상을 받고 끝내세. 이 젊은이는 앞으로도 우리 종족을 위해서 더 큰일을 해야 할 사람이 아닌가?”


그러자 모두 수긍을 하고 나섰다.


“그러지요. 제대로 보상만 해 준다면 다른 거야 뭐 문제될 게 있나요.”


“그럼 보상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우리는 여기에서 태을미를 다섯 가마니 추수하니까 금령으로 다섯 개는 받아야 되겠어.”


“난 선담밀인데 나도 금령 다섯개.”


“우린 채소지만 밭이 넓으니 우리도 금령을 다섯 개는 받아야지.”


농부들의 요구 내용을 들어 보니 좀 과하다 싶은지 소족장이 나서서 변상액을 좀 낮추려고 시도했다.


“이 친구의 공을 봐서 조금씩만 사정을 봐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나 쥬맥은 차라리 충분한 보상을 하고 일을 깨끗이 마무리하는 것이 더 났다고 생각되었다. 몇 푼 아끼려고 하다가 일이 더 복잡하게 꼬일 수도 있으니까.


“아닙니다 소족장님. 제가 다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자, 여기서 바로 드려도 실례가 안 될는지요?”


“우리야 얼른 받으면 좋지 뭐.”


“그럼 여기 있습니다. 한 분당 금령 다섯 개에 정신적인 피해 보상으로 한 개를 더하여 여섯 개씩 드리겠습니다.”


쥬맥이 바로 전대(纏帶)를 꺼내어 금령을 여섯 개씩 나누어 주자 모두 좋아서 입이 함지박만 하게 커졌다.


“역시 크게 될 사람은 다르군. 마음고생을 한 것까지 다 보상을 해 주니 고맙네. 어차피 이번 농사는 망쳐서 세 달 뒤에나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하니까 그동안은 그냥 여기에서 연습해도 되네. 더 번지지 않게만 해 주게.”


“어차피 이리된 것 그러지 뭐.”


변상이 마무리 되자 농부들은 볼 일이 모두 끝났다는 듯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돌아갔고, 쥬맥은 돌아오면서 소족장과 이번 건에 대해서 좀 더 대화를 나눴다.


“자네는 돈도 많네그려. 너무 과해서 내가 좀 깎아 주려고 했더니···. 급료가 나올 때까지 쓸 생활비는 있는가?”


“저는 혼자 살아서 돈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잘 마무리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때문에 좀 시끄러워질 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일이 잘 마무리되었으니 된 것 아닌가? 그런데 악기를 켠다고 정말로 농산물이 죽을까? 나로서는 금시초문(今始初聞)일세. 그렇지 않은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무슨 내막이 있는지 매우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그렇다고 음공을 감출 수도 없고······.


“사실은 지난번에 제가 만들었던 악기가 있지 않습니까? 주루에서 노래하며 손가락으로 튕기듯이 켜던 그 악기 말입니다.”


“아~ 그거 정말 멋지더군. 그런데 처음 보기는 해도 그냥 악기 아니던가?”


“그냥 악기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악기를 다루다가 실수로 우연히 음파에 진기를 실어서 보내는 음공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칠까 봐 저 정자에 가서 연습을 했더니 그 음공 때문에 저리된 것 같습니다.”


“음! 자네 말을 들어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런데 자네 참 대단하네! 어떻게 악기의 음파에 진기를 실어서 공격하는 음공을 발견했어? 이것이 이리저리 알려지면 시끄러워질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게.”


“알겠습니다. 더욱 주의하겠습니다.”


“어차피 옛날 아리별에서처럼 우리 종족끼리도 파가 갈려서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야 이제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해서든 여러 종족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무공도 많이 만들어서 전력을 보강해야지. 나는 모른 척할 테니까 열심히 하게.”


“감사합니다.”


“지금은 우리 종족이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하니 그럴 것 없네.”


그렇게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니 수르가 걱정하는 얼굴로 물었다.


“맥아, 어떻게 된 거야? 해결은?”


“응, 걱정하지 마. 잘 해결 됐어. 세 달은 더 연습해도 된대.”


그러자 옆에서 소족장이 웃으며 나서더니 농담 삼아 한마디를 던졌다.


“쥬맥이 보상하느라고 빈털터리가 되었다네. 자네가 좀 도와주게.”


그러면서 쥬맥을 보고 한쪽 눈을 찡긋했다. 순박한 수르는 그래도 그 한마디에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아니, 정말이야? 도대체 얼만데?”


“아니야, 괜찮아. 그 정도는 문제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쥬맥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웃으면서 손을 내젓고 털어 버리니, 이번 소동은 이렇게 조용히 일단락되었다.



농산물 사건이 발생한 뒤로 쥬맥은 악기로 음공을 연습하는 데에 더욱 주의를 기울였다.


세 달은 더 그곳을 쓸 수 있으니 다행인데, 그 전에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연습을 할 수 있는 무언가 다른 대책(對策)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그날부터는 악기의 음파와 강기를 원하는 방향이나 표적으로 하는 상대에게만 집중적으로 보내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어느 곳에서 하더라도 무고한 사람이나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연습을 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또다시 두 달을 꼬박 궁리한 끝에 결국 그 방법을 알아냈다.


진기로 음파 또는 강기가 날아갈 방향을 유도하고, 그 둘레에 진기로 막을 쳐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만 날아가게 하는 것!


이렇게 연습을 거듭할수록 점점 그 범위를 좁혀서 멀리 있는 표적까지도 정확히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수르에게 가르치는 데 또 한 달이 걸렸고 말이다. 이렇게 세 달이 흐른 뒤에는 주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마음대로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수르도 이제는 음공을 완전히 익혀서 혼자 연습을 하기로 했다. 그저 계속 숙달시키는 일만 남았을 뿐이니······.


쥬맥도 음파를 표적에만 보낼 수 있게 되자 이제는 음공을 연습하려고 정자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천막집 안에 음파나 강기를 받아서 흡수할 표적을 세우고,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진행 통로를 좁혔다.


그렇게 되니 이제는 옆에 서 있어도 연주자가 음을 차단하면 악기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표적으로는 몸통만 한 자철목 통나무를 사용했는데, 가운데를 둥글게 파낸 다음 방음 재료를 압축한 것으로 속을 채웠다. 그러니 강기나 음파가 부딪치는 소리가 모두 그 재료에 흡수되었고.


그래서 이제는 좀더 어려운 공격 수단을 개발해서 한 번에 수십 개의 강기를 동시에 날리는 연습을 했다.


띠디딩딩~ 피비비빗! 슈슈슈슉!


쥬맥이 거실 앞에 설치한 표적에는 매일 밤 수많은 강기 다발이 날아들었고, 강기에 부딪친 흔적은 날이 갈수로 손톱만 한 한점으로 집중되었다.


이제는 내공을 좀더 주입해서 강하게 강기를 발출해도, 표적 외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고 말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쥬맥이 만든 악기와 똑같은 것을 만들어 달라고 큰돈을 들고 와서 부탁을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특히 악기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이 악기가 큰돈을 벌 수 있는 횡재거리라고 생각해서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그러나 쥬맥은 자신이 만든 악기가 잘못해서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되어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항상 만든 사람과 쓰는 사람은 서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 법이니.


악기는 음악을 연주하는 그냥 악기일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거기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날 때!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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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67 4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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