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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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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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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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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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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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환시력 이십이 년.


다시 새해가 밝으니 쥬맥의 나이도 벌써 스물여덟이나 되었다.


그동안 백호대 대장을 맡으면서 인드리코룡이나 야차족과의 전투 외에도, 다른 육식 공룡들의 습격이나 또 다른 야차족 패잔병들과의 전투 등 여러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러나 항상 엄격한 규율 아래 훈련을 거듭하고 있는 백호대는 큰 무리 없이 쥬맥의 지휘 아래 이 사건들을 무사히 해결해 나갔다.


전투가 거듭될수록 처음에는 연륜(年輪)이나 가문(家門)을 앞세워서 쥬맥을 업신여기던 사람들이 점차 쥬맥을 깍듯하게 상사로 대우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행동이 엄정하고 솔선수범하여 자신들을 위해서 열심히 뛰는 모습에 감화된 것이다. 그리고 위험한 순간마다 뛰어들어서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 주니 어찌 함부로 대할손가?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어느 날, 쥬맥에게 반가운 손님이 둘이나 찾아왔다.


하늘에 흰구름 몇 점이 한가로이 떠가는 하늘에 흰구름 같은 백색(白色)인데 번개처럼 빠르게 날아가는 거대한 새가 한 마리 나타났는데······.


천인족의 거주지를 한 바퀴 돌면서 끼욱거리더니 다시 방향을 틀어서 백호대의 기지를 맴돌며 끼욱거렸다.


모든 천인족들이 처음 보는 거대한 흰색 독수리에 놀라서 하늘을 쳐다보며, 혹시 신수가 아닌지 또는 천인족을 공격하지나 않을지 걱정을 했다.


천령대와 백호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천궁까지 준비했고 말이다.


거대 흰색 독수리는 한쪽 날개가 십 장(30m) 길이에, 몸통은 두께가 일 장(3m) 길이가 오 장(15m)쯤 되어서, 지구에 이주한 이래 처음 보는 가장 거대한 새였다.


그때 쥬맥은 흰색 거대 독수리가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고 막사 밖으로 나오는 중에, ‘끼욱’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릿속으로 정신 감응의 신호가 왔다.


누군가 자신의 머리에 신호를 보내는 것인데, 소리로 봐서는 옛날 친구 별이의 울음소리를 닮았다.


혹시 별이가 찾아온 건 아닌지 기쁜 마음에 밖으로 뛰쳐나오니, 이별할 때보다 훨씬 거대해진 흰색 독수리 별이가 붉고 길게 자란 머리 깃을 흩날리며 낮게 상공을 맴돌고 있었다.


백호대는 공격 준비를 마치고 천궁을 별이에게 겨눈 상태에서, 발사 명령만 떨어지면 수백 발의 큰 화살이 별이에게 빗발처럼 날아갈 상황이다.


독수리가 점점 낮게 비행하며 다가오자 마침내 백호대는 부대장의 재량하에 막 천궁을 발사를 하려고 하는데, 쥬맥이 황급히 외치며 뛰어갔다.


“사격 중지! 공격하지 마라!”


대장이 뛰어오며 공격 중지를 외치자 모두 겨누었던 천궁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하지만 모두 의아한 표정이다. 저 거대한 독수리를 홀로 어찌하겠다는 것인지.


그것을 보고 안심한 쥬맥이 주변을 맴도는 거대한 독수리를 향해서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별이야! 나다 쥬맥! 어서 내려와.”


그 소리를 듣고 별이가 반가운 듯 끼욱거리더니 한 바퀴를 더 돌면서 천천히 땅으로 날아내렸다.


쥬맥이 반가워서 달려가자 별이도 아장걸음으로 급하게 달려오더니, 두 날개로 쥬맥을 끌어안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며 얼굴을 마구 비벼 댔다.


[쥬맥! 나 별이. 칭구 보고 싶었쩌.]


“그래! 내 친구 별이구나. 언제 이렇게 커 버렸어? 정말 너무 보고 싶었다. 그동안 잘 지냈지? 그런데 이제 보니까 선어도 할 줄 아네?”


[주작 신수한테 쪼금 배웠다. 너 보고 싶어 배웠다. 점박이 온다.]


“응? 점박이도 온다고? 언제?”


[점박이 금방 온다.]


그러면서 얼마나 반가운지 계속 쥬맥을 껴안고 부리를 쥬맥의 볼에 비벼 댔다.


점박이와 별이는 쥬맥이 떠난 뒤에 신수(神獸) 주작을 따라가서 신수 수행을 했다. 별이는 주작을, 점박이는 백호를 스승으로 삼아서.


그래서 이제 생명을 해치지 않고 과일과 열매, 영초 등을 주식으로 하며 토납술로 수행(修行)을 하는 삶은 무척 단조롭고 외로웠다.


쥬맥이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 주고 그 이름을 불러 주었으며 처음으로 마음을 주는 친구가 되어 주었는데, 그 친구가 어느 날 혼자서 훌쩍 떠나 버렸다.


그래서 별이와 점박이는 쥬맥이 너무나 보고 싶어서 시름시름 마음에 병을 앓으며 우울증(憂鬱症)에 빠졌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서 주작과 백호 신수가 별이와 점박이에게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대신에 친구를 한 번 만나고 오면 앞으로는 열심히 신수 수행에 정진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말이다.


그래서 둘은 기뻐서 정신없이 천인족의 주거지(住居地)로 와서 쥬맥을 찾아 헤맨 것인데······.


점박이는 본디 짐승이라 땅 위로 뛰어서 다녀야 하니, 천인족의 주거지 둘레를 돌다가 별이가 쥬맥을 찾았다는 신호를 받고 열심히 뛰어오는 중이었다. 친구를 만날 생각에 정신없이.


백호대와 근처에 살던 천인족들은 거대한 독수리가 쥬맥을 껴안고 반가워하는 모습에 모두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구경을 했다.


철부지 어린아이들은 처음 보는 거대한 새가 신기해서 계속 별이의 주변을 맴돌았고······.


어찌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런 모습이 이해가 가겠는가? 마치 동화 속에나 나오는 한 장면처럼 느껴질 뿐이지.


그때 멀리에서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려왔다.


“으허허엉~”


“점박아!”


쥬맥의 외침을 듣고 결계가 쳐진 울타리 밖에서 흰털에 울긋불긋한 점이 박혀 있는 거대한 표범이 날아올랐다.


한 번 도약에 이십여 장을 날아서 단번에 울타리를 뛰어넘으니, 그 덩치의 거대함과 울타리의 덧없음에 모두 깜짝 놀랐다.


거대(巨大)한 독수리가 나타나더니 이제는 거대한 짐승까지 나타나 쥬맥을 향해서 비호처럼 빠르게 달려가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모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놀라는 한편 별일 다 보겠다는 표정(表情)들이다. 세상에 짐승들이 사람을 찾아오다니!


점박이도 훨씬 덩치가 커져서 이제는 등 높이가 일 장(3m)에 몸통 길이는 육 장(18m), 그리고 꼬리만 해도 일 장 반(4.5m)까지 자랐다.


“으허헝~ 으헝~”


“그래, 점박아! 나도 보고 싶었다.”


[나 울었다. 점박이 울었다. 내 친구 보고 싶었다.]


“우와~ 점박이 너도 이제 별이처럼 선어를 할 줄 아는구나.”


[내 친구 보고 싶어, 말하고 싶어서 배웠다.]


“그래, 너희들 정말 장하구나. 정말 멋진 내 친구다.”


[맞다. 우린 친구다. 친구.]


[내 칭구 너무 보고 싶었쩌.]


점박이나 별이나 이제 덩치로는 쥬맥과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마음은 예전의 친구 그대로인지 서로 어울려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쥬맥에게 동물 친구가 찾아왔다.”


이 소문은 금방 천인족 전체로 퍼져 나갔다. 쥬맥에게 신수 같은 거대한 흰색 독수리와 표범이 사람처럼 친구를, 쥬맥을 찾아왔다고.


모두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어떤 사람은 부러움 반 질투(嫉妬)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태을 선인은 이미 산에서 본 적이 있는지라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르는 산에서 쥬맥이 외롭게 지내면서 사귄 친구들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점박이는 그 큰 덩치에 얼마나 좋은지 ‘으헝~으헝~’ 하며 실제로 굵은 눈물을 줄줄이 흘리고 있었다.


쥬맥을 만나기 전에는 약한 상대를 잡아먹고 사는 한갓 야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약육강식의 생태에 물들어서.


조금 자라니 엄마도 야박하게 자신을 쫓아냈고 형제자매도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으르렁댔다.


그런데 쥬맥을 만나고 나서 점박이의 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을 알고, 느끼고, 주는 것을 통해서 이제까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 것!


이렇게 신수 수행을 하는 것도 다 쥬맥이 기본 틀을 잡아 주고 인연을 맺어준 덕분(德分)이 아닌가?


그러니 쥬맥은 평생의 은인이다.


그런 걸 떠나서 친구가 그냥 너무 좋고, 보고 싶고,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니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그냥이다 그냥! 아무런 조건도 이유도 없이, 마음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순수한 그냥 말이다. 그냥!!



쥬맥은 옛 친구들을 위하여 오랜만에 이틀 간의 휴가를 냈다. 이제 또 언제 볼지 모르는데 섭섭하게 그냥 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부족장 탕타로는 자신이 아니라 쥬맥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싫어서 마땅찮아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한울과 천사장, 대신녀를 비롯하여 직속 상사인 비율신 대족장까지, 앞으로 천인족을 도울 새로운 신수들이 대를 이어서 탄생할 수 있음에 매우 기뻐했다.


종족이 멸족의 위기에 처하면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억만금을 주고도 돈으로는 살 수가 없는 것이니!


그래서 쥬맥의 말을 듣자마자 등을 떠밀다시피 해서 휴가를 보냈다.


휴가지는 셋이 함께 뛰어놀던 추억이 서려 있는 곳, 바로 장대한 대협곡이 거인처럼 길게 누워 있는 곳이었다.


대협곡에 이르러 보니 새삼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르자, 셋이 나란히 서서 말없이 대협곡의 장대한 풍경을 바라보며 옛 생각에 젖었다.


그때 쥬맥이 옛날 여러 가지 시합을 하던 생각이 나자 둘을 꼬드겼는데······.


“점박아, 별이야, 우리 누가 가장 목소리가 큰지 시합할까?”


[나가 제일 크징.]


[아니냐 내가 크다.]


“그럼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고함을 지르기다. 알았지? 자, 센다. 하나~ 둘~ 셋!”


“우와아아아아아아~~~”


“크허어어어어어엉~~~”


“끼우우우우우우우~~~”


셋의 고함소리에 대협곡 주변의 산천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 소리에 놀란 새들은 푸드득거리며 날아올랐고, 짐승들은 꼬리를 말고 죽어라고 산 아래로 도망을 쳤다.


그들이 도망치며 서로에게 외친다.


“끼루끼루 끼루(옛날 악동들이 돌아왔다. 도망쳐라!)”


“컹컹 크허엉 컹(악동들이 왔다. 달아나라 달아나!)”


셋이 산을 비운 사이에 그 자리를 꿰차고 왕초 노릇을 하던 녀석들이, 세 악동의 금의환향(錦衣還鄕)에 행여 잡힐세라 힘들여 구축한 영역을 미련 없이 버리고 달아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 목소리가 제일 컸다.”


[아녕 나 별이가 최고당.]


[전부 내 목소리 듣고 도망 갔잖여?]


“안 되겠다. 그럼 달리기 시합한다. 저기 큰 바위까지 빨리 가기 시합이다.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뛰는 거야. 알았지? 준비~ 하나둘셋!”


원거리는 당연히 별이가 직선으로 날아가서 일 등을 할 것이니 백 장(300m) 정도의 단거리 목표를 정해서, 하나 둘 셋을 길게 늘이지 않고 붙여서 빠르게 센 뒤에 번개처럼 뛰쳐나갔다.


세는 소리가 길게 늘어질 거라고 기다리던 둘은 뒤늦게 알아차려서, 하나는 날아오르고 하나는 가속도를 붙이며 껑충껑충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리 준비를 하고 있던 쥬맥이 경신술(輕身術)을 극성으로 펼쳐서 가장 먼저 목표 지점에 도착해 버렸다.


그래 놓고 자신이 일 등을 했다고 거드름을 피우며 자신만만하게 두 친구를 돌아보았다. 마치 정당한 실력으로 이긴 것처럼 말이다.


“자, 봤지? 내가 일 등을 한 거야. 너희 둘은 벌칙으로 뭘 할 건데?”


그러자 날개를 탈탈 터는 별이.


[별이는 너무 억울! 너무해 흥! 고럼 내 날개에 태워 주깡?]


[나 등 태워 주마. 빨라서 무서버 죽을 끼야.]


이렇게 내기에 이겨서 주맥은 별이의 등에 타고 자오봉(子午峯)의 정상 사천 장(12,000m) 높이까지 가자고 했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높은 우르산맥의 최고 봉우리, 높아서 지금까지 아무도 오를 수 없었다는 곳이다!


쥬맥은 그곳이 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신수 수행을 하는 별이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거대한 몸체와 수행으로 다진 힘으로 번개처럼 날아서 한 시진만에 자오봉의 정상(頂上)을 몇 바퀴나 돌고 왔다.


쥬맥은 사시사철 흰 눈이 쌓여 있는 자오봉의 장엄한 자태에 넋을 잃었다.


날개 없이 걷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 중에서 자오봉 정상에 올라 본 존재는 쥬맥이 유일(唯一)할 것이다.


밑에서 보는 세상과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드넓은 세상은 많이 달랐다. 마치 육신에서 혼만 유체 이탈(遺體離脫)하여 하늘로 치솟는 느낌이랄까? 모든 것이 눈 아래로 내려다보이니······.


진기로 몸을 보호하지 않았으면 아마 차가운 바람에 얼어서 죽었을 것이다.


점박이는 너무 멀리 가기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쥬맥을 등에 태우고 천둔산의 정상에 올랐다.


해발 천칠백 장(5,100m)이 넘는 천둔산 정상에도 흰 눈이 쌓여 있었고, 천인족이 이주하면서 생긴 사차원(四次元)의 공간균열은 아직도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몇 군데 좁은 틈새가 마치 시커먼 악마의 목구멍처럼 아직도 입을 벌리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주맥은 새삼 이십이 년전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너무도 여리고 힘없던 시절.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얇은 옷 하나에 의지해서 추위에 오들오들 떨던 아이.


그리고 한울이 따스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기억도······.


이제는 세월이 지나서 빛바랜 추억이 되었지만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정상에는 천인족이 버리고 떠난 많은 물건들이 아직도 얼거나 눈에 덮여서 그대로 방치(放置)되어 있었다.


쥬맥은 훗날 혹시 지금은 가지고 갈 수 없어서 버려진 것들이 필요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버려진 여러 물건들의 형태와 크기, 동작 원리, 재료 등등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때 기억으로는 태을현철 다섯 덩이 중에서 두 덩이가 이곳 깊은 계곡으로 굴러떨어져서 찾지 못했다고 했는데······.


떨어졌다는 깊은 계곡을 정상에서 살펴보며 언젠가 자신이 찾으러 올 때가 있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쥬맥이 둘러본 것을 거의 마쳤을 때 점박이가 추우니 가자고 보챘다.


[쥬맥! 너무 춥다. 가자 우리.]


그러면서 너무 춥다는 듯이 몸을 웅크렸다. 이렇게 눈이 쌓여 추운 곳은 점박이도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 다 봤으니까 가자.”


다시 쥬맥이 처음 버려졌던 바위로 돌아오니 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혼자 심심했는지 투덜댔고······.


[점박이 느리다. 오래 걸렸다.]


사실 별이와 점박이는 쥬맥을 등에 태우고 자랑 삼아 돌아다니고 싶었다.


전에도 태워 주려고 하면 쥬맥이 친구의 등을 함부로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며 극구 사양을 했는데, 둘이 이제는 워낙 덩치가 커져서 시합을 빌미 삼아 태워 준 것이다.


이로써 쥬맥은 하늘 위에서 또 새로운 세상을 보았고, 버려진 여러 물건으로부터도 미래에 필요할지 모르는 많은 지식과 영감(靈感)을 얻었다.



나머지 시간은 점박이와 별이가 주작과 백호 신수로부터 배운 영초(靈草)를 찾는 법에 대해서 가르쳐 주었다.


신수들은 살생을 삼가니 깊은 산속에 살면서 식사 대용으로 여러 가지 영초를 먹었다. 그것으로 영단을 만들기도 했고. 그렇기 때문에 영초를 감별하고 찾아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쥬맥도 둘이 가르쳐 준 대로 반복해서 연습을 해 보니 비교적 쉽게 영초를 찾을 수 있었다. 나중에 영초가 필요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틀의 휴가는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결국 별이와 점박이는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음에 반드시 다시 만나러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떠났고 말이다.


쥬맥도 서운한 마음으로 두 친구를 보내고 힘이 빠져 터덜터덜 돌아왔다.


그런데 문득 동굴에서 생활할 때 채집해서 말려 두었던 약초와 독초가 생각이 났다.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말리고 보관해 온 것이다.


‘집에 그대로 있을 텐데······.’


주거지로 돌아올 때 봇짐에 싸서 가지고 왔는데, 그동안 다른 일에 신경을 쓰느라고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 도착하여 봇짐을 찾으니 가져온 물건들이 제자리에 그대로다.


‘혼자 사는데 내가 아니면 누가 만지겠나?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하지? 오래 두면 쓸모가 없을 텐데. 약효도 떨어질 것이고······.’


여러 가지로 그 용처를 고민했다.


그리고 이제 물고기 말린 것은 다 먹었지만, 자오음양지를 말린 것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데쳐서 독을 빼고 잘 말려 둔 것이지만, 오래 두면 습기가 차서 상할지 모른다. 그래서 진령닥 종이에 하나하나를 싸서 이중으로 포장(包藏)을 했다. 진령닥으로 만든 종이는 멸균 효과가 있어서 천년을 간다고 했으니.


혹시 나중에 긴요하게 쓰일 때를 대비하여 잘 포장해서 바람이 통하는 곳에 매달아 두었다.


그리고 말린 약초와 독초는 오래 방치하면 약효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용처를 고민하다가 보자기에 싸 들고 집을 나섰다.


‘그래, 은혜는 갚아야지.’


전에 쥬맥이 아플 때 치료를 해 주었던 신의를 찾아가니, 환자를 돌보는 중이라 잠시 기다리다가 내실로 들어가서 인사를 드렸다.


“신의님! 저는 백호대 대장을 맡고 있는 쥬맥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쥬맥이라면 전에 풍토병으로 죽을 뻔한 그 친구가 아닌가?”


“예, 맞습니다. 신의님 덕분에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아닐세. 당시 그 병은 나도 방법이 없었다네. 자네가 살아난 건 천운이야. 아마 조상님과 천신의 보살핌이 있었을 것이야.


참! 자네가 알아 온 방법대로 단약을 제조하여 그동안 여러 번 같은 병을 앓던 사람들을 고칠 수 있었다네. 고마우이. 다 자네 덕분이야.”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도 우연히 이종족에게서 알게 된 것입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제가 더 감사할 일이죠.”


“이런 겸손은,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인가? 약이라도 필요한가?”


“다름이 아니라 제가 산에 있을 때 식물도감을 보고 약초와 독초 몇 가지를 발견하여 말려 둔 것이 있습니다. 혹시 필요한 곳이 있을까 하여 생각해 보다가 신의님 생각이 나서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 어디 한번 보여 주게.”


“예, 여기 있습니다. 변변치 않은 것이지만, 한번 살펴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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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33 4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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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25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31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34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55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57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4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9 45 19쪽
»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46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9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9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41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54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54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66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66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62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88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63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44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47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58 4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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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51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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