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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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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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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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老慾)과 노추(老醜).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라스베이거스(Las vegas).

1930년대는 후버댐 공사 인부들의 유흥도시였다.

그 후로 마피아의 도시로 악명을 떨쳤다.

지금의 화려한 모습은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베가스 남작'으로 불리던 하워드 휴즈에 의해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기업사냥꾼‘으로 악명이 높았던 커크 케르코니언이 MSM Studios의 상표권을 활용해 카지노 호텔을 만든 후로 라스베이거스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게이밍(카지노) 산업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로 한 해 4,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도시가 되었다.

카지노 업계에서 내는 특별세가 시재정의 2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 중에서 MSM-Mirage Resorts는 지난해 매출 70억 달러를 기록해 SANDS H&C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복합리조트 기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MSM-Mirage Resorts는 시가총액 190억 달러에 이르는 대기업이다.

일명 스트립이라고 불리는 라스베이거스 Blvd 선상에 위치한 대표 호텔들 즉 MSM그랜드·벨라지오·미라지·뉴욕뉴욕·룩소르·엑스칼리버·만달레이베이·서커스서커스·몬테카를로·델라노·이리아 등의 호텔을 소유 또는 운영하고 있다.

또한 네바다 주 로린시와 프림시, 오하이오주 디트로이트시, 테네시주 멤피스, 미시시피주 빌록시, 호주 다윈시, 마카오 그리고 남아프리카 등지에 18개가 넘는 호텔 &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 있는 MSM-Mirage Resorts의 상징 MSM Grand Las Vegas 컨퍼런스 센터.

그곳에서 주주총회가 한창이다.

이번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은 새로운 이사와 감사의 선임 MSM 호텔 카지노의 아시아 진출(특히 일본과 한국)에 대한 사업 설명, 지난 6월 홍콩 증시에 상장된 MSM China Holdings의 지분 조정과 공모 자금 사용처에 대한 최종 승인, 부채 탕감을 위한 일부 호텔 카지노의 매각 등이다.

MSM Entertainment가 대주주가 되고 나서 열리는 두 번째 주주총회다.


“안건 상정과 표결에 앞서 MSM-Mirage Resorts의 CEO 제임스 모렌씨의 간략한 브리핑이 있겠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주주총회의 이사회 의장석에 호텔 창업자인 커크 케르코니언도 전 미라지 호텔 회장도 아닌 50대의 백인 남자가 앉아 있다.

바로 MSM Entertainment의 조슈아 올슨 회장이다.

대주주 지위를 얻은 후에 이사회의장부터 교체를 했는데, 커크 케르코니언을 물러나게 하고 조슈아 올슨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평소 대리인을 보내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류지호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사실상 MSM-Mirage Resorts의 2대 주주이기도 하고.

류지호가 직접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패밀리 오피스인 GARAM Invest company를 통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MSM과 류지호가 보유한 지분이 과반을 넘는 53%에 달한다.

GARAM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MSM Entertainment에 넘기면 계열사가 아닌 자회사로 편입시킬 수도 있다.


“아시다시피 MSM China는 MSM-Mirage와 마카오의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의 딸이 합작해서 만든 회사입니다.”


또한 커크 케르코니언, 헤지펀드 Paulson Invest,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JHO 등이 투자했다.


“MSM-Mirage는 MSM China의 지분 56%를 보유한 지배회사입니다. 지난 6월 MSM China의 홍콩증권거래소 IPO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상장 첫날 15억 달러를 조달했습니다. MSM China는 15.34 홍콩달러에 공모가를 형성한 후 15.6홍콩달러에 장을 마친 후, 7월 현재 17~18홍콩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모렌이 주주들이 좋아할 만한 소식을 연달아 전했다.

주주 서신을 통해 알고 있던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소개하는 것은 주주들이 최고 경영자에게 관련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좋은 소식과 희망적인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회의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이사회 구성 표결이 진행되었다.

류지호가 신임 멤버들로 새롭게 이사회가 구성되는 걸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케르코니언의 시대는 끝났네....”


MSM과 Mirage 두 호텔 브랜드가 합병할 때, 사실상 커크 케르코니언은 자신이 세운 회사의 지배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회사가 JHO Company Group계열의 MSM Entertainment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이사회에서까지 물러나게 됐다.

이번 주주총회를 계기로 류지호의 사람들로 이사회가 채워지게 됐다.

비록 MSM Entertainment의 자회사로 편입된 것은 아니지만, 호텔 카지노 및 리조트 사업을 포함한 41개 계열사를 포함한 모든 MSM-Mirage Resorts 계열사들이 JHO Company의 통제 하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 과거 MSM Studios 기업사냥에 나서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떠났던 커크 케르코니언에게 한 방 크게 먹여준 미스터 할리우드!

- 투기자본에 농락만 당하던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받은 만큼 돌려주었다!


할리우드 연예매체들이 기업사냥꾼으로부터 MSM 상표권을 되찾아온 것과 동시에 아예 호텔과 리조트 사업까지 빼앗아온 류지호를 칭송했다.


- MSM을 놓고 벌인 신구 투자귀재들의 한판 승부! 마침내 결판!

- MSM-Mirage 지배권을 놓고 벌인 경쟁에서 탐욕의 카지노 황제를 추방하고 미스터 할리우드가 왕좌를 차지.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히 영화를 다루는 매체가 떠들썩한 이유가 있다.

그것도 ‘할리우드의 승리‘라는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커크 케르코니언은 1980년대를 주름잡던 미국의 대표적 기업 사냥꾼(Raider) 3인방 중 한 명이었다.

지금까지 MSM그룹을 세 번이나 사고팔아 큰 차익을 남겼으며, 컬럼비아스 픽처스와 20세기 팍스 등 할리우드 영화사에도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문제는 차익을 남긴 수법이다.

그는 MSM의 단물이란 단물은 죄다 빨아먹고, 소위 ‘먹튀‘했다.

한 번만 그렇게 했다면 할리우드 업계에서도 그러려니 하겠는데.

무려 세 번에 걸쳐서 ‘사고팔고’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역사와 전통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온갖 자산을 다 팔아치웠다.

할리우드를 상징했던 메이저 스튜디오의 맏형격인 영화사를 한낱 기업사냥꾼이 평범한 영화사로 전락시키고 말았던 것.

그러니 업계 사람들이 미워하는 것을 넘어 증오할 수밖에.


‘스튜디오를 조각조각 내서 팔아치웠기 때문에 내가 싼 가격에 인수할 수 있긴 했지만.’


암튼 커크 케르코니언은 젊은시절 아마추어 복싱선수로 활동했다.

도박 게임인 포커판에서 과감한 베팅을 즐기는 성향이었다.

이후로 금융업을 시작하며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특히나 ‘기업사냥꾼‘으로 악명을 떨쳤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 ‘빅3’의 지분을 번갈아 매입 및 매각해서 큰 이익을 남겼다.

심지어 경영에까지 관여해 분쟁을 일으키곤 했다.

그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기도 했다.

2007년에는 맥스웰 모터스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헨리 모터스 지분 6.5%를 인수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그때부터 51%에 달했던 MSM-Mirage의 지분도 급감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분이 8%까지 떨어지게 되었고, 류지호가 소유한 기업들이 작업(?)을 치면서 이 시기에는 4대 주주로 내려앉고 말았다.

게다가 94세의 고령이다.

더 이상 경영과 투자일선에 나설 수 없는 건강 상태다.


“보스, 케르코니언씨가 티타임을 청해왔습니다.”

“단순 인사입니까? 아니면 비즈니스 미팅입니까?”

“앞으로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이번 기회에 보스를 직접 대면하고 싶어 하는 모양입니다.”

“가봅시다.”


커크 케르코니언의 비서의 안내를 받아 류지호가 펜트하우스로 올라갔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이 마주하는 모습이 사진이라도 찍히기라도 한다면, 언론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억측을 차단하기 위해 객실에서 만났다.

아르메니아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카지노의 황제이자 악명 높은 기업사냥꾼 커크 케르코니안과 신흥자본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 할리우드 류지호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커크 케르코니언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데, 혈색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누가 봐도 죽음이 반쯤 내려앉았네...’


비록 21세기에는 승부사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가 전설이라는 점에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두 사람이 마주한 MSM Grand Hotel은 1970년에 그가 투자한 영화사 이름을 돈 한 푼 내지 않고 사용해 설립했다.

몇 년 전에는 경쟁사였던 Mirage를 44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 후에는 만달레이 리조트를 48억 달러에 사들이면서 라스베이거스에서만 초대형 카지노 호텔 5개를 거느리며 업계 최고로 이름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Rehman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크게 휘청거렸다.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갈 뻔했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몇 차례 투자실패 및 헤지펀드들과의 경쟁에 패배해 과거의 명성을 조금 깎아먹었긴 하지만 여전히 그가 카지노 업계에서 갖는 이름값은 대단했다.

하지만 당시에 합병된 MSM-Mirage의 부채는 무려 182억 달러에 달했다.

2008년~2009년에만 110억 달러를 투자로 날렸다.

현재 그의 재산은 50억 달러로 급감한 상태다.

커크 케르코니언이 가래 끓는 목소리로 물었다.


“향후 MSM Entertainment에 완전히 합병되는 것인가?”

“......”

“상장폐지 시켜서?”

“악성부채가 너무 많아 고민 중입니다.”

“그래도 많이 줄지 않았나?”


마구잡이로 라스베이거스 호텔들을 먹어치우다 보니, 무리한 차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채무상환 압박에 시달렸다.

파산을 막으려고 자신의 주식 상당수를 내놓았다.

그가 개인 돈을 추가로 투자해 살려내지 못했다면, MSM-Mirage는 파산의 나락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때 팔아치운 주식을 류지호가 소유한 투자회사와 관계사들이 매입함으로써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고.


“20억 달러까지 줄이길 원합니다.”

“해외진출은 어떻게 하고?”

“새로운 이사회와 경영진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겠죠.”


커크 케르코니언이 이사회 의장을 차지하고 있을 때는 무리한 문어발 경영을 했다.

반면에 류지호는 폭주기관차 같은 행보를 멈추게 하고,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생각이다.

이사회부터 물갈이 한 것은 감사권한을 강화하고 경영진의 공격적 투자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미국의 호텔과 리조트는 포화상태야. 해외로 나가야 돼.”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만.... 마카오에 제2의 카지노 호텔을 짓는 것과 일본 오사카 진출은 좀 더 고민이 필요 할 것 같습니다.”

“자네 모국인 한국 진출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네.”

“한국 진출은.... 쉽지 않을 겁니다.”

“자네가 있는데도?“


류지호는 그 부분에 대한 대답을 삼갔다.


“내가 궁금한 것이 하나 있네.”

“.....”

“왜 지상파 방송은 M&A하지 않지? 혹시 로버트 폭스의 The News Corp을 노리고 있나?”


다 죽어가던 노인네가 이때만큼은 눈빛이 밝게 빛났다.


“칼 아이젠씨와 친하십니까?”

“별로...”


유유상종일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사실 류지호는 80년대를 대표하는 기업사냥꾼 3인방과 알게 모르게 엮이는 일이 많았다.

악연이라고 할 수 있다.


“칼 아이젠이나 로버트 폭스 같은 사람을 닮고 싶지 않아서요. 나만의 길을 가고 싶을 뿐입니다.”


커크 케르코니언 못지않게 지독한 기업사냥꾼이 칼 아이젠이다.

행동주의 펀드라고 쓰고 ‘먹튀’라고 읽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칼 아이젠이다.

보통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가치가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 교체, M&A 제안, 수익구조 변화 등 직접 경영에 압박을 가한다.

기업구조를 바꾸고 주주배당을 확대하도록 당당히 요구한다.

만약 경영진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적대적 M&A를 통해 회사를 통째로 먹어버린다.

이후 구조조정을 앞세워 직원들을 마구 해고한다.

회사를 조각조각 분할하고 자산을 매각한다.

R&B(Raid and Break-up).

공격 후 분할매각.

칼 아이젠으로 대표되는 기업사냥꾼들의 주요 전략이다.

80년대를 주름잡았던 기업사냥꾼 삼인방이 1세대라면, 매튜 그레이엄 같은 이들이 2세대 기업사냥꾼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기업사냥에서 완전히 손을 뗐지만, 매튜 그레이엄에겐 여전히 기업사냥꾼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암튼 전문경영인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자사 조식을 매입하면 위협을 느낀다.

반면에 소액주주들은 환호한다.

집요하고 무자비한 상어.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이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평가다.

로빈 후드.

주식투자자들 특히 소액주주들이 행동주의 펀드에 보내는 찬사다.

칼 아이젠 같은 자들은 자신의 언론 인맥을 총동원해 주식투자자들의 수호자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커크 케르코니언이 언론노출을 극도로 꺼린 것과 대조적으로 칼 아이젠은 매스컴을 기업사냥에 적극 활용해 왔다.


[내가 모토로라 주주대표로서 이사에 선임되면 더 많은 배당금을 돌려주도록 모토로라 경영진들을 압박하겠다.]


2007년, 칼 아이젠이 The Wall Street Journal에 실은 전면광고의 내용이었다.


“Googol의 모토로라 M&A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게 자네였던가?”


최근에 Googol의 모토로라 인수를 부추기고 있는 인물 역시 칼 아이젠이다.


“주주로서 망할 회사를 떠안게 할 순 없지 않습니까?”


칼 아이젠은 모토로라의 주요 주주다.

회사가 위기에 처하면서 휴대폰 사업부를 분사라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모토로라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 스마트폰 기술을 Googol에 팔라고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Googol은 안드로이드 동맹업체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 모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모토로라를 통해 직접 스마트폰 사업으로 진입하는 순간 지금까지 구축한 동맹까지 와해되는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A-Web 건은?”


칼 아이젠은 안 끼는 데가 없었다.

A-Web의 인터넷 결제서비스 PayMate 분사문제에도 관여하고 있다.

PayMate는 사실상 A-Web의 밥줄이나 마찬가지다.

분사는 말도 되지 않는다.


“아이젠씨가 겨우 2% 지분가지고 경영진을 압박하는 건 가당치 않습니다.”

“허허.”


헛웃음을 흘린 커크 케르코리언의 밝았던 눈동자가 다시 죽어버렸다.

그로써는 확실히 세상이 변했다는 걸 실감했다.

자신이 명성을 떨치던 시대가 아니다.

시간도 그의 편이 아니고.

한 때 미국기업의 CEO들 사이에서 주주 명부에 등장하는 이름 자체가 공포라고 했던 커크 케르코니언과 칼 아이젠.

칼 아이젠은 여전히 현역이지만, 류지호 같은 이들에게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었다.

1세대 기업사냥꾼들이 시장에서 퇴장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악명 높은 기업사냥꾼의 전횡을 막기 위한 법률개정도 몇 차례 했다.

커크 케르코니언이 보기에 류지호 역시 기업사냥꾼이라고 불려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 앞에 있는 젊은 녀석은 좋은 투자자로 칭송을 받고, 자신은 기업사냥꾼이라고 만인의 지탄을 받고 있었으니까.

류지호는 한때 2세대 기업사냥꾼으로 맹위를 떨치던 그레이엄 가문의 망나니를 수하로 거두었다.

급기야 세계 4대 투자은행을 집어삼켜버렸다.

90년대 초중반 칼 아이젠이 야심차게 작업(?)했던 Timely Comics를 사들인 후 매출과 이익에서 무려 7배나 상승시켰다.

자신과 칼 아이젠이 작업을 치려고 마음먹고 있던 StreamFlicks는 기업공개를 할 낌새도 없다.

JHO Company 계열로 침투하려고 해도 좀처럼 장외에 주식이 풀리질 않는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수십 년 투자가로 살며, 류지호 같은 유형의 인간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투자는 어떤 자산에 일정한 금액을 투입하여 기대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즉 자산의 가치를 증대시키거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투자자는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고 또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기업을 사들일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싼 가격에 사는 것이 상식이다.

헌데 류지호는 때에 따라서 웃돈까지 얹혀 주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기업을 사들였다.

그리고 쓸데없이 돈을 퍼붓는다.

기업을 키워냈으면 주식시장에 공개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마땅한데.

돈을 엉뚱한 데서 벌고 자신이 소유한 기업에 그걸 다시 쏟아 붓고 있다.

류지호가 관여하지 않았지만, 블록버스터와 StreamFlicks의 대결은 미국 재계에서 제법 유명했다.

한때 미국의 영화비디오 대여업을 양분하고 있던 블록버스터와 StreamFlicks가 몇 년 간에 걸쳐서 숨 막히는 대결을 펼친 적이 있었다.

2004년이었다.

블록버스터의 주식이 폭락하자 칼 아이젠이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평소 하던 대로 블록버스터를 만져서 ‘먹튀‘를 시도했다.

당시에는 윌튼마트까지 온라인 DVD대여 시장에 뛰어들며 최대 사업자였던 StreamFlicks에 도전장을 내밀던 시기였다.

결국 자사 회원들을 StreamFlicks에 내주고 시장에서 퇴장해야했지만.

암튼 블록버스터는 2재 주주가 된 칼 아이젠의 주도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잠시 StreamFlicks의 존폐마저 위협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를 떨치기도 했다.

그런데 칼 아이젠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다.

결과적으로 기업사냥꾼이자 먹튀의 대명사 칼 아이젠이 개입함으로써 블록버스터의 몰락이 더욱 앞당겨지고 말았다.

마침내 지난해에 블록버스터가 파산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Timely Comics를 두고 경쟁한지 10여년 만에 재대결을 펼쳐 또 한 번 류지호에게 패배하고 만 것이다.

그 동안 류지호와 칼 아이젠은 여러 기업에서 부딪쳐 왔다.

두 사람 다 굵직한 회사에 다 발을 담그고 있었기에 충돌은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았다.

칼 아이젠은 주식을 모으고 팔고를 되풀이 하면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반면에 류지호는 한 번 지분을 모으기 시작하면 장기간 보유하고 경영에는 일절 간섭을 안 하는 편이다.

다만 일론 리브스처럼 최고경영자들이 지나치게 붕 떠 있는 경우에는 나서서 간섭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상반된 성향의 두 거물 투자자는 필연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었고.

칼 아이젠이 손을 뻗친 미국의 빅테크에서 그의 먹튀를 막기 위해 여러 차례 충돌했다.

물론 류지호가 직접 칼 아이젠을 상대할 일은 없다.

데이브 보우먼, 로널드 윌리엄스 때에 따라서는 매튜 그레이엄이 류지호를 대리해서 칼 아이젠의 횡포를 눌러주었으니까.

이전 삶에서 칼 아이젠은 도니 도럼프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맡기도 했다.

월가 최상층은 물론이고 미국의 경제 관료나 조언자들 대부분이 유대계다.

칼 아이젠은 그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인양 행세하면서 수많은 기업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또 일으키게 된다.


“그러고 보면 에드워드 버펫이 정말 인물은 인물이었어.....”


커크 케르코니언은 평생의 경쟁자로 항상 에드워드 버펫을 꼽았다.

정작 에드워드 버펫은 커크 케르코니언에 대해 신경조차 쓰지 않았지만.


“콧물조차 제 스스로 닦지도 못하던 애송이를 일찍부터 인정하고 경쟁자로 삼았지.”

“에디는 나를 한 번도 경쟁자로 본 적이 없습니다만.”


여러 명의 후계자 중에 한 명이라면 모를까.


“내가 자네를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류지호는 대답을 삼갔다.


“친구가 되지 못하더라도 파트너는 되지 않았을까?”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중에서 가장 많은 필름 라이브러리와 알짜 프랜차이즈를 가지고 있던 메이저 중에 메이저를 망가트린 주범 중에 한 명이 바로 그였기에.

그가 MSM Studios를 가지고 했던 일련의 만행을 류지호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랬다면 최근의 실패도 없었겠지.”


류지호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재산이 상당한 것으로 압니다. 돈을 더 벌고 싶으십니까?”


2008년 포브스 선정 세계 500대 부자명단에서 41위를 차지한 인물이 바로 커크 케르코니언이었다.

억만장자 중에서도 최고 부자 상위권에 들었던 인물이다.

살날도 얼마 남지 않은 이 순간까지도 탐욕스럽다는 것이 류지호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재산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까 변호사들과 상의해도 모자랄 판에.


“돈이 전부는 아니지.”

“......”

“승부라네. 판돈을 걸고 벌이는 승부에서 이기는 것. 내 인생은 매 순간이 판돈을 걸고 벌이는 한 판의 도박판이었다네.”

“.....”

“자넨 유대인이 지배하는 이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아직 살아남았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른가....”

“.....”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그들이 지배자나 마찬가지 일 텐데.”

“아까 왜 지상파 네트워크를 소유하지 않느냐고 물으셨죠?”

“.....!”

“그것으로 대답이 될 것 같습니다.”


허허.

컥... 쿨럭!

커크 케르코니언이 웃다가 사례가 들린 듯 밭은기침을 했다.

미국의 유대계 기득권들은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매스컴, 석유, 금융, 방산 분야의 무서운 경쟁자로 떠오르지만 않는다면 굳이 더러운 수작질까지 벌이진 않는다.

류지호는 그 선을 잘 타고 있다.


쿨럭... 컥.


고령의 커크 케르코니언의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 없게 되면서, 한 물간 전설과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전설 간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도 마무리됐다.

여담으로 4년 후에 커크 케르코니언이 별세할 때 류지호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딱히 친분이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초대도 받지 못하지만.


“보스!”


류지호가 MSM Grand Las Vegas 호텔을 떠나려는데.

조슈아 올슨이 발길을 멈춰 세웠다.

MSM-Mirage Resorts의 제임스 모렌 사장과 함께 면담을 요청했다.


작가의말

평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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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5 이런 삶이 삼류인생일 리가 없지. +5 24.07.10 1,437 74 24쪽
904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3) +4 24.07.09 1,404 71 24쪽
903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2) +8 24.07.08 1,440 69 24쪽
902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1) +3 24.07.06 1,454 78 23쪽
901 영웅으로만 그리진 않을 거야. +11 24.07.05 1,478 93 29쪽
900 미국의 비밀병기....? +8 24.07.04 1,549 79 26쪽
899 평범해진 현재와 부딪히며 살아갈 수밖에. +4 24.07.03 1,439 69 23쪽
898 0.1% 부자란....! (2) +5 24.07.02 1,452 70 24쪽
897 0.1% 부자란....! (1) +8 24.07.01 1,436 82 24쪽
896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2) +5 24.06.29 1,449 74 22쪽
895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1) +6 24.06.28 1,425 69 26쪽
894 이 사건에서 국가는 책임이 없다... +4 24.06.27 1,453 76 27쪽
893 나르시시즘의 시대. (6) +4 24.06.26 1,431 72 25쪽
892 나르시시즘의 시대. (5) +7 24.06.25 1,436 77 25쪽
891 나르시시즘의 시대. (4) +5 24.06.24 1,479 74 25쪽
890 나르시시즘의 시대. (3) +3 24.06.22 1,498 77 23쪽
889 나르시시즘의 시대. (2) +2 24.06.21 1,502 68 23쪽
888 나르시시즘의 시대. (1) +6 24.06.20 1,531 73 24쪽
887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4) +6 24.06.19 1,480 72 28쪽
886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3) +2 24.06.18 1,477 75 23쪽
885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2) +2 24.06.17 1,525 73 27쪽
»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1) +6 24.06.15 1,583 75 23쪽
883 Think The Unthinkable! (4) +3 24.06.14 1,491 71 25쪽
882 Think The Unthinkable! (3) +6 24.06.13 1,531 65 24쪽
881 Think The Unthinkable! (2) +6 24.06.12 1,515 70 28쪽
880 Think The Unthinkable! (1) +8 24.06.11 1,543 79 25쪽
879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4) +5 24.06.10 1,538 78 23쪽
878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3) +2 24.06.08 1,519 85 23쪽
877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2) +5 24.06.07 1,470 80 24쪽
876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1) +4 24.06.06 1,523 76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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