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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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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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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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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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즘의 시대.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최근 확인했습니다.”


페이스노트가 기업공개로 자본을 확충하게 되면, Googol과의 스타트업 M&A 경쟁이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시간의 실리콘밸리에서는 빅테크들의 유망한 스타트업 사냥을 둘러싸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페이스노트에 대응해서 Googol로써도 총알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Googol은 2004년 상장된 이래 A와 B 두 가지의 클래스 주식을 발행했습니다. 클래스A 주식은 의결권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GOOG'로 공개적으로 거래되고 있고, 의결권 10표를 행사할 수 있는 비공개 주식 클래스B로 나눠져 있지요.”


클래스 A형은 보통주에 해당된다.

클래스B형은 2004년 Googol의 IPO 당시 외부의 압력 없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주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발행한 비공개 주식이다.

창업주 3인방은 Googol 전체주식의 15% 정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70%가 넘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클래스B 주식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마크 주커벅은 57%의 의결권을 행사 중이다.

류지호의 지분을 관리하고 있는 JHO Ventures Capitals과 액셀 파트너스가 꾸준히 클래스B 주식을 요구하고 있지만, 마크 주커벅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번 Googol의 주식분할은 의결권이 전혀 없는 클래스C 주식이란 걸 발행할 모양입니다. 보스.”

“하여간 잔머리는....”

“기존 주주들은 보유 주식 한 주당 클래스C 주식 한 주를 받는 방식인 2-for-1 stock split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의 A형 1주를, A형 보통주 1주와 C형 무의결권주 1주로 분할하겠다는 것입니다. 의결권 없는 주식을 발행해 오너의 기업 지배권을 지키면서 발행 주식 수는 두 배로 늘려 M&A을 위한 실탄도 장착할 속셈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종의 우선주인가 본데.....? 하여간 창업주들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별의 별 수를 다 쓰는 군요?”


이번 Googol이 발행하는 무의결권 주식은 우선주와 다르다.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주식 배당을 보통주보다 많이 받지만, 물량이 적은데다 주식 가격이 저렴하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도 적지만, 반대로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도 적다.


“Googol은 뜻한 바를 이룰 수 없을 겁니다. 보스.”

“주요 주주들이 들고 일어나겠죠?”


당연했다.

주식분할은 주주에게 이익이다.

하지만 주식이 세 종류가 발행되고 의결권에서 1:10의 차등이 생기는 걸 반길 주주는 세상에 없다.

소액주주들에게는 큰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클래스C 주식이 기존 A, B보다 주식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칫 클래스A 주주들의 돈으로 다른 클래스 주식의 가치를 지켜주는 꼴이 될 지도 모르죠.”

“저지시킬까요?”

“나중에 주주들이 들고 일어나면 소송에 힘을 보태는 걸로 합시다. Googol 의결권에는 관심이 없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우리만 손해니까.”

“알겠습니다.”


로널드 윌리엄스의 예상대로 Googol의 주식분할 발표가 나가자 주주들이 반발하면서 2년 간 소송전을 벌이게 된다.

결국 Googol은 한 발 물러나서 무의결권 클래스C 주식이 A주식에 비해 가격이 떨어질 경우 일정기간 그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한다.

또 창업자의 의결권은 유지하면서 그들의 주식을 팔아 이득을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해 클래스C를 팔 때에는 같은 양의 클래스 B를 함께 팔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게 된다.

Googol의 주식분할 시도는 변칙을 넘어 명백히 꼼수다.

비록 M&A 자금 마련을 위한 대규모 주식 발행과 경영권 방어라는 모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내놨다고 하지만,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경영 참여를 막는 수단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2014년 주주들과 합의를 보기 전까지 3년에 걸쳐 구상한 이 변칙적인 주식분할 모델은 이후 후발 IT기업들이 모방하게 된다.


“남은 이야기는 식사하면서 하시죠.”

“그럽시다.”


실리콘밸리의 음식점은 아주 싼 곳이나 비싼 곳으로 양극화 되어 있다.

중간 가격대 요리 잘하는 셰프들을 대형 IT회사들이 사내 식당 셰프로 모두 스카우트하기 때문이다.

류지호와 로널드 윌리엄스은 뉴욕 스타일의 피자집에서 맥주를 곁들여 이른 점심을 먹었다.


“MacIntosh 캠퍼스2에 대한 승인이 났다면서요?”

“몇 주 전 시의회에서 도시계획과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승인이 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MacIntosh 제2 캠퍼스 계획은 2009년 처음 시작되었다.

지난 6월에 스테픈 잡스가 쿠퍼티노 시의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직접 발표자로 나서 MacIntosh의 신사옥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른바 ‘더 스페이스십(the Spaceship)’ 프로젝트다.

이전 삶에서는 스테픈 잡스는 췌장암으로 사망함으로써 거대한 원형 우주선을 닮은 제2 캠퍼스를 못 보고 말았다.

이번에 다를 것 같았다.

암이 재발하긴 했지만, 병가 없이 MacIntosh를 나름 잘 이끌고 있다.

아직까지는.


“보스.... 혹시 말입니다.”

“혹시 뭐요?”

“JHO는 제2 헤드쿼터를 두지 않습니까?”

“실리콘밸리에요?”

“개인적으로 워싱턴DC나 뉴욕이 좋을 것 같습니다.”


JHO Company Group의 지주회사 법인은 미국에서 법인세가 가장 적은 델라웨어 주에 있다.

엄밀히 말하면 페이퍼컴퍼니다.

정작 본사는 Playa Vista에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주력으로 하는 복합미디어 그룹의 헤드쿼터로 LA와 뉴욕이 적격이다.

하지만 IT·첨단테크 기업의 본사로 LA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았다.

인재 부분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도 있다.

바로 로비다.

JHO Company는 세계 최대 복합미디어그룹에 가까워졌다.

주력 사업 전반에서 독점 사업자는 아니지만, 영화, 위성방송, 시네마 카메라, OTT, 음악, 코믹북, PC게임 등 다수의 사업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The Wall Street Journal을 가지고 있으며, 전자책부터 인터넷 스트리밍까지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서비스가 상당했다. 정치권력이나 월가의 농간으로 인해 ‘반독점’ 프레임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룹이 쪼개질 위기에 처할 수도 있고.

그룹으로써는 그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로비다.

미국은 로비가 합법이다.

로비를 위해서는 결정권자와 가깝게 지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결정권자들은 워싱턴DC에 모여 있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해 거의 모든 글로벌기업의 사무소가 워싱턴DC에 소재하고 있다.

하다못해 연락사무소라도 열어놓고 있다.


“보스의 풍부한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제2 본사가 워싱턴DC 혹은 뉴욕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매튜 회장이 R & GH Group 최고경영자가 되면서 JHO의 동부지역 네트워크가 다소 약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류지호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Rehman & GH Group이 탄생하기 전까지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 정가 로비를 총지휘한 인물이 류지호의 의형 매튜 그레이엄이었다.

매튜 그레이엄이 JHO Company Group에서 분리된 금융지주의 회장이 되면서 JHO의 로비에서 손을 뗐다.

물론 Timely, ParaMax, Dow & Jones 등의 본사가 뉴욕에 소재하고 있지만, 그들 회사를 이끄는 이들의 영향력과 네트워크가 JHO Company 위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류지호를 대리하거나 대변할 입장도 아니고.

사실 주력사업이 서부에 치중되어 있다고 해서 상하원과 백악관 로비에 특별히 곤란한 점은 없었다.

매우 유능한 로비 업체들과 계약했기에.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은 바룩 오밤 정부 출범에 일조했다.

비공개 내각이라고 불리는 키친 캐비닛의 멤버다.

류지호의 도움을 받은 서부의 유력 정치인이 한 둘이 아니고.

당장은 로비 문제에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다만 류지호가 두 그룹 이사회 개편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

개편의 핵심은 자신의 거취문제였다.


‘소유만 할 것이냐. 지금처럼 지배력을 행사할 것인가....’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길 사안은 아니다.

충분한 심사숙고가 필요한 문제다.


“그룹의 주요 인사들과 그와 관련해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주제넘었다면 죄송합니다. 보스....”

“아닙니다. 론은 내게 그런 조언을 할 자격이 있어요.”


동부에 로비를 전담할 헤드쿼터 숙제를 안고 류지호가 사무실로 돌아왔다.

반나절을 더 서류검토에 시간을 쏟았다.


❉ ❉ ❉


시가총액이 세계 최고라고 해서 반드시 최고의 기업은 아니다.

1930년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90년이었다.

1970년대는 30년.

1995년에 22년이었다.

전문가들은 2020년대는 15년 안팎까지 더 단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폭으로 기업 수명이 감소하는 것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경영환경도 급변하기 때문이다.

현재 잘나간다고 해도 한순간에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몇 달에 한 번씩 백만장자가 탄생한다.

유망한 스타트업은 어마어마한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자본시장과 소비자의 주목을 받는다.

꿈과 희망, 전설과도 같은 신공신화가 얽히고설켜 있는 곳.

멋지고 환상적인 비즈니스모델로 무장한 스타트업들도 넘쳐난다.

겉보기에는 분명 그렇다.

로널드 윌리엄스처럼 직접 실리콘밸리에 발을 깊이 담그고 있는 사람은 안다.

실리콘밸리에는 뚜렷한 기술도 없고, 몇 개 특출 한 곳에서 리드하고 있을 뿐.

신화적 스토리로 기업가치를 뻥튀기해 엄청난 돈을 챙기는 부도덕한 인물들로 넘쳐나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그놈에 유니콘은.....”


서류를 읽던 류지호가 불만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기업가치 10억 달러의 유니콘 기업들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취약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매일 수억 명이 이용하는 NeTube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차마 외부에 밝힐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Googol이 왜 오랜 시간 동안 매출과 이익을 공개하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지...’


그걸 밝히게 되면 주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성장과정에서 곳곳에서 드러나는 허점들이 발목을 붙잡고 못 일어서면 그걸로 끝이다.

그럼에도 일정 궤도에 오르면 승승장구한다.

주춤할 만하면 엄청난 자본을 들여 경쟁업체를 집어삼키거나 문어발식 확장을 하기에.

취약한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무조건 독점기업으로 나아야 한다.

그때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가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식발행을 통해 적자와 R&D문제를 극복해야 하니까.

물론 MacIntosh나 Amazonia.com처럼 플랫폼 전략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의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이뤄나가고 있는 기업도 있다.

특히 MacIntosh는 핵심요소를 ‘스토리’ ‘기술’ ‘데이터’ ‘혁신’을 숭배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실리콘밸리 그 어디에도 고객중심, 가치창조 비전은 빠져있다.

구호와 캠페인만 난무하고 있다.

이 시기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사물인터넷, AI 자율주행, 신유통 등 오프라인과 연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찾을 생각도 못하고 있다.

류지호가 실리콘밸리 일부 IT공룡기업과 중국 기업들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가 있다.

얄팍함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기업가정신 혹은 혁신가로서 철학이 없다.

기업이 커진 후에나 철학이랍시고 급조해서 가져다 붙인다.


‘소비자들이 그걸 모를까....?’


기업가정신 혹은 철학의 부재는 서비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세상은 기업이 주도적으로 유통구조나 채널 등을 독립적으로 운용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시대가 아니다.

고객중심으로 고객경험 강화에 중점을 두고 각 채널이나 유통구조 혹은 상품의 제조·판매까지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발생시켜야 하는 시대다.

복합미디어 기업의 경우에도 오프라인매장(TV, 콘텐츠 상영 및 공연), 전자상거래업체(온라인 플랫폼), 모바일 사용자(관객), 소셜미디어(마케팅) 등을 아우르는 미래 유통체계를 준비한 자만 살아남는다.

기술적 지원만 가능하다면 오프라인매장에서 전에 없던 새롭고 참신한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가 있다.

온·오프라인의 결합을 통해 데이터도 더욱 풍부하게 얻을 수가 있다.

류지호가 백화점, 오프라인 IP 활용 매장, 물류창고,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업체, 극장 등을 확보하고 나서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결합으로 얻어지는 이익을 무시하지 못한다.

단적이 예가 스펙트럼의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의 연계다.

스펙트럼 온·오프라인 매장은 정품만 취급하고 인증된 업체와 거래하고 품질에 이상이 조금만 있어도 반품 처리하고 있다.

반면에 다른 전자상거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모조품이나 저질 제품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든 구조다.

소비자가 실제 제품을 접촉한 후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펙트럼은 모조품, 저질의 제품, 하자 있는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고객에게 심어주는데 5년 이상 걸렸다.

이제는 스펙트럼 온·오프라인 숍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충성심이 강화되고, 실제 매출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소비자가 저가 상품에 흥미를 잃다는 트렌드를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온라인 매출을 통한 숫자 놀음 속에 숨겨져 있던 고객들의 충성도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비교적 소비여력이 있는 한국의 중산층과 고급 고객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전국 주요 대도시의 오프라인 매장(백화점 포함)은 해당 지역의 물류 허브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제품의 이동시간을 줄여주고 재고관리에도 이점이 있다.

그렇듯 아네모네 프랜차이즈의 아주 작은 오프라인 매장부터 가온백화점, K-마켓까지 가온 그룹의 사업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시시각각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심지어 가온그룹 내 사내벤처에서 Flitter의 데이터를 분석해 영화의 흥행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120만 명의 Flitter 사용자들의 300만 개에 가까운 플릿글을 분석, 3개월간 발표 된 24개의 영화들을 예측했다.

영화의 흥행성적까지 예측하진 못했지만, 새로운 영화가 개봉된 첫 주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봉 전 한달 전부터 얼마의 비율로 Flitter에 노출되어야 하는지 데이터를 제공해주었다.

이 빅테이터 분석 기술이 더 발전하면 어떤 영화에 투자해야 하고 어떤 시기에 개봉해야 하며 어떤 마케팅을 전개해야 하는지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어쩌면 한국의 가온그룹에서 Amazonia.com보다 먼저 오프라인 비대면 원클릭 매장을 최초로 선보일지도 몰랐다.


“가온그룹은 내 마음대로 모든 걸 통합·개편할 수 있지만, JHO가 문제네.”


한국은 서구권 국가들과 비교해 반독점과 관련해서 관대(?)한 편이다.

가온그룹의 일부 사업(극장 상영업, 오픈마켓)은 명백히 과점기업 즉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물론 시장지배적 위치라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 경쟁 환경을 저해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시장지배적 위치를 확보했고 또 유지한다면 욕먹을 일이 아니라 칭찬 받을 일이다.

문제는 그 기업들의 궁극의 목표가 독점에 있다는 사실이다.

승자독식, 즉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1등 플랫폼사업자들은 거대한 고객수를 기반으로 더욱 더 이윤을 높이기 위하여 독점적이고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배타적인 사업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Googol과 페이스노트가 대표적이다.

페이스노트의 경우 기업공개로 확보한 자금으로 잠재적 경쟁상대인 두 개의 SNS 서비스 인수에 나서게 된다.

Googol은 끊임없이 검색과 온라인 광고 서비스를 사들임으로써 경쟁의 싹을 자르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NeTube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게임 퍼블리셔들의 갑질, 대형 영화배급사의 상영관 독점, 인터넷 포털들의 뉴스미디어 선별 노출, 오픈마켓의 자사 전용 지불수단 우대 등.

독과점 기업들의 횡포가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이 많다.


“독과점하니까 UMG가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구만....”


생각난 김에 류지호가 유니벌스뮤직그룹(이하 UMG)으로 전화를 걸었다.

31%.

세계 3대 레이블이라고 불리는 유니벌스뮤직그룹의 세계 음반시장 점유율이다.

그런 세계 최대 음반사에서 빅4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EMI를 노리고 있다.


“EMI 인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궁금해서 전화 했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올해 1월부터 유니벌스뮤직그룹의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임명된 루크 그레인지(Luke Grainge)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보스는 회의적으로 보는 모양이군요?


전임 덱스 모리스가 소닉에픽뮤직그룹으로 옮겨가면서 후임으로 임명된 루크 그레인지는 폴리그램 출신으로 영국 런던의 제2본사 사장이자 국제업무 총괄 사장을 역임한 글로벌 음악업계의 마당발이다.


“누가 봐도 반독점 냄새가 진하잖아요. 유럽연합에서 승인이 안 날 것 같은데....

- 걱정 마십시오.


덱스 모리스에 비하면 다소 손색이 있다고 하더라도, 루크 그레인지 역시 음반업계에서 닳고 닳은 인물이다.

세계 최대 음반사 수장이 되면서 글로벌 거물이 되었다.

그래서 일까.

지나치게 자심감에 차 있는 것 같았다.


- EMI는 124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음악의 상징 같은 레코드 레이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유니벌스뮤직그룹과의 M&A를 허락할 리가 없다.


- 그들도 음반업계 불황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EMI 레코드는 1887년 설립됐다.

‘비틀스’ ‘롤링스톤스’ ‘핑크플로이드’ 등의 음반을 제작하며 세계 최대 음반회사 중 하나로 성장하며 빅4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90년대 말부터 전반적인 음반사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다가 2007년 사모펀드에 40억 달러에 매각됐다.

당시의 고난은 시작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사모펀드가 거액의 융자를 은행으로부터 끌어왔다.

비용 삭감을 위해 대량해고를 했다.

나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채무불이행 선언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경영권을 9억 5천만 파운드의 부채를 진 NYC은행에 넘겨 줄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롤링스톤스’ 같은 소속 아티스트들이 경영방침에 반발해 레이블을 떠나버렸다.

최대 매출을 자랑하던 소속 아티스트들의 부재로 부채만 쌓여갔다.

급기야 경영권을 가진 NYC은행이 EMI 매각 결정을 내렸다.

EMI 매각설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때 워너-타임뮤직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기도 했다.

사실 UMG는 작년까지만 해도 EMI 인수에 큰 관심이 없었다.

반독점 이슈를 피할 수 없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 세계 음반산업과 연쇄적인 관련 산업 전반의 불황이 UMG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 디지털 음원시장에 밀려 전통적인 음반산업이 크게 위축된 상태란 건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여파로 음반 제작이 크게 줄어들었고, 현재 전 세계 음악시장은 빙하기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EU집행위원회 일각에서 자본력이 탄탄한 기업으로의 통합으로 침체된 음악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UMG와 EMI 합병이 성사된다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40%를 넘기는 시장지배적 위치의 레코드 레이블이 탄생하게 된다.

유럽시장 점유율은 가볍게 50%를 넘게 된다.

클래식음악 분야에서는 무려 64% 점유율을 차지하게 되고.

(EMI은 클래식음악 카탈로그 및 저작권 부문의 강자다).

그러니, 쉽게 합병이 성사될 리가 없다.

2011년 전 세계 음악시장의 88%를 빅4 즉 UMG(31%), SEMG(29%), WTMG(19%), EMI(9%)가 차지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측과 관련 논의를 진행 중입니까?”

- 안타깝지만, 그들은 우리를 만나주지 않고 있습니다. 며칠 내 M&A 반대성명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 건너가는 거 아닌가....?‘


류지호가 내심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루크 그레인지의 말이 계속됐다.


- 우리는 EU집행위원회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진정성 있는 답변과 절충안을 준비 중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위원회측과 만나 서로의 입장을 정리하고 지속적으로 면밀히 공조해 규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말은 참 번지르르 했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류지호의 입장이었다.

EMI가 가진 비틀즈 음반제작·유통 권리가 탐이 나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비틀즈 음악의 저작권을 마이키 잭슨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아쉬울 건 없었다.


“EU 집행위와 타협점은 없겠습니까?”

- 예상할 수 있는 조건으로 합병 회사의 시장점유율 40% 미만으로 낮추라는 조건이 달릴 수 있습니다. 이는 생츄어리 혹은 버진 레코드 같은 산하의 몇 개 레이블을 매각하거나 축소통폐합 시키는 방안으로 대처하려고 합니다.

“그 정도 수준으로 요구 점유율을 맞출 수 있다고요?”


수화기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류지호는 기분이 나빴다.


“EU 집행위는 바보가 아닙니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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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미국의 비밀병기....? +8 24.07.04 1,550 79 26쪽
899 평범해진 현재와 부딪히며 살아갈 수밖에. +4 24.07.03 1,439 69 23쪽
898 0.1% 부자란....! (2) +5 24.07.02 1,452 70 24쪽
897 0.1% 부자란....! (1) +8 24.07.01 1,437 82 24쪽
896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2) +5 24.06.29 1,450 74 22쪽
895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1) +6 24.06.28 1,426 69 26쪽
894 이 사건에서 국가는 책임이 없다... +4 24.06.27 1,454 76 27쪽
893 나르시시즘의 시대. (6) +4 24.06.26 1,432 72 25쪽
892 나르시시즘의 시대. (5) +7 24.06.25 1,439 77 25쪽
891 나르시시즘의 시대. (4) +5 24.06.24 1,480 74 25쪽
890 나르시시즘의 시대. (3) +3 24.06.22 1,499 77 23쪽
» 나르시시즘의 시대. (2) +2 24.06.21 1,503 68 23쪽
888 나르시시즘의 시대. (1) +6 24.06.20 1,532 73 24쪽
887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4) +6 24.06.19 1,480 72 28쪽
886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3) +2 24.06.18 1,477 75 23쪽
885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2) +2 24.06.17 1,527 73 27쪽
884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1) +6 24.06.15 1,583 75 23쪽
883 Think The Unthinkable! (4) +3 24.06.14 1,491 71 25쪽
882 Think The Unthinkable! (3) +6 24.06.13 1,532 65 24쪽
881 Think The Unthinkable! (2) +6 24.06.12 1,515 70 28쪽
880 Think The Unthinkable! (1) +8 24.06.11 1,543 79 25쪽
879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4) +5 24.06.10 1,540 78 23쪽
878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3) +2 24.06.08 1,519 85 23쪽
877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2) +5 24.06.07 1,471 80 24쪽
876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1) +4 24.06.06 1,524 76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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