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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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2.04.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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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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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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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들의 세계 : Chapter 17. 초인들의 사회 (3)

DUMMY

(이전 회차에서 계속)


“아무튼 반가워. 편하게 ‘룩’이라고 불러줘.”

그 남자는 히죽이면서 말했다.

“본명은 따로 있긴 한데, 아직은 밝히지 말라고 하셔서.”

“여기는 대체 무슨 볼일이시죠?”

윤혁은 상대에게 냉철하게 대답했다.

“너무 까칠한 걸, 형. 지난번에 있었던 로봇들의 일은 기억하지?”

움찔한 윤혁. 저쪽도 당황한 걸 눈치채고 웃었다.

“아, 별거 아니야. 그때 제법 희귀한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했거든. 덕분에 나비 효과가 발생했네? 꼰대 원로님들께서 벌써 이 나라를 주목하고 조사 중이야. 그러다가 이 동네에서 재미있는 걸 발견한 모양이야.”

태헌은 영문을 몰라했다. 다만.

‘저 회색 머리 남자, 뭔가 이상한데?’

태헌이 의대생으로서 보유한 생체 기능 측정 장비들이 뭔가 특이한 신호를 감지했다. 그 데이터를 살펴본 태헌은 표정이 서서히 굳었다. 룩이라고 불리는 수상한 남자는 태헌은 아랑곳하지 않고 윤혁에게만 대화를 시도했다.

“형은 지금 수많은 골칫거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말이지.”

“초인들? 설마 너도 그 무리 중 하나인가?”

“에이, 섭섭한걸? 말했잖아. 나는 형을 보호하려고 온 거라고.”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원로들의 행동반경을 감시할 겸 파견됐지만.”

‘원로라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마도 신해가 말했던 초인 간부들을 말하는 듯했다. 신해가 예상했던 대로 이미 기계들이 벌였던 특이한 행동에서 뭔가 주목할 단서를 발견한 초인 세력이 윤혁이 사는 동네를 수색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윤혁아.”

태헌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

“저 사람한테서 측정되는 몇 가지 생체 신호들이 좀 기이해.”

태헌이 쓴 장치는 생체 에너지 생성 패턴을 읽는 것이었다.

“미토콘드리아 화학 대사 반응이 아니야.”

의과대학에서 연구하면서 그는 이 장치를 쓰는 법을 자세히 익혔었다.

“네? 자세히 좀 설명해주세요.”

“그러니까 저 사람의 세포들에는 미토콘드리아 대신에 초소형 준-영구 기관들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아. 쉽게 말해서 음식을 먹지 않고 산소를 흡입하지 않더라도 아무 문제도 없이 생존한다는 뜻이지.”

“뭐라고요?”

불길한 직감이 머리를 세게 때렸다. 잠깐 머뭇거린 후 태헌이 말했다.

“즉 저 사람, 인간이 아닌 것 같다.”

“⋯⋯!”

“호오.”

반응할 틈도 없이 회색 머리 청년이 그들의 등 뒤로 위치를 옮겼다.

소리도 기척도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찰나의 순간이었다.

순간이동으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무서운 존재감이었다.

“갈색 머리 형은 생체 에너지 패턴을 읽을 수 있는 모양이네.”

남자는 공격할 생각은 없는지 생체 관측 장비를 주물거렸다.

“지구의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술이네. 그럼 아마 당신은 의사겠구나.”

윤혁은 재빨리 태헌을 뒤쪽으로 밀쳤다.

“가능한 한 멀리 물러나요!”

남자는 어울리지 않게 대형견이 상처받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런, 난 적이 아니라니까요!”

“너는 왜 날 감시하는 거지?”

“하하, 이 도시에 그가 사는 걸 원로들이 알아챘거든.”

남자의 어투 변화에 윤혁이 얼어붙었다.

“우리하곤 무관한 사람이야. 하지만 2세대 초인들하고는 지저분하게 얽힌 분이더라. 게다가 마침 당신까지 갑자기 로봇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잖아.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이상하지 않겠어? 2세대 원로들이 가만히 안 두겠지.”

윤혁은 이를 꽉 깨물었다.

‘아빠 이야기인가?’

가족들 역시도 주목의 대상이 되어버린 건가.

“이미 감시의 눈은 이 도시 곳곳에 깔렸어. 내가 개입한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할 거야. 방금 이 도시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장비들을 내가 전부 마비시켰거든. 그리고 형을 특별히 보호해주라는 명령까지 받았지.”

반쯤 패닉 상태가 된 윤혁의 귀에 남자가 속삭였다.

“예를 들면.”

인간의 반응 속도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빠른 풍압이 윤혁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너무 빨라서 미처 피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몸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대신 굉음과 스파크가 뒤통수 쪽에 울려 퍼졌다.

“지금처럼 어슬렁거리는 녀석들을 때려잡으라고 하셨거든.”

뒤를 돌아보니 스텔스 모드가 풀린 로봇이 남자의 주먹에 머리통을 관통당한 채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일반적으로 운용되는 공식 로봇이 아니었다. 모양뿐 아니라 성질도 기묘하게 달랐다.

“저건 개인이 불법 개조해서 제작한 사병, 아니, ‘인형’이야.”

회색 머리 남자는 말투를 묵직하게 바꾸었다.

“허가도 없이 저렇게 율법을 회피해서 운용하면 불법일 텐데?”

윤혁이나 태헌을 향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너무 치졸한 거 아니야. 뒤에서 숨어서 이런 짓이나 꾸미고.”

방금 일격에 파괴된 인형을 상대로 하는 말도 아니었다.

인형의 배후, 멀리 저편에 있는 상대가 그 표적이었다.



***


“룩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상현실 내부로 여러 사람이 입장했다. 수장의 눈을 피해서 몰래 의견을 주고받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불법 가상공간. 스무 명 정도의 원로들과 수백 명의 상급 의원, 그리고 천여 명의 하급 위원과 그 직속 수하들이 있었다.

이들은 최고 수장과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노선에 서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도 파벌은 나누어지지만, 공공의 적이 워낙 강력해서인지 필연적으로 뭉치게 되었다. 이 자리에 있는 원로들은 현 최고 수장을 지지하여 과거 권력 투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신세대로의 권력 교체를 요하는 요구에 조금씩 경계 태세를 보이는 중이었다.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그분께서 무려 ‘얼티밋 워리어’에 SSS 클래스 초인까지 움직이셨다는 건, 저곳에 그분이 숨기려는 약점이 있다는 말 아닙니까.”

한 목소리가 발언하였다.

“게다가 과거 라일라와 내연했던 사내도 저곳에 거주 중입니다.”

“그리고 이번 기계 사태 때에 연관된 청년은 그의 아들입니다.”

다른 목소리들도 발언을 꺼냈다.

“다들 쉬쉬하지만, 그분께서는 사실⋯⋯.”

“아니, 그분께는 혈육이란 전혀 약점이 될 수 없다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일 아닙니까?”

논쟁이 점점 불거졌다.

“게다가 저번 기계 반란 건도 의심스럽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형태로 로봇들이 행동 양상을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수장께서 무언가 새로운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완성되면 우리로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습니다.”

“자칫 방심하면 조만간 우리도 내쳐질 것입니다.”

“완전무결한 독재 체계가 완성될 것입니다.”

“지금도 이미 독재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빅브라더 그 이상이죠.”

“그나마 돌파구가 될 틈이 있다면 저 청년에게서 얻을 단서겠죠.”

“지금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일입니다.”

토론이 지속적으로 한참 이어졌다.

“하지만 만약 그분이 우리의 준동을 눈치챈다면?”

“저 청년을 본격적으로 제로 원에 가두겠죠.”

“앞으로는 저 같은 기회가 오지 않겠죠.”

“하지만 함부로 행동했다가 도리어 우릴 일망타진할 빌미를 주는 건 아닐까?”

“어차피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몰락은 예정된 수순이라네.”

수많은 목소리가 제각기 의견을 내면서 떠들었다.

“룩 역시도 함부로 힘을 다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 지구 내에서는 힘 대부분이 봉인되니까.”

“게다가 일반 대중에게 비밀 병기를 공개하긴 어렵겠지.”

“그러면 더 손해를 입는 쪽은 그분일 것입니다.”

“그래, 그때는 도리어 우리가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취할 수 있지.”

“망설이지 말고 지금 공략해야 해.”

그러나 반대편의 의견도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상대를 너무 간과하는군. 제국에 단 네 기뿐인 최강의 생체병기야.”

“그래. 아무리 지상에서 힘이 제한된다고 해도 인형으로 상대할 수 있을까?”

상대의 전력이 베일에 싸인지라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실패할 경우 우리도 많은 제재를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철혈 여제께서는 아직 여기 입장하지 않으셨으니 그분의 의견을 물어볼 수는 없을 터입니다. 우리끼리 알아서 신속한 판단을 내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회의 끝에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가상 세계 기준으로 매우 긴 대화였다.

그러나 실제 소요된 시간은 현실 세계 기준으로는 일 초 이내였다.



***


{“룩, 우리 조사 대상은 그 청년이다. 그는 인류연합과 관련되어 중요한 단서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너는 인간이 아닌, 바이오닉 솔져. 전시가 아니면 소사이어티 간부들의 일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걸 잊지 마라.”}

머리통이 깨진 인형이 생물체처럼 재생하며 기계음을 내었다.

“아, 또 그 소리인가. 나 같은 생체병기에게는 인권 같은 건 없으니까 훼방 놓지 말고 닥치고 물러나라. 그 뜻이네.”

따분해하는 룩의 표정에 점점 고요한 분노가 담기기 시작했다.

묵직한 살기가 공기를 짓눌렀다. 피부에 찌릿한 자극이 닿았다.

“이젠 제법 익숙해. 따지고 보면 나도 최상급 초인인데도 단지 출신이 더럽다는 이유로 인간 취급도 못 받고 말이지.”

바로 그때 머리가 부서진 인간 형태 인형의 표피 형태 장갑이 벗겨졌다. 그 안쪽에 내장된 진짜 몸체가 드러났다. 동시에 액체 형태 금속이 순식간에 새로운 머리들을 구성하였다. 검은색 본체에서는 수십 개의 촉수와 거미 다리 형태의 관절 형 다리들이 솟구쳤다. 각각의 촉수에서는 압축된 내장 무기들이 사출되었는데 포격형부터 암살형까지 다양했다. 인형은 전신에 열기와 뇌전과 특수 에너지장과 섬광을 두르고 룩의 몸을 빛의 채찍으로 휘어 감았다.

룩은 피식 웃으면서 전신의 근육에 팽팽하게 힘을 주기 시작했다. 정장처럼 생긴 슈트가 나노 단위로 재조립되더니 통상 우주 전투 전용 슈트처럼 변형되었다. 빛의 채찍과 촉수들이 걸레짝처럼 흐드러졌다. 룩은 씩 웃으면서 인형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 욕설을 퍼부었다.

“약해빠진 녀석들이 말이야.”

그때 뭔가를 발견한 윤혁이 룩을 향해서 “조심해!”라고 외쳤다.

로봇 촉수 하나가 질량 팽창 후 경화되어 고속으로 룩의 등 뒤를 찔렀다.

이내 ‘쾅’하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피 한 방울도 튀지 않았다. 부러진 것은 인형 쪽이었다. 룩은 가볍게 정권을 질렀다. 기껏 재생되었던 인형은 파편만 남고 부서졌다. 이내 추가 재생 프로세스를 몇 번 시도했으나 이어지는 타격 두 번 만에 흔적도 없이 파괴되었다. 마지막 남은 자폭 시도마저도 룩이 에너지를 모두 흡수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언제까지 숨어있을 생각이지?”

룩이 손으로 허공을 찢자 그대로 공간이 찢어졌다. 공간 이면에 숨어있던 다른 방해꾼들이 강제로 당겨졌다. 못해도 수십은 넘었다. 인형과 드론의 군단.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등 유형도 다양했다. 리더 격으로 보이는 인형들은 각기 다양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었다. 사람 형태, 신화 속 기괴한 괴물 형태, 심지어는 동식물과 융화된 하이브리드 인간 형태도 있었다.

“다들 불법 사병도 많으시네. 킹께서 아주 기뻐하시겠어.”

‘골치 아픈 원로회 파리들을 일망타진하실 기회를 드려야겠네.’

살벌하게 전의를 불태우는 룩의 위세. 평범한 인간 둘은 식은땀을 흘렸다.


작가의말

본 작품의 서브 장르로는 액션, 로맨스, 어드벤쳐 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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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25. 유성운 (2) 22.08.08 69 2 12쪽
55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25. 유성운 (1) 22.08.05 64 1 11쪽
54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24. 바이오닉 솔져 (4) 22.08.03 66 1 14쪽
53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24. 바이오닉 솔져 (3) 22.08.01 66 1 12쪽
52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24. 바이오닉 솔져 (2) 22.07.29 62 1 13쪽
51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24. 바이오닉 솔져 (1) 22.07.27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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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23. 친선 경기 (2) 22.07.22 6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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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20. 제로원 (2) 22.07.01 7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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