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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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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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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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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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DUMMY

찬크에르가 휭하니 떠난 자리에서 홀로 넋을 놓고 있던 리카드는 제법 시간이 흐른 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렇군요. 역시 그는······”


찬크에르는 용왕이 아니라고 했다.


그 말뜻 그대로 찬크에르는 정말 ‘용왕’이 아니었다.


용왕은 사람들이 두려움과 경외심을 담아, 드래곤들의 왕이라 하여 그들을 칭송하기 위한 말이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용왕이라 지칭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용왕이 아니다. 말장난 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거다.


리카드는 턱에 손을 얹었다.


‘당초 용이란 말이 어디에서 왔을―― 설마?! 용이란 말 자체가 그들을 뜻하는 건?!’


진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찬크에르가 떠나기 전 남긴 말은 용왕이라 불리는 존재라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는 발언이었기에 그의 정체는 확실해 보인다.


형제도 넷이라고 했으니, 중간에 계속 힌트를 주고 있었던 거나 다름없었다.


‘색으로 판단해보자면 그는 아마 암룡왕이겠지요.’



“오늘은 정말 굉장한 날이군요. 제 인생 중에 용왕을······ 아니죠, 그 존재를 만날 줄이야. 이런 작은 마을에서 말이죠.”


리카드는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을 만족스럽게 여기며 이 기분을 음미했다.



“이스피리아양도 대단합니다. 그와 혼인까지 하다니······ 응?”


말을 하다 보니 조금 마음에 걸렸다.


이스피리아는 찬크에르가 용왕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녀의 아들이라는 아이리스는―― 그 아이는 사람인가, 용왕의 후손 드래곤인건가?


용왕이 다른 존재로 변할 수 있다는 거야 여러 전승이 존재하니 알고 있지만, 변한 상태로 아이를 가지면 그 아이는 과연 어떤 존재인 건가?


생모를 따라가는 건가? 아닌가?


용왕의 후손이라 전해지는 드래곤이 변한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냥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일단 배제했다. 추측만으로는 판단을 내리는 건 어리석은 자들이나 범하는 실수였기에.


‘직계 후손이라면······ 인간으로 변하는 게 가능할까요?’


아이리스가 직계 후손이 아닐 수도――


――아니다.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한 것에 리카드는 소름이 끼쳐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혹시나 아직 찬크에르가 근처에 있나 하고.


그가 자신이 이런 의혹을 품었다는 것을 안다면······


부들부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려만 왔다.


리카드는 빠르게 아이리스에 대한 고민은 접어두기로 했다. 알아내기엔 정보가 너무 적기도 했고······ 많이 무서웠다.


하나 확실한 건 정체에 대해서다. 그 답은 왠지 모르게 알 것만 같았다.


저리 애정을 쏟아붓는 이스피리아에게 그가 정체를 숨기고 비밀로 하진 않았을 것 같으니 말이다.



“정말 대단하군요. 그의 정체를 알고서도 결혼이라······ 사랑의 힘은 위대하단 겁니까?”


종족조차 초월한, 연애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였다.


그런 둘의 모습은 너무나 사이좋게 알콩달콩하여 보고 있노라면 이쪽의 옆구리가 시릴 지경이었다. 주위 좀 보면서 애정행각을 해줬으면 싶을 정도로.


‘뭐. 저도 세리오씨에게 자주 비슷한 소릴 듣지만요······’


물론 자신은 연구 때문으로, 그 둘과는 달리 연애 쪽이랑은 동떨어진 주제이긴 했다.



“그런데 이스피리아양이라고 하니까······ 그는 결국 뭐 하러 저에게 온 겁니까? 신혼 첫날인데도 아내를 내버려 두고.”


갑작스러운 찬크에르의 등장에 경황이 없어 물어보질 못했다.


어쩔 수 없으니 리카드는 스스로 몇 가지 떠오르는 이유를 간추려보았다.


――아내를 이용하려는 자신에게 경고하기 위해서 왔나?


이건 가능성이 크긴 했다. 꽤 애처가로 보이는 찬크에르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거라 보긴 어려웠으니.


하지만 사실 일부러 찾아오지 않아도 마을이나 이스피리아의 옷에 펼쳐진 마법만으로도 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으니 충분한 경고가 되긴 했다.


그러나 그건 너무나도 은밀하게 펼쳐진 마법이라 못 알아차릴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도 운 좋게 알았을 뿐이었고.


‘그래서 찾아온 것일 수도 있지만······ 단지 그것만을 위해?’


뭔가 부족해 보였다.


――혹시 자신을 평가해보러 왔는가?


꿍꿍이가 있었던 것은 치유마법의 연구뿐이라는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됨됨이를 판단하러 찾아왔을 수도 있었다.


이 의견도 상당히 그럴듯하다. 아니, 이게 제일 정확해 보인다.


은연중 도발하는 뉘앙스로 말했던 것도 이쪽의 성품을 확인하려 한 거라면 딱 들어맞는다.


유혹을 뿌리쳤던 그때, 살짝 다정했던 그의 목소리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납득도 됐다.


즉 그건 시험이었던 거다. 그리고 통과했기에 찬크에르는 나름 인정해 준 것이다. 호칭도 어느새 ‘네놈’에서 그냥 ‘너’ 정도로 바뀌었고.


‘치유도 해주셨고 말이죠.’


거기에 그 유명한 정화마법까지 직접 받아봤다. 확실할 듯싶다.



“아쉽군요. 술식이라도 제대로 봐뒀으면······. 찬크에르도 조금 까다롭다고 했으니 분명 쉽진 않겠지만요. [정화]도 연구해 볼 수 있게 부탁드려볼까요. 이스피리아 양도 가능한 듯싶으니.”


성자, 성녀밖에 사용할 수 없다던 정화마법이다. 하지만 찬크에르가 하나의 마법이라고 했으니 연구하면 분명 술식으로 정립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보단 사용자가 늘어날 것이고, 그럼 제때 치료받지 못하여 죽는 사람은 엄청나게 적어지겠지. 그러기 위해 치유마법을 연구하는 것이기도 하고.


생각하니 얼른 연구하고 싶어 리카드는 약간 흥분됐다. 시작도 못 했던 자신의 꿈이 드디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니 그럴만했다.


하지만 이내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으응? 잠시만요······ 어차피 그 존재라는 걸 힌트까지 주면서 알려줬는데, 왜 처음엔 아니라고 했죠? 그리고 리아양은 이미 주무신다면서 자기 전까지 돌아가야 한다고 한 건······ 왜······죠?”


리카드는 방금 찬크에르와의 대화를 되짚어봤다.


750여 년의 긴 시간 존재했던 베르다드에서 역대 최고의 천재라 찬사를 받고, 역사상 최연소로 학원장에까지 취임한 리카드였기에 두뇌 또한 명석하여 빠르게 기억을 훑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의 일이라 대화한 내용부터 찬크에르의 표정, 말투, 그 모든 걸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역시 절 시험해 본 겁니까.”


재차 떠올린 모든 대화는 찬크에르가 유도한 대로 흘러간 느낌이다.


루데릭과의 대화 내용을 찬크에르가 알아낸 방법을 맞추는 것부터, 일부러 용왕인 걸 티를 낸 것도 이쪽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보려 한 행동인 것 같은 기분이다.


‘예상대로 그는 제 능력과 인품을 평가해보려 한 것입니까······’


하지만 자신을 상대로 대화 흐름을 본인의 뜻대로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니.


과연 용왕. 힘뿐만이 아니라 사람 하나 정도는 말만으로도 가벼이 휘두를 수 있는 지혜 또한 가지고 있었다.


최근엔 겪어보지 못한 일 중 하나가 또 추가되었다.


리카드는 그리 결론을 내려 했지만······ “크큭. 알았으면 됐다. 용서하지”라 말할 때의 찬크에르가 계속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자신을 시험해 본 것이라면 저리 즐겁게, 웃음을 참기 힘들다는 듯이 좋아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어쩌면······. 혹시······.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저 단순히 절 놀리려 한 건······? 이스피리아양이 잠들기 전까지라며 시간을 재촉한 건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것도 놀리기 위한 일이었다면······ 하, 하······ 아니겠죠? 용왕이 할 일도 없이 그러진 않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능성은 높디높다.


그렇게 분명 얼빠진 표정이었을, 흑역사가 만들어지던 순간을 리카드는 부정하며 한동안 성벽 위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다.











성벽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던 찬크에르는 고민에 쌓였다. 일부러 천천히 가려 날지도 않고 걷고 있었다.


우선 리카드의 시험은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다.


사실 루데릭과의 대화 내용은 리카드의 예상처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눈으로 리카드를 판단한 건 아니었기에 후에 반드시 리아에게 떨어질 불똥을 그가 나 몰라라 내팽개쳐버리진 않을까 확인해봤어야 했다.


결과는 나름 합격점이다.


사람은 시간이 흐르며 변하는 경우가 있어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는 있다만, 일단 지금의 그는 어느 정도 믿을 만했다.


‘그런데······ 동포들에게 듣던 말과는 상당히 다르군.’


이 마을, 나트알은 듣던 대로와 비슷해서 몰랐지만, 바지탄스들과 더불어 리카드의 말까지 듣고 나니 확실해졌다.


지금 세상은 술식이란 것으로 틀을 정한―― 상당히 불편한 마법이 보편적으로 퍼져있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 저 체계로 인해 더욱 높은 경지에 오를, 강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적어졌을 거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집단을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 같은 사고방식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산다는 그 뜻은 알겠다. 그렇지만 강자 한 명의 능력은 상당하다. 그 한 명의 희생은 수십, 수백만 명의 안락한 삶보다 더 가치가 높을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삶의 보장권을 지킬 수 있는 자가 줄어든 것. 이것은 굉장히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강대한 존재의 침공을 막을 수 있는 건, 수백만 명의 평범한 사람들로는 절대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것을 할 수 있는 건 마찬가지로 강대한 존재만이 가능했다.


찬크에르 자신이 수 억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덤빈다 한들 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강자는 강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외에도 여러 이점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포기해서라도 모두의 삶이 윤택해지는 길을 택한다?


찬크에르에게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리아나 아이리스, 마을 주민들을 위해 자신이 희생해야 된다면 주저하지 않을 생각은 있었다. 그들은 전부 자신의 소중한 존재들이 되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면 어찌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그 탓으로 무심코 리카드에게 장난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용건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한 가지 더 확인할 것이 있어서 리카드를 찾아가 본 것이었다. 오히려 이것이 주된 목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지 못하였다.


‘그건······ 분명히 글로디아님의 신력이었어.’


매우 미세하게 흔적처럼 남아있었지만, 신에 의해 탄생하고, 그 신을 직접 대면도 한 자신이 착각할 리 없었다.


리카드 몸에서 느껴지던 기운은 확실히 운명의 신―― 글로디아의 신력이었다.


그런데 3개월 전쯤 리카드가 처음 마을에 왔을 때는 분명 그러한 것은 없었다.


가끔 신들이 축복도 내리기에 그가 돌아가고 받은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봤지만, 신들은 기본적으로 세계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


내리는 축복도 어찌 보면 별 볼 일 없는 것들뿐이었다.


――생명의 신이 내리는 축복은 치유사면 좀 더 치유가 잘되는 정도.


――무신이 내리는 축복은 사용하고 있는 무기를 좀 더 잘 다루거나 마법의 위력이 약간 증가하는 정도.


――지혜의 신이 내리는 축복은 마력조작이나 마력량이 조금 많아지는 정도.


――조화의 신이 내리는 축복은 아름다운 물건, 즉 밸런스가 좋은 물건을 좀 더 잘 만드는 정도.


――운명의 신이 내리는 축복은 하는 일이 잘 되는 정도.


신의 축복이라기엔 조금 애매한―― 그다지 엄청난 능력의 향상 따윈 없었다.


이마저도 무기는커녕 호신술도 할 줄 모르는 자가 무신에게 축복받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만큼, 축복받는 자의 상황까지도 맞아떨어져야만 했다.


그렇기에 느껴지는 신력도 미미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리카드에게선 좀 더 강력한 신력의 잔재가 느껴졌다.


그것이 너무 이상했다.


축복이라 함은 계속 지속될 텐데도 리카드에게서 느껴지던 것은 잔재였다. 이미 신력이 사라지고 난 다음인 거다.


마을에 다녀오고 나서 리카드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고민을 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정말······ 신들이 개입하고 있는 건가?’


눈 앞을 가리고 싶을 정도로 믿고 싶지 않은 가설이다. 그들의 손으로 탄생한 자신들 용과 정령들을 믿지 않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였으니.


순간 찬크에르는 분노했다.


그 지독했던 무료함도 참아내고, 신들의 사명이라며 세상을 위해왔던 자신과 동포들을 모욕하는 처사였기에······


――하지만 그 분노는 금방 사그라졌다.



“리아는 이것을 예상했던 것인가······”


찬크에르는 길고 긴 생에 맞이한 반려의 선견지명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지구라는―― 신들이 있다는 걸 믿기 힘든 세상의 기억이 있는 탓인지, 리아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신들을 경계했었다.


특히 운명의 신을······


신을 경계한다.


확실히 신이 실존한다는 것이 명확한 오엘문리아에서는 하기 어려운 사고방식이었다.


물론 오엘문리아도 신이 개입하지 않으니 실존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신들은 가끔이라지만 축복을 내리는 데다, 어느 때는 본인의 신도와 신탁이라는 이름의 대화를 나누기도 하니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거기에 신력을 볼 수 있는 자도 심심찮게 나타나니 더욱 그러했다.


그런 이곳에서 신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일단 자신이 사는 이 세상을 만들었으니 생각 볼 가치도 없었다. 신의 말은 절대적이었고, 당연한 상식이었다.


그리고 그건 찬크에르도 마찬가지였다.


리아의 지나쳐만 보이는 신의 대한 경계는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공감하고 받아들였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이긴 어려웠다.


그 정도로 오엘문리아에서는 신의 위상은 높았다. 리아가 지구라 불리는 세계에서 욕받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의미 없게 되어버렸나.”


자신이 알아차리는 것이 늦었을 뿐으로, 신들은 이전부터 세상에 간섭해 왔을 수도 있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부정할 수도 없었다. 신들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자신들의 규율을 어긴 것이다.


이럴 거면 뭐 하러 자신들을 탄생시켰나. 기껏 만든 세상이 엉망이 되든 말든 스스로 해결하면 될 텐데.



“아니군··· 나를 탄생시킨 것만큼은 신에게 감사해야겠지. 덕분에 리아를 만날 수 있었으니.”


리아를 만나,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능력도 주어져, 그녀가 지금도 무사히 자신의 곁에 있을 수 있었다.


그것만큼은 정말 감사했다.



“리아의 수행을 보좌할 수도 있었으니 그 점도 어느 정도 참작해 조금 더 감사해야겠군.”

“――누구에게요?”


갑자기 들려온 말. 자신의 귓가를 사랑스럽게 울리는 이 목소리의 주인은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놀란 찬크에르는 고개를 휙 돌렸다.



“리아······”

“네. 왜 그래요?”

“······아니야. 잠시 생각할 게 있었어.”

“그런가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리아.


찬크에르는 표정을 관리했다. 이 내용을 아직 리아에게 들켜선 안 됐다.


‘지금만큼은 리아의 마력이 안정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로군. 그 상태의 리아였으면, 분명 리카드에게 남아있었던 신력을 알아봤을 테니.’


신력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를 수도 있지만, 이 이상 리아가 무리할만한 상황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했다.


실제로 리아는 지금만으로도 이미 거의 한계에 닿아있는 상태이다. 더 무리하면 어찌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니 철저하게 숨긴다.


언제가 알게 될 그날까지.



“응. 잠시 바람을 쐬고 있었을 뿐이야.”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면서 찬크에르는 아직도 필리아가 지어준―― 속옷이 보일 정도로 짧은 잠옷 차림의 리아에게 겉옷을 벗어 둘러줬다.


물론 조신한 리아였기에 겉옷을 걸쳐 입고 나오긴 했다. 그러나 상당히 아슬아슬하게 비쳐 보일 정도로 얇은 걸 입고 나와서 감출 필요가 있었다.



“헤헤헷. 고마워요.”

“뭘.”


‘너무 집중했군. 리아가 이런 차림으로 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니.’


안 그래도 짧은 잠옷인데 자고 일어난 아침에는 말려 올라가 있다거나 상당히 흐트러진 차림이 되는 리아였다. 그 상태로 눈을 뜬 리아가 밝게 웃으며 잘 잤냐고 물어볼 때면 얼굴에 피가 쏠려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다른 잠옷으로 입으면 그나마 조금 나아지겠지만, 리아가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거라 하니 어떻게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다가······ 왠지 모르게 그다지 말리고 싶진 않았다.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리아가 말한 “심장에 안 좋다”라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자신만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절대 보게 할 순 없다.


그렇게 묘한 독점욕을 끌어올리며 찬크에르는 물었다.



“근데 리아는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온 거야?”


킁킁거리며 건네준 겉옷에 남은 온기와 채취를 마음껏 탐닉하고 있던 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엄청나게 꼴불견인 모습이지만, 찬크에르의 눈에는 여전히 사랑스럽기만 했다.



“아! 맞다! 자고 있는데 에르의 마력이 느껴져서 찾으러 왔어요.”


찬크에르는 ‘의외’라는 리카드의 말에 살짝 마력을 내뿜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인가. 조금 실수했군.’



“그랬군. 미안해 잘 자고 있었는데.”

“괜찮아요! 에르도 자주 절 걱정해줘서 찾으러 와주잖아요. 그, 저기······ 부, 부부니까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응. 그렇지. 고마워, 리아.”


찬크에르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본인이 말해놓고 부끄러워 어색하게 웃는 리아에게 다가가 그 가볍고 부드러운 몸을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렸다.



“꺄악! 에, 에르······ 무, 무겁지 않나요?”


작은 아이정도의 사이즈인 리아는 그 몸무게 또한 가벼웠다. 그런 리아를 드는 자신이 무겁다고 느낄 리는 없을 테고, 또 이전에도 많이 안아 올려봤었다.


그러니 새삼 물어볼 만한 일도 아니지만, 여성의 감수성이라 할지. 리아는 상당히 난처한 표정이었다. 당연히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웠지만.



“전혀. 힘들지―― 아니군. 이럴 땐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건가. 정말 깃털처럼 가벼워, 리아.”

“오······오.”


몸을 감싼 겉옷을 꽉 붙잡고 품 안에서 얼굴이 새빨개져 말문을 잃은 리아를 보며 찬크에르는 작게 웃었다.



“후훗. 그럼 돌아갈까?”


쪽.


리아의 이마에 살짝 입맞춤한 찬크에르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젠 완전히 굳어버린 리아와 함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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