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더 사가 - 1부 별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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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현
작품등록일 :
2022.07.21 18:13
최근연재일 :
2023.03.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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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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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DUMMY

남자 둘이 과일과 빵이 담긴 바구니와 마실 것을 가져와 애런 앞에 놓았다. 애런이 감사를 표하자 바나우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낯선 자들이 우리 형제 마을을 습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두 분이 나타나는 바람에 예민하게 대하고 말았소. 이 섬은 외부인이 찾아오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당신들을 습격자들로 생각했다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충분히 오해를 하실만했네요. 저희는 페렐리움에서 테세이아로 가는 도중에 멜스트롬을 만났어요. 사실 저희 말고도 일행이 두 명 더 있었는데 혹시 본 사람이 있을까요?”


바나우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여긴 섬 주변에 여러 개의 멜스트롬이 있어서 다른 배들이 멀리 돌아갈 뿐 근처에 접근 자체를 하지 않는다오. 어쩌다 잘못 들어서서 파괴된 배의 파편이나 물건들과 함께 사람도 해변으로 쓸려오지만 우리가 보는 건 늘 시체뿐이었다오. 안됐지만 그 사람들은 당신들처럼 자라엘 님의 가호를 받진 못했을 거요.”


‘두 사람은 정말 죽었단 말인가.’ 애런은 침통한 표정으로 바구니의 빵과 과일을 내려봤다.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술자루를 건네는 뒤렉과 노예 경매장을 알려주는 넬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나와 얽힌 사람들이 또 불행해졌어.’


“애런.”


언제 내려왔는지 나자리아가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왔다. 이곳의 사람들처럼 한 쪽 팔과 어깨를 드러낸 옷을 입은 그녀는 긴 머리칼을 말아 올려 나뭇가지를 비스듬히 꽂아 고정시켰다. 가지에 달린 붉은 방울꽃들이 그녀의 은회색 머리칼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애런은 기둥사이로 밝은 햇빛과 그림자를 번갈아 받으며 걸어오는 그녀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자리아는 이미 저주만으로도 힘든데 나 때문에 더 불행해지는 건 아닐까? 나와 결혼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저주에서 벗어나는 쪽이 행복해지는 것일까?’ 나자리아가 앉기를 기다린 바나우가 입을 열었다.


“허허, 까칠한 제브쉬만큼이나 아름답군요. 선남선녀, 두 분이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감사합니다.”


나자리아가 환한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우리를 좀 도와주시오.”


“저희도 도움을 청해야 하는 입장이니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 하겠습니다.”


“당신들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우린 싸움을 전혀 할 줄 모르오. 외부에서 적이 쳐들어올 일도 없어서 제대로 된 무기조차 없다오. 혹시 몰라 여기 테아누와 몇 사람 정도가 뭍에서 싸우는 법을 조금 배우긴 했지만 보시다시피 마을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라오.”


손바닥을 펴 보이며 한숨을 쉬는 바나우의 말을 테아누가 이었다.


“당신들이 쫓아온 모코는 투아모가 습격당할 때 겨우 도망쳐서 우리에게 소식을 알린 거라네. 그 아이의 말로는 가면을 쓴 자들이 배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을 죽이고 집을 불태웠다는군.”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을 죽이려고 그 위험한 멜스트롬을 지나왔을 리가 없을 텐데요?”


나자리아의 물음에 테아누가 바나우를 돌아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사람마다 붙잡고 별의 조각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고 하네.”


“별의 조각이요?”


애런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말했다.


“별의 조각을 아는가?”


“그것으로 무기를 만들면 사용하는 사람의 잠재된 힘을 끌어낼 수 있다고 들었어요. 정말 별의 조각이 여기 있나요?”


‘부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움을 청하는 거요. 별의 조각을 찾는 것 좀 도와주시우.’ 애런은 별모래숲에서의 뒤렉이 떠오르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뒤렉씨가 알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이 섬에 있긴 하지만 그건 절대로 내어줄 수가 없어.”


“저 사람들 목숨보다 그런 돌조각 따위가 더 중요하다는 겁니까?”


애런은 밖에 둘러싼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린 귀한 약초나 약재를 구해다 파는 게 업인 사람들이네. 그래서 멀리 세바고스와 테세이아 곳곳을 찾아다니지. 채집과 거래가 편리한 육지를 놔두고 굳이 외부와 차단된 이 섬에서 살고 있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네.”


“혹시 뭔가를 지키고 있는 건가요?”


나자리아가 눈을 반짝였다.


“그렇소, 이 섬에는 페리덱시온이라는 아주 희귀한 나무가 있는데 예전에는 세바고스와 테세이아에도 몇 군데에 있었지만 우리가 아는 바로는 현재 이 타바나 섬에 남아 있는 것이 유일하다오. 하지만 페리덱시온을 얻으려고 매번 멜스트롬 사이를 지나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큰 데다 여기에는 다른 귀한 재료들도 꽤 있어서 아예 이곳에 정착한 것이라오.”


“저는 나무꾼이지만 페리덱시온이라는 나무는 처음 들어봐요. 세상에서 유일한 나무라니 꼭 보고 싶군요.”


애런이 고개를 기웃거리며 기둥 너머의 나무들을 살폈다.


“페리덱시온은 우리만 아는 장소에 있다오.”


“그런데 그 나무와 별의 조각이 무슨 상관이죠?”


“그건 페리덱시온이 별의 조각이 묻힌 곳에 뿌리를 내리기 때문이지. 그들이 별의 조각을 캐어 간다면 페리덱시온은 말라죽고 말걸세. 그 나무는 우리의 전부야. 페리덱시온을 잃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어.”


“그자들이 이 마을에서도 나무가 있는 위치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섬을 샅샅이 뒤질 것이고 결국에는 찾아낼 거예요. 나무를 지키려면 그들을 모두 물리치는 방법뿐이겠군요.”


애런의 말에 바나우와 테아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찾아오지 못하게 모두 죽여야 하고요.”


나자리아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어느 쪽이든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네. 마침 이렇게 실력이 출중한 두 사람이 멜스트롬에서 살아남아 여기로 왔으니 마라님의 가호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부디 우리를 도와주게나.”


애런이 입을 떼려는데 나자리아가 무릎으로 다리를 툭 건드렸다. 돌아보는 애런에게 가만있으라는 눈짓을 하고 말을 꺼냈다.


“저희도 도와드리고 싶지만 우리가 상대했던 세 명은 모두 프라나 능력자였어요. 그런 자들이 몇 명이나 더 있는지도 모르는데 우리 힘만으로는 물리칠 수 없어요.”


“프라나 능력자들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크게 술렁거리는 가운데 바나우와 테아누가 어두운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애런이 말을 꺼내려는데 나자리아가 다시 다리를 건드리고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 죄송하지만 저희가 나서는 것은 어렵겠습니다.”


“이제 우린 전부 죽은 목숨이야.”, “투아모 형제들처럼 허무하게 죽을 수밖에 없다니.”


겁에 질린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과 체념의 말들이 터져 나왔다. 젖먹이를 안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여자와 눈이 마주친 애런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저희가···.”


나자리아가 애런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차라리 페리덱시온을 포기하세. 모두가 죽을 수는 없어.”


바나우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안됩니다. 오랫동안 가꿔온 터전을 하루아침에 버릴 순 없습니다.”


테아누가 미간에 주름을 잡고 주먹으로 테이블을 탁 때렸다.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애런과 나자리아를 가리켰다.


“가만, 당신들 아까 모코를 쫓던 자들을 전부 죽였다고 하지 않았나? 세 명이나 되는 프라나 능력자들을 상대하고도 어떻게 상처하나 없이 멀쩡할 수가 있지?”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애런과 나자리아에게 쏠렸다.


“그건···.”


나자리아가 애런의 말을 가로챘다.


“이건 저희 목숨도 걸린 일이니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어요?”


“그래주면 고맙지만 시간이 많지 않으니 서둘러주길 바라오.”


자리에서 일어난 두 사람은 2층으로 올라갔다. 한가운데 큼지막한 화덕이 있는 널찍한 공간은 벽에 여러 가지 말린 약초들이 걸려있고 몇 개의 문과 열린 주방이 있었다. 애런은 방에 들어가서 나자리아가 문을 닫자마자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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