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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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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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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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화 선점

DUMMY

285화 선점


“포기, 포기라.”


사천을 포기한다는 말에 몇 번이고 그 말을 중얼거린 임경업은 차마 부정할 수 없는 결론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마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소. 실지로 이번 민란은 그러한 불씨를 방치하여서 일어난 것이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 임경업은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슬프게도 나는 황상께서 다시금 그리하신다고 한들 비난할 수가 없소이다.”

“어떤 연유로 그렇습니까?”


짐작은 하나 일단 드러내지 않고 물으니 임경업이 이어선 낸 말은 과연 송헌책이 짐작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상께서는 북경을 놓고자 아니하시니, 그것은 곧 북경이 명나라의 머리이자 심장이기 때문이요. 이는 다시 말해 천하의 머리이자 심장이니, 놓는 순간 명나라는 천하를 잃었음을 인정하는 셈이오.”

“명은 남을지언정 대명은 없으니, 천하는 각축전으로 흘러가게 되겠지요.”


내심 송헌책은 그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긴 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세상이 와서 조금 더 나아지는 것이지, 명나라가 정상화되는 것은 그리 흥미가 없었다.


또한 정상화한다고 하여 무엇이 달라질 건가 가만히 생각하면 아무리 깨끗하여도 일신 없이는 다시금 부패하여 천천히 썩어들어갈 것이 뻔했다.


‘방식이며 하는 일을 바꾸지 않으며 다른 결과를 기대하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런 면에서 보면 송헌책이 보기에 다시금 저들을 놓고 돌이킴은 하수 정도가 아니라 악수 가운데 악수라고 하기에 적당했다.


또 송헌책은 북경은 차라리 명에게 없어서 새로운 목표가 되어주는 것이 낫지 않은가 생각하니 이내에 송헌책은 이러한 내심들을 드러내지 않고 입을 열었다.


“북경이 중함은 아나 당장 북경은 튼튼합니다. 비록 병부상서 홍승주 대인이나 장군께서 이곳에 계신다고 하나 북경에는 북경 수비대며 믿을 만한 사람이 두엇은 더 있지 않겠습니까.”

“수비대 대장이신 오양 제독은 훌륭한 분이라고 하더외다. 그 외에는 잘 모르나 왕유에게 전에 들으니 홍승주 대인과 함께 토벌에 나섰던 손전정이라는 분도 문무가 뛰어나시다고.”


물음에 응해 임경업이 사람을 두 명 정도 이르니 송헌책은 그들의 이름을 머리에 잘 기억해두며 입을 열었다.


“그것 보십쇼. 북경 앞에 이곳과 다른 곳에 있는 반란군들이 들이닥친다고 한들 하루 이침에 북경이 떨어지진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장군께서 가셔도 쓸모없는 일이니 의미가 없고요.”

“그건······.”


송헌책이 이르는 말에 임경업은 무언가 반론해보려고 했으나 열린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으니 그는 그대로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정녕 북경이며 천하를 위하신다면 장군께서 하실 일은 두 번 다시 이런 고민을 하실 일이 없게 끝내는 겁니다.”

“······말은 쉽습니다만.”

“자신을 가지시지요. 적어도 이번 전투에서 저는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았으나 장군께서는 제대로 일하여 적을 물리치셨습니다. 망설임은 독 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말로서 임경업을 달랜 송헌책은 슬쩍 제 생각을 입에 담았다.


“제가 생각기에 군을 둘로 나눔이 낫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둘로? 양양이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닙니다만.”

“그것은 아나, 저곳에 물자가 대단히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있다고 한들 양곡이 전부겠지요. 허니 남은 화포들을 이곳에 모아 며칠이고 진득하게 두드리면 금세 탈환할 수 있습니다.”


송헌책이 이르는 말을 머리에 그려본 임경업은 고개를 끄덕였다.


본디 양양 공략을 정석으로 하자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았고, 이것이 가장 쉽고 간단하며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다만 그렇게 할 경우 이미 아시다시피 저들이 사천으로 들어간 것을 쫓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 군을 둘로 나누어 사천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이쪽이 얻어두어야 합니다.”

“저들을 막기 위해서입니까?”


사천 지방에서 나올 수 있는 경로는 한정적이니, 그곳들을 막으면 안에서 무엇을 하던 문제가 크게 줄어들 터였다.


허나 이는 사천을 버린다는 선택이기에 썩 마음에 들지 않으니, 송헌책은 그 심기를 헤아리고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쫓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준비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과연.”


몇 곳을 막으면 나오지 못한다는 말은 바꾸어 말해 그 몇 곳을 막으면 들어가기 어렵다는 말과 같았다.


“며칠만 주십쇼. 그러면 반드시 사천으로 들어가서 화근을 뿌리 뽑는 걸 북경에서 허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물론 되면 좋은 일······인가?”


말을 하던 중 혹시 모를 상황을 생각하여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니 송헌책은 그런 임경업을 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그에 민망함을 느꼈는지 임경업은 붉은 얼굴로 헛기침을 내었다.


“험험.”

“장군, 일단 말을 탈 수 있는 자들을 모두 모아 가게 하고, 남은 병사들은 양양에 집중합시다. 그리고 양양을 떨어트린 후에 승전보와 함께 추격 요청을 하면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조금 구체적인 안이 나오니 임경업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언제고 이렇게 후방이 불안정하여서야 답이 없지요. 선생의 조언대로 군을 나누도록 하지요. 어디로 보냄이 좋겠습니까? 한중?”

“한중이라. 좋은 곳이지요.”


한중을 언급한 송헌책은 내심 욕심이 샘솟는 걸 느꼈다.


유비가 즉위하여 한중왕을 선포한 장소니 그 의미는 남달랐다.


하지만 욕심과 별개로 그곳은 멀고 양양을 점거한 후에 움직일 것을 예상하면 그 길은 너무 길고 멀었다.


‘나중에, 나중에 얻어도 늦지 않아.’


애써 자신을 다독인 송헌책은 미리 생각하고 있던 곳을 입에 담았다.


“사천으로 가기 위해 여러 장소를 고려해 볼 수 있으나 양양에서라면 저는 이릉이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



“지세가 제법 괜찮군.”


한번 초전을 치르고 그 초전을 대승으로 끝낸 경험 덕인다, 돌격대 대장 시마즈 타다아키는 전과 달리 여유가 있었다.


여유는 자신감을 동반하고 다시 전투에 나가기 전에 다음에 나갈 곳을 살필 기분이 들게 하니 타다아키는 그 마음과 생각에 따라 군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언덕배기에 몇몇 사람과 함께 올랐다.


조금 떨어졌다고 하나 그 조금이라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로 지근거리며 양양에서는 머니 실로 관측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 타다아키는 아무런 방해도 없이 양양 쪽을 관찰할 수 있었다.


“제법 성이 단단해 보이는데.”


잠시 살피니 이제 한번 전투를 치르고 이겨 자신감이 가득한 타다아키가 보기에도 양양은 성도 크고 사람도 적지 않아 녹록하게 보이지 않았다.


비록 그가 살던 일본의 성과는 다르나 그 단단함이며 치기 어려움은 한눈에 보이니 타다아키는 금세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설마 저기도 우리가 가장 먼저 올라가야 하는 건가?”


창날이 되라고 들었고 그 창날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명나라에서 자신들을 방패로 쓰고 버릴 계획이 아님은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전투로 자신들의 역할을 확인하니 이제는 한결 더 마음이 놓였으나 그것이 무색하게도 눈앞에 거대한 성을 마주하니 다시금 걱정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주군, 여기에 계셨습니까.”

“히사요시 공.”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부대장 시마즈 히사요시임을 알고 타다아키는 마침 잘 되었다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이에 히사요시는 찾아온 이유가 분명하게 있음에도 존중하는 의미에서 먼저 말하기 기다리니 타다아키는 곧장 속에 있는 걱정을 바깥으로 끄집어냈다.


“우리가 저리로 돌격한다면 얼마나 살겠습니까?”


타다아키가 손을 들어서 가리키니 히사요시는 그 손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더니 이내에 그가 어디를 가리키는지 알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기로요?”

“명나라에서 우리에게 가장 앞서서 싸울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까. 물론 야전에서 그것이 방패가 아니라 가장 먼저 칼 휘둘러 사기와 기세를 올릴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이제 잘 압니다. 하지만 저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히사요시는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이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동감입니다. 그래도 그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하지 않아도 된다? 설마 여기서 물러난답니까?”


설마하니 공성을 하지 않을 작정인가 싶어서 의아하게 물으니 히사요시는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들으니 군을 둘로 나누는데, 이쪽에 말을 탈 줄 아는 자가 많다면 공성이 아닌 다른 쪽으로 배치할 생각인가 봅니다.”

“다른 쪽? 잔당 사냥이라도 합니까?”


물으면서 내심 기대하니, 공성한답시고 이곳에 남는 것보다야 여러모로 쉽고 득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히사요시는 고개를 갸웃했다.


“잔당 사냥이라. 그런 간단한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간단하지 않다?”

“길목을 막을 자들이라고 들었습니다.”

“길목? 아, 퇴로 차단인가.”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내에서 가장 그럴듯한 대답을 도출한 타다아키는 그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휘하 무사들이야 다소 불만스러울 수 있으나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전장이나 공훈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명나라 사람들이 나중에 혹여 자신들이 거짓을 말했다고 하여 곤란을 겪지 않을까 싶었으나 이내에 타다아키는 그 걱정을 털어냈다.


‘조금 다투는 게 저런 성에 들이박아 핏물이 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암, 그렇고말고.’


스스로에게 이르나 아직 그 정도로 얼굴이 두텁지는 않은 모양인지 타다아키의 안색이 조금씩 변했다.


그걸 가만히 보던 히사요시는 그 속내를 얼추 짐작하고 입을 열었다.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응? 

“말 위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탈 수만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탈 수만 있으면 된다? 아하, 그런 쪽입니까.”


말에 탈 수만 있으면 된다는 말에 그제야 타다아키는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에 올라 싸우는 기병이 아니라 그저 타고 이동한 후에 내려서 싸우는 기마보병은 무사라면 대부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행이라 여기는 한편 아직 듣지 못한 일이 있음을 떠올린 타다아키는 천천히 입을 열어 물었다.


“그건 괜찮겠군. 헌데 어디를 가기에 그런 거지?”

“일단 인수만 파악하여 토벌군 대장을 찾아오라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직접 가서 들으셔야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타다아키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고는 움직이다가 잠시 멈추어서 힐끗 고개를 돌려서 양양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곳을 향해 달림보다는 그 일이 무엇이든 따로 움직임이 좋게 보이니, 타다아키는 자신과 달리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내심 확신했다.


그리하여 타다아키를 비롯한 돌격대 가운데 몸 성한 자들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별동대로 차출되니, 그들을 이끌라고 명령받은 사람은 전에 노상승 휘하에 있다가 이제는 임경업 휘하로 소속을 옮기게 된 장수 왕유였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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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8 ageha19
    작성일
    23.07.17 22:57
    No. 1

    이릉에서 더 서쪽으로 가면, 사천으로 오갈 수 있는 요지 중 하나로 장강삼협도 통제할 수 있는 곳인 백제성이 있었더랬죠. 마침 군대도 남경의 군대이니, 관우 대신 장비를 사냥하는 오나라 군대 이미지가 되나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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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302화 옛 땅과 새 땅 +3 23.08.03 334 20 13쪽
302 301화 떠나고 싶은 자, 떠나고 싶지 않은 자 +2 23.08.02 331 20 12쪽
301 300화 예상 밖의 제안 +2 23.08.01 340 23 13쪽
300 299화 재물은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 +3 23.07.31 325 21 12쪽
299 298화 부모가 이기기도 한다 23.07.30 301 19 12쪽
298 297화 유모의 소망 23.07.29 306 23 11쪽
297 296화 경유지 +3 23.07.28 326 22 12쪽
296 295화 도망칠 고향 23.07.27 307 23 13쪽
295 294화 세 번은 사양 +3 23.07.26 313 22 12쪽
294 293화 천하 물산 +3 23.07.25 326 23 15쪽
293 292화 선후가 바뀐 일 +3 23.07.24 337 22 12쪽
292 291화 저 너머 +1 23.07.23 327 24 15쪽
291 290화 사제의 탐구 23.07.22 343 27 11쪽
290 289화 여정 +1 23.07.21 331 21 13쪽
289 288화 이상과 현실 +4 23.07.20 324 21 13쪽
288 287화 모사들 +3 23.07.19 348 20 12쪽
287 286화 소열의 비원 +3 23.07.18 366 20 11쪽
» 285화 선점 +1 23.07.17 332 20 11쪽
285 284화 어디로 갈 것인가 +4 23.07.16 336 21 12쪽
284 283화 병졸 하나 +2 23.07.15 329 22 15쪽
283 282화 동쪽에서 온 벼락 +1 23.07.14 336 22 16쪽
282 281화 길항 +2 23.07.13 340 20 13쪽
281 280화 기회와 고향 +3 23.07.12 340 22 12쪽
280 279화 계획은 틀어지는 게 전제다 +3 23.07.11 331 21 13쪽
279 278화 누구나 계획은 있다 +2 23.07.10 345 23 13쪽
278 277화 그 사람의 출신은 +3 23.07.09 349 22 14쪽
277 276화 바다 건너 온 사람들 +2 23.07.08 364 22 12쪽
276 275화 알아서 하는 고생 +4 23.07.07 354 21 15쪽
275 274화 서운함은 질시를 불러온다 +1 23.07.06 341 20 13쪽
274 273화 재주는 곰이 넘는다 +3 23.07.05 345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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