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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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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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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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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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화 이기기 위한 손실

DUMMY

257화 이기기 위한 손실


방어전에 들어갈 것이다.


홍승주가 낸 이 말은 큰 반발을 불렀다.


가장 먼저 나선 이들은 그 성급함에 어울리게 감정적으로 그들이 사실이며 현실이라 믿는 말을 토로했다.


“방어전이라니, 그 무슨 생뚱맞은 말씀입니까?”

“공격하는 건 저들이 아니라 우리입니다!”

“맞습니다. 여긴 명나라가 아니라 저 오랑캐 놈들의 땅입니다!”


이어서 몇몇은 홍승주가 그간 겪은 피로로 인해 정신이 살짝 나간 것은 아닌가 의심했다.


“장군, 혹시 피로하신 것은 아니십니까?”

“장기간 원정으로 인해 기우가 드신 모양입니다.”

“그, 정히 그러시고 싶다면 오늘 하루 정도는 진군을 멈추고 쉬게 하겠습니다.”


또 몇몇은 또 비유를 들어가며 홍승주를 설득하려고 했다.


“전처럼 지반을 단단히 하고 싶은 것은 알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적의 목에 칼을 대고 있건만 그 칼을 휘두르지 않고 칼이 무겁다고 하는 꼴입니다. 칼로 목을 베고서는 얼마든지 쉴 수 있습니다.”

“실로 옳은 말입니다. 목을 베면 얼마든지 무거움을 토로해도 괜찮으니, 심양을 차지하고서 방어전을 고려함이 옳습니다.”


제각각 성격에 따라 말을 하긴 했으나 다들 홍승주가 하는 말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은 같았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홍승주는 어찌 이 끔찍한 현실을 알아챈 이가 자신밖에 없는지 한탄하며 입을 열었다.


“다들 공적에 눈이 멀었는가? 지금 군사들은 지쳤고 화약이며 병기는 소모가 크며 우리는 아무런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적지 깊숙한 곳에 있다.”


홍승주는 그렇게 말한 후 반론을 허용치 않겠다는 태도로 지도를 지휘봉으로 짚었다.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만약 이 방향들에서 군사가 일만, 아니 수천씩만 와도 우리 명나라의 전투력은 급감한다. 집중할 수가 없는 화포는 무용지물로 변할 거야.”


그가 하는 말에 장수들은 가만히 지도를 살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그들 역시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었다.


“걱정하시는 건 알지만 저희는 대군입니다. 고작 수천, 화포가 없어도 숫자로 묻어버릴 수 있습니다.”

“손실이 크긴 하겠지만 그게 다입니다. 이기면 병사는 다시 모을 수 있으나 저 오랑캐들을 몰아낼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장군, 그간 흩어버린 적을 생각하십쇼. 이면 그것은 과한 우려입니다.”

“흩었다고?”


홍승주는 가만히 들은 말을 중얼거리고는 피식 웃었다.


“그래, 그 흩은 군이 얼마나 되었지? 내가 기억하는 바에 따르면 십만도 넘는다. 그런데 어째서 놈들은 그걸 한 번에 모아서 결전을 치르지 않았지?”

“그것은-.”

“어리석은 야인이라서, 오랑캐라서 그렇다는 말이면 닥치게. 그러면 대명은 그런 병신들에게 몇 번이고 지고 몇 번이고 당했다는 말이니까.”


눈치 없이 말하려는 이를 노려보며 다물게 한 홍승주는 다른 이들에게 한 번씩 시선을 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적어진 게 화포만이라고 여기나? 그간 접전이 있으면 적들을 쫒아버렸고, 화약을 소모했지. 그리고 병사도 소모했다. 우리는 이미 출발할 때 그 군대가 아니다.”


그간 진군하면서 명나라는 가랑비에 옷 젖듯 병력 손실을 입었다.


방어전이거나 어딘가에 거점을 마련하고 싸우는 전쟁이라면 모를까, 이런 원정에서 전사자는 말할 것도 없지만 부상자 역시 그 정도가 심하면 그대로 손실이며 부담으로 변했다.


그렇다고 부상병을 버리거나 죽이는 건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단박에 사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것이고, 전투가 벌어지면 누구 하나 나서지 않고 몸을 사리기만 할 것이니 말이다.


“제길, 설득하는 시간도 아깝군. 명하겠네. 오늘부터 당장 방어전을 준비해라.”


홍승주는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다시금 지도에 시선을 주었다.


“아니, 이동이 먼저겠군.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너무 탁 트여있어.”


화력을 원하는 대로 투사하기도 좋지만 이는 사방에서 찔리기 쉬운 지형이기도 했다.


“당장 물러날 준비들 하게.”

“장군, 이 일은 황상께서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으실 겁니다.”


불만에 찬 얼굴로 한 사람이 나직이 말하니 홍승주는 열불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이놈이 감히!’


아무리 불만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따르는 시늉도 하지 않고 대뜸 황상을 들먹이며 자신을 겁박하는 말에 홍승주는 허리에 찬 검에 손을 올렸다.


그 모습에 말을 내었던 자가 움찔하니 홍승주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내렸다.


“이 군의 총대장은 나다. 그리고 나 홍승주는 황상께 부월과 단서철권을 받았다. 더 말할 자가 있나?”


싸늘하게 묻는 말에 장수들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거나 아래를 향하며 입을 다물었다.


“없는 모양이군. 허면 당장 이동 준비해라. 여기, 나흘 거리에 있는 구릉지까지 물러난다.”


탁 트인 지형 가운데 그나마 유리하게 방어전을 수행할 수 있는 지점을 꼽은 홍승주는 이것으로 최악은 면했다고 여겼다.


‘서두르면 사흘, 아니 이틀이면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러한 결정은 시기에 맞는 법이 없었다.



***



“시간이 조금만, 조금만 더 허락되었다면······.”


아쉬움을 가득 담아서 말끝을 흐린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시간은 고작 일주일 정도가 아니다.


판을 이만큼 키우고 판돈도 크게 걸었다.


명나라는 져도 당장 잃을 것이 군대라면 청나라는 지면 군대에 더해 심양 그리로 대청 강역 상당수다.


그러니 더욱 기다리고 기다려서 저들이 완전히 풀어지고 화약 역시 더욱 소모하여 종이호랑이가 되길 바랐다.


허나 이미 그럴 수 없으니 도르곤이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전령을-.”

“예친왕 전하!”


전령 통솔을 맡은 장수에게 이야기하려는 순간 팔기 하나가 다급히 들어와서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지?”

“명나라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였다?”

“전방이 아니라 후방으로 이동 중입니다.”


후방으로 물러나고 있다.


심양이 바로 지근거리인데 그런 짓을 하고 있다면 둘 중 하나였다


오랜만에 저들에게 보급 부대가 도착하여 맞으러 가는 일이 그 하나며 또 다른 하나는 적장이 생각보다 욕심에 눈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도르곤은 지금 명나라 군대를 이끄는 수장이 홍승주임을 떠올리며 후자에 무게를 두었다.


“시간만 있다면 조금씩 조금씩, 더 두고 보면서 괴롭혔을 것을.”


대군은 수장이 뜻하는 것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물며 그 수장만 생각이 다르다면, 또한 그 권위가 절대적이지 않다면 더욱 그러했다.


당장 홍타이지도 전장에서 돌이켜 심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을 도르곤 자신이 막은 바가 있었다.


그리고 홍승주를 아무리 높게 보아도 홍타이지 수준으로 권위가 있을 리가 없으니 후자라면 본래는 상황을 보는 게 좋았다.


허나 도르곤에게도 이제 그러한 시간이 없었다.


“전령을 보내고 연기를 올려라. 시작한다.”

“예, 전하!”


아쉬움을 삼키며 명령하니 전령 통솔을 맡은 장수는 기운차게 대답하며 막사를 나섰다.


크게 반색하는 얼굴을 보니 어지간히 바라고 바라던 모양이었다.


“하, 이미 우리도 한계였던가?”


그 얼굴이며 대답을 곱씹은 도르곤은 오히려 다행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미 충분히 끌어들였다. 놈들을 치고······우린 이번에야말로 북경을 얻는다.”



***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이동이 느린가!”


이미 이틀이 지났으니 나흘 거리에 있는 구릉지까지 남은 거리가 절반으로 줄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애석하게도 그의 마음을 따르지 못했으니, 그들은 이틀간 고작해야 하루 거리 돌이켰을 뿐이었다.


“설마 제장들은 날 무시하여 그런 것인가!”


일부러 태업하여 이동을 방해하지 않는 한 이럴 수는 없다 여긴 홍승주는 당장에 누구든 베어 죽일 듯한 눈으로 장수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맞았으니, 장수들은 하나 같이 시선을 피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 머저리들이!”

“큰일입니다!”


분에 못 이겨 막사 안에 둔 부월을 집어 들고자 손을 뻗은 순간 그럴 때가 아니라고 하듯 다급히 들어와 외치는 자가 있었다.


그에 분을 내던 홍승주는 물론이고 장수들 역시 시선을 주었는데, 모인 시선에 그는 이보다 더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크게 외쳤다.


“오, 오랑캐들이, 오랑캐들이 사, 사방에서 몰려옵니다!!!”


홍승주는 그 말에 안색이 싹 바뀌었다.


활화산과 같은 분노 서린 얼굴에서 한겨울 서릿발이라는 말로 부족한, 장강이라도 저 얼굴 담긴 냉기에는 얼지 않을까 싶은 차가운 얼굴로 변한 홍승주는 부월에 뻗던 손을 그쳤다.


“당장 나가서 전투 준비해.”


소름 돋을 정도로 무뚝뚝하고 서늘한 명령에 장수들은 허둥지둥 바깥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홍승주는 적당한 자리에 털썩 앉고 싶은 욕망을 억지로 떨치고 걸음을 옮겼다.


마음은 간절하나 그 마음에 따르는 순간 홍승주는 무엇이든 포기하고 던질 거 같은 기분에 억지로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전에 있던 곳보다는 그나마 나으니 다행인가?”


지도에 다가가 살핀 홍승주는 얕으나마 한쪽이 경사져서 그나마 나은 지형이라 여겼다.


그러한 작은 위안도 잠시, 홍승주는 곧바로 헛웃음을 흘렸다.


“허허, 내게는 다행한 일이나 명나라에는 불행한 일이로구나.”


이길 때는 그렇게 존중하나 싶었던 장수들이 그가 고작 나흘 거리를 물리고자 하니 반발하여 태업했다.


혹여 일주일, 아니 구릉지에 도착할 때까지 나흘간 저들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눈에 선히 보였다.


그러니 홍승주에게 있어서 이 습격은 다행한 일이나 정했던 곳에 도착하지 못하여 일이 벌어졌으니 명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한없이 불행한 일이었다.


“이기면 된다.”


애써 불안함을 감추며 지도에 올린 손에 힘을 주니 지도가 그를 따라 일그러졌다.


그에 따라 명나라 군대가 있는 곳을 향해 선들이 주름지니 실로 당장 형국이 그와 같았다.



***



“달려라!”


정친왕 아이신기오로 지르가랑은 오랜 기다림이 끝났음을 알자마자 선두에서 말을 달렸다.


‘드디어 때가 왔다!’


그간 패하고 후퇴하는 일을 수십 번은 족히 했다.


필요한 일이라고 하나 그저 패배만 하는 일이 달가울 리가 없었기에 지르가랑은 상당히 짜증이 쌓인 상태였다.


또한 휘하에 있는 이들이 장졸을 가리지 않고 연이은 패배와 물러남에 그 기세가 점차 줄고 있었다.


머리로는 이러한 일이 필요함은 아나 초조함은 어쩔 수가 없었던 와중에 지르가랑에게 전해진 말은 마치 3년 가뭄에 맞은 단비와 같았다.


“전하, 놈들이 보입니다!”

“하하하!”


옆에서 함께 달리는 팔기가 외치는 말에 지르가랑은 크게 웃었다.


분명히 적은 저 앞에, 이제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동시에 이 거리는 전에 그들이 접근하면 바로 반격으로 화포가 쏟아지는 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과 달랐다.


화포가 쏘아지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 숫자는 적으며 드문드문하여 연계가 전혀 없었다.


가짜로 후퇴한다고 하지만 몇 번이고 목숨을 걸고 접근했다가 빠져야 했던 전날들에 비하면 보잘 것이 없는 일이었고, 우스운 반격이었다.


“놈들은 기세가 죽었다! 만주족이여, 때가 왔다! 쓸어버려라! 다이칭 구룬이여 영원하라!”


다이칭 구룬이여 영원하라!



***



“쏴, 쏴라!”


달려드는 청나라 군대를 보며 장수가 다급히 명하니 몇몇 병사들이 명령대로 화포를 겨누고 쏘았다.


그러자 뒤이며 다른 병사들이 이어서 쏘았는데, 그 쏘는 것이 일사불란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쏘는 양조차 시원치 않으니 변변한 저지력을 보이지 못했다.


기대와는 다른 결과에 장수는 얼굴이 흙빛이 되어서 외쳤다.


“쏘라니까 뭣들 하고 있는 거야!

“사방에서 산개해서 달려듭니다! 어딜 노리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다들 노림이 제각각입니다!”


그나마 경험이 많고 침착한 편이던 부관이 다가와 사실을 알려주었으나 장수는 이미 들을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화약을, 화약을 아끼지 마라!”

“······.”


화약을 아끼지 말라는 말에 부관은 씁쓸하게 웃었다.


사실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은 것은 장수와 병졸을 가리지 않고 느끼고 있었다.


분명히 이기고 있었고, 쏘았다 하면 도망가던 청나라 군대가 이번에는 아무리 쏘아도 도망가지 않는다.


오히려 우습다고 하듯 사방에서 달려드니 조금 전부터 병사들 가운데 반절이 넘는 숫자가 화약을 아끼지 않고 쏘아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격은 그간 경험한 것이 무색하게 형편없으니, 어느 것은 너무 멀고 어느 것은 너무 가까웠다.


저들에게 제대로 닿은 사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체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니 바닷물에 소금을 떨어뜨림과 다르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보니 상황은 어느 방면이건 다르지 않았다.


아직 적들은 다가올 뿐, 실질적인 피해는 없다시피 했으나 그 흐트러짐이며 부족한 와중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흩어진 화력은 그 결말을 보지 않아도 짐작게 했다.


‘크게 패하겠구나.’


피할 수 없는 일을 알게 된 부관은 침울한 얼굴로 멀리서 화급히 달려오는 전령을 보았다.


후퇴 명령인가 싶어 빠져나갈 곳을 부관은 먼저 나갈 길을 살피기 위해 시선을 멀리 주었다.


“보고! 홍승주 장군께서 명령을 전하셨습니다!”

“무, 무엇이냐? 어서, 어서 말해라!”

“말한 것을 지키라고 하십니다!”

“마, 말한 것?”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장수가 묻는 말에 전령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에 전령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장군께서 명하시길, 장수들은 앞장서서 다시 채울 손실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그제야 전령이 전한 명령이 무엇인지 안 장수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부관 또한 다르지 않았으나 그는 한편으로 이해했다.


이것이 그들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 상처뿐이나마 패배를 면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말이다.


“나, 나는 싫다! 나는, 나는 그런 손실이 아니야!”


그러나 장수는 그럴 생각이 손톱만큼도 들지 않는지 뒷걸음질 치며 손사래를 쳤다.


그 모습에 부관은 허리춤에 찬 단검에 손을 올리고 이를 악물었다.


‘지면 명나라는 끝이다. 이겨야 한다, 대가와 형태를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장수와 같은 태도가 아니라 앞서서 분위기를 휩쓸 사람이 필요했다.


허무맹랑하다고 해도 그걸 전체에 퍼트릴 열기가, 광기가 필요했다.


부관은 가족을 생각했다.


나이 든 아버지와 어머니, 절색이라고 할 수 없으나 단아하고 참한 아내, 세상 어디에 내어놓아도 남부럽지 않고 자랑스러운 자식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들이 이곳에서 지면, 청나라가 북경을 떨어트리면 그 면면이 어떻게 될지 상상키도 두려웠다.


“장군.”

“뭐, 뭐냐? 무슨 좋은 생, 끅!?”


각오를 다진 부관은 장수의 뒤로 가서 그를 부르더니 돌아서는 것에 맞추어 단검을 그 목에 꽂았다.


그 모습에 소식을 전하러 왔던 전령이며 귀를 기울이던 몇몇 병사들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너, 너어······.”


생각지도 못한 배신에 장수는 불신이 가득 담긴 눈으로 소리를 흘렸으나 이내에 그 소리며 눈에 담긴 빛은 공허하게 변했다.


숨이 끊어진 장수를 복잡한 얼굴로 본 부관은 곧장 장수의 옷과 자신의 옷을 바꾸어 걸치고는 장수의 검을 뽑았다.


“전원, 우리가 이기면 명나라는 산다! 가족이 산다! 부모가, 아내가, 자식이 살아나 좋은 세상을 볼 것이다! 그러니 물러날 수 없다! 내가 앞장서겠다! 저들 하나를 둘로 잡고, 셋으로 잡고, 열로 잡아라! 그것으로 우리는 이길 것이다! 저 오랑캐들에게서 가족들을 지켜라! 대명 만세! 황제 폐하 만세! 홍승주 장군 천세, 천세!”


안 그러던 사람이 이러한 순간에 그러면 달리 보이며 호소력이 강해지는 법.


부관이 장수로 분해 외치고 말도 타지 않고 달려서 앞으로 가니 사정을 잘 모르는 병사들은 그 소리에 감화되어 이를 악물었다.


우와아아!!!

대명 만세!!!

황제 폐하 만세!!!

홍승주 장군 천세, 천세!!!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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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47 비르지니
    작성일
    23.06.19 22:29
    No. 1

    ???: (병사가) 손실되면 그만큼 메우면 되는 거 아님?
    홍장군: 맞음. (장수도) 손실되면 메우면 그만이지.

    진짜 장수보다 휘하 부장이 더 장수답다니 무엇...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68 ageha19
    작성일
    23.06.19 23:08
    No. 2

    옆에는 당장의 상황에 눈이 멀어서 대국을 망가뜨린 장수들, 멀리 북경에는 그냥 신하들 갈구고 의심할 뿐인 숭정제... 당장은 어떻게든 살아서 후퇴하기 위해 다들 필사적이겠지만, 이기든 지든 전투를 일단락시킨 뒤가 더 문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g9******..
    작성일
    23.06.20 06:43
    No. 3

    하..망하는 나라의 전형적인 장수..그 휘하의 충성스러운 부관..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8 엘아인
    작성일
    23.06.20 08:40
    No. 4

    나라가 망하는데는 이유가 있는거죠.
    죄다 전선의 상황도 볼줄모르는 바보들이고
    능력있는 장군들은 숭정제의 의심병에 뒤통수맞고 고꾸라지고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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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270화 더 잘 싸울 수 있는 장소 +2 23.07.02 369 22 14쪽
270 269화 우선할 사람 +2 23.07.01 357 19 11쪽
269 268화 부족한 숫자 +5 23.06.30 380 26 13쪽
268 267화 계승과 충성 +1 23.06.29 378 24 15쪽
267 266화 다음가는 자 +4 23.06.28 363 27 14쪽
266 265화 하늘의 부름은 피할 수 없다 +1 23.06.27 370 18 13쪽
265 264화 사랑을 크기로 표현하면 23.06.26 362 22 12쪽
264 263화 알맞은 일 +2 23.06.25 358 20 11쪽
263 262화 소식을 전하는 순서 +4 23.06.24 387 22 15쪽
262 261화 두 전령 +2 23.06.23 375 22 13쪽
261 260화 보따리 뺏을 궁리 +5 23.06.22 361 24 17쪽
260 259화 쫓고 쫓기고 +1 23.06.21 359 20 12쪽
259 258화 누구도 바라지 않은 결과 +3 23.06.20 371 22 13쪽
» 257화 이기기 위한 손실 +4 23.06.19 391 23 16쪽
257 256화 정해진 선택 +1 23.06.18 353 22 13쪽
256 255화 죽음의 무게는 같지 않다 +2 23.06.17 361 21 14쪽
255 254화 달콤한 제안 +1 23.06.16 367 18 12쪽
254 253화 보이는 것과 의도는 다르기 십상이다 +2 23.06.15 364 20 13쪽
253 252화 도이 +2 23.06.14 373 24 12쪽
252 251화 거짓은 항상 커진다 +2 23.06.13 367 18 12쪽
251 250화 은밀한 일 +2 23.06.12 362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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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248화 다가온 구실 +1 23.06.10 355 16 13쪽
248 247화 바다를 향한다 +3 23.06.09 383 19 11쪽
247 246화 소년의 마음은 +3 23.06.08 377 24 13쪽
246 245화 윗사람과 거리는 적당한 게 좋다 +2 23.06.07 361 24 12쪽
245 244화 어린 친왕 +2 23.06.06 405 21 12쪽
244 243화 오고 감은 같아야 한다 +4 23.06.05 383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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