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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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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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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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87화 가장 원하는 이

DUMMY

187화 가장 원하는 이


인물이든 나라든 아니면 사건이든 사람은 그가 아는 것을 기반으로 삼아 평가하고 대처한다.


그 앎이라 하면 보통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 소문 등이 될 것이며 어떠한 사람들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여길지도 모른다.


혹은 그것밖에는 알 도리가 없거나 말이다.


좋게도 나쁘게도 양쪽 모두와 거리가 먼 윤휴는 마주한 벨테브레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고향 사람들을 보시니 어떠십니까?”

“반가우면서 어색합니다. 그리고 안타깝습니다.”


윤휴는 벨테브레이가 말하는 것들 가운데 반가움은 물론이고 어색함 역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고향 일을 나눌 사람을 보았으니 반가움이 당연하다.


또한 벨테브레이는 그런 자를 본 것이 지난 전쟁 이후, 그의 동료였던 두 사람이 전사한 이래다.


여기에 더해 저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살던 대로 하고 살았을 것이니 어느새 복색부터 해서 더 많이 말하게 된 말이 무엇인지까지 생각하면 그 어색함을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움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으니 이는 짚이는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그......고향에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그 많은 짐작을 하나로 묶어 물으니 벨테브레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쪽은 여전했습니다. 여전히 투쟁하고, 살아가고, 바다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살던 시절과 변한 것이 없었지요. 그렇기에 안타깝다고 하는 겁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얼굴에 복잡함과 씁쓸함을 드러낸 벨테브레이는 걱정을 가닥 담아서 말을 꺼냈다.


“고향 사람들은 여전하여 이득을 좇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저도 그러하였으니 그것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이제 이 사람은 벨테브레이이며 박연입니다. 어느 하나를 우선하는가 쉬이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그건 고마운 말씀입니다. 설령 태어나고 자란 정을 우선하여 저쪽을 우선하신다고 한들 그에 버금가게 조선을 생각하시니 종사관께서는 진정 조선 사람이라 칭함 받기 마땅합니다.”

“하하, 그건 고맙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정정해야겠습니다.”


정정해야겠다는 말에 윤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을 요구하는 시선으로 벨테브레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재촉하는 시선에 벨테브레이는 미미하게 웃음기를 입가에 띄우며 입을 열었다.


“그리운 것과 더 좋아하는 것이 같지는 않으니, 저는 이곳 조선이 더 마음에 들고 조선에 우선하여 살고 싶습니다.”

“어째서입니까? 수구초심이라, 사람은 고향을 잊을 수 없는 법이거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잊을 수 없음은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늙으면 고향에 돌아가서 남은 생을 보내며 고향 땅에 묻히길 바라겠지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말년을 보내길 바라는 방식은 비슷하다 느낀 윤휴는 의아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돌아갈 곳보다 거쳐 가는 곳을 더 중하다고 하십니까? 물론 그 마음은 대단히 감사하나, 저로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들으실지는 모르나 저는 고향에서 잘 살지도 않았고, 고귀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처음에 시작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하나 저는 지금 대우받고 있으며, 재물도 부족함이 없는 정도를 넘어서 풍족하여 나눌 정도가 됩니다.”


조선에서의 처지와 네덜란드에서의 처지가 다름을 논한 벨테브레이는 이어서 다른 것을 입에 담았다.


“또한 이곳 사람들은 저를 외국인으로 여기지 않고 조선 사람으로 여겨주니 저는 스스로 조선에 더 마음이 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게 있어서 홀란트는 잊을 수 있는 고국이며 돌아갈 곳이라 여기나 당장 조선과 저울에 올리면 그 저울은 조선 쪽으로 기우는 것을 차마 부정할 수 없습니다.”

“허어.”


윤휴는 여러모로 와닿는 말에 그 말들을 곱씹고자 했다.


그러나 벨테브레이의 말이 이어서 들려오니 그는 잠시 그 사색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고향에서 온 사람이 욕심을 부려 조선에 피해가 생기면 저 역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제 안타까움입니다. 저들을 반가워하였으나 그 욕심으로 이곳에 해악을 끼치면 당장 저는 그것이 슬프고 안타까울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말입니다.”


합당한 우려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과한 걱정은 아닌가 싶던 윤휴는 오늘 보았던 사람, 피델베르트를 떠올렸다.


“우려는 이해하지만 시작부터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도 교역에 관하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니 그 욕심도 생각보다 적은 듯하고요. 물론 이곳까지 알아서 찾아온 이요 상인이니 그것이 없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윤휴가 하는 말을 들은 벨테브레이는 소리 없이 웃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역시 좌랑께서는 상인이 걸맞지 않습니다.”

“걸맞지 않다고요?”


윤휴의 호기심 어린 물음에 벨테브레이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예전에 제가 처음 배에 오를 무렵 경험 많은 이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이제껏 제게 도움이 되었는데, 그 가운데 이런 말이 있습니다.”

“어떤 말입니까?”

“이르길, 세상에서 무언가를 가장 원하는 이는 그 무언가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



“이거 무엇부터 해야 좋을지 어렵군.”


말할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순번을 정하기 어려움을 느낀 피델베레트는 조선에서 내어준 숙소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이나 그 욕심을 처음부터 부릴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는 어디까지나 안면을 트고 그 오감을 확실히 하는 것만 목표로 두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미지의 땅에 동포가 한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니 혹시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끄응. 마음 같아서는 온갖 조약을 맺고 독점하고 싶은데 말이야.”


그 온갖 조약은 이후에 있을 불평등조약과는 거리가 있으나 그들을 제외한 경쟁자들을 모두 교역에서 배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방향성만 다들뿐 큰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조약이 상대에게 썩 좋지 않은 인상을 남김은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고 피델베르트는 욕심이 그득하긴 하나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따져보자.”


애써 머리를 식히고 욕심을 못 본 체한 피델베르트는 가장 먼저,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일 둘을 입에 담았다.


“일단은 통행 및 교역 보장과 불가침이 선결이지.”


본래 생각했던 것이고 이번에 이루고자 했던 것을 입에 담으니 욕심은 여전하나 현실이 하나씩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그가 자각한 현실은 화물 가운데 절반은 교역할 목적이 아니라 선물할 목적으로 가져왔다는 거였다.


“이 나라에 필요한 게 무얼지 모르니 이것저것 실어 온 건 좋은데 이러면 정작 저들이 탐내는 걸 알았을 때 애매하단 말이지.”


무언가를 얻고자 하면 뺏지 않는 한 내어주어야 하는 법.


이 나라에서 함부로 준동한 순간 그 길로 막대한 지장이 생길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는 피델베르트는 해적 같은 방식은 단박에 배제했다.


‘주는 건 그만큼 얻을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 하지만 원하는 걸 원하는 만큼 얻기는 어렵겠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선물로 준비한 것들이 저들의 호의와 호기심을 이끌어낼 수는 있을지 몰라도 반드시 저들이 그 귀함과 가치에 어울리는 대가를 줄 것인가 하면 아리송하다.


교역이라면 밀고 당기기가 있겠으나 선물이라면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


오로지 있을 수 있는 건 하나, 체면뿐이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돌아오는 것의 가치는 보통 그 나라에서는 귀히 여기되 바깥에서는 그 가치에 의아하게 여길 물건이 많았다.


가령 그 나라에서 주는 허울뿐인 인사말이나 치하 그리고 자리 같은 것이 그러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도 분명 좋은 것이나 당장 이득이 있음을 보여 동료들이나 회사에게 보일 성과가 되어줄 것인가 하면 그건 분명히 말해서 아니었다.


“아는 게 너무 적어.”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피델베르트는 결론을 유보했다.


당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와 분석이었다.


이런 것이라고 그저 공으로 얻기는 어려우나 다행스럽게도 피델베르트에게는 아주 적당한 무기이자 대가가 있었다.


세상 어디건 바다와 접해있다면 소식과 정보는 이런 일에 쓰기 유용하니 피델베르트는 내일 할 말과 할 일을 정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언뜻 보기에 오늘처럼 겉으로 보기에 교역과 거리가 있으나 피델베르트는 달리 말할 것이다.


이것이 가장 빠르고 좋은 결과로 가는 기다림이라고 말이다.



***



“이 나라에 가볼 만한 곳이 있습니까? 아울러 먹을 것이나 술이 맛있는 곳도 알면 좋겠습니다. 선원들을 조금 쉬게 해주고 싶습니다.”

“가볼 곳이야 많으나 미안하게도 그대들을 함부로 이곳저곳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소이다. 교역을 위해 오는 이들이 허락받은 장소는 오로지 이곳 제물포이오. 상께서 다른 하교를 내리시면 모르나, 나는 그걸 함부로 비틀 수 없습니다.”


다음날이 되어서 더 자세한 사정을 알기 위해 사람들을 움직이고자 청하니 윤휴는 바로 거절했다.


이러면 보통은 일단 한번 물러나겠으나 피델베르트는 그러지 않았다.


“아, 그러하다면 혹시 직접 그 말을 하러 갈 수는 있습니까?”

“직접 말을 하러 간다? 글쎄, 그것도 내가 무어라 하긴 어렵소. 물론 상께서는 그대들을 환대하고 조선도 그대들을 싫어하지 않을 거요. 하지만 여전히 내 권한 밖이니 해줄 수 없소. 다만 원한다면 내 상께 아뢰어 그 말을 전해줄 수는 있소.”


대신 전해준다는 말에 피델베르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게 옳은지 아니면 물러남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들이 말하는 상, 그러니까 통역을 통해 왕이라 생각하는 자가 이곳에서 가까이에 있는지 멀리에 있는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를 물어보자니 조선에서 그들을 꺼리고 경계함을 보일까 걱정스러워 묻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렇지, 그대들이 우리 조선에 선물로 주겠다고 한 것들 말이오.”

“무슨 문제가 생겼습니까?”


고민하던 와중에 윤휴가 다른 말을 꺼내니 피델베르트는 혹여 화물에 문제가 있었나 걱정하며 물었다.


그에 윤휴는 고개를 가로 흔들고 말을 이었다.


“소식 전하는 일은 빨라야 좋은 법이니 오늘 한양으로 보낼 예정이오. 그대들의 말을 온전히 전하는 일은 어려우나 바라는 바가 있다면 거기에 같이 적어서 보낼 테니 필요한 말이 있다면 말해보시오.”

“대답을 얻을 수 있는 겁니까?”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나 보름을 넘기진 않겠지.”


보름을 넘기지 않을 거라는 말에 피델베르트의 머릿속에서 제물포를 중심으로 지도가 펼쳐졌다.


‘보름이라. 화물을 가져가는데 보름이란 말이지. 편도로는 길어야 칠일 정도인가?’


그 정도면 너무 멀지 않고 기다릴만하다 여긴 피델베르트는 사람 좋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부디 조선과 좋은 관계를 맺어 장구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아, 참으로 좋은 생각입니다. 내 박 종사관께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



“말하지 않는 이가 가장 원한다라. 과연 종사관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자는 말과 달리 욕심이 많은 자라 하겠습니다.”


하고자 하는 말을 모두 듣고 적은 후에 돌아와서 그 내용을 한참 살핀 윤휴가 이렇게 말하니 벨테브레이는 외려 의아한 얼굴로 묻게 되었다.


“그 말씀은 제가 드린 바 있으니 부정하진 않으나 이것으로 그것이 어떻게 보인단 말입니까?”


적힌 내용을 살피면 우호를 요청하는 말에 자신들이 가져온 선물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구해줄 수 있다는 말들이 전부였다.


그것을 제하면 있는 것은 오로지 가져온 선물이니 화물이니 하는 것들이 어디에 쓰이며 어디에 유용한지 적혀 있으니 바라는 바는 드러나되 그 탐욕은 드러나 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내게는 선원들이 쉬는 것을 이르더니 이곳에는 그런 말이 일언반구 없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오로지 그들이 가져온 물건을 알림이니 무엇이든 사기를 원한다 드러내며, 그 가치나 대가 역시 알리지 않으니 정녕 필요하다고 여겨 구하고자 하면 그 값을 어찌 매길지 알기 어렵습니다.”


잠시 말을 쉬며 손가락으로 적은 내용을 하나하나 훑던 윤휴는 쐐기를 박듯이 말을 덧붙였다.


“바라는 것이니 비싸게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바라는 것은 싸게 주되 바라는 것이 드문 것을 그 가치를 위장하여 깊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요는 우리가 모르니 저들이 어찌하든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베리아, 아니 불란국도 하는 일을 비슷하였지 않습니까?”


벨테브레이가 전과 다름이 어디에 있는지 물으니 윤휴는 고민하지 않고 대답을 내었다.


“불란국 사람들과 거래함은 그와 조금 다르지요. 그들의 가져오는 것은 결국 서책 같은 것을 제하면 아직은 우리도 잘 아는 명나라 물건들이 대부분이니 말입니다. 호란드 사람들이 내민 것 가운데 아는 것은 구하기 어렵고, 모르는 것은 그 구하기 어려움조차 모릅니다.”

“이거 어제 했던 말을 하나는 바꾸어야겠습니다.”

“어떤 것을 말입니까?”

“좌랑께서는 상인이 되어 바다에 나가도 대성하셨을 것입니다. 이미 겪고 알았음에도 저는 그러한 생각을 하지 못하였는데, 좌랑께서는 그렇게 쉬이 뚫어보시니 말입니다.”


벨테브레이가 하는 말에 윤휴는 겸연쩍게 웃었다.


“하하, 그런 것은 과분한 말입니다. 이치를 세우는 일은 적성에 맞아도 이런 셈을 하며 겨루는 건 적성에 맞지 않습니다.”

“제법 맞게 보이십니다만.”

“재주가 있음과 적성은 다른 법이지요. 자, 이제 이걸 어떤 식으로 상께 올릴지 조금 생각해봅시다.”

“어떤 식이라고 하심은.......”


걱정을 담아 물으며 말끝을 흐리는 벨테브레이의 말에 윤휴는 그가 오해하였음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저들이 악의가 있다 없다 이야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들을 평하여 어떻게 교역함이 옳겠다 하는 것은 이곳에서 일차적으로 생각할 일이며 의무입니다. 그러지 않다면 무엇 하러 좌랑인 제가 항상 거하고 있겠습니까.”


윤휴는 그렇게 말하며 장계를 쓰기 위해 종이를 가져다 앞에 내려놓았다.


백지를 보며 잠시 쓸 말을 고민하던 윤휴는 문득 한 가지 논하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벨테브레이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요청 가운데 하나로 양식을 구하고 싶다는 말이 있었는데, 호란드에서도 우리와 같은 것을 먹습니까?”

“사람 먹는 것이야 먹으면 같다고 하지만 아주 같지는 않지요. 쌀 대신 밀을 주식으로 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여기에서는 치즈를 구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치주?”

“우유, 그러니까 타락으로 만드는 식품입니다. 적어도 조선에서는 보지 못했지만요.”


우유라는 말에 윤휴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락입니까. 그야 그렇겠습니다. 그러면 이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겠군요.”

“예?”

“자신들이 잘 먹지 않는 것을 찾고자 함은 누군가 바랐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넌지시 들은 양으로 따지면 어디서 기근이나 그도 아니면.......아니, 아닙니다.”


윤휴는 마지막 말, 전쟁이라는 말을 삼키며 붓을 놀렸다.


그 일은 그가 살필 일이 아니었다.


그의 일은 오로지 관찰하고 알리는 것이었다.


적어도 제물포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그러하니, 윤휴는 잡념을 버리고 장계를 적어 내려갔다.


이윽고 다 적은 후 내용을 한 번 더 살핀 윤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이것을 박 종사관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말입니까?”

“새로이 온 사람들은 박 종사관의 고향에서 온 사람들이니 분명 조정에서는 부르고자 하실 겁니다. 그 일이 명백하거늘 두 번 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윤휴의 말에 벨테브레이가 옳다고 여기며 장계를 받아 출발하니, 그 장계에 더해 때를 맞추어 한양에 도착한 사람들로 인해 조정에서는 여러 말이 일어나게 되었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Hyeona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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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183화 상인의 방식 +3 23.04.06 536 26 13쪽
183 182화 가도 하나, 남아도 하나 +2 23.04.05 559 26 13쪽
182 181화 작은 불씨들 +2 23.04.04 574 24 12쪽
181 180화 굶지 않는 세상 +2 23.04.03 553 30 15쪽
180 179화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크다 +2 23.04.02 582 25 12쪽
179 178화 말은 후에 붙는다 +3 23.04.01 562 26 15쪽
178 177화 보고 느낌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1 23.03.31 565 28 12쪽
177 176화 답은 정해져 있다 +1 23.03.30 591 31 12쪽
176 175화 이웃을 보면 자신을 알 수 있다 +1 23.03.29 587 27 12쪽
175 174화 소문에서 진실은 찾기 어렵다 +2 23.03.28 599 23 13쪽
174 173화 밑 빠진 독 +2 23.03.27 598 31 12쪽
173 172화 칼이 없는 전장 +3 23.03.26 603 31 11쪽
172 171화 재판이 끝나고 +2 23.03.25 590 28 11쪽
171 170화 그는 청나라 사람이다 +9 23.03.24 641 31 12쪽
170 169화 보은은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 +4 23.03.23 590 35 14쪽
169 168화 도둑맞을 수 없는 사람들 +5 23.03.22 585 36 14쪽
168 167화 철원 재판 +2 23.03.21 571 27 12쪽
167 166화 토끼의 꿈 +1 23.03.20 581 27 13쪽
166 165화 욕심은 눈을 가린다 +4 23.03.19 599 27 13쪽
165 164화 그 끝에는 편함이 있다 +2 23.03.18 582 32 14쪽
164 163화 나는 친왕이 아니다 +1 23.03.17 590 29 12쪽
163 162화 때로는 무모한 전진이 낫다 +4 23.03.16 606 30 12쪽
162 161화 호랑이를 만드는 방법 +2 23.03.15 611 28 14쪽
161 160화 야합 +5 23.03.14 609 31 12쪽
160 159화 저울질하는 사람들 +1 23.03.13 602 29 14쪽
159 158화 앎은 때때로 사람을 힘들게 한다 +1 23.03.12 606 37 12쪽
158 157화 두 사람이 보는 시선 23.03.11 630 31 12쪽
157 156화 사람은 성공만 본다 +1 23.03.10 623 30 12쪽
156 155화 사지에서는 당당해야 한다 +3 23.03.09 637 33 15쪽
155 154화 복이 되기 전 화는 그저 화다 +3 23.03.08 631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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