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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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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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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일어나자마자 만난 호적수

DUMMY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우주에서부터 함선 전체를 뒤덮는다.

“ 우왁..! 잠깐..! “

앨리스가 일어나는 순간을 지켜보고 반갑게 인사하려던 춘향의 계획은 너무나도 거대한 은하수의 흐름이 한 번에 함선을 덮쳐버리는 바람에 깨져버렸다.

급하게 함선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선체가 주저앉아버리고,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 으아악..! 버텨야 되는데..!! 이거 이대로 떨어지면 함선이 다 부서지는데..!!! “

춘향이 키를 잡고 억지로 위로 들어 올리며 은하수가 찍어누르는 힘을 버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으음..? “

졸리다.

몸은 회복된 듯한데.. 잠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힘은 넘치는데.. 아니 오히려 과한 듯한데..

그리고 이상한 점은..

자신의 몸에 흐르는 마나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마나가 아직 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랄까..?

“ 이 마나는... “

앨리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마나의 출처를 찾아본다.

아니 애초에..

“ 왜.. 우주야..? “

지구.. 아니 적어도 지구의 지하에서 잠들어 있어야 할 앨리스는 현재 우주에서 함선과 함께 있었다.

주변에 지구도 없다.

그리고 이 함선은.. 메이크와 함께 제작한 함선도 아니다.

앨리스는 인상을 있는 힘껏 찌푸린 채로 아래층에서 느껴지는 춘향의 마나를 향해 다가간다.

“ 오!! 앨리스!! 좋은 아침이야!!!! 우왁..!! “

-쿠쿵...!!!!

춘향이 너무 신난 나머지 키를 잡고 있던 손을 떼버리는 바람에 함선이 흔들린다.

“ ..설명해줘. “

“ 응? 뭘? “

생각보다 앨리스의 얼굴이 심각하다.

에.. 생각보다 은하수의 마나가 몸에 안 받나..?

그래도 누군가가 만든 마나도 아니고 우주에 떠도는 마나인데..

“ 왜 지구가 아니야? 무슨 일이 있던 거야? “

“ 아.. 맞다..! 너 지구에서 잠들었지!! 여긴 우주야! 인도하는 여덟 번째 빛이 있는 곳이지! “

완전히 잊고 있었다.

앨리스에게는 지구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겠지만 춘향에게 있어서는 앨리스가 잠들고 난 뒤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었다.

심지어 우주에서 표류하던 시간이 길었던 것 때문에 지구의 시간으로 얼마나 흘렀다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 ..다들.. 괜찮은 거지..? “

“ 음.. 그 다들의 기준이 어디까지냐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괜찮아! “

춘향의 모호한 답변에 앨리스의 표정이 더욱더 일그러진다.

아무래도 더 자세한 상황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한 앨리스는 한 명씩 차례대로 물어보기로 했다.

“ 라티안은? “

그런 앨리스의 의도를 파악한 춘향이 괜히 더 신경을 긁지 않도록 차례차례 말해준다.

“ 에~.. 라티안이랑 피렌은 잘 지내고.. 사라랑 레일리도 괜찮아! 아리나는.. 미안해. 납치당한 상태야... 미안! 근데 어쩔 수 없었어! 자세하게 설명하면 너도 이해할 거야! “

조금 전까지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인상을 쓰던 앨리스가 순간 당황했다.

춘향이 이름을 불렀다.

콩나물이나 짐덩이가 아닌 이름을 불렀다.

“ 아~ 앨리스 미안한데 그거 애들이 한 번씩 다 했거든? 그러니 빨리 넘어가 줄래? “

“ 아.. 이미 했구나.. 응... “

춘향은 이어서 말하려다 조금 우물쭈물한다.

사실대로 말해도.. 괜찮을까...?

“ 그.. 저기 있잖.. “

“ 잠깐. “

앨리스와 춘향이 오랜만에 대화하는 사이에 거대한 마나의 흐름.

은하수에 밀려 내려간 함선이 어느새 인도하는 여덟 번째 빛에 가까워진 것이 보인다.

동시에 친구들의 마나가 어렴풋이 느껴진다.

동시에 아주 강렬하고도 불길한 마나가 느껴진다.

이 마나는 절대 라티안 일행의 마나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곳 인도하는 여덟 번째 빛의 마나도 아니라고 확신한다.

“ ...함선 주차해줘. “

“ 어엇..! 엇! 야! “

앨리스는 그대로 함선에서 뛰어내려 정체 모를 마나에게 달려간다.

역시 춘향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앨리스가 유일한 것 같다.



“ 읍..!! 읍!!! 읍!!!!! “

함선이 움직이자 깜짝 놀란 카린이 신전으로 달려와 준 덕분에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고 이 사람 저 사람 공격해대던 세레티를 밧줄과 테이프를 이용해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 휴우.. 카린 너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

“ 아니.. 그.. 그.. 급하게 만들긴 했는데.. 이거.. 이거 맞는 거야...? 저기.. 주.. 죽은 거 맞지..?! 여길 점령해버리려는 거야..?!! “

“ 읍!!!!!!!!!! 읍!!!!!!!!! “

새로 계획한 작전을 전혀 모르는 카린이 세레스가 죽은 것을 보고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더니 손발은 물론이고 날개도 떨리고 있었다.

아마 카린은 이곳의 중심 인물들을 죄다 묶어놓고 이곳을 점령해버린다고 착각한 모양인지 이미 세레스를 죽여버린 시점에서 세레티를 어떻게든 막아야겠다고 생각해 밧줄과 테이프를 순순히 만들어 준 모양이다.

“ 그런 게 아니야.. 세레스는 곧 살릴 거니까 걱정하지 마. “

“ 흐음.. 작전대로 잘 됐으면 좋겠는데에.... “

라티안이 불안한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떨고 있다.

불안하다.

앨리스는 정말 마나량이 어마무시하다고 계속 들어왔으니까 혹시나 세레스가 충분한 은하수를 전달하지 못해 모자란 마나를 앨리스에게 전달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끝없이 들었다.

-지지지지지지직...!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한참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라티안도, 피렌도, 사라도, 레일리도, 카린도 전부 앨리스만을 생각하고 있던지라 자연스럽게 앨리스가 차원의 틈을 찢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앨리스를 잘 알고 있으며, 머리가 가장 빠르게 회전하는 피렌이 먼저 눈치챈다.

“ 앨리스는 저런 방식으로 안 와...! 조심해!!! “

“ ...여기 무슨 문제가 일어난 거야..? “

가냘픈 목소리.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 같은 목소리와 함께 검은 나무뿌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발이 있어야 할 바닥에는 머리가, 머리가 있어야 할 곳에는 나무줄기와 함께 발을 가져다 대고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이 나타난다.

“ 하필.. 저 녀석이야...?! 신의 대리인은 어디 갔어!! “

“ ..아디나는 바빠.. “

마치 저번에 만났을 때는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처럼 이 신전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썩은 나무는 신전 자체를 썩혀가며 세상을 전부 자기 땅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 여덟 번째 보호막이 깨졌어.. 너희들이 벌인 짓이지..? 역시 싹을 잘라내야 했어.. 아디나처럼 무른 방식으로는 안돼.. “

“ 어엇.. 아니 그.. 잠깐...! “

“ 너가 아니야..! 너 말고 신의 대리인..! 그 아디나!! 아디나를 데려와!! “

피렌과 사라가 외쳐보지만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은 듣지 못한 듯이 그대로 카린을 노리고 도약해 입을 벌린다.

그런 카린과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 사이에 레일리가 끼어들어 건틀릿을 내민다.

“ 큿...! 이제 적응한 건데..!! “

하지만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도 이미 건틀릿을 한번 씹어먹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썩은 나무를 만들어내 나뭇가지를 축으로 삼아 몸을 돌려 공중으로 낮게 도약한다.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의 입에 이런 방법으로 방향을 틀어버릴지 예상하지 못한 레일리의 머리가 들어가 버렸다.

그대로 입을 닫으면 레일리의 머리.. 아니 상반신까지 전부 씹혀버릴 그때 갑자기 눈앞의 시야가 변한다.

-쾅!!!!!!!!!!!

“ ...괜찮아..? “

“ 앨리스..!!!! “

한순간 끝났다고 생각한 레일리가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며 앨리스를 바라본다.

“ ..이제 걱정하지 마. “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의 머리가 따라잡지 못한다.

날아갔다.

왜?

모른다.

아니.. 저 녀석이다.

누가 봐도 전혀 다른, 아주 강력한 마나를 지닌 생물체..

갑자기 저런 생물체가 튀어나왔다.

너무 강하다.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진짜 어쩌면..

나와 견줄 수 있을지도.

이 나와.. 아디나와 견줄 수 있을 만한 마나를 가진 자는..

-까드득...

“ 네가.. 크릭 레베른이구나...? “

“ 응? “

“ 그만한 마나.. 새로운 축을 만들기에 충분해... 그런 마나는 쉽게 가지는 게 아니야... 그래.. 모든 게 이어졌어.. 우릴 방해하는 이유, 인도하는 여덟 번째 빛을 죽인 이유, 날 공격한 이유.... 네 녀석들이.. 레베른이었다면 모든 게 들어맞아.. “

아주 엄청난 오해를 하고있는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의 착각을 다시 고쳐주고 싶었지만

이미 라티안 일행을 레베른이라고 확정 지어버린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은 그대로 앨리스를 향해 입을 벌리고 날아온다.

“ 다들 도망쳐. “

앨리스는 그대로 레이피어를 만들어내 휘두르면서도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의 입을 피해 몸을 틀었다.

보통 이 한 번으로 무엇이든 물어뜯었었지만, 상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이 은하를 위협하는 레베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정도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콰콰쾅!!!!!!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이 그대로 손을 내려치자 바닥을 전부 파괴하며 검은 가시덩굴이 솟아나 앨리스를 쫓기 시작한다.

“ 앨리스!! 세레스... 여덟 번째를 살려야 해!! 여덟 번째는 저기 묶여있어서 도망치지 못해!! “

라티안이 앨리스를 향해 소리치자 앨리스는 아주 잠깐의 틈으로 눈을 돌려 신전의 한가운데에 아주 긴 머리카락이 신전을 휘감은 채로 공중에 매달려있는 소녀의 모습을 확인한다.

‘ 저게 여덟 번째.. ‘

-콰직...!!

앨리스가 눈을 돌린 아주 잠깐의 틈에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의 입이 앨리스의 상체를 씹어먹는다.

하지만 앨리스는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몸이 하얀 꽃잎으로 변해 사라진다.

아니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만은 눈치채도록 위로 도약해 신전을 뚫고 공중으로 날았다.

“ 다 보여. 도망가도 소용없어. “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은 자신이 서 있던 나뭇가지에서 그대로 하늘을 향해 ‘ 떨어져 ‘ 앨리스를 쫓아간다.

하늘을 향해 자유 낙하하던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은 공중에 나뭇가지를 만들어내 방향을 꺾어가며 앨리스를 향해 달려가 손과 발에서 뽑아낸 검은 뿌리를 이용해 사방에서 공격한다.

앨리스는 레이피어를 휘둘러보지만 피곤하기 때문인지 마나가 아직 몸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상대가 너무나도 강한 것인지 검은 나무뿌리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 끝이야.. “

결국, 모든 구역을 검은 나무뿌리로 뒤덮어 앨리스를 가둔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이 입을 크게 벌려 앨리스에게 다가간다.

“ ..우리는.. 레베른이 아니야. “

-까드드드득..!!!!

그렇게 앨리스는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의 입에 잡아먹힌다.

“ ...응..? “

정확히 말하자면 앨리스를 닮은 꽃잎으로 만들어낸 분신이 잡아먹혔다.

언제부터였을까..

바꿀만한 시간이 있었을까..?

처음 상반신이 찢겨 나갔을 때?

아니다.. 그때는 공중으로 도약하는 단 하나의 마나 흐름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라고...?

분신이.. 분신을 만들고 이곳까지 유도해낸 거라고..?

“ ....강하네.. “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은 그대로 지상으로 도약해 다시 신전까지 날아간다.

“ ...이제 왔어? “

다시 돌아온 신전에서는 앨리스와 함께

살아있는 인도하는 여덟 번째 빛이 있었다.

“ ...어떻게..? “

“ ..제가.. 살아있나요...? “

머리카락으로 자신의 몸을 신전과 묶어 공중에 떠 있는 게 아파 보였던 세레스를 앨리스는 그 모든 속박도 풀어주고, 소생시키고, 몸 상태까지 완벽하게 바꿔놓았다.

그렇게 부활한 세레스조차도 자신의 상태를 도저히 믿지 못하고 있다.

“ ...너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레베른이 아니야. 믿어줘. “

그렇게 할 말을 마친 앨리스는 급격한 피로가 쏟아지는 바람에 눈앞에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을 내버려 두고 그대로 바닥에 누워 잠들어버렸다.


작가의말

다시 자! 아직 일어날 때 아니야!

조금 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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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217. 1대3의 전투 23.06.28 259 1 14쪽
223 216. 원치 않은 술래잡기의 시작 23.06.27 258 1 14쪽
222 215. 다시 만난 죽이고 싶은 상대 23.06.26 254 1 12쪽
221 214. 가족을 지키는 방법 23.06.25 257 1 12쪽
220 213. 가장 살벌한 술래잡기 23.06.24 257 1 15쪽
219 212. 레크라시아로 23.06.23 25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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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208. 네이렌 23.06.19 255 1 13쪽
214 207. 허술한 촌극속의 진심 23.06.18 25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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