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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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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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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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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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고의 오산(2)

DUMMY

아슬라프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이미 농축 시설은 다 없애버렸네. 딩기스를 제거하는 목적은 황제에게 반역을 도모해서이기도 하지만, 제국에 위험한 코카 액을 판매해서 중독자가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함이었네.”


코카 액 판매로 수익을 남길 일은 없을 거라고 못 박았다.


“딩기스를 제거한 건 코카나무 농장과 농축시설을 없애기 위해서이지, 코카 액을 그 대신 판매하기 위함이 아니지 않나? 딩기스와 똑같은 일을 할 거면 뭐 하러 그를 제거한 건가?”


아슬라프의 말에 대꾸할 말이 없어진 행정관의 표정이 벌레 씹은 듯이 구겨졌다.


“제국에서 지원받은 군자금은 차질 없이 갚을 테니, 걱정 말고 돌아가게.”


얼굴이 벌게진 행정관은 할 수 없이 빈손으로 돌아갔다. 그는 이달고에게 농장을 접수하러 간 아슬라프에게 냉대받고 돌아왔다고 호소했다.


“뭐라고? 아슬라프 대공이 코카나무 농장을 모두 불태우고, 남은 곳도 주지 않겠다고 했다고?”


돌아온 행정관의 말을 들은 이달고는 어처구니없어하며 분개했다. 자신이 배신당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물심양면으로 코카 정벌을 지원해줬더니, 자기 혼자 코카 액 유통을 해 먹겠다고?”


이달고는 얼굴을 찡그리고 중얼거렸다.


“역시 아슬라프는 호랑이 새끼나 다름없어. 키워주면 안 돼. 언젠가는 내 발을 깨물고 말 것이야.”


행정관은 이달고가 아슬라프를 견제하도록 옆에서 부추겼다.


“황제께 아뢰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세를 꺾어놔야 환관님이 무서운 줄 알 겁니다.”


아슬라프가 코카나무 농장과 농축시설을 불태워서 황제의 재산에 손실을 끼쳤다고 고자질하자고 했다.


“당연하지. 나를 우습게 보고 뒤통수친 놈한테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는 없지. 내 말 한마디면 황제께서 랑쥬 황자로부터 찬디 지역을 도로 거둬드릴 것이야.”


이달고는 찬디 지역을 랑쥬에게 도로 빼앗으려고 마음먹었다.


이달고는 아슬라프가 아까운 코카나무 농장과 시설을 마음대로 파괴해서 제국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소문으로 퍼뜨렸다.


“아슬라프 대공이 코카나무 농장을 불태우고 남은 건 모두 자기가 관리하기로 했답니다. 농장을 독점해서 돈을 벌어 제국에 반기를 들려는 심산이지요.”


자신이 직접 고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서 미리 황제의 귀에 들어가게 해야 더 효과적이었다.

코카 농축액에서 이득을 보지 못하게 된 귀족들에게 아슬라프가 코카 액 판매를 혼자만 독점한다며 선동했다.


“마약상을 제거하라고 군자금을 지원해줬더니, 코카나무 농장을 파괴하고 남은 농장을 독점해서 혼자만 이득을 보겠다니,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습니까? 아슬라프 대공은 정말 탐욕스러운 사람입니다.”


코카 액 판매상의 뒷배를 봐주던 귀족들은 이달고의 술수에 놀아나서 덩달아 아슬라프를 비난했다.


수도에 있는 미하일 백작이 이런 소문이 돌고 있다며 아슬라프에게 알려왔다.

아슬라프가 가치가 높은 딩기스의 코카나무 농장을 국유화해야 마땅한데, 임의로 없애버렸다는 것이었다.


‘이달고 녀석. 이럴 줄 알았다.’


아슬라프는 헛소문을 퍼뜨린 자가 이달고라고 확신했다. 군터나 비요른 황태자는 코카 지역의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달고가 파견한 행정관의 입에서 나온 소문일 것이다.


‘내게 앙심을 품고,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린단 말이지? 그래봐야 소용없다.’


코카 정벌이 국가가 지원한 전쟁이기는 하지만, 아슬라프에게 지휘권이 있었다.

현지 전투 상황에 따라 적인 딩기스의 자산인 코카나무 농장을 불태웠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었다.

아슬라프가 국가지원금에 해당하는 돈만 갚으면, 나머지전리품과 자산은 자신이 마음대로 취해도 그만, 없애버려도 그만이었다.


또한, 찬디 지역은 랑쥬 황자의 영지이고, 코카 지역은 찬디 지역의 일부이니, 코카나무 농장이 있는 코카 지역도 랑쥬 황자의 관할이었다.


아슬라프는 미하일 백작에게 답장을 써서 어떻게 대응할지 일러주었다.


[

현지 작전 지휘권은 저한테 있고, 상황을 판단해서 적의 자산에 대해 적법하게 처리한 겁니다.

그리고 찬디 지역과 코카 지역은 랑쥬 황자님의 소관입니다. 감히 랑쥬 황자님의 영지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자가 있다면 황자님에 대한 불충을 저지르는 겁니다.

코카나무 농장은 하나만 남고 이미 사라졌고, 다른 농장은 다른 작물로 대체했습니다.

코카 농축액은 이사벨 신관이 사악하고 부정한 약물로 규정했으니, 앞으로는 코카 액은 의료용 원액만 수출할 겁니다.

모든 게 잘 정리되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위에 쓴 대로 사실을 말해주십시오.

사람들이 코카 지역 상황을 직접 몸으로 느껴보게 할 겁니다.

그러면 오해가 풀릴 겁니다.

]


편지를 받은 미하일은 먼 코카 지역 상황을 아슬라프가 어떻게 몸으로 느끼게 한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계획이 있으시겠지.’


그는 아슬라프가 시킨 대로 거짓 소문을 믿는 사람들에게 해명했다.


한편, 이달고는 부하인 행정관에게 황제에게 올리는 문서에 아슬라프에 대한 소문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보고하고 나온 행정관에게 결과를 물어보았다.


“폐하께서 어떻게 반응하시던가?”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별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래?”


황제가 아슬라프의 월권행위에 대한 소문을 들으면 기분 나빠할 거라고 여겼는데, 반응이 없다니 의외였다.


“내가 직접 말씀드려야겠군.”


이달고는 황제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황제는 식사하러 만찬장으로 가서 늦은 시간까지 내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 저녁식사는 누구와 하는데 이렇게 늦으시는가?”


궁금해진 이달고는 만찬장으로 사람을 보내서 알아보았다.


“에카테리나 황녀님과 식사하고 계십니다.”


“에카테리나 황녀?”


이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황녀는 겉으로는 중립적인 듯 보였지만, 동생인 랑쥬 황자와 가깝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즉, 그녀는 랑쥬 황자의 오른팔인 아슬라프의 편을 들 것이다.


이달고는 서둘러 만찬장으로 갔다.

만찬장 밖으로 웃음소리가 새 나왔다.


“정말 신기하구나. 이런 과일이 있다니.”


흡족해하는 황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버터처럼 부드럽고 향기로워요.”


황녀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달고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황제와 황녀가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즐기고 있었다.


“아, 이달고. 자네도 이리 오게. 이것 좀 맛보게나.”


황제가 그에게 손짓했다.


“랑쥬 황자가 보내온 열매인데 아보카도라는 과일이네.”


식탁에는 초록색 껍질에 속이 노란 아보카도를 썰어놓은 접시가 놓여있었다.


“과일인데 맛이 버터같기도 하고 치즈같기도 해. 아주 고소하군.”


황제는 그에게도 먹어보라고 권했다.


“요즘 과일이 아직 익지 않아서 먹을 만한 게 없었는데, 이 과일 덕분에 입맛이 도는군.”


하인이 컵에 담긴 뜨거운 음료수를 가지고 나왔다. 검은 물이 들어있었다.


“너무 쓰면 설탕과 우유를 넣어서 드세요.”


황녀는 황제에게 먹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음? 이것은...”


황제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음미했다.


“참으로 묘한 맛이군. 향기도 좋고. 씁쓸한데 자꾸 마시고 싶군.”


“커피나무 열매를 볶아서 우린 차입니다.”


“커피 향기를 맡으니 코카 지역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구나.”


황제는 눈을 감고 향기에 취해서 의자에 등을 기댔다.


황녀는 이달고에게도 커피를 가져다주도록 하인에게 지시했다.


“랑쥬가 제게 아바마마께 진상해달라며 코카 지역 특산물인 아보카도와 파인애플, 커피를 보내왔는데, 이달고 환관도 맛보시지요.”


이달고는 미소지으며 표정을 관리했지만, 랑쥬가 자신을 통하지 않고 황녀를 통해 황제에게 선물을 보낸 것이 마땅치 않았다.

그리고 황녀가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황제와 식사하는 것도 기분이 나빴다.


“황녀께서 같이 식사하신 줄은 몰랐습니다.”


이달고가 황녀에게 눈치를 주자, 황제가 말했다.


“내가 같이 먹자고 했네. 랑쥬가 신선할 때 빨리 먹어야 하는 식재료를 보내서, 오늘 당장 먹자고 했네. 에카테리나와 같이 랑쥬 이야기도 할 겸 불렀네.”


황제는 포만감에 배를 두드리며 허허 웃었다.


“랑쥬가 이 아비를 위해서 멀리서 선물을 보내다니 참으로 기특하군.”


황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아보카도는 쉽게 무르는 과일이라 시들지 않도록 나뭇가지째로 꺾어서 흙에 꽂아 보냈답니다. 황자의 정성이 갸륵하네요.”


이달고는 아슬라프가 먼저 선수를 쳤다는 느낌이 들었다. 랑쥬 황자가 자신이 아닌 황녀를 통해서 과일을 진상한 것은 고의적으로 이달고를 따돌린 것이었다. 아슬라프가 시킨 게 분명했다.


“이사벨 신관님이 금지한 코카나무 농장을 불태우고, 그 대신 아보카도와 파인애플, 커피를 심었다고 하네요. 그 농장에서 수확한 것들이라고 합니다.”


황녀는 랑쥬 황자의 편지를 황제에게 건넸다.


“그래. 코카나무처럼 유해한 악마의 작물 대신, 유익하고 맛있고 돈 되는 작물을 심는 게 좋지.”


황제는 랑쥬의 편지를 읽고 흐뭇한 표정으로 내려놓았다.


“랑쥬가 찬디 지역을 다스리더니 생각이 깊어지고 많이 성장했어. 찬디로 보내길 잘한 것 같구나. 아주 잘하고 있지 않느냐?”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이달고는 자신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황제에게 아슬라프가 코카나무 농장을 멋대로 불태웠다고 고자질해봐야, 황제는 황자의 편지로 그 농장을 부가가치가 높은 다른 작물 농장으로 바꾼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황제가 거기서 생산된 과일과 커피를 이미 맛보고 만족스러워하는 이상, 해로운 코카나무 농장을 불태운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황제는 랑쥬와 아슬라프가 찬디와 코카 지역을 다스리는 방식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달고가 찬디 지역을 랑쥬 황자에게서 도로 거둬들이라고 청해도 듣지 않을 터. 공연히 일 잘하고 있는 사람을 모함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었다.


“뭐 할 말이 있나?”


황제의 물음에 이달고는 입을 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어떻게 말을 해도 황제의 마음을 돌릴 자신이 없었다.


“아, 아닙니다.”


“이것 좀 더 들게. 랑쥬가 코카나무를 갈아엎은 농장에 이걸 많이 재배하고 있어서, 앞으로 제국에서 자주 맛볼 수 있을 거라고 했으니 아끼지 말고 먹게.”


이달고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괘, 괜찮습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그는 하려던 말을 하기는커녕,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도로 문을 닫고 나와서 끙하고 신음소리를 냈다.


‘아슬라프 녀석. 주도면밀하군. 이렇게 철저한 놈일 줄이야.’


이달고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내가 저런 애송이한테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아슬라프는 먼 찬디에서도 이달고가 어떤 수작을 부릴지 손바닥 보듯이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서너 수 앞을 내다본 행동을 취했다.


코카 지역에서 재배된 과일과 커피, 면화 등의 작물이 배에 실려 수출되기 시작하자, 사람들도 새로운 먹거리에 열광했다.


“요즘 황실과 귀족이 즐겨 먹는 과일이래. 코카 지역 특산물이래.”

“오, 제국 과일과 다르게 달콤하고 부드럽네. 확실히 과일은 남쪽 과일이 맛있어.”

“이 커피도 마셔봐. 차하고 또 달라.”

“차보다 쌉쌀한데 맛있네.”


아슬라프와 랑쥬는 코카 지역에서 제국에 없는 희귀한 작물을 재배해서 수출하며 큰돈을 벌어들였다.

배로 가득 실어 오자마자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요즘 코카 지역에서 재배한 면화도 싸게 들어와서 면직물이 저렴해졌어.”

“아슬라프 대공과 랑쥬 황자님 덕분에 점점 살기가 좋아지는 것 같아.”


아슬라프가 제국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가난하고 혼란스럽던 제국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풍요롭게 변화하자, 아슬라프의 명성은 제국 전역에 널리 퍼졌다.


아슬라프는 코카 지역의 상황을 마무리하고 제국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영지인 노헨그라드 공국과 스타로비치 공국에 들러 잠시 살펴보고, 제국의 수도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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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제국의 전쟁(2) 23.06.11 228 9 12쪽
167 제국의 전쟁 23.06.10 258 9 12쪽
166 종교개혁 23.06.09 229 10 12쪽
165 노헨그라드 제국의 황제가 되다 23.06.08 244 10 13쪽
164 비요른의 반란 +1 23.06.07 225 9 13쪽
163 저스틴(2) 23.06.06 216 10 12쪽
162 저스틴 23.06.05 216 9 12쪽
161 리베루스 포위전 23.06.04 221 9 12쪽
160 약스 도시연합(2) 23.06.03 234 10 12쪽
159 약스 도시연합 23.06.02 241 8 12쪽
158 혁명(2) 23.06.01 260 8 12쪽
157 혁명 +1 23.05.31 270 9 12쪽
» 이달고의 오산(2) 23.05.30 255 9 12쪽
155 이달고의 오산 23.05.29 255 9 12쪽
154 마약상 딩기스 23.05.28 259 10 13쪽
153 포획 작전 23.05.27 260 9 12쪽
152 의사 헤이즐 23.05.26 270 8 13쪽
151 코카나무 농장 23.05.25 275 9 13쪽
150 환관 이달고의 제안 23.05.24 277 9 12쪽
149 모함의 결과 23.05.23 280 10 13쪽
148 군터의 모함 23.05.22 280 9 13쪽
147 태풍(2) 23.05.21 276 10 12쪽
146 태풍 23.05.20 268 10 12쪽
145 해적왕 크사이(3) 23.05.19 270 10 13쪽
144 해적왕 크사이(2) 23.05.18 276 7 12쪽
143 해적왕 크사이 +2 23.05.17 299 10 12쪽
142 마라 섬의 해적(3) 23.05.16 309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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