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유장(百濟遺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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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裕廬)
작품등록일 :
2023.01.1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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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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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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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역적(逆賊) 임자(壬子) (2)

DUMMY

1-1-5. 역적(逆賊) 임자(壬子) (2)



“그렇지 않네. 자네는 아이의 아버지야. 그러니 아내가 있음은 당연한 것. 나야 육정이란 것은 나눠주지 못하는 몸인데 남편 노릇을 다 한다고 볼 수 없지. 그러니까 자네가 내가 못 베푸는 육정을 베풀어야 하지 않는가.”

“자네와는 말을 섞지 못하겠네. 도대체 이게 뭔가? 날이 갈수록 그 억지가 늘어나니 말일세.”


석영명이 부여혼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고는 자신의 말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니 자네가 여기에 있는 동안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부여혼은 눈을 감고 도리질을 해대었다.


“말을 마세······. 말을 말아······.”


석영명은 계속해서 자신의 말만 이어나갔다.


“그리고 임자를 찾아가는 일은 겨울에 하면 좋겠네. 원래 임자가 빼어난 모사라 가끔씩 전장에 나가 머리를 빌려주고 있는 모양일세. 한번 자리를 비우면 꽤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하네. 그런데 겨울쯤이면 임자는 다른 일이 없다하니 그때가 일을 도모하기 쉽지 않겠나?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네. 그리고 이곳은 서 씨 마을로 삼고 새롭게 시작 하겠네.”


할 수 없이 부여혼이 석영명의 말에 동조하였다.


“자네 말은 잘 알겠지만, 평양에도 가봐야 하고······. 그리고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허······. 내가 시간이 없거늘 어찌 그리 태평스럽게 겨울까지 기다릴 수 있겠는가?”


석영명이 부여혼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허, 이 사람······. 손자의 그 유명한 말도 모르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 하지 않는는가? 그리고 자네가 시간이 없다해도 지금 그곳으로 간다한들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석영명은 부여혼을 잠시 바라보더니 서라벌에서 행한 자신의 일과 그가 알아낸 임자의 다른 행각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석영명은 서라벌에서 동고동락했던 낭도들에게 기별을 넣었다. 한결같이 그들은 영명을 찾아와 반겼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불청객이 찾아왔다. 기별을 넣지 않았는데 소식을 알고 김흠돌이 찾아온 것이다. 부용 때문이었다. 자택에 없기도 하거니와 다시는 만나게 하고 싶지않아 지금은 중병을 치르고 있다고 둘러대었다. 비록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임신한 아내를 풍월주이던 그에게 보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바보가 아니라면 김흠돌이 부용을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을 왜 느끼지 못하겠는가


“오랜만에 뵈오이다. 풍월주. 그간 편안하셨습니까.”


사실 김흠돌은 풍월주에서 물러나 있었고 김오기가 28대 풍월주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영명은 여전히 풍월주라 불렀다.


“이사람 영명. 참으로 오랜만이구만, 그래 자네는 어디에서 살기에 볼 수가 없나 그래? 내가 얼마나 찾은 줄 아는가?”


“몸을 상한 뒤로는 아내와 함께 명산을 돌며 요양을 하고 있습니다.”


“허어 그래? 많은 노복과 함께 수레까지 장만해서 떠났다더니 사실이었던 게로군. 자네가 없으니 참으로 허전하더군. 이왕이면 다시 가깝게 지냈으면 하네. 어떤가? 내 이참에 자네의 집을 하나 마련해 줄 테니 가까운데서 지내면 어떻겠나?”


“감사한 말씀이오나, 소생의 치료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좀 더 요양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당분간은 서라벌로 돌아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에이 이사람. 아내와 같이 다니면 자네도 힘들지만 자네 아내도 무척 힘들 텐데”


그 말을 들은 석영명은 속으로 ‘이놈 내가 네놈의 속을 모를 것 같으냐? 어림없다.’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기도 하지만 명산을 순례하는 데에는 저의 하인들도 동행하고 있으니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렇군. 하긴 나도 바쁘다네. 조만간 고구려원정에 참가하기로 되어있네. 자네와 함께 가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군. 그 문제는 내가 돌아온 후에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지. 그동안 몸을 잘 추스르도록 하게. 그리고 백제에서 생포해 노비로 삼은 자들을 몇 명 줄 터이니 자네가 쓰겠는가?”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도 노복들이야 충분하니 더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네. 내 성의이니 받아 두게. 그리고 고구려원정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서라벌로 돌아오게 꼭 그래야하네. 약속해 줄 수 있나? 내겐 과년한 딸이 있는데 자네를 사위로 삼고 싶구만.”


“저는 이미 아내가 있습니다.”


“알고 있네, 사내대장부가 삼처사첩이 무슨 허물이 되겠는가?”


“그렇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석영명이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흠돌이 말을 자르고 한마디 덧붙였다.


“되었네, 되었어. 이보게, 이번 원정에서 돌아오면 나는 파진찬(波珍飡)으로 승차할 걸세. 자네에게도 좋은 일이 있을 게야. 급할 것 없으니 그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지금은 그렇게만 알고 있게.”


“이제 소용없습니다. 여전히 아내의 몸에 차도가 없습니다.”

“허어, 아직도 차도가 없는겐가. 내가 사람을 시켜 약을 보내겠네. 시간이 허락한다면 내가 가서 한번 보고 싶은데 바빠서 그럴수 없으니 말일세.”

“어찌 대아찬 나리께 심려를 끼치게 한단 말입니까? 제 아내는 제가 잘 돌볼것이니 염려할 필요 없습니다.

”어험 아무튼 안사람이나 자네나 빨리 회복하게나.“


석영명은 김흠돌이 돌아가자마자 침을 뱉고는 중얼거렸다.


- 카악 퉤 -


‘오직 색에 미친 개자식’


김흠돌을 일별한 석영명은 임자의 행적 찾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동기들을 찾아다니며 임자의 행적과 거주를 알아내었다. 동기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은근히 수소문하느라 시일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되었지만 비교적 상세하게 임자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석영명이 알게된 임자의 행적은 이러했다.

원래 임자는 백제의 우수한 두뇌였지만 공명심과 탐욕이 많은 사람이었다. 특히 왕의 신임을 받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결과 승승장구하여 권력의 중심부로 진출하여 의자왕의 환심을 사고 요직에 진출하였다. 그리하여 항상 왕의 곁을 지키고 왕의 신임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으나, 점점 재물욕도 높아져만 갔다. 관등이 좌평에 오를 만큼 백제 귀족의 지위를 누렸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이 있었는지 백제 말년에 신라에 매수되어 배반하게 된다.


임자는 여러 노복이 있었다. 전쟁 중에 잡아와 노비로 삼은 자도 있었는데 그 노복 중에 신라의 부산현(夫山縣) 현령(縣令)으로 지내던 조미압(租未押)이란 자가 있었다.


조미압은 임자의 종으로 사는 동안 신라의 부산현령이라는 신분을 감추고 매우 성실하게 일하였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데다 총명하기 까지 하니 아무리 포로출신이나 하나 임자와 그의 내자는 점점 그를 신뢰하고 크고 작은 일을 맡기게 되었고 자연 그를 의심하고 감시하는 것을 줄였다.


하지만 그것은 조미압이 의도한 바였다. 임자의 의심과 감시가 느슨해지자 조미압은 그와 함께 끌려온 포로 노비들을 끌고 신라로 도망쳐서 김유신에게로 갔다. 부산현령으로서 땅을 지키지 못한 벌을 그가 알고 있는 백제의 정보를 제공하고 목숨을 부지해야 했다. 김유신으로서는 조미압의 정보가 꽤 쓸모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였다. 김유신은 조미압을 간자로 활용하기로 마음먹고 조미압을 위협했다.


성성한 백발을 쓰다듬으며 맞은편에 부복한 조미압을 지긋이 바라보며 김유신은 낮고 조용한 음성으로 느리게 추궁했다.


“귀공은 부산현령으로서 땅을 지키지 못하고 패하여 자신은 물론 현의 군사와 백성까지 노비가 되게 하였으니 어찌 그 죄가 작지 아니하다 하겠소. 그대를 어찌하면 좋겠소.”


그러나 조미압에게는 김유신의 낮은 목소리가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렸다. 그는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시키지도 않은 다짐을 했다.


“대장군. 소인의 죄를 용서하소서. 죄만 용서받을 수 있다면 어떠한 일이라도 달게 받을 것이옵니다.”


김유신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말을 이었다.


“진정 그리할 수 있겠소? 그대의 죄를 용서되려면 그대에게 큰 공이 있어야 하오. 내 그대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줄 수 있으나 그대가 받아들일지 궁금하구려.”


조미압은 여전히 얼굴을 들지 못한 채 황급히 대답했다.


“무엇이든 하겠으니 맡겨 주십시오.”


김유신은 교자상을 손으로 한번 탁 치더니 추상같이 명령했다.


“좋소. 그대는 다시 임자에게 돌아가시구려. 그리하여 임자를 회유하는 것이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좋으니 다시 돌아가서 임자의 신임을 받도록 하시오. 이후 자세한 지침은 여기서 사람을 보내 알려주겠소. 우선은 돌아가서 임자를 안심시키도록 하시오.”


조미압은 땀을 뻘뻘 흘리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되겠사옵니까?”

“때를 보아 내가 한 말을 전하면 되오.”


김유신은 조미압에게 이러저러하라 상세히 지시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조미압은 다시 임자에게 돌아갔다. 그는 임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부복한 채 고했다. 본디 자신은 신라의 부산현령이었으며 그래서 탈출하여 신라로 돌아갔었으나 신라에게는 죄인이 되어 그대로는 돌아갈 수 없어 다시 돌아왔으니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였다.


임자는 어쩐 일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월이 얼마간 흐른 뒤에 조미압은 임자가 조정에 불만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김유신의 말을 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라 여기고 밀지를 전하였다.


김유신의 밀지는 이러했다.

《양국의 존망을 알 수 없으니, 만약 백제가 망하면 그대가 우리에게 의지할 것이요, 우리가 망하면 내가 그대에게 의지할 것이다.》


임자는 조미압의 손을 덥썩 잡고는 만명에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조정에서 성충이나 윤충의 계책이 받아들여지는 횟수가 잦아지며 자신이 소외됨을 느껴오던 임자의 변심이었다.


임자는 조미압을 통하여 김유신에게 백제의 실정을 상세히 알려주는 한편 자신이 세운 계책의 허실을 김유신에게 알려주었다. 김유신은 김춘추가 왕으로 즉위한 두 번째 되는 해에 백제의 도비천성을 쳐서 수중에 넣었다. 그것은 임자의 계책에 의한 것이었다.


또한 신라의 무녀 금화를 불러들여 왕에게 환심을 사고 왕의 눈을 흐리게 하더니 마침내 성충과 흥수를 몰아세워 옥에 가두게 했다. 임자는 성충이 옥중에서 의자왕에게 간한 기벌포를 막고 탄현을 막으라는 계책을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주요 거점에 백제군을 포진시켜 수비하게 하여 전력을 분산시키고, 김유신의 군대로 하여금 각 거점의 백제군을 우회 황산벌로 쾌속 진군토록 하였다.


사정이 이렇게 되고 보니, 백제로서는 시급히 군사를 집결시키지도 못하였다. 할 수 없이 계백에게 오천의 군사로 수비케 하였다. 아무리 결사대라 하더라도 열배나 많은 군사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계백이 뛰어난 명장이라 하나 상대 김유신 또한 명장이었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석영명은 잠시 숨을 돌린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계백장군은 참으로 충신이며 명장이었네, 신라의 오만 정병이 계백장군의 오천병력에 속수무책이었지 뭔가. 나도 낭도로서 그 싸움에 참여하다 이렇게 되었지만 계백장군과 백제군을 털끝만큼도 미워하지 않는다네.”


부여혼이 석영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백제군의 화살을 맞아서 몸이 그 지경이 되었는데도 원망하지 않는단 말인가?”


석영명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렇다네, 백제군은 오천이었어. 우리는 오만이었고, 그리고 그 뒤에는 당군이 있었어. 동족으로서 원망을 받아야 할 상대는 바로 우리야.”

“자네도 백제 신라 고구려가 동족이란 것을 의식하고 있었나?”

“허. 그건 참 안타까운 일이지. 우리의 뿌리는 같은 것일세. 지금은 지나족과 거란족이 점하고 있는 요하의 홍산이 우리의 터전이 아닌가?”

“응? 신라도 자손들에게 그러한 교육을 했구먼······. 그런데도 이렇게 골육상쟁을 했다니······.”

“뭐 그것이야 아주 오랜 선대로부터... 동족보다는 땅과 권력이 먼저였으니 양보 없는 싸움을 할 수밖에······.”

“그래도 그렇지, 집안싸움을 하다가도 외세가 침범하면 힘을 모아야 하거늘 형제를 망하게 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지 않는가?”

“그건 핏속에 좀 문제가 있긴 하지. 내가 태자의 이야기를 들은바가 있었는데······.”

“태자라니? 정명 말인가?그가 무슨 이야기를 했기에.”

“아, 지금은 왕이 되었지. 법민왕 말일세. 법민은 태시절 자신들의 조상은 김일제라 하였네. 김일제가 누군가? 훈족의 왕이었다가 한 무제의 신하가 된 자이지. 그 자손들은 신(新)을 세운 왕망(王莽)의 난에 가담했지. 광무제가 한을 수복하자 그의 일족들은 한에서 살 수가 없게 되어 이곳 신라로 피신하였다네. 그 후 그들은 이곳에서 득세하여 왕위를 얻었는데 그들이 바로 김 씨 왕가라는군. 아마 대부분 신라귀족들이 그와 같은 행로를 걸었는데 김일제가 누군가? 바로 훈족의 일원이고 훈족은 단군가 색정이에게서 나왔으니 여러 단군들의 후예인 신라나 백제나 고구려의 자손들은 다 한 뿌리인 것일세.”


잠시 적막이 흘렀다.


부여혼이 눈을 감고 팔짱을 끼면서 허리를 곧추세우며 고개를 두 번 끄덕이다가 눈을 뜨고 석영명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자네는 보기 드문 의인이로군. 그러하네. 또한 삼국의 조상이 궁극엔 하나라는 이야기도 나도 아는 바일세. 그러하기에 신라는 비난받아야 마땅하지 같은 하늘의 자손이면서 어찌 동족을 몰아세울 수 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이 모든 게 김춘추 김법민 부자의 개인적 원한에서 기인한 것이라 해도 신라에 의인(義人)들은 없었던 것인가······.”


그 말에 석영명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래서 나는 자네를 이해하는 것이네. 임자는 배신자야. 그가 백제를 배신하고 신라로 들어왔지만 또 신라를 배신할지 모르는 자야. 그러니 자네를 돕는 것이네. 그리고 우리는 이제 형제나 다름없네. 내가 부용의 남편이고 자넨 나의 분신이니 한 부인에 두 남편이 아니란 말이지.”




부여혼이 벌게진 얼굴을 외로 돌리며 언성을 높였다.


“아니 어찌 그럴 수가 있나. 상상할 수 없네.”


석영명도 지지 않고 정색을 하면서 다른 예를 들었다.


“자넨 뭘 모르는군. 백번 양보해서 자네가 나의 분신이 아니라 해도 이 땅에서는 부용의 남편임은 맞아.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어. 그래서 남편이 된 순서로 내가 형이 되고 자네가 아우가 되면 되는 일일세. 안된다고는 하지 말게. 선위 하신 선덕여왕께서 남편을 몇을 둔지 안다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하지.”

“뭐라고? 여왕에게 남편이 몇씩이나 돼?”

“그렇다네. 자식을 생산하기 위해서였지만 대단한 정력가일세. 여왕은 진평왕이 왕위를 물려주려 했던 진지왕의 둘째 아들이자 풍월주를 지낸 용춘(龍春)을 오히려 남편이자 신하로 삼고 자신이 왕위에 올랐네. 이후 흠반(欽飯)과 을제(乙祭)라는 두 명의 남편을 더 두었지. 그러나 자식은 얻지 못했네.”

“여왕이 그랬다는 것은 처음 알았군. 참으로 신라는 이해할 수 없는 풍속이 많군. 허······. 여인으로 인하여 형 동생의 관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니······. 알았네. 형! 이러면 되었나?”

“하하하 나이 많은 동생으로부터 형이라는 말은 참 듣기 좋은 걸······. 곧 고구려 원정이 있다하네. 그때가 되면 신라의 주력이 평양성을 향하게 될 거야. 그 때 서라벌로 들어가서 자네가 원하는 바를 이루게.”

“뭐라고? 고구려와 전쟁을 한다고? 그러면 고구려가 위험해지는데 큰일이로군. 평양에 지인이 있는데 그가 보고 싶군.”

“평양성으로 갈 것인가?”

“그래. 평양성에 아는 사람이 있어. 이번에 신라군이 평양성을 공격하게 되면 고구려는 회생하기 힘들 걸세. 다시는 못 보게 될지 모르는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군. 저 말을 준 사람이라네. 말하지 않았는가 평양에도 가봐야 한다고.”

“허어, 대단한 정을 쌓은 모양이군.”

“정이랄 거야 대단한 게 없지. 하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군.”

“나도 몸만 이렇지 않다면 동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구먼. 그럼 그렇게 하고 돌아올 때는 다시 이곳으로 오게.”

“아마 그러기는 힘들 거야. 난 물거현으로 가서 거기에서 묻혀서 살려 하네.”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곳에 꼭 와야 하네. 아들이 태어나지 않는가?”

“아니야 자네의 강권으로 아이를 만들었지. 아버지는 자네야. 난 아마 오기 힘들 걸세. 잘 키우게.”

“그런 소리 말게. 아무튼 자네가 오지 않는다면 나도 물거현으로 갈 거네. 거기에서 함께 사는 것도 좋을 것 같군.”

“그 몸으로 물거현까지 가는 것은 좀 힘들 거야. 그리고 이곳이야 말로 얼마나 좋은가? 참으로 이렇게 좋은 땅은 찾기 힘들 것이니 그냥 여기에서 살도록 하게.”

“자네 하는 것 봐서. 하하하”

“하하하. 못 말리겠어, 못 말려······. 하하하 마음대로 하게.”


이야기가 끝이 없어 부여혼은 이야기를 그렇게 마무리 했다. 하지만 석영명은 진심이었다.


겨울이 오고 해가 바뀌었다. 늦은 겨울 부여혼은 서라벌로 향했다.




백제유장 연재 원칙

1. 가급적 정사를 훼손하지 않는다.

2. 표준형 어투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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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1-3-6. 이국녀(異國女)의 집착(執着) (5) 23.03.13 90 0 19쪽
60 1-3-6. 이국녀(異國女)의 집착(執着) (4) 23.03.12 74 0 16쪽
59 1-3-6. 이국녀(異國女)의 집착(執着) (3) 23.03.11 76 0 16쪽
58 1-3-6. 이국녀(異國女)의 집착(執着) (2) 23.03.10 75 0 16쪽
57 1-3-6. 이국녀(異國女)의 집착(執着) (1) 23.03.09 93 0 16쪽
56 1-3-5. 예식진의 최후 (6) 23.03.08 90 0 19쪽
55 1-3-5. 예식진의 최후 (5) 23.03.07 71 0 17쪽
54 1-3-5. 예식진의 최후 (4) 23.03.06 72 0 17쪽
53 1-3-5. 예식진의 최후 (3) 23.03.05 68 0 16쪽
52 1-3-5. 예식진의 최후 (2) 23.03.04 73 0 17쪽
51 1-3-5. 예식진의 최후 (1) 23.03.03 77 0 16쪽
50 1-3-4. 오지(奧地)에 뿌리는 풀씨 (4) 23.03.02 80 0 16쪽
49 1-3-4. 오지(奧地)에 뿌리는 풀씨 (3) 23.03.01 72 0 16쪽
48 1-3-4. 오지(奧地)에 뿌리는 풀씨 (2) 23.02.28 71 0 16쪽
47 1-3-4. 오지(奧地)에 뿌리는 풀씨 (1) 23.02.27 84 0 16쪽
46 1-3-3. 세워지는 이정표(里程標) (3) 23.02.26 78 0 16쪽
45 1-3-3. 세워지는 이정표(里程標) (2) 23.02.25 84 0 17쪽
44 1-3-3. 세워지는 이정표(里程標) (1) 23.02.24 82 0 17쪽
43 1-3-2. 백금택목(白禽擇木) (4) 23.02.23 84 0 17쪽
42 1-3-2. 백금택목(白禽擇木) (3) 23.02.22 84 0 17쪽
41 1-3-2. 백금택목(白禽擇木) (2) 23.02.21 82 0 16쪽
40 1-3-2. 백금택목(白禽擇木) (1) 23.02.20 86 1 16쪽
39 1-3-1. 한성의 고구려 (3) 23.02.19 92 1 17쪽
38 1-3-1. 한성의 고구려 (2) 23.02.18 85 0 16쪽
37 1-3-1. 한성의 고구려 (1) 23.02.17 93 0 16쪽
36 1-2-6. 행(幸)과 불행(不幸) (3) 23.02.16 88 0 18쪽
35 1-2-6. 행(幸)과 불행(不幸) (2) 23.02.15 89 0 17쪽
34 1-2-6. 행(幸)과 불행(不幸) (1) 23.02.14 101 0 17쪽
33 1-2-5. 거부할 수 없는 운명 (4) 23.02.13 101 0 18쪽
32 1-2-5. 거부할 수 없는 운명 (3) 23.02.12 97 0 16쪽
31 1-2-5. 거부할 수 없는 운명 (2) 23.02.11 99 0 17쪽
30 1-2-5. 거부할 수 없는 운명 (1) 23.02.10 106 1 14쪽
29 1-2-4. 천손의 증거 (3) 23.02.09 98 1 17쪽
28 1-2-4. 천손의 증거 (2) 23.02.08 101 1 17쪽
27 1-2-4. 천손의 증거 (1) 23.02.07 109 0 16쪽
26 1-2-3. 선인 을무영(乙無影) (3) 23.02.06 95 0 16쪽
25 1-2-3. 선인 을무영(乙無影) (2) 23.02.05 96 0 16쪽
24 1-2-3. 선인 을무영(乙無影) (1) 23.02.04 110 0 16쪽
23 1-2-2. 전쟁의 회오리 (3) 23.02.03 102 0 17쪽
22 1-2-2. 전쟁의 회오리 (2) 23.02.02 101 0 15쪽
21 1-2-2. 전쟁의 회오리 (1) 23.02.01 114 0 15쪽
20 1-2-1. 천손국의 마지막 수도 (4) 23.01.31 121 0 19쪽
19 1-2-1. 천손국의 마지막 수도 (3) 23.01.30 129 0 16쪽
18 1-2-1. 천손국의 마지막 수도 (2) 23.01.29 136 1 18쪽
17 1-2-1. 천손국의 마지막 수도 (1) 23.01.28 150 0 13쪽
16 1-1-6. 애달픈 사랑 (3) 23.01.27 153 0 17쪽
15 1-1-6. 애달픈 사랑 (2) 23.01.26 144 0 14쪽
14 1-1-6. 애달픈 사랑 (1) 23.01.25 152 1 15쪽
» 1-1-5. 역적(逆賊) 임자(壬子) (2) 23.01.24 170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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