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유장(百濟遺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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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裕廬)
작품등록일 :
2023.01.14 12:58
최근연재일 :
2023.06.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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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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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예식진의 최후 (4)

DUMMY

1-3-5. 예식진의 최후 (4)




그 말이 부여혼의 뇌리를 강타했다.


이 천방치축 말괄량이 아가씨인 줄 알았는데 심계가 여간 보통이 아니군. 짧은 순간에 나의 거동을 보고 대강을 파악하는 능력이라니 진땀깨나 흘리게 생겼어. 이걸 어찌 헤쳐나간다?


어지간한 변명으로는 의심만 더하게 되고 종내에 들통날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과 거짓을 적당히 섞어서 빠져나랄 틈을 봐야겠지.


부여혼이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방인 줄 어찌 알았소?”


득의양양한 이미랑이 부여혼을 보면서 마음껏 쾌재를 불렀다.

흠 딱 걸려들었어. 딱! 호호

이미랑이 대답했다.


“내가 바본 줄 알아요? 그걸 왜 모르겠어요. 나는 이방인이다라고 얼굴에 쓰여있는데.”


부여혼은 이미랑의 표정을 보니 이미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자 이왕 미끼를 던진 바에야 더 큰 미끼를 던져보기로 했다.


“고(告)한다.? 이미 표정에 나타났단 말이겠구려.”


이미랑이 친절하게 대답했다.


“이곳 황현에서 나를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요? 나에게 얼굴을 뻣뻣하게 들고 지나치다가는 늘 골탕을 먹기 일쑤니까요.”


그리고 다시 부여혼의 얼굴을 음미하듯 보더니 말을 이었다.


“오늘 당신이 나에게 이 정도를 봉변이라 생각했다가는 어떤 게 골탕인지 상상도 못 할 거예요. 이 객잔의 사람들이 내 얼굴과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호호”


이 말썽꾸러기가 아주 신이 났군. 말을 계속 섞다 보면 틈이 있을 거야.

부여혼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미랑에게 조금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요청했다.


“좋소. 잘 알겠소. 난 바쁜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하는 몸이오. 그러니 나를 이제 보내 주시면 안 되겠소?”


이미랑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안돼요. 공식적으로는 당신이 나를 골탕 먹인 것으로 되어있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해요.”

“아니 뭐 그런 경우가 다 있단 말이오.”

“잊었어요? 내가 주자사(州刺使)의 딸이고 그대는 나를 건드린 사람이란 것을?”


주자사의 딸이라?

부여혼이 쾌재를 불렀다. 여기서 뭔가 얻어내야겠다.

그는 다소 과장된 몸짓으로 애걸하듯 말했다.


“아가씨가 자사의 딸 되시오? 그걸 내가 어찌 안단 말이오. 내가 자사를 모르는데 어찌 우리 아가씨가 자사의 딸임을 알겠소? 그리고 내가 언제 아가씨를 건드렸소? 오히려 아가씨가 나를 건드렸지.”


특히 아가씨, 자사의 딸이란 말을 연속 나열하며 항변하였다.

그러자 이미랑의 태도가 다소 부드러워졌다.


“흐음. 그렇군요. 모를 수밖에 없지요.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당신과 내가 래주 자사 앞으로 가서 자사의 딸임을 인정받으면 되겠네요.”


이건 예상외의 전개였다. 도대체 이 여인의 속셈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다시 탐색해볼 실마리가 필요하다.


“무어요? 내가 당신이 자사의 딸이란 걸 인정이 받아야 한다고 했소?”

“당신은 상관없겠지만 난 상관이 있지요. 호호.”

“상관이라니? 도대체······.”

“난 당신이 마음에 들어요.”


이미랑은 그 말을 하고서는 얼굴이 붉어졌다.


드디어 나왔다. 이미랑의 본심이. 그러나 자신은 예식진을 도모하려고 나온 사람이었다. 잘못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부여혼이 답답해진 가슴을 두드리며 큰소리를 쳤다.


“이보시오 아가씨. 당신 도대체 몇 살이오? 가만 보니 내 아들보다 어리겠소. 내 아들이 이미 스물일곱인데 내 아들이라면 몰라도 이 늙은이와 어찌 짝이 되겠소. 나는 이미 마흔둘이라오. 게다가 초면인 사람에게 다짜고짜 좋다고 하다니······.”


이미랑은 부여혼의 말을 아예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저 얼굴이 어디 마흔두 살이야. 거짓말도 그럴듯하게 해야지. 그럼 나도 나이를 올리면 되지 않겠어? 이것도 임기응변이지. 호호


이미랑은 자신의 나이에 스물을 얹어서 대답했다.


“어머, 마흔두 살이요? 잘됐네요. 호호호, 나는 서른일곱 살이에요. 다섯 살이 차이 나는데 잘 어울리지 않아요?”


부여혼이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만 마흔두 살이라고 우기는 것이지 누구도 그가 그 나이에 이르렀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는 현실을 자각했다. 부여혼은 이 답답한 상황을 어찌 타개하여야 할지 막막하여 그녀의 의중을 떠보기로 했다.


“아가씨는 처음부터 나를 사내로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어찌 나를 이렇게 골탕을 먹이는 것이지요? 호위무사까지 대동하면서 말이지요.”


바보 그걸 몰라서 물어? 순진한 거야 뭐야?


이미랑은 그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밖을 향해 소리쳤다.


“식사는 어찌 오지 않는 것이냐?”


밖에서 있던 호위들이 대답했다.


“주문한 지 한 시경쯤 되었으니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이미랑은 부여혼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식사해야겠으니 공자도 자리에 앉으시지요.”

“나는 이미 식사를 마치고 아래로 내려가던 참이었으나 아가씨의 시비로 이렇게 발목을 잡힌 것이 아니겠소. 그러니 이제 이 몸은 보내 주시는 것이 어떻겠소.”

“내가 언제 시비를 걸었어요? 흥. 그럼 한 가지만 약속해준다면 그리하지요.”

“말해보시오.”

“앞으로 매일 이 자리에서 만나서 식사를 같이하는 거예요.”

“음······. 나는 하는 일이 많고 이 고장 사람이 아니오. 해서 곧 고향으로 돌아갈 사람인데 어찌 매일 만날 수가 있겠소.”

“누가 언제까지고 만나달래요? 여기 머무르는 동안만이라도 만나 달라는 거지요 앞으로도 공자는 이 객잔에 머무르실 것이고 흠······. 언제까지 머무르느냐가 문제일 뿐이지요. 안 그래요?”


이것이 뭐야? 황당하군.


부여혼이 대답했다.


“여인으로서 실로 대담한 제의요. 아가씨야말로 사내대장부보다 담이 크시구려. 도대체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뭐요?”

“말씀드렸잖아요. 당신이 좋아졌다고······.”

“참으로 답답하시오. 나는 이미 몇 명의 처가 있소. 혼례를 올린 처가 두 명이고 아직 혼례 없이 아이만 가진 처가 한 명이요. 사정이 그런데 어찌 또 여인과 사귀겠소.”

“호호호, 그러실 거예요. 세상의 모든 여자가 눈이 이상해지지 않고서야 어찌 공자님께 반하지 않겠어요. 딱 지금 내가 그렇잖아요.”

“그리고 나는 내일 떠나야 하오. 그러니 나를 그만 놀리고 놔 주시오.”

“좋아요. 거짓 없이 한두 가지만 말하면 놔 드리지요.”

“좋소. 거짓 없이 말하리다.”


이미랑이 갑자기 부여혼에게 얼굴을 바짝 붙이면서 물었다.


“질문 하나, 당신 이름이 뭐죠?”


부여혼이 움찔하여 생각할 수도 없이 자기 본명을 말해버리고 말았다.


“내 이름은 성은 여(餘)에 이름은 혼(魂)이오.”


그의 성(姓)은 부여(扶餘) 씨로 줄여서 부를 때는 여(餘)라고도 한다. 본명을 말해버린 부여혼이 실수를 깨닫고 당황스러워하는데 이미랑이 웃으며 되받았다.


“아, 여공자시군요. 여혼이라. 좋은 이름이에요.”


어쩔 수 없다. 인제 와서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칭찬을 받아들였다.


“고맙소.”


이미랑은 계속해서 다음의 질문을 했다.


“질문 둘, 여공자! 내가 당신을 보아하니 백제나 고구려의 사람인 건 한눈에 알겠어요. 그리고 이곳에 온 이유는 우리 주에 온 손님 때문이지요. 맞지요? 그렇다면 그대는 백제인이에요.”


부여혼은 이 거침없는 소녀의 헤아림에 또 한 번 놀랐다.


넘겨짚은 것이 아닌 추리인가? 그렇다면 대단한 능력을 갖춘 여자다. 여(餘) 씨를 성으로 하여 이름들 대답해 주었더니 국적을 구별해 버렸을까? 아니면 이 비상시국에 래주(來州)로 들어왔다는 것이 추리의 근거인가. 그녀의 말을 인정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예식진을 해치기 위하여 이곳에 왔노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말한다.


부여혼이 체념했다는 듯이 대답했다.


“좋소. 나는 패망한 백제 사람이오. 이곳 당나라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이지. 그리하여 검 하나 들고 세상을 주유하고 있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오.”


이미랑이 예상했다는 듯이 대답했다.


“거짓 없이 말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경고하겠어요. 나는 자사의 딸로 당나라 사람이죠. 만약 한족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온전하지 못할 거예요.”


역시 만만치 않다. 당당한 얼굴로 대답할 수밖에


부여혼이 고개를 꼿꼿하게 세우고 이미랑의 눈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무고한 양민이야 내가 왜 해치겠소. 나는 그렇게 앞뒤가 막힌 사람은 아니오. 당나라와 싸운다면 군대를 조직해서 정당하게 싸울 것이오. 그러나 자연인으로서는 그저 사람과 사람일 뿐이니 염려하지 마시오.”


다소 협박까지 들어간 대답이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고 묻는 듯이.


이미랑이 어떤 점에도 아랑곳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굉장히 논리가 정연하시군요. 멋져요. 앞으로 그런 마음을 계속 가져주시기를 바래요.”

“그런데 아가씨 아니 소저. 나이가 불과 열일곱 살밖에 안 된 사람으로 어찌 그런 깊은 성찰을 가지게 된 것이오? 놀랍구려.”

“관리의 딸로서 세상을 살다 보니 그리된 것이지요.”


그러는 사이 식사가 준비되었다는 전갈이 들어왔다.


“아가씨, 식사가 도착했사옵니다.”

“그래요? 들이도록 하세요.”

“그럼 이 몸은 이만 가보도록 하겠소.”

“아 그래요. 오늘 짓궂게 한 거 미안해요. 호호호 매일 만나기로 약속했으니 다음에 만날 때는 짓궂은 장난은 하지 않을게요. 여공자. 나는 이미랑(李美郞)이에요.”

“좋소, 이미랑! 나도 한 가지 약속을 하겠소. 다음에 만나면 나도 한 번은 용서해 드리리다.”


부여혼은 그 길로 숙사로 갔다.


하지만 이미랑(李美郞)은 수하에게 지시했다.


“여공자를 눈치채지 않게 미행하세요. 절대로 놓쳐서는 안 돼요. 만약 저 사람을 놓친다면 나는 평생 후회할 거고 당신들은 평생 시달릴 거니까.”


-존명-


수하들은 동시에 신속히 복창하였으나 그중 한 명만 사라졌다.

식탁은 이미랑과 시비를 위해 그리고 수하들을 위해 두 개의 식탁이 차려졌다.


이미랑은 이 중얼거렸다.


“일을 좀 돌아가면서 하지 언제나 막내만 시키는군요.”

“······”

“······”


나머지 수하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이고 먹는 일에 열중했다.


부여혼은 기감을 열어 강력한 적수가 있는지 탐색하지 않은 것을 탓하며 숙사로 들어섰다. 예상하건대 이미랑(李美郞)은 예식진을 제거하는데 강력한 걸림돌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이미 이미랑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는데, 그것은 이미랑이 이미 대비책을 내놓을 것이 자명하였으므로 한시바삐 이미랑의 견제로부터 멀리 벗어나야 했다. 그러자면 이미랑이 이미 이곳의 감시를 늘려 발을 묶어놓기 전에 신속히 행동하여야 했다. 벌써 익숙한 기감이 자신의 뒤를 따르는 것을 느꼈다. 틀림없이 이미랑(李美郞)의 수하일 것이다. 이미랑과 특실에서 이상한 대화를 하는 동안 줄곧 밖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의 기감이었다. 감시하는 눈이 붙었으니 그 감시를 역이용하리라.


밤이 깊어지자 부여혼은 혼자서 식당을 통하여 밖으로 나갔다. 현청의 주위에는 아직도 많은 병력이 물샐틈없는 경비를 계속하고 있었다. 부여혼은 자사부(刺使府)와 현청(縣廳)이 늘어서 있는 대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부여혼이 속도를 내자 이내 미행자가 따라붙었다. 부여혼은 산동객잔의 반대편으로 계속 달렸는데 미행인도 계속하여 부여혼을 따랐다. 현의 치소에서 으슥한 골짜기에 당도하기까지 부여혼은 계속 달려갔고 미행인 또한 계속 달렸는데 부여혼은 그곳에서 몸을 숨겼다. 미행인은 그곳에서 부여혼의 자취를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하였는데 부여혼은 그 틈을 타서 축지법을 베풀어 산동객잔으로 되돌아갔다. 산동객잔의 문 앞에서는 수하 셋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행자를 따돌릴 때 보아두었던 객잔.

부여혼이 목적지를 말했다.


“현청 앞 황현객잔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

산동객잔에서 뻔히 보이는 현청 앞 황현객잔으로 거처를 옮겼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황현객잔에서 객잔주의 감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출입하기 위하여 삼일 치의 숙박비와 식비를 미리 내기로 하니. 객잔의 주인은 너무 좋아했다. 숙박비와 식비를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황현객잔에 오니 뜻밖에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객잔의 한 모퉁이에서 일행이 술잔을 기울이며 살펴보니 가끔 군졸들이 피곤하여 객잔 안으로 들어와서 목을 축이고 쉬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부여혼 일행의 옆 탁자로 현청의 경비를 서던 군졸들이 다가와 앉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니 심심한지 자기들끼리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 피곤하구먼, 오늘이 며칠째인가? 벌써 한 달이 되어가는 것 같네그려.”

“정말, 이 짓도 못 해 먹겠어. 그까짓 제 나라를 배신한 백제놈 하나 지키자고 우리가 이 무슨 고생인가.”

“쉬 누가 듣겠네. 그놈 그래도 제 나라를 배신한 대가로는 서운하지 않았을 것이야.”

“그건 왜인가?”

“우리 황상께서 그놈에게 좌위위대장군(左威衛大將軍) 직을 제수하였으니 얼마나 출세를 한 것인가?”

“글쎄 그것이 출세라 할 수 있을까? 백제는 큰 나라였다고 들었네. 물론 우리가 있는 이 땅도 원래는 백제의 땅이었지 그런 백제의 방령이었으니 우리로 말하자면 제후의 지위에 있던 자였는데 오히려 좌천된 것이나 다름없지.”

“그렇기도 하겠군. 우리는 자사를 왕들로 삼지 않는가!

“그렇지 방령이면 주를 넘는 그런 넓은 지역의 통치자이니 지역의 왕에 뒤지지 않지.”

“그러고 보면 그놈 참으로 미친놈이 아닌가?”

“누가 뭐라나? 그리고 천자께서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네. 그런 의리 없는 놈은 목을 베어야 하거늘 뭐 하러 관직을 내린단 말인가.”

“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니지. 우리야 그저 편하게 지내는 거 말고 무슨 바람이 있겠는가. 휴- 조금만 힘을 내게 이제 이 짓도 얼마 남지 않았네.”

“얼마 안 남았다고?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내일쯤 떠난다는 이야기가 있네.”

“호오? 그것참 잘되었군. 하는 일도 없이 청사 안에서 무슨 돼지같이 음식만 축내는 눈꼴사나운 새끼들도 이젠 보지 않아도 되겠군.”

“그러게 말이네. 무슨 호위 군사를 칠백 명씩이나 데리고 다니나 그래.”

“그게 다 백성들 등골에서 나오는 거 아닌가. 배신자 놈이 너무 과한 대접을 받는 것 같군.”

“놔두세. 천자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겠나?”

“생각은 무슨 생각. 내가 치자(治者)라면 이렇게 하겠네. 우선 필요에 따라 배신을 부추기기는 할망정 목적했던 바를 이루고 나면 그 배신자를 제거할 것이네. 한 번 배신한 놈이 두 번 배신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그리고 그런 놈을 보고 아래 신하들이 은연중 배우지 않겠는가?”


부여혼은 현청사(縣廳舍) 앞 황현객잔(黃縣客棧)에 투숙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예식진이 황현을 떠나는 시기는 알아낸 것이었다. 병졸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특별한 것이 나올 것 같지 않고 밤도 깊어가므로 부여혼은 숙사로 들어가 생각에 빠졌다. 예식진이 가장 방심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일까? 예식진과 이정의 휘하에 있는 약 이천 명에 이르는 군사들이 가장 느슨해질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일까를 생각해보았다. 적어도 황현소속 병사들은 모두가 지쳐있는 상태임은 자명하였지만 지쳐있는 것과 느슨한 것은 다른 것이다.


한편 늦은 시각 이미랑은 자신의 방 앞에서 호위무사를 불러놓고 부여혼의 미행에 실패한 책임을 추궁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찌하였기에 그 공자의 행방을 놓쳤단 말예욧?”


“그 공자님이 홀로 산동객잔을 나와서 대로로 뛰어가기에 저도 미행을 하였는데 그만 현의 지경을 벗어나 야산으로 들어가서는 그만 놓치게 되었습니다. 생긴 것은 유약하기 그지없었으나 어찌나 빠른지 소생도 미행에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놓치지 않았는데 숲에서 그만······.”


“네놈이 어리석어서 그만 당한 게야. 산동객잔에 투숙했던 수하 놈들도 없어졌는지 알아봐요. 어서.”


-존명-


부여혼을 미행하던 무사는 다시 뛰어나가고 나머지 네 명의 무사들은 멀뚱거리며 서 있었다. 그들은 이미랑의 지근거리에서 호위를 하는 것이었는데 이미랑으로서는 화가 난 나머지 할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멀뚱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미랑은 허리에 손은 얹고 이미랑의 시선을 되도록 피하며 서 있는 나머지 네 명의 무사들을 바라보며 호통을 쳤다.


“이봐요 능구렁이 아저씨들 당신들은 뭐죠? 예? 거기 그렇게 서 있을 거예요? 얼른 같이 가서 알아보지 못해요? 누가 뭐든지 막내에게만 미루랬어요? 응?”


“그렇지만 아가씨 호위는 누가?”


“사람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주제에 호위는 무슨 호위! 어서 움직이지 못해요?”


-존명-


그제야 나머지 네 명의 무사들도 불에 덴 듯 뛰쳐나갔다.




백제유장 연재 원칙

1. 가급적 정사를 훼손하지 않는다.

2. 표준형 어투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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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1-3-6. 이국녀(異國女)의 집착(執着) (5) 23.03.13 90 0 19쪽
60 1-3-6. 이국녀(異國女)의 집착(執着) (4) 23.03.12 74 0 16쪽
59 1-3-6. 이국녀(異國女)의 집착(執着) (3) 23.03.11 76 0 16쪽
58 1-3-6. 이국녀(異國女)의 집착(執着) (2) 23.03.10 75 0 16쪽
57 1-3-6. 이국녀(異國女)의 집착(執着) (1) 23.03.09 93 0 16쪽
56 1-3-5. 예식진의 최후 (6) 23.03.08 90 0 19쪽
55 1-3-5. 예식진의 최후 (5) 23.03.07 71 0 17쪽
» 1-3-5. 예식진의 최후 (4) 23.03.06 73 0 17쪽
53 1-3-5. 예식진의 최후 (3) 23.03.05 68 0 16쪽
52 1-3-5. 예식진의 최후 (2) 23.03.04 73 0 17쪽
51 1-3-5. 예식진의 최후 (1) 23.03.03 77 0 16쪽
50 1-3-4. 오지(奧地)에 뿌리는 풀씨 (4) 23.03.02 80 0 16쪽
49 1-3-4. 오지(奧地)에 뿌리는 풀씨 (3) 23.03.01 72 0 16쪽
48 1-3-4. 오지(奧地)에 뿌리는 풀씨 (2) 23.02.28 71 0 16쪽
47 1-3-4. 오지(奧地)에 뿌리는 풀씨 (1) 23.02.27 85 0 16쪽
46 1-3-3. 세워지는 이정표(里程標) (3) 23.02.26 78 0 16쪽
45 1-3-3. 세워지는 이정표(里程標) (2) 23.02.25 84 0 17쪽
44 1-3-3. 세워지는 이정표(里程標) (1) 23.02.24 82 0 17쪽
43 1-3-2. 백금택목(白禽擇木) (4) 23.02.23 84 0 17쪽
42 1-3-2. 백금택목(白禽擇木) (3) 23.02.22 84 0 17쪽
41 1-3-2. 백금택목(白禽擇木) (2) 23.02.21 82 0 16쪽
40 1-3-2. 백금택목(白禽擇木) (1) 23.02.20 86 1 16쪽
39 1-3-1. 한성의 고구려 (3) 23.02.19 92 1 17쪽
38 1-3-1. 한성의 고구려 (2) 23.02.18 85 0 16쪽
37 1-3-1. 한성의 고구려 (1) 23.02.17 93 0 16쪽
36 1-2-6. 행(幸)과 불행(不幸) (3) 23.02.16 88 0 18쪽
35 1-2-6. 행(幸)과 불행(不幸) (2) 23.02.15 89 0 17쪽
34 1-2-6. 행(幸)과 불행(不幸) (1) 23.02.14 10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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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2-5. 거부할 수 없는 운명 (3) 23.02.12 97 0 16쪽
31 1-2-5. 거부할 수 없는 운명 (2) 23.02.11 99 0 17쪽
30 1-2-5. 거부할 수 없는 운명 (1) 23.02.10 106 1 14쪽
29 1-2-4. 천손의 증거 (3) 23.02.09 98 1 17쪽
28 1-2-4. 천손의 증거 (2) 23.02.08 101 1 17쪽
27 1-2-4. 천손의 증거 (1) 23.02.07 109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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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2-3. 선인 을무영(乙無影) (1) 23.02.04 110 0 16쪽
23 1-2-2. 전쟁의 회오리 (3) 23.02.03 102 0 17쪽
22 1-2-2. 전쟁의 회오리 (2) 23.02.02 101 0 15쪽
21 1-2-2. 전쟁의 회오리 (1) 23.02.01 114 0 15쪽
20 1-2-1. 천손국의 마지막 수도 (4) 23.01.31 121 0 19쪽
19 1-2-1. 천손국의 마지막 수도 (3) 23.01.30 129 0 16쪽
18 1-2-1. 천손국의 마지막 수도 (2) 23.01.29 136 1 18쪽
17 1-2-1. 천손국의 마지막 수도 (1) 23.01.28 151 0 13쪽
16 1-1-6. 애달픈 사랑 (3) 23.01.27 153 0 17쪽
15 1-1-6. 애달픈 사랑 (2) 23.01.26 144 0 14쪽
14 1-1-6. 애달픈 사랑 (1) 23.01.25 152 1 15쪽
13 1-1-5. 역적(逆賊) 임자(壬子) (2) 23.01.24 170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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