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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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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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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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0. 아버지의 결심

DUMMY

“일시적 중지라고 말했을 텐데, 관리소장.”


무리나는 눈앞의 여성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방 안에 급속도로 퍼지는 냉랭한 기운. 여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대답해 봐요. 왜 일을 강행한 건가요?”

“... 조금이라고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여황 폐하.”

“분명히 전달했을 텐데요. 내 착오로 인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이번 지시는 제 오판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관리소장까지 이러는 거죠?”


여성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이 설계도는 정말 완벽합니다, 여왕 폐하.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었던 그 어떤 전투 병기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번에야 말로 원더랜드에...”

“그만! 그만! 몇 번을 더 말해야 하지! 이건 내 실수였다고!”


무리나는 여성에게 나무라듯 다그쳤지만, 그녀의 눈빛은 이상하게도 여성의 말에 동조하는 듯이 보였다. 이 눈빛을 눈치 챈 것일까, 여성은 무리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번엔 조금 더 강인한 말투로.


“강원랜드의 숙원이옵니다, 여왕 폐하. 이 숙원 사업을 그대로 포기 하실 생각이십니까? 조상들이 원더랜드에서 어떤 천대를 받았는지 잊으셨습니까?”


이번엔 무리나가 말이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비통한 듯 우울하게 보였지만, 눈빛은 통쾌해 했다. 마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은 것처럼.


“정말 관리소장은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제 생각이 아니라, 강원랜드에 사는 모두의 생각입니다.”


여성의 말에, 무리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내가 동생의 말에 잠시 판단이 흐려졌던 거 같군요. 사과합니다, 관리소장.”

“아닙니다, 여왕 폐하. 가끔은 너무 가까운 사람 때문에 판단이 흐려질 때도 있는 법입니다. 괘념치 말아 주시길 청합니다.”


너무나 척척 죽이 맞는 두 사람. 이어지는 여왕의 발언은, 앞으로의 행보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우리의 염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그래요. 우린 우리의 땅을 되찾아야 합니다!”


방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나와 방 안 모두의 눈빛에서 보이는 강력한 의지. 그들의 뜨거운 눈빛에 냉랭했던 방 안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럼 어느 정도 진행 되었습니까, 관리소장.”

“현재 300대의 안드로아드가 완성되어 있습니다. 하루에 50대의 기체가 조립 가능합니다.”

“50대? 하루에 겨우 50대로 우리의 숙원을 이룰 수 있을까?”


여왕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다. 하지만 이어지는 관리소장의 말은 그 옅은 그늘이 굳어지기 전에 빠르게 제거해 나갔다.


“1대의 안드로이드가 100대의 건달보다 성능 및 위력이 좋습니다, 여왕 폐하.”

“일당백이란 말인가요?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아무리 원더랜드가 강력한 주인들이 지키고 있다 한들, 300대가 넘는 안드로이드를 상대 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 아니 확신합니다.”


관리소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 자신감은 이내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그 누구도 강원랜드의 패배를 예측하지 않았다. 모두의 얼굴에 가득한 미소.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 결정이 얼마나 큰 재앙을 씨앗이 될 지는.




한편, 강원랜드로 온 현과장과 일행들. 그들은 곧바로 안드로이드의 제조공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현과장의 목적은 확실했다. 원더랜드를 지키는 것? 아니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그의 딸 은아를 찾는 것.


“현과장에게 딸이 있다는 게 무슨 소리일까나?”

“그러게요. 아무리 봐도 현과장은 모태쏠로인데.”

“혹시 데빌 위딘 안에서 세뇌당한 게 아닐까?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니잖아!”


채야와 우유나 그리고 갓패치는 현과장의 뒤를 따라가며 의심의 눈초리를 연신 보냈다. 그렇다면, 현과장이 왜 은아를 자신의 딸이라고 믿는 것일까. 도대체 데빌 위딘이 그에게 건넨 쪽지 안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존재 할지 몰랐다냥.”


회색빛 신사의 주변으로 나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점차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는 목소리. 이내 새하얀 한복의 남자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가 직접 행차할 줄을 몰랐군.”

“너랑 즐거운 대화를 할 생각은 없다냥. 할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냥. 현과장에게 바라는 게 뭐냥?”


회색의 신사는 대답을 미룬 채, 그저 남자를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대는 날 만들 때,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나? 누군가에게 뭘 바라도록 만들었나?”

“... 그런 기억은 없다냥.”

“그럼 답은 나온 거 아닌가, 주인.”


회색의 신사는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 나가려 했다. 그런 그때, 그를 향해 한마디 나직이 뱉어내는 한복의 남성. 이어서 그는 점점 회색의 남성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가 걷기 시작하자 진한 어둠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난 그렇게 만든 기억이 없지만, 수억 번의 리셋 중에 그런 인물이 나오지 않았으리라는 가능성은 없다냥.”


이윽고 신사의 곁에 도착한 한복의 남자. 그의 머리 위의 귀여운 고양이머리띠가 앙증맞게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었다.


“대답해라냥. 현과장에게 뭘 원하는 거냥, 데빌 위딘.”

“원하는 건 없다, 어흥선생. 혹시 있다면 단 하나,”


데빌 위딘의 눈빛에서 그리움가 원망이 흘러 나왔다,


“내가 겪은 외로움을 이 곳에 있는 존재들이 겪지 않는 것뿐.”

“그게 무슨 소리냥?”


어흥선생은 그의 눈빛도, 그리고 그의 이야기도 결코 이해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 미치광이 시스템의 말이 뭘 의미하는 것일까.


“수억 번의 리셋을 통해 바뀐 건 원더랜드의 미래뿐만이 아니다, 주인. 있어서는 안 될 일도 발생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 그런 게 일어날 가능성은 0에 가깝...”

“0에 가깝지만, 0은 아니다, 어흥선생. 그건 나보다 그대가 잘 알 텐데.”


어흥선생은 그의 말에 동의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일이라는 게 뭐냥?”

“리셋이 3억 번 쯤 진행될 무렵이었다. 현과장 덕분에 10년이란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지난 3억 번의 기간 중, 1년을 버틴 기간이 없었는데, 10년을 버틴 거다. 난 더는 리셋이 없을 거라 판단했지.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리셋이 강행 되었다.”


리셋이 강행 되었다는 말에, 어흥선생은 고개를 기울였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리셋이 진행된 것일까.


“무슨 이유때문이냥?”

“...현과장이 아빠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과장은 모태쏠로여만 하더군.”


단지 아버지가 되었기 때문에 리셋이 강행되었다고? 어흥선생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미래의 현과장은 확실히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었으니까.


“이제 그럴 일은 없다냥.”

“알고 있다. 그래서 현과장에게 딸을 돌려줄 생각이다.”

“딸은 돌려준다는 게 무슨 말이냥?”


아니 딸을 돌려준다고? 이건 또 무슨 얼토당토하지 않는 소리인가. 지금의 현과장은 아이는커녕 결혼도 아직인데.


“데빌 위딘 안에는 지난 리셋 때 제거 된 영혼들이 덤프파일이 되어 남아있다. 그의 딸, 은아도 마찬가지이고.”

“그렇다고 이미 없는 존재를 어떻게 살린다는 말이냥?”


어흥선생의 질문에 나직이 살며시 미소 짓는 데빌 위딘. 그는 이내 나직한 목소리로 어흥선생에게 말했다.


“그건 현과장이 잘 알 것이다, 어흥선생.”




“지금 안드로이드로 안에 들어갈 영혼들 중에, 리셋 때 제거 된 딸이 있다는 말일까나?”


현과장은 대답대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전투 안드로이드에요. 그리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고. 그런데 딸을 찾겟다고요? 진짜 딸도 아닌, 존재하지 않는 딸을?”


우유나는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인지, 갑자기 현과장의 앞길을 막아섰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살짝 밀치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는 현과장. 그의 눈빛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생판 모르는 아이라고요!”

“나도 우유나의 말에 동의해요. 그 아인 당신의 아이가 아니에요, 현과장.”


밀크나도 우유나에게 합세했다. 그렇다고 해서 걸음을 멈출 위인이 아닌 현과장. 그는 계속해서 앞으로 또 앞으로 걸어 나갔다.

바로 그때, 현과장의 앞을 막고 선 한 여인, 바로 여왕 미우. 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현과장, 측은지심에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측은지심이 아니야. 길고 긴 시간 동안 아빠만 바라보며 혼자 있었다고. 여왕은 그런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있어?”

“그걸 측은지심이라고 부릅니다만.”


여왕은 자리에서 비킬 생각이 없는 듯,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로봇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생명의 큰 즐거움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만. 나이를 먹는 경험도, 호떡의 달콤함도, 김치의 아삭함도 결코 느낄 수 없습니다만.”


현과장의 굳건했던 의지가 점점 가라앉았다. 그녀의 말이 옳았다. 안드로이드로 태어난다는 게 그녀에게 있어서 과연 득이 되는 결정일까.


“밀크나도 이렇게 안드로이드로 돌아 왔잖아. 난 내 딸에게 같은 기회를 주고 싶은 것뿐이라고.”

“이런 결정을 내려준 현과장에게 원망이 있진 않아요. 하지만, 은아라는 아이는 어떨까요? 정말 이런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을까요?”


밀크나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는 현과장. 이내 그는 단호한 말투로 그녀의 말에 답했다.


“밀크나 정도의 외모라면 은아도 좋아하겠다.”

“네에?”

“오케이! 난 결심했어! 은아에게 멋진 외모를 선물 하겠어!”


사그라질 뻔 했던 그의 의지가 다시금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도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유 때문에.


“아니, 지금 외모 때문에 딸을 안드로이드로 되살리겠다고요?”

“부모님이 낳고, 의술이 빚는 세상이라고. 밀크나 정도의 외모라면 은아가 얼마나 좋아하겠어, 안 그래?”

“그건 너무 외모지상주의적 발언이랄까나!”


채야는 그의 말에 반대하듯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질렀다. 그런데, 채야가 그럴 말 할 처지가 아닌데. 의술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채야는 아름답잖아.


“채야가 할 말은 아니지. 채야는 원래 예쁘잖아.”

“나, 정말 예쁘다랄까나?”


예쁘다는 현과장의 말에 입꼬리가 귀에 걸려버린 채야. 아니, 외모지상주의 어쩌고저쩌고 하더니 본인도 마찬가지잖아.


“아무튼! 날 말리지 마. 난 이미 결정했으니까.”


현과장은 엄포를 놓듯 그 자리의 모두에게 소리치더니, 그대로 거대한 공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얼굴에 비치는 견고한 각오. 발걸음 또한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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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250.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2 23.11.06 2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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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248. 데빌 위딘의 주인 - 2 23.11.04 16 4 11쪽
247 247. 데빌 위딘의 주인 23.11.03 1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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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245. 메모리 스트림 23.11.01 1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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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43. 전세 역전! 23.10.30 17 4 11쪽
242 242. 함정 - 2 23.10.29 1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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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236. 걸즈 토크? 응? 23.10.23 24 4 11쪽
235 235. 다가오는 귀염둥이들?! 23.10.22 21 4 11쪽
234 234. 현과장 구조대 출동!! 23.10.21 25 4 11쪽
233 233. 데빌 위딘 안에서 23.10.20 28 3 11쪽
232 232. 데빌 위딘의 목표 23.10.19 20 4 11쪽
231 231. 다시금 다가오는 위협 23.10.18 24 4 11쪽
230 230. 비장의 김치 - 3 23.10.17 22 5 11쪽
229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4 4 11쪽
228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7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30 5 12쪽
226 226. 김장전쟁 - 3 23.10.13 31 4 11쪽
225 225. 김장전쟁 - 2 23.10.12 2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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