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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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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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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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다시금 다가오는 위협

DUMMY

아담의 말에, 대부분의 인물들은 침묵으로 답했다. 단 한 사람, 라니를 제외하고는.


“혼자 실패하더니 이제 와 도와달라고? 말이야 방구야?”


라니는 고개를 저으며 완전히 그를 무시했다. 아담과 라니 사이에 응집되는 날카로운 긴장감. 주변인들의 침묵이 더욱 이 상황을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라니, 그러지 말고. 아담이 괜히 이러는 게 아니라니까. 나도 경험했어. 원더랜드는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넘어선 별이라고.”


팽팽해진 긴장감을 지우려는 걸까. 켄지가 둘 사이에 끼어들며 중재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노력에도 무색하게도 둘 사이의 뜨거운 기류는 좀처럼 가라앉으려 허지 않았다.


“아담의 의견은 잘 알았다. 라니도 그쯤 그만 둬. 신의 능력자들끼리 싸우는 건 그렇게 보기 좋은 게 아니니까.”

“피터,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하는 거야? 저 인간은 그냥 이유 없이 원더랜드와 현과장을 적대하는 거라고!”


라니는 두 눈을 부라리며, 바로 옆에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녹색 상의에 어두운색 타이즈 바지. 그리고 머리 위의 작은 녹색 모자. 영락없는 어린이 동화 속 주인공의 모습이었지만,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 아이가 아니라 나이를 농익게 먹은 어른이라는 사실 말이다.


“아담이 하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은 아닐 거 아니야.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보는 편이 맞아.”


중후한 눈빛에서 느껴지는 그의 현명함. 그는 라니의 날 선 목소리에도 침착하게 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우선, 원더랜드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해. 작은 별 하나가 우리의 앞길을 막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담이 저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

“신뢰도 없는 아담의 말을 믿겠다고? 난 반대인데.”


라니는 역시나 피터의 말에 삐딱하게 반응했다. 그러자,


“박쥐같은 너보다야 낫겠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아담. 어째서 인지 라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 눈을 매섭게 떠 아담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 그만! 더 이상의 잡음은 용서하지 않겠다. 둘 다 입 다물어.”


피터의 목소라가 갑자기 굵어졌다. 그의 위엄에 그만, 입을 다물고 만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서로를 응시한 채, 그저 매섭게 또 매섭게 바라볼 뿐이었다.


“다리안,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지?”


두 사람에게서 말싸움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피터는 고개를 돌려 정면에 앉아있는 퉁퉁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작은 키에 배 위까지 내려온 붉은 수염. 시원하게 벗겨진 이마에 있어야 할 털들이 온통 턱밑으로 붙은 것만 같았다.


“으음, 라니의 말도 일리가 있는 거 같은데. 아담과 켄지가 사고 친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 매번 수습은 라니와 피터가 했지 않나.”


다리안은 자신의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켄지와 아담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러자, 제대로 그를 바라보지도 못하는 두 사람. 그의 말대로 두 사람은 꽤 많은 실수를 저지른 듯,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래! 저 두 놈을 절대로 믿어선 안 된다니까! 머릿속에 온통 우주정복 밖에 없는 놈들이라고! 힘이 생기면 우리 모두를 죽이려 들 걸!”


다리안의 말에 힘을 얻은 것일까. 라니는 목소리를 높여 두 사람을 비난했다. 피터도 그녀의 말에 크게 부정하지는 못한 채,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자, 잠깐! 우리가 원탁의 모두를 죽인다고? 그럴 리 없잖아? 안 그래?”


당황한 듯 얼굴이 어두워지는 켄지. 그는 따지듯 아담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라니의 말이 맞다는 듯이.


“봐봐, 저 인간은 부정도 하지 않는다니까.”

“적어도 한 명은 제거해야 하니까.”


아담은 두 눈을 부라리며 라니를 노려보았다. 다시금 불붙은 두 사람의 신경전. 이제는 피터도 두 손을 들을 듯이 보였다.


“그럼 투표한다. 자리에 없는 두 사람을 제외한 5인. 각각 의견을 정리하길 바란다.”


피터의 말이 끝나자, 켄지와 아담은 번쩍 손을 들었다.


“신의 창, 아담. 원더랜드 제거에 찬성한다.”

“신의 활, 켄지. 나 역시 찬성!”


당연하다는 듯, 찬성을 입에 담는 두 사람. 하지만 라니는 그들과 전혀 달랐다.


“난 반대. 절대 찬성 못하지. 내 호떡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신의 단검, 반대함.”


라니의 의도가 그렇게 순수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녀는 반대에 한표를 던졌다. 그리고,


“흐음... 난 지금은 반대라네. 적당한 이유도 없이 무언가를 없애는 건 나와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군. 난 만드는 사람이니. 신의 망치, 반대를 표명하네.”


다리안은 고개를 저으며 반대를 표명했다. 이제 남은 건 오직 한 사람, 피토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피터를 향했다.


“난... 여기 없는 사람들처럼 기권. 아직 어느 쪽도 선택 할 수 없는 거 같군. 신의 검, 기권한다.”


피터의 기권으로 2:2가 된 원탁회의.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아담과 라니의 대립이 더욱 고조되어갔다.


“절대 안 돼! 피는 피를 부를 뿐이야!”

“위험 인자를 제거하는 것뿐. 결코 사사로운 감정이 섞여 있지 않단 말이다. 너와는 다르게.”


결코 물러서지 않는 두 사람. 긴장감이 절정에 다다를 바로 그때, 피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거기까지! 이번 회의의 결과는 보류하겠다! 신의 부채와 신의 채찍(絃)이 부재중이니, 그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할 거 같으니까.”


피터의 중재로 일단락 된 둘의 대립. 그 동시에 원더랜드의 운명도 잠깐 보류되는 듯 했다. 그래, 이때까지는.




새하얀 공간.

여기저기서 사람의 실루엣이 보이는 듯 했다.


- 신의 창뿐만 아니라 신의 활까지 실패 할 줄은 몰랐습니다. -

- 이해가 되지 않는 군요. 신의 특사들이 원더랜드의 주인들을 이기지 못하다니. -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실체 없는 음성들. 비록 목소리뿐인 존재들이었지만, 감정만큼은 일반 사람과 다를 것이 없었다. 마치 무척이나 당황한 것만 같은 그들의 목소리. 모두가 이 결과에 불만이 있는 듯 했다, 단 한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원더랜드의 멸망은 이제 운명이 아닐 수 있어요.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해요.”


아름다운 목소리가 새하얀 공간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 또 그 소리. 영겁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말해 주고 있잖아. 우주을 위해서는 원더랜드가 사라져야 한다고. -

- 우주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원더랜드가 없어져야 해. 모두를 위한 희생이라고. -


조금 전 당황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목소리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감정이라는 것이 없는 것처럼.


“다시 생각을 해야 한다고요!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원더랜드가 존재할 수 없었을 때를 근거로 만들어진 거라고요! 모든 설정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어요!“


아름다운 목소리가 한껏 소리를 높였지만, 그 목소리에 그 어떤 음성도 답을 하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무시하는 듯이.


“지금이라도 시뮬레이션을 재가동해서...”

- 신의 능력자들이 못한다면, 우리가 직접 움직여야겠습니다. 현과장을 데빌 위딘 안으로 불러 들이죠. -


마치 그 목소리를 가로 막는 듯,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음성. 아무런 동의를 하지 않았던 존재들이 일제히 그 음성에 목소리를 내었다.


- 동의해요. 우리가 나서야 해요. 모든 질서를 위해 -

- 그래요. 우리가 희생해야 해요. -

- 또 다시 우리의 희생이 필요하게 될 줄이야. 거부하지는 않겠습니다. -


여기저기서 결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대체 왜 이렇게 원더랜드의 멸망을 바라는 이들이 많은 걸까. 아담과 켄지를 필두로, 육체도 없는 목소리들까지.


“우리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요...”


여리고 아름다운 그 목소리가 가련하게 떨리며 주변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듣는 이는 없었다. 마치 원더랜드의 미래가 완전히 결정되었다는 듯이.




“그래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고요?”


작업실에서 돌아온 우유나는 거실에 앉아서 호떡을 뜯으며 현과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배추가 배추를 낳았다니까. 이게 말이 돼?”

“정말 대단했다능!”

“배추. 김치.”


현과장의 눈빛에 맞춰 똑같이 초롱초롱 두 눈을 뜨는 키토와 리코. 귀여운 그들의 얼굴이 우유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렇게 대단했다는 거예요? 그래, 믿어는 드릴 게.”


배추가 배추를 낳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을 우유나가 아니었다, 그런데,


“배추가 새끼 배추를 낳았다고요? 안 좋은 징조인데요.”


우유나의 곁에 앉아있던 밀크나는 달랐다. 이내 그녀는 뭔가 떠오른 듯 턱을 괴며 생각에 잠겼다.


“그나저나 저 옆에 있는 아가씨는 누구야?”

“안경이 잘 어울린다능!”

“안경! 안경!”


리코와 키토가 흥미를 갖은 듯, 밀크나의 곁으로 다가갔다. 두 귀염둥이가 다가오는 것도 모른 채, 오직 생각에 잠겨 있는 밀크나. 어느새 리코와 키토는 밀크나의 안경을 가로채 서로 써보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어허! 리코님! 키토님! 그러면 못 써!”

“맞아! 두 분 그러면 안 된다고요! 밀크나의 아름다움을 가리기 위한 도구인데!”


현과장과 우유나가 두 귀염둥이를 말리듯 이내 달려왔다. 그런데 잠깐, 아름다움을 가린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아름다움을 가린다는 게 무슨 말일까나?”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는 채야. 그러자, 우유나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채야를 바라보았다.


“훗 그렇게 물어보시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밀크나의 안경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 채야 님처럼 흔한 외모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씀!”


순간, 채야의 얼굴에 싸늘함이 감돌았다. 뭐라고? 흔한 외모? 지금 흔한 외모라고 한 게 맞는 걸까.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흔한 외모? 지금 흔한 외모라고 했을까나?”

“네! 흔한 외모! 밀크나의 외모는 궁극의 외모! 성형외과 선생들도 이마를 치며 감탄을 멈추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라는 말씀!”


채야는 고개를 돌려 밀크나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아름답기는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저 아름다운 외모일 뿐. 감탄할 정도는 아니었다.


“궁극은 아닌 것 같다냥. 뭔가 이상한 미적 감각이 숨어있다냥.”


어흥선생이 슬쩍 다가가 밀크나의 얼굴을 세세히 관찰했다. 아름답다. 무척 아름답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훅 들어오는 거부감. 도대체 뭘까, 이 거부감은.


“거부감이 든다냥. 이상하게.”“그럴 리가요. 완벽하게 계산하고 조형했는데. 불편한 골짜기 문제도 완전 해결했다고요.”


완벽해 보이는 밀크나의 외모에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모두들 옥의 티를 찾기 위해 숨을 죽이고 밀크나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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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250.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2 23.11.06 2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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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248. 데빌 위딘의 주인 - 2 23.11.04 16 4 11쪽
247 247. 데빌 위딘의 주인 23.11.03 1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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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245. 메모리 스트림 23.11.01 14 4 11쪽
244 244. 사라지지 않은 위협 23.10.31 17 4 11쪽
243 243. 전세 역전! 23.10.30 17 4 11쪽
242 242. 함정 - 2 23.10.29 18 4 11쪽
241 241. 함정 23.10.28 20 4 11쪽
240 240. 아버지의 결심 23.10.27 25 4 11쪽
239 239. 흑막 - 2 23.10.26 16 3 11쪽
238 238. 흑막 23.10.25 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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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236. 걸즈 토크? 응? 23.10.23 24 4 11쪽
235 235. 다가오는 귀염둥이들?! 23.10.22 21 4 11쪽
234 234. 현과장 구조대 출동!! 23.10.21 25 4 11쪽
233 233. 데빌 위딘 안에서 23.10.20 27 3 11쪽
232 232. 데빌 위딘의 목표 23.10.19 20 4 11쪽
» 231. 다시금 다가오는 위협 23.10.18 24 4 11쪽
230 230. 비장의 김치 - 3 23.10.17 21 5 11쪽
229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4 4 11쪽
228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6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29 5 12쪽
226 226. 김장전쟁 - 3 23.10.13 31 4 11쪽
225 225. 김장전쟁 - 2 23.10.12 2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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