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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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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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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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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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DUMMY

“의사. 의사. 의사 좀 불러요.”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다.


공연은 중단되었다.


<키즈 인 타운> 멤버들은 다음 곡을 부르지 못하고 무대 위에서 객석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준영은 진료가방을 들고 대기실에서 무대를 지나 객석으로 달려갔다.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고, 그 주위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죽은 거 아냐? 꼼짝도 안 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말을 함부로 뱉었다.


“비켜주시겠어요? 저는 한의삽니다.”


그가 외치자, 모여 있던 사람들이 길을 터주었다.


삼십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였다.


여자는 의식이 없었다.


그는 여자의 경동맥을 짚어보았다.


경동맥은 뛰고 있었다.


심장마비? 뇌전증(간질)? 허혈성 쇼크?


그의 머릿속으로 불길한 생각들이 재빨리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그런 생각에 오래 사로잡혀 있을 수는 없었다.


이럴 때는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다른 건 나중에 따져도 된다.


그는 진료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삼릉침을 집어 들었다.


십선혈(十宣穴). 열 손가락의 손톱 아래에 위치한 혈이다.


그는 그녀의 십선혈을 아주 빠르면서도 단호하게 사혈했다.


그런 다음 여자의 손가락 끝을 눌렀다.


열 손가락 끝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침통을 열었다.


짧지만 비교적 굵은 침을 골라 인중혈(人中穴)에 자침했다.


여자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러다 사람 죽으면 어쩌려고요?”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했다.


“좀 기다려 봅시다.”


옆에 있던 마 대표가 위협적인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주위가 조용했다.


오 분 정도 지났다.


여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고 나서 조금씩 꿈틀거렸다.


으음!


눈을 떴다.


“우와! 정신이 돌아왔어.”


둘러 서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인중에 꽂혀 있던 침을 발침했다.


여자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일어나 앉았다.


초점이 없던 눈동자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은 없었다.


아직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두 명의 여자가 뒤늦게 달려왔다.


공연 안전요원인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신이 돌아온 여자는 그제야 그렇게 말했다.


‘혜민 오빠. 사랑해요’를 외치던 그 목소리와 비슷했다.


두 사람은 그녀를 부축해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어수선하던 공연장 분위기는 차츰 정리되었다.


그는 다시 대기실로 돌아갔다.


그는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휴대폰의 시계를 확인했다.


8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다.


선 회장의 전화가 세 통, 민경의 전화가 두 통.


‘무슨 일 있나?’


그는 대기실을 나와 조용한 곳을 찾았다.


-예. 회장님. 전화하셨습니까?-

-자네 왜 내 전화를 안 받나?-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회장님. 전화 하신 걸 조금 전에야 알았습니다.-

-뭐 한다고 몇 번 이나 전화했는데도 몰라? 자네 혹시 여자하고 같이 있나?-

-예.-

-뭐? 여자하고 같이 있다고? 그래서 내 전화 안 받은 거야?-

-예.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못 받았습니다.-

-그래! 어험! 그렇구먼. 다 끝났고?-

-아뇨. 끝나긴요.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해야 되는데요.-

-또 한다고? 얼마나 더?-

-두 시간 정도요!-

-헉! 뭐? 두, 두 시간이나? 자네 그러다 죽어.-

-회장님도 참.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제가 죽긴 왜 죽어요? 조금 전에도 죽을 뻔한 여자 살렸는데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말씀 드리자면 길고요. 저 지금 공연 때문에 빨리 들어가 봐야 되니까 왜 전화하셨는지만 말씀 하시지요.-

-공연? 무슨 공연?-

-회장님 혹시 <키즈 인 타운> 이라는 아이돌 그룹 아세요?-

-몰라. <서태지와 아이들>은 알아도.-

-그 그룹이 지금 공연 중인데 제가 멤버들 건강관리를 해줘야 하거든요.-

-그러면 조금 전에 두 시간이라는 게 공연 시간을 말하는 거였어?-

-그러면 뭔 줄 아셨어요?-

-예끼 이 사람아! 그러면 진작 그렇다고 말하지. 사람 기죽이는 거야 뭐야?-

-무슨 말씀인지 좀 알아듣게 말씀 하세요. 회장님. 그리고 저 빨리 들어가 봐야 하니까요.-

-알았어. 그건 그렇고. 자네 지금 우리 집으로 와주게. 낮에 골프 치다가 허리 나갔어. 꼼짝을 못하겠어.-

-아이고 어떡하죠? 조금 전에 말씀 드렸지만 제가 두 시간 정도는 여기 있어야 하는데요.-

-무슨 소리야? 자네가 그 그룹 멤버야? 자네가 춤 출거야? 노래할 거냐고?-

-죄송합니다. 회장님. 지금은 못 가고요. 제가 꼭 필요하시면 공연 끝나고 찾아뵙겠습니다.-

-이보게. 허 원장. 그러지 말고 당장 와주시게. 나 허리가 아파 죽겠어. 화장실 가는 것도 너무 힘들어.-

선 회장은 애원했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갈 수 없습니다. 회장님. 전화 먼저 끊으시지요.-

-그러지 말고 우리 집으로 와. 내가 자네 원하는 거 다 들어줄 테니 지금 당장 오게.-

-회장님께서 먼저 안 끊으시니까 무례하지만 제가 먼저 끊겠습니다. 공연 끝나고 찾아뵙겠습니다.-


그는 그러고도 5초를 더 기다렸다가 전화를 끊었다.


#


준영이 선 회장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다.


민경이 그를 맞이했다.


“죄송합니다, 원장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쉬시지도 못하고요.”

“괜찮습니다.”


민경은 그와 함께 선 화장의 방 앞에 섰다.


그녀는 노크했다.


“아빠. 허 원장님 오셨어요.”


대답이 없다.


한 번 더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주무시나 보네요?”


그가 물었다.


“아닐 거예요. 조금 전까지 거실에 앉아 계셨는걸요. 삐지셨을 거예요, 아마.”

“잘 삐지시나보네요?”

“말도 못해요.”

“하여튼 좀 피곤한 스타일이셔.”


민경이 깔깔 웃더니 방문을 열었다.


방안에 불은 커져 있었고, 선 회장은 등을 돌린 채 누워있었다.


“저 왔습니다. 회장님. 허리 많이 아프세요?”

“남이야 아프던 말든. 아이돌 그룹인가 뭔가 하는 그 놈들이 그렇게 좋으면 그 놈들하고 살지 여긴 왜 왔나?”

“오라면서요? 그냥 갈까요?”


선 회장은 그제야 엎드리더니 옷을 걷어 올렸다.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파.”


그는 선 회장의 허리를 눌러보았다.


이상하다.


허리 근육이 조금 뭉쳐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흔히 있는 일인데.


‘이 정도로 그 난리를 치신건가?’


몇 번을 확인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엄살이라고 했다가는 한 삼년은 삐져있을 것 같았다.


“제가 침 놔 드리겠습니다, 회장님.”


그는 무난한 침법으로 무난하게 자침했다.


“회장님이 이렇게 힘드신데, 제가 너무 늦게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 주십시오, 회장님.”

“누가 뭐래?”


잠시 후 그는 발침했다.


“자! 한 번 움직여 보시죠.”


선 회장은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방 안을 걸었다.


허리를 좌우로 돌려보기도 하고, 앉았다 일어나기도 했다.


“어머! 아빠. 깨끗이 나았네요.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꼼짝도 못 하셨는데.”

“어떻습니까? 회장님.”

“자네 침 하나는 잘 놔. 그건 내가 인정해.”


선 회장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 줘. 내가 오라고 했을 때 왔으면 원하는 거 뭐든지 다 줬겠지만 늦게 왔으니 안 줘.”

“바라지도 않습니다.”


#


늦잠 잤다. 일어나 보니 11시다.


선 회장 때문이다.


준영은 늦은 아침을 먹고 작곡 프로그램을 열었다.


주중에는 한의원 근무로 못 할 때가 많기 때문에 주로 주말을 이용하는 편이었다.


3시간 정도 작곡 프로그램 공부에 몰두해 있을 때, 휴대폰의 신호음이 울렸다.


마 대표였다.


-원장님. 쉬시는데 전화 드려 죄송합니다만 말씀 드릴 게 있어서요.-

-괜찮습니다. 말씀 하세요.-

-어제 <키즈 인 타운> 공연에서 원장님께서 구해주신 여자 분 있죠? 쓰러지셨던 분 말이에요.-

-예. 그런데요?-

-그 분이 누군지 아세요. 리청하라는 사람이에요. 리청하.-

-리청하? 유명한 사람인가요? 난 모르겠는데요.-

-대화(大華)라는 세계적인 중국기업 아시죠?-

-대화요? 아 예. 이름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요.-

-리청하가 대화 그룹의 회장 딸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조금 전에 대화 그룹의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서 알게 됐습니다.-

-으음. 그런데요?-

-원장님은 놀랍지 않으세요?-

-어느 대목에서 놀라야 하나요?-

-아니 대화가 얼마나 큰 기업인지 아세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의 서너 배는 되는 어마어마한 회사에요.-


마 대표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는 오히려 덤덤했다.


-그 회사 계열사가 여러 개 있는데, 저도 몰랐지만 그 중 엔터사도 하나 있다네요. 그 엔터사 규모가 우리나라 엔터사 다 합친 것보다 더 크답니다.-

-대표님. 그러니까 제 말은 어느 대목에서 놀라야 하냐고요? 그게 저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요?-

-상관있죠. 대화의 리진 회장님이 지금 따님과 함께 서울에 와 있는데 원장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 아. 그렇구나. 리청하라는 분은 괜찮대요?-

-예. 지금은 멀쩡하답니다. 원래 심장이 좀 약하다네요. 그런데 어제 공연장에서 혜민이를 보고 흥분해서 기절을 했나봅니다.-

-혹시 어제 사랑해요 혜민, 이라고 소리치던 그 여자가 그 여자에요?-

-맞아요. 애가 둘이나 있는 유부년데 혜민이라면 사족을 못 써서 리진 회장이 사위보기가 아주 민망해 죽는다고 합니다.-


준영은 피식 웃었다.


-아무튼 리진 회장이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원장님 모시고 식사를 대접하고 싶답니다.-

-아유. 뭘 그만한 일에! 그거 별 거 아니에요. 그 정도는 한의사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치료법인데요.-

-그건 원장님 생각이고요. 그 쪽에서는 죽을 사람을 살렸다고 너무 고마워하던데요. 뭐라고 하더라? 편육이 살아 돌아온 거 같대나 뭐래나?-

-대표님. 시장하신가보네요? 편육이 아니라 편작이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명의 중에 편작이라는 사람이 있거든요.-

-편작이든 편육이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아무튼 내일이나 모레 쯤 리진 회장님이 원장님을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하니까 약속 절대로 잡으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알겠습니다.-

-그럼 약속 시간 다시 잡아 연락드리겠습니다. 이거 잘하면 완전 대박입니다. 대박. 우하하하.-


마 대표와 통화를 끝낸 후, 그는 대화 그룹에 대해서 검색했다.


마 대표의 전언은 얼추 맞았다.


게임산업, 화학산업도 하고, 대형 유통망도 갖고 있었다.


AI는 물론 로봇 사업과 드론 사업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 사업과 휴대폰 사업과 금융업도 하고 있었다.


리진 회장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나가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이 정도만 알아도 밥 한 끼 얻어먹을 자격은 있겠지!’


그는 다시 작곡 프로그램 익히기에 몰두했다.


#


월요일 오후.


선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허 원장, 바쁘신가?-

-늘 그저 그렇습니다, 회장님. 허리는 괜찮으시고요?-

-깨끗해. 아주 좋아. 자넨 역시 명의야. 하하하.-

-다행입니다. 회장님.-

-그래서 오늘 저녁에 자네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은데 시간 되지? 내가 한의원 근처로 갈 일이 있거든.-

-아이유, 어떡하죠, 회장님? 저 오늘 저녁에 약속 있는데요.-

-자네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냐? 내가 뭔 말만 하면 무조건 싫다, 뭔 말만 하면 선약이 있다. 뭔 말만 하면 지금은 안 된다. 한두 번도 아니고 정말 이러긴가?-

-그건 회장님 오해이십니다. 오늘은 정말 선약이 있습니다.-

-누구하고? 누구하고? 잔 머리 굴리지 말고 빨리 말해. 지어내지 마. 하나 둘······.-

-리진 회장님하고요.-


그는 선 회장이 지어낸다고 할까봐 재빨리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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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5화 이별 +1 23.09.09 870 24 12쪽
144 144화 구설수 +1 23.09.08 857 24 12쪽
143 143화 사주(四柱) +1 23.09.07 866 23 12쪽
142 142화 질투 +1 23.09.06 869 22 12쪽
141 141화 서울에 온 리주하 +1 23.09.05 886 23 12쪽
140 140화 침마취 +1 23.09.04 868 23 12쪽
139 139화 계획 변경 +1 23.09.03 944 26 12쪽
138 138화 우리 화장품 윤지현씨 얼굴에 좀 바릅시다 +1 23.09.02 925 25 12쪽
137 137화 리진 회장의 딸 리주하 +1 23.09.01 951 23 12쪽
136 136화 중국으로 가다 +2 23.08.31 944 23 12쪽
135 135화 재기 +1 23.08.30 976 23 12쪽
134 134화 돈 갖고 튀었다 +1 23.08.29 962 22 12쪽
133 133화 야구선수 양재원 +1 23.08.28 968 21 12쪽
132 132화 소매치기 야구선수 +1 23.08.27 973 25 12쪽
131 131화 베풀면서 돈 잘 버는 허준영 +1 23.08.26 993 25 12쪽
130 130화 악몽 +1 23.08.25 992 23 12쪽
129 129화 퇴원하자마자 또 입원 +2 23.08.24 1,027 24 12쪽
128 128화 위장이혼 +1 23.08.23 1,024 24 12쪽
127 127화 교통사고 +1 23.08.22 1,034 23 12쪽
126 126화 엿이나 먹어라 +1 23.08.21 1,057 24 12쪽
125 125화 광고모델 허준영 +1 23.08.20 1,080 22 12쪽
124 124화 장사꾼 +1 23.08.19 1,074 24 12쪽
123 123화 리진 회장 +3 23.08.18 1,082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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