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영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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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y1205
작품등록일 :
2023.05.10 13:20
최근연재일 :
2023.11.1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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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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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싹 (1)

DUMMY

- 탁, 탁,


“음...”


괴물들의 신터미널 습격 사건에

대해 터미널 직원에게 들은 대로

내용을 정리하던 ‘한국 어빌리티

트레이닝 스쿨’ 소속의 조사관은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별안간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백마리는 넘어 보이는

괴물들과..

더블 스피어 보어까지

혼자서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음..”


조사관은 일주일 전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신

터미널 현장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했던

일을 떠올렸다.


처음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

했을 때 만해도 조사관은

괴물들이 그것도 저돌적인

것으로 유명한 스피어 보어가

무리 지어 민가에 나타났다는

말에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구조 중에 누군가는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했을 땐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얼핏 봐도

100마리는 족히 넘어 보이는

수의 괴물들의 사체가

조사관과 사람들을 맞이했다.


도무지 영문을 몰랐던

그 순간, 조사관은 우연히

근처에 나와있던 터미널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완전히 믿지는

못했던 조사관은 터미널

내부에 들어서고 나서야

직원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지금,

사건에 대해 문서로 기록을

남기면서 다시 생각해봐도

믿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갑자기 칠흑의 기사가

나타나 스피어 보어를

비롯한 괴물들을 전부 쓸어

버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 제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사관은 혹시나 싶어 터미널

내부의 CCTV를 살펴보며

우연히 칠흑의 기사가 찍힌

장면을 찾아보려 했지만 아주

짧은 순간만 촬영된 것 외엔

찾을 수 없었다.


그마저도 CCTV에 문제가

있었는지 카피를 하기도 전에

고장이나 자료를 잃어버렸다.


“후..어쩔 수 없지..

일단 보고 들은 대로

작성해서..”


여기까지 생각한 조사관은

아파오는 머리를 붙잡고

간신히 기록을 끝마치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한편,


이 시민은 일주일 동안

‘한아름 보육원’에서 밀린

청소를 하다가 오늘이

되어서야 겨우 자신의

방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후...만약에

CCTV에 찍혔더라도..

그건 뭐..

내 얼굴이 아닌 기사의

모습일테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앞으로 조심 좀 해야겠네..’


간만에 오후에 편하게 누워

있던 그는 문득 일주일전의

신 터미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날 만약, 신 터미널의

CCTV에 자신이 칠흑의

기사로 변하는 모습이

찍혔었다면 혹은 건물밖으로

나가지 못해 사람들 앞에서

그 모습을 보였다면 귀찮은

일이 생겼을 거라는 생각이

이 시민의 머릿속을 채웠다.


‘그날의 반응을 보면...

내가 칠흑의 기사라는게

알려진다면..분명..

사람으로 취급하지는

않겠지...

뭐...상관은 없지만...

귀찮은 일은

질색이니까..’


이 시민은 자신이 칠흑의

기사라는 것이 들켜도

별로 상관없다는 듯이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귀찮아지는 건 싫다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신 터미널에서의 사건도 그의

바람처럼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매체에서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그동안 이 시민은 의뢰소를

통해 간단한 청소작업을

소개받고 비교적 순탄하게

일을 해오고 있었다.


“어우...

오늘은...이곳인가..?

정말..들은대로 인근

주민이 아니고선

찾기 힘들 장소네..”


지금도 역시나 괴물들의

사체를 처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인천의 오래된 마을에

와 있었다.


마을에 도착한 이 시민은

편의점 같은 시설은 하나

없고 오래된 건물들만 몰려

있는 모습에 의뢰서에 써

있던 인근 주민이 아니면

마을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듯 했다.


그 말대로 웬만해서는

사람들이 주택가에 발을

들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의뢰인 역시 장소로 안내를

하곤 바로 떠난 상황이었다.


“뭐..

이런 상황을 보면..

도망가도 할 수 없지..”


의뢰인이 가버린 이유는

동네를 조금만 둘러봐도

알 수 있었다.


동네 골목, 주택 할 것 없이

괴물들의 사체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썩어가면서 악취를

풍기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시체가

썩으면 냄새가 나듯이,

괴물들의 사체 역시

마찬가지로, 현재 이 동네는

많은 수의 괴물들의 사체가

방치되어 있어 그 냄새가

더욱 지독했다.


이 마을이 이 지경이

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의뢰인에 의하면,

3개월 전에 이 동네에

나타난 한 괴물을 잡으려고

프리랜서 용병들이나 ‘한국

어빌리티 트레이닝 스쿨’

소속의 사람들이 찾아

왔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잡으려던

괴물은 고사하고 오히려

다른 괴물들만 불러 모은

꼴이 되어 결과적으로

현재의 마을 모습이

되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이 시민은 들은 것보다 더

충격적인 마을의 모습에

잠시 의뢰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을 곱씹었다.


“음..?

그러고보니..어째서

괴물들이 몰려온건지

묻질 못했네..허..”


그러다 문득 이곳에

괴물들이 몰려 온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깜박하고

묻지 못했던 사실이

떠올라 한숨만 푹 쉬며

하늘만 올려다봤다.


그것도 잠시뿐, 이 시민은

메고 온 가방에서 간단하게

사용할 장비들을 꺼내 사체

처리 작업에 들어갔다.


- 꾸득.


“윽..어떻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냅둔거지..?”


처음 시작은 비교적 주변

환경이 깨끗해보이는 한

주택이었으나, 괴물의

사체가 정체도 알아보기

힘들만큼 오래되어 바닥과

일체된 탓에 떼어내는 것

부터가 쉽지가 않았다.


몇 번을 건드려도 바닥에

너무 늘어 붙어 떨어지지

않자, 이 시민은 가방에서

꺼냈던 장비 중 청소약품과

면이 넓적한 칼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바닥과 사체를

분리해나갔다.


- 뚝, 후둑.


바닥에서 조금씩 사체를

떼어낼 때마다 엉겨붙어

있던 피와 썩은 살점들이

떨어졌다.


“좋아..이건 이대로

자루에..

어..? 뭐야..? 이거...

헬독이었어?”


겨우 바닥에서 떼어낸

사체를 미리 옆에 준비해

두었던 자루에 옮기던

이 시민은 사체의 골격을

보고 어렴풋이 그 정체가

헬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헬독들을 많이

봐오기도 했고, 심지어

괴물들의 사체도 질릴만큼

봐왔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되어 살점이 거의 다

썩어가는 사체는 이 시민

역시 처음 본지라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음..도대체..

여기 뭔일이 있었길래..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거지..?’


끔찍한 사체의 모습에 살짝

인상을 쓰며 사체를 자루에

넣어둔 이 시민은 문득 왜

마을이 버려진 상황이

된건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사체들을

처리해나가면서 청소일을

멈추지 않았다.


헬독의 썩어버린 사체를

치운 후, 뒤처리까지 마치고

장소를 옮기려던 찰나에,

이 시민은 혹시나 싶어

주택의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별다른 이상은 없어보여

장소를 옮겼다.


이후에 이어진 작업도 크게

다른 건 없었다.


두 번째로 향한 곳은

바로 근처에 있는 다른

주택들이었는데 마을 안쪽에

있는 집으로 갈수록 괴물들의

사체 수가 점점 많아졌다.


그 중에는 헬독들의 사체가

산처럼 쌓여서 썩는 바람에

악취와 온갖 벌레들이

들끓기도 했다.


“으아...뭔데 도대체..

얼른 치우자,

이거 냅두면..으..”


이 시민은 속이 뒤집힐 것

같은 것도 잘 참아오다가

사체의 산을 보고 전부 속을

게워낼 뻔하곤 곧바로 입과

코를 마스크로 가리고

작업에 착수했다.


쌓여 있는 사체들의 산이

무너지지 않게 조금씩

조심스럽게 천천히 맨위에

있는 헬독의 사체부터

차례대로 치워나갔다.


- 후두둑. 주륵..


“으..젠장..!”


동시에 이 시민은 사체를

움직일때마다 같이

떨어지는 뭔지 모를

먼지들과 사체의 부산물에

인상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중간에 있는 헬독의

사체를 치우기 위해 들었을

땐 온갖 벌레들까지

튀어나와 그를 놀라게 했다.


그 이후로 들린 집들도 예외

없이 괴물들의 사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탁! 털썩.


날이 어둑해지고 나서야

이 시민은 마을 입구에

돌아와 자리를 잡고 하루

동안 치운 괴물들의 사체를

한곳에 모아두고 그 앞에

주저 앉았다.


“후...와 이제야

좀 살겠네..

어이구..

벌써 오후 8시야?

시간 빠르네..”


동시에 마스크를 내리면서

어두워진 밤하늘을 보다가

시간을 확인한 그는 조금은

지쳤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도

전에 이 시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모아둔 괴물들의

사체 앞으로 다가갔다.


- 틱,틱, 치익...


- 화르르륵!!!


그러더니 가방에서 작은

라이터를 하나 꺼내 자루에

불을 붙였고, 작은 불씨가

퍼져 사체들을 감쌌다.


- 부스럭.


괴물들의 사체를 태우던 중

누군가 인기척을 내며

이 시민에게 다가왔다.


이 시민과 똑같은 의뢰를

받은 청소부들과 그들의

호위로 온 프리랜서

용병들이었다.


그들 중 베테랑 청소부로

보이는 남자가 자신이

처리한 사체들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이 시민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야..

벌써 소각하시는

거에요?

빠르시네..

우린 이제 오는데..”


“예..뭐..괜히 더

욕심부리다가

이도저도 안될 것

같아서..

그냥 미리 태우고

있었어요.”


- 휙, 파박, 화륵.


이 시민읜 베테랑 청소부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그가

회수해온 괴물들의 사체를

같이 불속으로 올려놨다.


뒤이어 다른 청소부들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회수해온 괴물들의 사체를

태웠고, 다들 지쳤는지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 같이 시무룩하고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었다.


‘표정들이..

전부 좋지 않은데..?

하긴..이 마을 꼴을

보면 당연히..’


그들의 얼굴을 무심코 바라본

이 시민은 그들이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괴물들의 사체를 많이 볼 수

밖에 없는 청소부들과

용병들에게도 그만큼

이 마을의 상태는 가히

충격적일 수 밖에

없을테니까.


이 시민 역시 온갖 일을

겪었음에도 역시 이번

일은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어려운

일이었다.


“으..그나저나..도대체

이 마을에 뭔일이

있었일래,

이 모양일까요..?

아참,

저는 박 해라고 합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하하..”


사체들을 화장하던 중

이 시민의 옆에 베테랑

청소부가 다가와 앉으면서

인사를 건네왔다.


이에 이 시민 역시 인사를

하면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름은 말하지 않고 그저

이 씨라고만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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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싹 (4) 23.06.28 9 0 9쪽
38 38화. 싹 (3) 23.06.26 12 0 9쪽
37 37화. 싹 (2) 23.06.24 10 0 10쪽
» 36화. 싹 (1) 23.06.22 11 0 10쪽
35 35화. 고립된 터미널 (4) 23.06.20 15 0 10쪽
34 34화. 고립된 터미널 (3) 23.06.18 14 0 10쪽
33 33화. 고립된 터미널 (2) 23.06.16 14 0 10쪽
32 32화. 고립된 터미널 (1) 23.06.14 12 0 10쪽
31 31화. 호기심 23.06.12 17 0 10쪽
30 30화. 공허의 기사 (7) 23.06.10 16 0 10쪽
29 29화. 공허의 기사 (6) 23.06.09 15 0 10쪽
28 28화. 공허의 기사 (5) 23.06.08 12 0 10쪽
27 27화. 공허의 기사 (4) 23.06.07 14 0 10쪽
26 26화. 공허의 기사 (3) 23.06.06 21 0 10쪽
25 25화. 공허의 기사 (2) +1 23.06.05 19 1 10쪽
24 24화. 공허의 기사 (1) 23.06.04 1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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