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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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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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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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문 4

DUMMY

"발도문이여. 이곳에 좋은 터가 있구나."


지금도 여전히 숨어서 나를 노리고 있을 발도문에게 고했다.


"서로 피곤한 추적 놀이는 그만두고 여기서 결착을 내는 건 어떻겠는가?"


전쟁기념관 건물 위로 한 살수가 령보를 쓰며 나타났다.


발도문주였다.


"이가살수문의 살수라면 마땅히 알 것이다."


그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전통 발도술의 사용에 있어서 장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걸 알면서도 우리에게 장소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냐, 어린 살수여?"


"여기서 전부 처치하고 가는 게 마음 편하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안일하구나."


발도문주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살수를 상대로 생각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즉 삶을 포기하겠다는 것. 지옥에서 깨달아라!"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주골 급 살수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곧장 환술을 펼쳤고, 상하좌우를 헷갈리게 만들며 온갖 환영을 보이게 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광역기를 발하는 것이 가장 편했다.


9식 진·월공.


주변으로 공포의 기를 펼쳐 내게 덤벼오던 살수들을 감싸는데, 그들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전원 환영이었다.


'진·월공도 파악했다는 거냐.'


나는 곧장 진·월공을 거두었다.


공포에 몸이 굳은 사람은 나운뿐이었는데, 반시 인형들이 그를 지키며 살수들과 맞서 싸웠다.


반시·수는 어떠한 환영에도 걸리지 않고 살수들을 추적했는데, 그것을 이정표로 삼아서 나는 허공에 범람을 날렸다.


"으헉!"


살수들이 범람에 베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범람을 눈으로 보고 막아낸 살수가 일부 있긴 했지만, 곧장 반시·수가 대검을 휘둘러 그런 자들마저 처치했다.


나운의 인형들은 환술 대처에 썩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나운의 본체는 나약하기 짝이 없어 곁에 있으면 방해가 되었다.


"나운."


"네?"


"너 잠깐 인형들 타고 하늘로 피해 있어라."


나운의 멱살을 잡고 하늘로 내던졌다. 나운이 "우아아악!" 하는 비명을 지르며 팔다리를 버둥거리는데, 그를 수호하는 반시·암에 몸을 맡긴 덕에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독립기념관 쪽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오더니 나운을 강하게 쳤다.


반시·암이 대신 맞아주기는 했으나 엄청난 충격에 허리가 잘려 반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독립기념관 쪽을 돌아보니 발도문주의 곁에서 미역 머리를 한 살수가 납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인형을 한 방에 처치한 것으로 보아 분명 흑골 급일 것이다.


한편 나운은 비명과 함께 추락했다.


다른 주골 살수들이 그를 정리하기 위해 다가오는 상황.


내가 급하게 구해주려고 하는데 나운이 손을 내저으며 말렸다.


"제가 할게요!"


안 그래도 내게도 살수들이 덤벼오고 있었던 터라 그에게 신경 쓸 상황이 아니기는 했다.


"나선당에서 쓰려고 아껴두었던 건데··· 전형全形·개開!"


나운이 두 팔을 좌우로 크게 펼쳤다.


그러자 그의 검은 망토가 펄럭이며 안에 들어 있던 모든 인형이 바깥으로 사출되었다.


인형들은 자유롭게 사방팔방 날아다니며 주변 살수들을 향해 자폭 공격을 행했다.


"으아아악!"


살수들은 한 사람도 나운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폭발에 휘말려 쓰러졌다.


아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싸웠던 살수들까지 포함하면 꽤 많은 살수가 죽었다.


"발도문주여, 괜찮은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하던 발도문주에게 말을 걸었다.


"슬슬 인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할 즈음 아닌가?"


내 도발에 발도문주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진정 걱정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그가 손을 들자, 이번에는 범상치 않은 면면을 가진 세 명의 살수가 나타났다.


"분명 뇌단법 같은데, 그 성질이 신묘하더구나."


발도문주가 말했다.


"하나 모두 파악해냈다. 이월, 너라는 괴물을 파악하기 위해 적잖은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지만, 지금부터는 진정한 사냥의 시간이다."


"모두 파악해냈다고?"


나는 검지를 들어 올렸다.


근방의 구름에서 단숨에 전기를 끌어다가 번개로 내렸다.


1식 진·뇌단.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번개를 검지로 가르고, 번개는 수 갈래로 갈라져 세 명의 살수들을 향해 나아갔다.


그런데 살수들은 내가 검지를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발도하며 뇌단을 발했고, 날아들던 번개를 각자 쪼개어 없앴다.


진·뇌단은 준비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발동하는 순간은 무척이나 빠른 초식이다. 미리 알고서 대비하지 않는다면 막거나 피할 방법 따윈 없다.


그렇다면 역시···.


"말했잖느냐. 전부 파악했다고."


발도문주가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의 뇌단법은 모두 재앙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재앙 자체를 일으키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한 뇌단법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지만, 네가 보여준 이상 이제는 존재하는 게 되었지.


네가 보여주지 않은 초식들도 분명 같은 성질을 갖고 있을 터. 그렇다면 미리 보지 않더라도 파훼법 따윈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것 참 대단한 통찰력이로군."


내가 그에게 물었다.


"네가 조황현의 차대 발도문주지?"


그러자 그가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그렇다. 금위욱이라고 한다."


"금위욱, 내 쇄강의 파훼법을 떠올린 것도 너인가."


"그렇다."


'문주로서 최소한의 자질은 갖추고 있다는 건가.'


물론 이가살수문의 문주였던 이천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한 가지 더 묻지. 너희는 이가살수문이 미선당에 협력할 때도 중립을 지켰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나선당을 돕게 된 거지?"


그 질문에는 금위욱의 표정과 목소리가 굳었다.


"네게 대답해줄 의무는 없다."


무언가 사정이 있는 듯했다.


"이야기는 이쯤 하지. 살수가 시간을 끌어서 어디 쓰겠는가."


그가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쳐라."


아마도 흑골 급일 살수들이 덤벼들었다.


그들 중 한 명. 안경을 낀 살수가 갑자기 수십 명으로 불어났다.


'환술인가. 진·월공 같은 범위기를 견제하기 위해 분신을 먼저 보낼 테지.'


6식 진·비람.


범람을 섞은 회오리를 주위로 퍼뜨리며 모든 살수를 공격했다. 내가 가진 범위기 중 살상력은 이게 제일이었다.


세 사람 다 범람의 궤도를 알아채고 검을 뽑아 방어하긴 했지만, 분신이 모두 사라져서 환술사의 본체를 찾아낼 수 있었다.


'환술사를 먼저 처치한다.'


풍양보로 그에게 날아가며 수도를 휘둘렀다. 그러면서 바람에 범람을 섞어서 복수의 궤도로 공격했다.


그는 수도는 막아냈으나 범람은 막지 못해 어깨를 베였는데, 내가 마무리를 짓기 위해 수도를 그의 목에 한 번 더 휘두르려 했다.


그런데 그때, 올백 머리를 한 살수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와 내 목에 검을 휘둘렀다.


피하기는 했지만, 목에 상처가 나고 말았다.


'이놈은 보법의 달인이로군.'


풍양보를 사용해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멀리서 살수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작전을 짜려는데,


검기가 날아와 급하게 손으로 막았다.


아까 나운을 격추했던 미역 머리 살수가 날린 검기였다.


나 또한 충격에 바닥으로 추락하는데, 땅을 딛는 감각이 엇갈려 발목을 접질리고 말았다.


'높이를 착각하게 하는 환술인가.'


극히 짧은 시간, 잠깐 주춤거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올백 머리 살수가 눈깜빡할 새에 날아와 검을 휘둘러댔다.


무게 중심이 맞지 않아서 상대하는 데에 애로사항이 있었다.


8식 진·제화.


몸에서 불을 뿜어 그를 떨쳐내는데, 그는 온몸이 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뚫고 들어와 검을 휘둘렀다.


'각오한 자의 검이로군.'


9식 진·월공.


공포의 기를 뿌려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 직후 진·월공을 풀고 범람을 날리는데, 또 검기가 날아와 내 범람을 쳐냈다.


올백 머리 살수는 그새 공포를 떨쳐내고 다시 덤벼들었다.


5식 진·교지.


진각으로 땅을 밟아 지반을 불규칙하게 일으키는데, 올백 머리 살수는 신들린 보법으로 지반을 지그재그 피하며 들어왔다.


지금 내 힘이라면 흑골이라 하더라도 한 명 정도는 금방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를 상대하는 동안 환술사가 내 감각을 틀어대는 통에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수많은 황골과 주골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나를 이만큼 몰아붙이게 된 것이리라.


내가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에 그들이 희생된 것인가.


아니, 생각하지 마라.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저들을 죽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


풍양보로 다시 거리를 벌리는데 또 검기가 날아왔다. 물론 범람을 발생시켜 막아냈다.


차라리 건물 위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는 발도문주 금위욱을 사냥할까, 그리 생각하며 그가 있었던 곳을 돌아보는데,


그가 온데간데없었다.


돌연 느껴진 막대한 기의 파도.


금위욱이 광장 바닥에 내려서며, 그 충격으로 무수한 파편을 만들어내어 날리고 있었다.


그 파편 하나하나에 참격의 성질이 깃들었으니, 금위욱에게 조황현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만상발도공인가!'


2호검 범람 발도.


양손 검지에 범람을 두르고 무수히 휘둘러 파편들을 막았다. 불똥이 미친 듯이 튀었다.


세 명만으로도 벅찬데 발도문주까지 가세하니 죽을 맛이었다.


그러는 동안 또 올백 머리 살수가 보법으로 근접하여 덤볐고, 나는 또 베여서 피를 보았다.


이런 식이었다. 멀리 떨어지면 검기와 파편으로 요격하고, 가까이 다가오면 환술을 동원해서 공격한다.


쉴 시간 따윈 없고 모든 장소가 위험했으니, 그들의 전법에 내 체력은 조금씩 깎여 나갔다.


4명의 흑골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이리도 버거운 일이었지만, 이는 살수들의 손발이 딱딱 맞기 때문도 있었다. 모든 살수가 각자 명확한 역할을 맡았다.


천재 살수라 불렸던 조황현이 아직 살아 있고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했다면, 이천이 이끄는 이가살수문과도 정면 대결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나운 쪽은 어떤가 싶어서 돌아보는데, 그 역시 발도문의 잔당들과 분전을 치르고 있었다.


"죽기 싫어, 죽기 싫다고오오!"


나운은 반시·수뿐만 아니라 갖고 있던 모든 인형을 전개해서 싸웠다. 썩어도 나선당의 호법이라서 그런지 단신으로 잘도 싸웠지만, 그 역시 한계가 가까워 보였다.


"으흐으으윽! 풍존! 어떻게 좀 해주세요!"


진·월공에 당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얼굴색이 공포에 물들어 갔다.


나는 생각했다.


'이놈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준비하는 데에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모든 진식을 통틀어서 가장 강력한 초식을 발휘하기로 나는 마음먹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먹구름이 차츰 모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죽지 않고 버틴다.'


"나운! 죽기 싫으면 살아라! 이 악물고 살아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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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석산의 색, 매화의 향 2 23.09.29 3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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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작명사 협회 1 +1 23.09.22 5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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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천마신공 파비야 1 +1 23.09.18 46 2 13쪽
95 발도문 5 23.09.15 37 1 12쪽
» 발도문 4 23.09.14 34 1 11쪽
93 발도문 3 23.09.12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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