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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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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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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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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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교가장 (1)

DUMMY

만검 교운의 행보를 지켜보는 강호 무인들의 눈에는 만검 교운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나온 행적을 살펴보면 딱히 만검 교운을 탓할 만한 일이 벌어진 것은 없었으나, 연이은 살행에 그대로 지켜보는 것도 협의를 추구하는 무인들에게 두고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살행의 시작은 무뢰배 각다귀 놈들이었다. 홀로 움직이는 만검 교운이 대공자 시운학이 내준 넉넉한 은자로, 푸짐하게 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을 보고, 만검 교운의 은자를 노리고 시비를 걸었다가 당한 것이었다.


강호를 행보하다 보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 일이었기에, 오히려 만검 교운이 각다귀들을 정리해 준 것에 감사하기까지 했었지만, 앞을 막고 비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산채를 통째 지워 버리는 일도 있었고, 검선 이지기가 내려 준 보검을 노려 시비를 걸던 자들을 벤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을 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지 지탄받을 일은 아니었지만, 죽은 자들의 숫자가 늘어가자, 두려워해야 마땅한 자들의 입에서 살귀라 불리기 시작했다. 만검이라는 명호가 잊혀지고 살귀라는 명호가 익숙해지자, 강호에 살성이 출몰했다며 나름 의기를 찾아 움직인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직 명호를 얻지 못했거나, 이제 막 명호를 얻어 널리 알리고자 했기에, 공명심에 들떠 만검 교운의 앞을 막아서는 일이 잦아졌다. 나름 이름 있는 세가나 문파에 속해 있는 자들이었기에, 명분을 세우려 했는지, 아니면 한 명이라더 더 많은 사람의 입에서 전해지기를 원해서인지는 모르나, 정식으로 비무를 청해 왔고, 거기에 공증인까지 세워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함을 주장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비무를 청하는 것이 살귀를 강호에서 제거하겠다는 뜻이었으니, 일반적인 비무와 같이 승패만 가르는 비무는 아니었다. 언제나 먼저 생사결이라 밝히고 죽어도 원망하지 말라는 말도 식상하리만치 외쳤던 것이다. 만검 교운은 이런 자들 역시 살려 두지 않았다.


만검 교운의 명호가 돼 버린 살귀가 천살귀로 바뀌면서는, 나름 이름있는 세가에서 마치 마교를 토벌하듯, 만검 교운의 척살하려 무리를 모아 덤비기도 했다. 만검 교운은 이런 자들 역시 단 한 명도 살려 보내지 않고 모두 죽였으니, 이제는 쉽게 덤벼드는 놈들은 줄었지만 제법 명성을 떨치는 자들의 비무는 간간이 이어졌다.


만검 교운은 앞을 막고 시비를 걸던, 비무를 청하던, 아니면 척살하려 들던, 누구를 막론하고 검을 맞댄 자들을 모두 베어 버렸다. 이제는 강호에 만검 교운의 용모파기가 돌아 멀리서도 알아보고 피하기를 급급해하는 자들이 늘었지만, 여전히 만검 교운의 근처에는 풍운이 일고 있었다.


만검 교운은 서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한곳에 머물지도 않았다. 오로지 북으로만 움직였으니 악양을 떠난 지 두 달을 조금 넘겨 하북 경사에 들었다.


산문을 나오기 전 검선 이자기는 만검 교운을 따로 불러, 만검 교운이 어떻게 검선 이자기에게 거둬지게 되었는지를 들었다. 검선 이자기도 만검 교운을 거둔 장원이 어찌해서 불타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불타고 남은 장원의 구석에서 어린 만검 교운의 자질을 알아보고 거둔 것이라 했다.


장원이 있던 곳이 경사라는 것과 만검 교운의 목에 교운이라 적혀진 옥패가 걸려 있었고, 잠시 알아보니 그곳이 교가장이라 불리던 곳임을 알고, 만검 교운의 이름을 옥패에 적힌 그대로 불렀던 것이라 했다.


교가장의 위치가 고관대작들의 장원이 길게 이어진 충효로 끄트머리쯤이라 들었기에, 만검 교운은 이곳에 서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불탄 흔적이 있는 장원은 없었다. 모두가 그야말로 고관대작들이나 머물 만큼 거대한 장원들이 길게 이어져 있을 뿐이었고, 그렇다고 만검 교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도 없었다.


'충효로 끄트머리라 하셨으니 이쯤인 듯싶기는 한데, 이곳에 불탄 장원이 있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구나'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나 갚아야 할 은원이 있다면 갚아 주는 것이 나를 세상에 있게 한 부모에게 도리를 다하는 것이리라.'


만검 교운은 시전 한 귀퉁이에 자리한 객잔 별채를 잡고 머물며 교가장을 알 만한 사람들을 수소문하고 다녔다. 적어도 충효로에 터를 잡았을 정도라면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아는 사람이 있으리라 여겼다.


만검 교운이 시전 상가며 오래돼 보이는 철기점, 지물포, 전장들을 찾아다니며 교가장을 수소문하고 다닌 지 보름쯤 지났을 무렵, 만검 교운이 머물고 있는 객점 별채를 살피는 자들이 생겨났다.


만검 교운은 바로 잡아 추궁을 하려다가, 혹시나 옛 교가장과 인연이 있는 자들인가 싶은 마음에, 어찌들 움직이는지 지켜보기로 하고 밤마다 살피는 놈들을 그대로 두었다. 사실 불과 며칠 수소문하지 않아 교가장을 아는 사람을 찾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누구도 교가장이 어찌 불탔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교가장이 불탄 날 근처 장원 몇 채도 함께 불탔다고 하면서, 불탄 장원에서 수십 명의 시신이 나왔다는 말도 전해줬다.


경사에서 그것도 고관대작들이 몰려 있는 충효로에서, 그리 큰일이 벌어졌으면 많은 사람이 내막을 알고 있어야 했고, 삼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해도 어찌 된 일인지 정도는 쉽게 들을 수 있어야 했지만, 불탄 것은 알아도 내막을 아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다.


며칠이 더 지나고 별채에 든 만검 교운은 감시하는 놈들이 어찌들 하고 있는지 기감을 높여 살피는데, 제법 둔중한 소리를 내며 별채 앞에 내려서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서슴없이 별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물었다.


"네놈이 교가장을 수소문하고 다닌다는 놈이 맞느냐?"


나이가 들어 보였지만 기골이 장대한 것이 예사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대뜸 교가장을 수소문하고 다니는 놈이 맞느냐 물어오니 만검 교운은 어이가 없었지만, 이제야 교가장의 사정을 아는 사람을 만났구나 싶었기에 순순히 대답했다.


"그렇소이다만."


"교가장은 어찌 아는 것이더냐?"


"소생이 답을 해야 하는 것이오?"


"알고 싶지 않은 것이더냐?"


"숨어 있는 놈들을 잡지 못해 그대로 둔 줄 아시오?"


"네놈이 알량한 무공으로 설치고 다닌 곳과 여기 경사가 같을 줄 알았더냐? 그놈들에게 작은 상처라도 입혔으면 네놈과 이리 마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생이 이곳까지 오며 한 일을 알고도 그리 말하는 것이오?"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더냐? 이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순천부 포교들은 물론이고 금의위에 동창까지 나설 것이니라."


"그리 말씀하시니 대단하신 노인이신 듯싶소이다."


"믿지 못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함께 갈 곳이 있는데 따라나설 용기는 있느냐?"


"어디 두더지 소굴이라도 있는 것 같소이다."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거라. 가 보면 알 일이나 네놈이 아무런 까닭 없이 교가장을 수소문한 것이라면, 죽음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죽인다 하면서 소생더러 따라가란 말씀이시오?"


"아니면 어디서 네놈이 알고자 한 일을 듣겠느냐?"


"알고 있다는 말씀이신데, 소생이 노인을 잡으면 될 일 아니겠소이까?"


"알량한 무공을 믿고 하는 말이더냐? 네놈 정도의 무공은 널리고 널린 곳이 경사이니라. 길게 말할 것 없이 따라갈 것인지만 밝히거라."


"소생이 거절하면 어찌하시려 하오?"


"네놈이 알고자 하는 일은 영원히 묻히게 될 것이다."


"이거야 안 따라갈 수가 없질 않소이까? 가십시다. 어디 숨어 있는 자들인지 살펴야 할 것 같으니."


"한마디를 안 지려 드는 것도 어느 놈을 닮기는 닮았구나."


만검 교운은 노인이 자신의 신세를 아는 듯싶자 따라가겠다고 한 것인데, 노인의 다음 말에는 가슴속을 울리는 뭔가가 느껴졌다.


객점 앞에는 마차가 준비돼 있었다. 짐마저 챙기라는 말에 객점 회계에게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 하고, 한 달은 충분히 머물 수 있는 은자를 내주며 별채는 비워 두라 했다. 객점 회계는 은자를 미리 내주자 두 말 할 것도 없다는 듯, 날마다 깨끗이 치워놓겠노라며 허리가 부러져라 연신 굽혀 댔다.


마차는 경사를 나와 동남방으로 달렸다. 건량으로 식사를 대신하며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렸지만, 꼬박 하루를 달려서야 당산부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작은 현에 들어서야 멈췄다. 성문과 이어진 시전도 그리 커 보이지 않는 것이 이곳이 얼마나 궁핍한 현인지 바로 알게 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니, 마차를 내린 곳은 경사의 큰 장원과는 비교하지 못해도, 어지간한 시골 장원들보다는 규모가 있는 장원이었다.


피곤하기도 하련만 노인은 서슴없이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안 따라오고 뭐 하고 있는 것이냐?"


만검 교운은 어이없이 피어나는 미소를 지으며 노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한참을 들어가 대전으로 보이는 곳에 들자,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는데, 노인이 그 사람에게 말했다.


"데리고 왔다."


"그래도 순순히 따라온 모양입니다."


"제 놈이 안 따라오고 배기겠느냐?"


"하기야 형님께서 가셨으니 어렵지는 않았겠지요?"


"적당히 부려 먹어라. 회갑 진갑 다 지나고 얼마 안 있으면 이순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말은 투박해도 오가는 말속에 담긴 정은 끈끈해 보였다. 주인으로 보였던 노인이 만검 교운을 천천히 살피더니 나직하게 말했다.


"이리 와 앉거라. 전후 사정을 들어야 서로 인사도 나누고 할 것 아니겠느냐?"


만검 교운은 노인의 말에 다가가 포권하며 인사를 했다.


"만검 교운이라 합니다."


"그래 오느라 고생했을 것이니 앉아서 말을 나누도록 하자꾸나. 기억도 없었을 터인데 어찌 알고 수소문한 것이더냐?"


"사부님께서 소생을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알려 주셨소이다."


"검선 이자기가 사부라 했었지, 이것으로 은원을 해소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 이제부터 말을 들어 보면 알게 될 일이나, 당시 사정이 매우 급박했었다. 너를 그 창고 구석에 숨겨 놓은 것도 노부이니라. 조용해지면 데려오려 했던 것이나 인연이 되려 한 것인지 검선 이자기가 너를 먼저 봤던 것 같구나."


만검 교운은 노사인 검선 이자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 같은 노인의 말투에 작은 불만이 있었지만, 은원을 해소한다는 말에서 복잡한 사정이 읽혀져 그냥 참고 들었다.


"당시의 사정을 모두 말하려면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야. 차를 마시며 듣고 있으면 음식이 나올 테니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들어 보거라."


만검 교운은 고개만 끄덕여 노인의 뜻에 따르겠다는 말을 대신했다.


"정마 대전이라는 말은 들어 봤겠지."


"예, 자주 들었습니다."


"자주 들었다. 마교가 패하고 종래에는 사라졌으니 정파 놈들의 무훈담이 어디 한둘이겠느냐마는, 거기에도 많은 내막이 숨겨져 있느니라. 마교가 본래 명교이고 명교가 홍무를 도와 명을 지금의 황조를 세웠다는 것은 알겠지?"


"그도 들었습니다."


"그래 그것은 정파 놈들이나 황가에서도 부정하지 않으니 들었을 것이고, 그 후 홍무가 본교를 토사구팽시키려 든 것이 정마대전이라는 것도 알았더냐?"


"예, 그리 들었습니다."


"후후,

그래도 검선 이자기는 심성이 올바른 자임이 분명하지, 그러니 네게 마교의 처지를 그대로 전한 것 아니겠느냐?"


"만인의 존경을 받으시는 분이시지요."


"그렇겠지. 그렇지 않다 하려는 것은 아니었느니라. 피아를 막론하고 올바른 사람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다시 이어 가자면 홍무가 공을 세운 동지들을 배척하려 한 것이 정마대전의 시발점이라는 말이고, 정파 놈들은 홍무가 내민 당근과 마교가 갖고 있던 자리를 탐해 배신자 홍무와 힘을 합쳤던 것이다."


노인은 만검 교운의 표정을 살피고 말을 이어 갔다.


"한데 말이야, 우리는 그리고 네가 찾던 교가장은 정마대전에서 놓여진 위치가 교묘했다 해야 하나, 근본은 마교의 한 줄기이지만 마교에서도 우리를 자금줄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지. 왜냐하면 우리는 처음부터 마교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노인은 찻잔을 들어 찻잎을 밀어내려는지 뜨겁지도 않은 찻잔을 후~ 불어 내고, 잔이 빌 때까지 마시고 내려놓고는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는 만검 교운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 살피고 말을 이어 갔다.


홍무가 마교를 내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 마교의 위세가 황권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정란을 통해 황조를 세운 홍무로서는 불안하지 않았겠느냐? 황제가 되었지만 어디를 돌아봐도 믿을 사람이 없었던 것이지.


이때 마교의 위세가 황권을 넘어섰다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마교 놈들도 그 위세를 업고 백성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던 시절이기도 했다. 모두가 아닌 어느 한 곳에서라지만 이미 쳐내려 하고 위기를 느낀 홍무는 군부도 믿지 못하고, 마교의 위세에 힘을 쓰지 못하고 눌려 있던 무파 놈들을 끌어들였지.


강호 무림을 내주기로 하고 말이다. 거기서 나온 것이 관무불침이니 이만하면 알아들었겠지. 강호 무림을 내주고 관무불침을 선언해 무파의 일에 관이 간섭하지 않겠다 하니, 그놈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있었겠느냐?


거기다 마교가 장악한 시장이, 지금 오대세가니 십대세가니 하는 놈들에게는, 은자를 거둬들일 절호의 기회라 여기지 않았겠느냐? 그렇게 천하 무림이 뭉친 것이 정파라 불린 집단이고, 이에 마교가 분기충천해 상대했지만, 뭉쳐진 천하 무인들을 당해 내기는 시간이 갈수록 힘들었지.


밀려나기를 반복하다 결국 십만대산에 갇히게 된 것이지. 왜 갇혔다 하느냐 하면 마교가 달아나 숨은 것이 아니라 정파 놈들이 더는 자신들의 피를 흘리지 않으려 십만대산에 몰아넣고 전쟁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불탄 교가장과 무슨 상관이냐 할 것이나, 상관이 있으니 이리 길게 말하고 있으니 조금 더 참고 들어 보거라. 우리가 마교도가 아니라는 말은 앞서 했으니, 이제부터는 어쩌다가 당했는지 말할 것이다.


마교도들이 운영하던 전장들은 당시 마교를 몰아내며 한꺼번에 쓸어 냈지. 은자는 군자금으로 쓰이니 어찌 모여진 자금이 쌓여 있는 곳을 두고 봤겠느냐? 근 십 년에 걸친 정마대전의 끝물에 오랜 전쟁을 치르느라, 황실도 정파에 속한 무파나 상가도 모두 재정에 큰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어디선가 자금을 끌어내야 했지만, 아무리 살펴도 나올 곳이 없었지, 조정이야 세금을 쥐어짜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수 있었지만, 다른 곳들은 사정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눈을 돌린 곳이 정마 어디도 속하지 않고, 중도에서 은자를 모아 두고 있던 전장들이었다.


중도가 무엇이더냐?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는 말임과 동시에 양쪽 모두와 거래를 이어 갔다는 말이 아니겠느냐? 이미 마교를 몰아냈으니 마교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 여겨지는 곳을 모두 쳐낸 것이 당시 일어난 겁화이다.


그 일에는 피아도 없었고 관무의 가림도 없었다. 먼저 치고 먼저 가져가는 놈이 은자의 주인이 되는 난장이었지. 교가장은 그 난장 사이에 있었기에 일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날 우리는 형제를 잃었고 아무 죄 없이 숨어들어야 했다."


"······."


"이제 네 목에 걸고 있는 옥패를 보여 주겠느냐?"


만검 교운은 아무 말 없이 목걸이를 빼 노인에게 건넸다. 노인은 아주 천천히 이리저리 돌려보며 감회에 젖는가 싶더니, 만검 교운에게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내 것이었으니 어찌 몰라보겠느냐? 거기에 새겨진 글자도 내가 새겨 넣은 것이다. 그것은 본디 한 쌍이었던 것으로 네게 하나를 걸어 주고 남은 하나는 아직 내가 가지고 있었다."


노인은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열어 보였다. 그 안에는 줄은 없었지만, 만검 교운의 목걸이에 달려 있던 옥패와 색만 다르고, 문양과 모양이 같은 옥패가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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