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빌런은 스트리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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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oongo
작품등록일 :
2023.08.07 12:07
최근연재일 :
2024.01.0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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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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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은퇴정모

DUMMY

다음 날 아침, 바론은 배를 벅벅 긁으며 일어났다. 그의 눈은 밤새 잠을 설친 까닭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있었다.


바론은 컴퓨터 앞에서 엎드려 잠이 든 한시아를 보았다. 곤히 잠들어 있는 그녀를 괜히 깨울까봐 담요를 덮어주고 주방 선반에서 컵라면을 하나 꺼내들었다.


컵라면에 물을 넣고 기다리는 사이 뉴튜브에 들어가니 한시아가 편집한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불법업소 쳐들어갔습니다!’라는 영상과 ‘은퇴한 빌런과 불법업소 직원 간의 혈투!’라는 영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은 죽은 도원준의 인터뷰를 딴 영상으로 총 세 개였다.


앞의 두 영상 댓글들의 반응은 모두 바론의 강함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고 앞 다투어 칭찬하기 바빴다.


이에 바론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지만 세 번째 영상의 댓글을 보고 멈칫거렸다.


[은퇴한 빌런이 납치되었다니 신박하네.]

[이거 빌런한테 원한 있는 사람이 그런 거 아님?]

⟶[아니 일반인이 어떻게 그럼? 그래도 빌런인데. B~A급만 사라졌다며.]

⟶[당연히 히어로겠지.]

[그런데 굳이 이걸 조사해야함? 어차피 빌런인데.]

⟶[그건 맞음ㅇㅇ. 존나 사람들 학살했던 주제에 출소했다고 구해야하나ㅋㅋ]

[솔직히 별로 바론을 응원하고 싶지는 않다.]


탁. 바론은 식탁 위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아, 배고파.”


그리고 살짝 설익은 라면 면발을 후루룩 들이켰다.


“크아, 좋다.”


그렇게 몇 번 더 젓가락질을 하자 면이 모두 사라졌고 바론은 냉장고에서 찬밥을 꺼내 말아먹었다.


사실 그는 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인간을 위해서 했던 방송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인간의 자본을 빨아먹어 세상을 지배하고 싶어 했으니까.


이번 사건에 대한 인간들의 반응도 당연한 거였다. 당연히 출소하여 조용히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싫어하겠지.


바론은 다 먹은 컵라면을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고 조금 비싼 컵라면을 선반에서 꺼내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이제 어쩌면 좋나. 바론은 검지로 식탁을 탁탁 치며 생각에 잠겼다.


당장 히어로 협회로 쳐들어가서 부조식의 시체부터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히어로 협회의 직원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끄나풀인지 모르는 상황이다.


어쩌면 윗선과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고.


제리에게 협조를 구하더라도 일은 그냥 넘기려는 윗선에서 제지시킨다면 방법이 없다.


괜히 갔다가 문제만 일으켜 사람들이 은퇴한 빌런에 대한 반감만 살 수 있어. 더군다나 뉴스까지 나오면 최악.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이, 한시아. 밥 먹어라.”

“으으, 졸려라. 혀, 형님?”


한시아는 부스스한 머리를 일으키며 눈을 비볐다. 몽롱한 상태로 식탁에 착석하자 바론은 자신 앞에 있던 컵라면을 내밀었다.


이에 한시아의 감기던 눈이 번쩍 떠졌다.


“오! 형님께서 저를 위해 준비해주신 겁니까?”

“그래.”

“헤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입꼬리가 귀에 걸리도록 해맑게 웃는 한시아를 보며 바론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쩝쩝, 형님 제가 영상 업로드 다 해놨습니다.”

“알아, 봤어.”


한시아는 국물을 크게 들이켰다.


“크하, 형님 제가 생각을 해봤거든요.”

“무슨 생각인데?”

“납치범들의 목적이요. 제가 한 번 납치범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을 해봤어요. 과연 왜 은퇴한 빌런들을 노리는 걸까? 그것도 B급 이상만.”


바론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제일 간단하게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원한과 반발감이에요. 형님도 아시다시피 은퇴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이미 과거에 화려한 전적이 있는 빌런이죠. 당연히 원한이 있을 거고요 이들에 대한 반감은 엄청날 겁니다. 처음 빌런을 교화시켜서 출소시켰을 때 당시에도 굉장히 뜨거운 논란거리였던 게 그 증거죠.”


바론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시아는 이어서 말했다.


“즉, 납치조직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특히 더 반발이 심할 종류의 인간이 누구일까요?”


바론은 자신의 턱을 만지며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주먹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쳤다.


“히어로다!”

“맞습니다. 히어로 협회와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합리적인 의심과 합친다면 용의자는 히어로로 축소됩니다. 용의자에 빌런도 포함될 수 있지만 굳이 현직 빌런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납치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역시 히어로가 납치해서 일을 벌이고 있다는 거군! 이 빌어먹을 새끼들! 역시 그 새끼들은 상종해서는 안 될······!”


바론은 이를 빠득 갈며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그러다가 아차 싶어 한시아를 응시했다.


한시아는 비록 자신의 부하로 일하고 있긴 하나 엄연한 인간이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빌런에게 반발심을 가질 존재.


여태까지 보인 행동은 자본이라는 명목 아래에 인간을 위해 행동하여 그녀에게 호감을 샀지만 실상은 아직까지 히어로와 인간에 반발심을 가진 빌런의 본성이 남은 상태였다.


한시아는 그런 바론의 의중을 눈치 챘는지 손을 내저었다.


“에이 형님, 굳이 제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저는 히어로랑 인류애에 관해 눈곱만큼도 관심 없어요. 이미 부모한테 팔렸을 때부터 말이죠. 오히려 저를 구해준 건 히어로가 아니라 형님이잖아요. 그러니 저는 죽을 때까지 형님 편입니다.”


그녀는 웃으며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물론 보너스가 있으면 더 충성심이 높아질 것 같고요.”

“푸하하하하핫! 너 진짜 웃기는 인간이었구나? 더 마음에 들어! 보너스 정도야 정산금 들어오면 얼마든지 주마!”

“헤헤, 감사합니다요.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현재 B급 이상의 은퇴한 빌런들은 모두 납치를 당했습니다. 그럼 남은 빌런들은 그 미만의 등급이겠지요.”


한시아에 대한 신뢰도가 한껏 오른 바론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과연 납치범들이 B급 이상의 빌런들에게만 원한을 품고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해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이제 C급 이하의 빌런들을 노리고 있다는 거군!”

“훌륭하십니다, 형님!”

“내가 한 훌륭하지.”


바론은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다 의문점이 하나 들어 한시아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지금 나를 제외한 모든 B급 이상의 은퇴한 빌런들을 납치 한 거 아냐? 그럼 다음 순서는 내가 아닐까?”


한시아는 부드럽게 웃었다.


“형님의 압도적인 강함은 방송으로 송출됐지요. 아마 그쪽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자면 상대하기 껄끄러운 존재일 겁니다. 피해가 막심할 수도 있지요. 괜히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큭, 겁쟁이 새끼들. 꼴에 내가 강한 건 알고 있어가지고 말이야.”


바론은 식탁을 쾅 내리치고 일어났다.


“좋았어! 그럼 우리가 할 일은 정해졌다! 다시 방송 시작이야!”



***


사람이 바글바글한 시장 속에 유난히 사람들이 몰려든 가게가 있었다. 마리네 정육점의 간판 아래에 모인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눈이 황홀할 정도의 고기 해체 쇼를 보는 중이었다.


“하앗!”


길쭉한 칼날 손톱을 가지고 있는 늑대인간이 허공에 떠오른 고깃덩어리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휘리릭 손을 움직였다.


“오오오오!”


구경꾼들 입에서 감탄사가 끊이질 않았다. 불필요한 힘줄과 지방이 없어지고 먹기 좋게 손질된 고기가 촤르륵 도마 위로 떨어졌다.


“자, 만이천원입니다!”


시장 속의 유명인사인 늑대인간은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손님에게 고기를 넘겼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저 삼겹살 한 근만 주세요!”

“저는 소고가 안심 좀 주세요!”


장사가 잘되는 모습에 늑대인간은 속으로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앞에서는 부드러운 표정을 유지했다.


붉은 앞치마를 입고 늠름한 근육을 뽐내며 고기를 해체하여 파는 이질적인 늑대인간의 모습에 사람들은 마치 뭐에 홀린 사람들처럼 떼거리로 몰려들어 인파가 붐볐다.




크흐흐흐, 오늘도 통장의 잔액이 하늘 높이 쌓이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자자, 진정하세요. 아직 고기는 많으니까 천천히 줄을 서주세요.”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잔뜩 돈을 쓸어 담고 있던 중이었다.


“어, 어.”


푸른빛의 피부를 가진 사내가 애써 인자한 웃음을 장착하고 있지만 굉장히 어색해 보이는 웃음이라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빌런 손님이었다. 그가 올려볼 정도로 비대한 신장과 덩치. 날카로운 눈빛은 칼날과도 같아서 베일 것만 같았다.


분명 무서운 모습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사람들은 오히려 그를 알고 있다는 듯이 반갑게 말을 걸고 있었다.


“저기, 그 뉴튜브랑 뉴스에 나온 빌런 맞지?”

“맞습니다, 어르신. 그런데 저는 이제 빌런이 아닙니다.”

“껄껄껄! 이렇게 보니 신기하네. 근육도 저 친구보다 빵빵한 걸?”


자신에게 쏠렸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자 이곳에서 장사한 이후로 항상 주인공이었던 늑대인간은 불만이 꿈틀거렸다.


그래도 손님은 손님인지라 일단 그를 반갑게 맞이하기로 했다.


“어, 어서 오세요.”


바론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건넸다. 카드를 받은 늑대인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주문은 뭐로······?”


“여기에 있는 고기 전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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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흑막을 향해 24.01.03 10 0 11쪽
28 28화-곧 24.01.02 12 0 10쪽
27 27화-범인 24.01.02 15 0 10쪽
26 25화-무너를 형해서 24.01.02 11 0 10쪽
25 23화-작전 24.01.02 12 0 12쪽
24 22화-순이 24.01.02 11 0 10쪽
23 26화-무너를 향해서 24.01.02 13 0 10쪽
22 24화-작전2 24.01.02 12 0 10쪽
21 21화-은퇴빌런 취재하자 24.01.02 13 0 12쪽
» 20화-은퇴정모 23.08.30 22 0 10쪽
19 19화-집으로 23.08.29 23 0 10쪽
18 18화-보스찾기 23.08.25 26 0 10쪽
17 17화-도원준 23.08.24 36 0 10쪽
16 16화-참교육 23.08.23 38 0 10쪽
15 15화-드가자 23.08.22 40 0 10쪽
14 14화-무너동료 23.08.21 44 0 10쪽
13 13화-실종사건 23.08.20 42 0 10쪽
12 12화-매드니스(2) 23.08.19 4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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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빌런vs은퇴빌런 23.08.17 59 0 10쪽
9 9화-구세주 23.08.16 56 0 10쪽
8 8화-은퇴한 빌런은 착해요 23.08.13 57 0 11쪽
7 7화-빌런잡자 23.08.12 64 0 11쪽
6 6화-계약 23.08.11 76 0 10쪽
5 5화-다음날 23.08.10 81 1 10쪽
4 4화-마찰 23.08.10 85 2 10쪽
3 3화-쓰디 쓴 인생 23.08.09 94 2 10쪽
2 2화-스트리머 망함 23.08.07 135 2 11쪽
1 1화-빌런 은퇴하다 23.08.07 21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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