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빌런은 스트리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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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oongo
작품등록일 :
2023.08.07 12:07
최근연재일 :
2024.01.03 07: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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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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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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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작전

DUMMY

“마침 내가 찾던 납치범들도 여기에 다 모였군.”


바론은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불한당 무리를 응시했다.


등골이 오싹한 느낌. 셋은 모두 동시에 침을 삼키며 같은 감정을 느꼈다.


공포. 고작 눈 한 번 마주쳤다고 올라오는 두려운 감정에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어쩔 수 없군. 철수하자.”

“뭐? 이대로 가자고?”


왜소한 남자의 말에 여자는 보이지 않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도 셋이면 해 볼만 하지 않나? 어차피 빌런인데.”


덩치의 말에 왜소한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 임무는 그와 싸우는 게 아니야.”

“어이, 납치범들. 듣자듣자하니 누구 멋대로 가려고? 여기서 네놈들 싹 다 반죽인 다음에 물어보면 되겠네.”


바론이 거친 살기를 내뿜자 그들은 피부가 갈라지는 감각에 흠칫 놀랐다. 왜소한 남자는 순이를 가리켰다.


“워어, 진정하라고. 우리와 싸우다가 저 빌런이 몹쓸 짓을 당하는 걸 원치 않잖아?”


바론은 잠시 눈을 내려 순이를 바라보았다.


만약 이 녀석을 두고 전투를 치르더라도 녀석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놈들이 자신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녀를 혼자 내버려두고 모두를 제압하는 것은 어려운 일.


게다가 저놈이 들고 있는 약물이 무슨 작용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


성격 같았으면 순이를 내팽개치고 모두 죽여버렸겠지만 옐로우와의 일전을 떠올리며 바론은 크게 심호흡했다.


“좋아, 꺼져라.”

“이거 친절하시군.”

“그런데 그냥 가기는 섭섭하잖아.”

“음?”


왜소한 남자는 눈을 깜빡였을 뿐이었다.


“끄아아아악!”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뒤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가 몸을 돌려보니 덩치의 왼쪽 옆구리에 작은 구멍이 나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워후, 명중이네.”


바론은 한 팔로 순이를 받치고 남은 손으로 돌멩이를 들고 있었다.


“쯧, 당장 후퇴한다!”


왜소한 남자가 연막을 터트림과 동시에 바론은 있는 힘껏 돌은 던졌다. 누군가 비명을 토해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지만 연막이 걷히고 난 뒤에는 핏자국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바론은 속으로 분을 삭혔다.


지금은 아니다. 아직 때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부 다 죽이고 싶은 충동은 김창식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


다음 날 바론과 한시아는 방송촬영을 위해 김창식의 가족과 함께 정육점에 모였다. 원래 가족과 같이 하지 않지만 뭉쳐 있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같이 있기로 결정했다.


한시아는 방송 시작한다는 카운트를 셌고 바론은 자본주의 미소를 장착했다.


“안녕하세요! 바론입니다~ 오늘은 어제 봤던 은퇴한 빌런이신 김창식 씨와 그 가족을 게스트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호호,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셋 중 유일하게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김창식이었다. 그는 얼굴이 벌개져서 어색하게 시선처리를 했다.


바론은 빙긋 웃었다.


“오늘 이렇게 게스트를 모신 이유는 바로 은퇴한 빌런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드릴까합니다!”


[낭만빌런: 이야, 이제 다른 은퇴한 빌런들까지 찾아가네.]

허접빌런: 아, 이건 못참지ㅋㅋㅋㅋㅋ]

[룰루랄라인생: 나 저 빌런 알음. 골목시장에서 유명한 빌런임. 고기 맛있음.]

[내새끼사랑해: 어머, 다른 이들까지 챙기다니 너무 기특하네요!]

[도라우먼: ㅋㅋㅋㅋㅋㅋ빌런 스트리머랑 빌런 정육점 사장? 신박한 조합이네.]


“어허~ 저희는 빌런이 아니라니까요. 아무튼 이제부터 김창식 씨네 가족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무얼 하면 되나요, 창식 씨?”

“아! 머, 먼저 냉장시설에 있는 고기를 꺼내 부위별로 손질을 해야 합니다. 저, 저를 따라오세요!”


뻣뻣하게 굳어서 움직이는 김창식을 보고 가족들은 웃음을 빵 터트렸다. 김창식이 고기를 가져오며 부위를 떨리는 목소리로 차근차근 설명했고 순수 직접 자신의 손톱으로 멋지게 손질하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당연히 채팅창의 반응은 어제 시장의 손님들처럼 반응이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거대한 고깃덩어리를 만화 속 검객처럼 고작 몇 번의 손짓만으로 해체해버렸으니까.


가족들도 차근차근 그의 업무를 돕고 바론도 설명을 들으면 도우려고 했지만 힘 조절에 실패하여 도축용 칼을 부러뜨리거나 지방과 힘줄을 제거해야하는 섬세한 작업을 할 때 엉망으로 해 꾸중을 듣기도 하였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진열대에 넣을 고기를 포장해서 준비하며 땀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에 채팅창의 반응은 뭔가 인간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의견이 자자했다.


손질하고 진열하고 부위별로 나눠서 판매하고 정말 평범한 정육점의 일과였다.


그저 김창식의 퍼포먼스가 약간 들어간 것 빼고는 말이다.


바론도 그의 퍼포먼스처럼 호기롭게 칼을 들고 시도했지만 부위가 다 뒤섞이게 잘라버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어제의 삼인방 중 덩치는 고층 건물 위에서 망원경을 보며 이빨을 빠득 갈았다.


“웨이트, 왜 지금 터트리지 않는 거지? 방송하고 있을 때 기회 아니야?”

“좀만 참아봐, 윈드밀. 네 말대로 하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명령은 그게 아니었잖아. 방송 끝나고 저 관심종자들과 헤어졌을 때 해야지 효과 있다고. 이건 바론한테는 안 통해.”


왜소한 신체의 웨이트는 자신이 들고 있는 사람 팔뚝만한 폭탄과 같은 장치를 들여다보았다. 그 장치 안에 있는 투명한 관에는 어제 그가 가지고 있던 분홍빛의 약물이 가득했다.


“윈드밀, 굳이 망원경으로 볼 필요 있어? 그냥 나처럼 방송이나 봐.”

“방송은 무슨 얼어 죽을! 사디스, 정신 나갔어? 빌런이 하는 걸 왜 보는 거야!”

“방송을 봐야 정황이 더 보일 거 아니야. 어머, 둘이 지방에서 공장일을 하다가 눈 맞아서 부부가 됐다네. 정말 역겹다~”


사디스는 히죽 웃으며 채팅을 쳤다.


[사디스는채찍이좋아: 정말 단란한 가족이네요~]


“하아, 얼른 밤이 찾아왔으면 좋겠네.”

“그런데 저 녀석들이 과연 돌아갈까? 우리가 한 번 습격했잖아.”


윈드밀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놈들이 집에 가는지 확인해봐야지. 안되겠다 싶으면 다른 목표물에게 뿌리라고 그분께서 그러셨잖아. 근질근질하겠지만 좀 참아.”

“내가 참을 수 있겠어! 빌런 따위에게 상처를 입었었다고! 그것도 연속 두 번이나!”


윈드밀은 완치된 자신의 복부를 만지작거리며 외쳤다.


“그건 네가 약해서 그런 거잖아. 꼽으면 피했어야지.”

“닥쳐! 두고 보라고. 내가 기필코 저 빌어먹을 녀석의 배때기에 구멍을 뚫어버릴 테니까.”

“너무 놀리지 마, 사디스. 일단 우리 밥이나 먹자.”

“저 빌런놈들이 아직도 활개 치는데 밥이 넘어가냐! 나는 안 먹겠어!”

“나는 먹을래! 마라탕 먹자!”

“난 마라탕 싫거든!”

“그래서 난 더 좋아~”


옥상문이 닫히자 덩치 큰 윈드밀만이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는 그들이 두 번 정도 더 권유하면 갈 생각이 무척 많았지만 예상과 달라 몹시 당황했다.


“흥, 의리 없는 녀석들.”


윈드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그는 자존심상 돌아가서 같이 밥 먹자고 죽어도 말 할 수 없었다.


그는 그렇게 밤이 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


어둠이 깔리자 장사를 마치고 김창식 가족은 집으로 돌아갔다. 윈드밀은 여전히 망원경으로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바론과 한시아는 빌런 가족의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발길을 돌리는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자기네들 집으로 가는 것 같은데.”

“응, 알고 있어. 굳이 말 안 해도 돼. 녀석들 아직 방송 안 끝났다니까?”


사디스가 비아냥거리면서 그녀가 보고 있는 바론의 방송을 가리켰다. 그 옆에는 웨이트도 함께 방송을 보는 중이었다.


“이것들아! 언제까지 그것만 보고 있을 건데!”

“기다려봐, 윈드밀. 방송이 끝나면 그때 네가 정황을 알려줘. 일단은 방송이 더 도움이 돼.”


화면 속의 바론은 피곤에 찌든 얼굴이었다.


“아~ 피곤하네요. 정육점 일이 이렇게 빡센지 처음 알았어요.”


[개구리리리: ㅋㅋㅋㅋㅋ거기 장사 잘 되던데 나중에 바론도 정육점 차리는 거 아님?]

[노답삼형제: 방송이랑 뉴튜브로 떡상했는데 무슨 정육점을 차리겠음.]

[내새끼사랑해: 얼른 집 가서 푹 쉬세요ㅠㅠ 고생하셨어요ㅠ]


“하하, 이번 일로 정육점을 차리고 싶지는 않네요. 그나저나 저분들도 많은 차별을 겪으셨네요. 빌런이라는 과거의 꼬리표가 있는 한 어쩔 수 없지만요.”


[허접빌런: 그치. 솔직히 자업자득이지 뭐.]

[루비사파이어: 저 가족이 ㄹㅇ 잘된 케이스임. 출소했다가 제대로 된 일도 못하고 구걸하는 빌런도 봤음.]

[드라마좋아: 근데 그 잘되는 과정까지 오기에 존나 힘들어 보였음.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구타당하고 욕먹고 공장에서 제대로 밥도 안 주고 임금차별까지 있었으니.]

[스포빌런: 보고 있는데 빌런이라는 딱지 떼니까 그냥 평범한 사람 같더라.]

[라면물조절: 그럼 뭐함. 출소했다가 다시 빌런짓거리 하는 새끼들도 많은데. 다 저런 게 아님.]


바론은 마지막 채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출소한 이후에도 사실 똑같이 범죄를 일으키는 빌런들이 있죠. 하지만 왜 그렇게 됐는지 경위를 살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보시다시피 창식 씨도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은 차별을 받아왔잖아요? 사실상 기회가 없어 궁지에 몰리면 다시 빌런짓을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타락매니아: ㅇㅇ그건 맞지.]

[아는형님이요: 그치, 먹고 살 길이 없으니까 나라도 그러겠다.]

[부르마굿: 감옥 들어갔다 나온 범죄자가 할 게 없어서 다시 범죄 저지르는 맥락과 비슷한 듯.]


웨이트는 채팅창을 빤히 보다가 손가락을 움직여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사디스는채찍이좋아: 그런데 저번에 실정된 빌런 찾는 일은 어떻게 됐나요? 자살 사건 이후로 그냥 흐지부지 된 건가요?]


바론은 그녀의 채팅에 눈썹을 움찔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깊게 파고들고 싶은데 더 이상 단서를 찾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나머지는 히어로 협회가 처리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더군요. 오, 이제 집에 도착했네요.”


그는 집에 들어서자 바로 침대 위로 발라당 누웠다.


“으아, 그럼 저는 너무 피곤해서 이만 방종하겠습니다~”


바론이 손뼉을 치자 카메라 화면이 까맣게 물들며 방송이 종료됐다는 문구가 나왔다. 사디스는 입술을 살짝 내밀며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방송을 다 본 웨이트는 윈드밀에게 시선을 돌렸다.


“윈드밀, 바론과 한시아 둘 다 집으로 들어간 거 맞지?”

“그래. 확실하게 들어갔다.”


윈드밀은 여전히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른 작전 시작하자고.”

“하앙~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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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흑막을 향해 24.01.03 10 0 11쪽
28 28화-곧 24.01.02 12 0 10쪽
27 27화-범인 24.01.02 14 0 10쪽
26 25화-무너를 형해서 24.01.02 11 0 10쪽
» 23화-작전 24.01.02 12 0 12쪽
24 22화-순이 24.01.02 11 0 10쪽
23 26화-무너를 향해서 24.01.02 13 0 10쪽
22 24화-작전2 24.01.02 12 0 10쪽
21 21화-은퇴빌런 취재하자 24.01.02 13 0 12쪽
20 20화-은퇴정모 23.08.30 21 0 10쪽
19 19화-집으로 23.08.29 23 0 10쪽
18 18화-보스찾기 23.08.25 26 0 10쪽
17 17화-도원준 23.08.24 36 0 10쪽
16 16화-참교육 23.08.23 3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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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실종사건 23.08.20 41 0 10쪽
12 12화-매드니스(2) 23.08.19 48 0 10쪽
11 11화-매드니스 23.08.18 56 0 10쪽
10 10화-빌런vs은퇴빌런 23.08.17 58 0 10쪽
9 9화-구세주 23.08.16 56 0 10쪽
8 8화-은퇴한 빌런은 착해요 23.08.13 57 0 11쪽
7 7화-빌런잡자 23.08.12 64 0 11쪽
6 6화-계약 23.08.11 76 0 10쪽
5 5화-다음날 23.08.10 81 1 10쪽
4 4화-마찰 23.08.10 84 2 10쪽
3 3화-쓰디 쓴 인생 23.08.09 94 2 10쪽
2 2화-스트리머 망함 23.08.07 135 2 11쪽
1 1화-빌런 은퇴하다 23.08.07 21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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