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빌런은 스트리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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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oongo
작품등록일 :
2023.08.07 12:07
최근연재일 :
2024.01.03 07: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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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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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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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빌런 은퇴하다

DUMMY

은은한 봄향기를 품기며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날, 절대감옥으로 불리는 X교도소의 단단한 금속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 안에서 당당히 걸어오는 한 남자.


그는 빌런 혹은 괴이라고 불리는 사나이였다.


푸른빛이 감도는 피부에 백발의 머리를 올백 스타일로 넘긴 남자. 허름한 옷 틈으로 그의 근육질 몸매가 엿보였다.


“후우, 이게 얼마만이지.”


그는 오랜만에 맛보는 교도소 밖의 상쾌한 공기를 폐가 한계치까지 부풀도록 들이마셨다. 텁텁한 교도소의 공기와는 차원이 다른 상쾌함.


아, 이것이 바깥세상이구나.


“바론.”


바론이라 불리는 남자 앞에는 정장차림의 여자가 팔짱을 낀 채로 못 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론은 장발머리의 탄탄한 몸매를 지닌 여자를 스윽 내려다보았다.


그의 날카로운 눈매에는 독기가 서려있고 가까이 있기만 해도 느껴지는 위압감에 여자의 심장이 아려왔다. 바론이 주먹을 한 번이라도 휘두른다면 한 때 B급 히어로 상위 랭커였던 그녀의 머리는 산산조각 날 것임을 직감했다.


여자는 생각했다.


정부에서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괴물을 석방시킨 거지?


아무리 모범수로 뽑혔다고 하더라도 이 녀석의 죄질은 변하지 않는다. 특급 빌런 바론. 주인급 빌런 필리아의 오른팔로 무수히 많은 히어로들을 쓰러트리고 세계를 뒤엎을 뻔한 괴물 녀석이다.


S급 히어로 단체 울트라레인저의 활약으로 제압되어 이곳으로 들어왔지만 무해하다고 판단되는 모범수로 발탁되어 석방.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죽은 필리아의 복수를 위해서 연기를 해왔을 수도 있다.


정부에서도 혹시 모를 위험을 방지하고자 그녀를 감시역할로 붙여놓았지만 날뛰었다간 대응하지 못하고 죽을 게 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겁먹은 쥐새끼 마냥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반갑다, 내 이름은 공안 보안 소속인 제리다. 저열한 빌런 주제에 모범수로 발탁되어 석방되다니 정부에게 감사해라, 바론.”


천천히 그녀를 훑던 바론은 잇몸을 드러내며 소름끼치는 웃음을 펼쳤다. 제리의 눈이 그 모습을 포착하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아, 이것 참······.”


바론이 팔이 움직였고 찰나의 순간 제리의 머릿속에서는 수만 가지 생각이 오갔다.


설마 이 자리에서 공격하려는 건가? 날 인질로 붙잡고 감옥에 있는 동료들을 빼돌리기 위해서? 위급상황이다. 당장 히어로 호출을 해야겠어.


제리가 주머니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려고 긴장하려는 순간이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인사 올리겠습니다! 과거의 빌런이었던 자신을 반성하고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 바론이라고 합니다!”

“에, 엥?”


90도를 넘어선 각도로 머리를 숙이고 악수를 청하는 바론의 비굴한 모습에 제리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이잖아. 이, 이것도 연기인가? 아직 방심은 금물이야.


“미천한 저를 데리러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마땅한 이동수단 없이 오셨다면 제가 네 발로 뛰어가 목적지까지 갈 테니 제 등에 올라타시죠!”


바로 엎드려 네 발로 뛰어갈 준비를 마친 바론. 제리는 그가 정말로 악명을 떨쳤던 특급빌런이 맞나 의문이 들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니 애초에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양손으로 있는 힘껏 자신의 뺨을 짝 소리 나게 때렸지만 얼얼한 아픔만이 있을 뿐 변한 것은 없었다.


“가, 갑자기 왜 자해를 하시는 겁니까! 혹시 제가 무례하게 제리 님의 심기를 건드린 거라면 저에게 벌을 주십시오!”

“아, 아니야. 그리고 그런 해괴망측한 자세로 있지 마. 내가 차를 가져왔으니까 타.”

“넵! 감사합니다, 제리 님!”


제리는 눈 사이 콧대를 누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쉬며 차에 탑승했고 녀석은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앉았다.


“굳이 왜 조수석에 앉은 거지?”

“저 같은 미천한 과거를 지닌 쓰레기가 어찌 제리 님께서 운전하시는데 뒷자리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비록 제가 운전을 못하지만 가는 길 심심치 않게 아재개그부터 여러 재밌는 이야기까지 이틀 치 분량을 준비했으니 성심껏 모시겠습니다!”

“어······ 어. 그, 그래.”


차가 엔진소리를 내며 출발하였고 삼엄한 보안시스템을 지나쳤다. 제리는 당체 바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모두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


심지어 그는 차가 출발하자마자 바로 아재개그를 줄줄이 읊고 있었다.


“제리 님, 오리가 얼면 뭔지 아십니까? 글쎄, 언덕이랍니다! 크하하하! 그리고 그거 아십니까? 칼이 정색하면······.”

“윽, 됐으니까 그런 시시껄렁한 개그는 집어치워.”

“이제부터 진짜 재밌는데······.”


바론은 고개를 푹 숙이며 시무룩했다. 제리는 대기하던 호위 차량이 6대가 합류하는 것을 확인한 후 바론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네 진짜 꿍꿍이가 뭐냐? 참고로 허튼 수작은 안 부리는 게 좋을 거야. 근처에 히어로들이 쫙 깔려있거든.”

“감히 미천한 제가 무슨 수작을 부리겠습니까. 저는 그저 이제 평화롭게 살기를 원할 따름입니다.”


그의 대답에 제리는 콧방귀를 뀌었다.


“하! 네깟 녀석이? 빌런이었던 네가 평화를 운운하다고?”

“제리 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제까짓 게 평화를 논한다는 것은 모순적인 일이지요. 허나 저는 교도소 내에서 뼈저리게 제 과오를 반성했습니다. 또한 평생을 빌런 노릇을 하며 사람들에게 경멸의 눈초리를 받으며 악행을 저지르다가는 어느 빌런이 그렇듯 비참한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어느 새 바론의 눈가는 촉촉해진 것을 보고 제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론은 훌쩍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흐윽, 그래서 저는 빌런을 은퇴할 겁니다. 필리아께서도 저에게 복수는 꿈도 말고 제가 원하는 새로운 삶을 사시라고 하셨지요. 그러니 제리 님께서 염려하시는 일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바론의 초롱거리는 눈동자를 보고 제리는 차마 그를 똑바로 볼 수 없었다.


“그, 그러냐.”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리 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저의 과거는 더럽게 얼룩져있고 족쇄가 되어 제 발목을 붙잡고 있죠. 분명 저에게 피해를 받으신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꼭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차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서 사과를 한다는 바론. 그는 열변을 토해내며 눈물을 흩뿌렸다.


“네, 네 말은 앞으로 있을 전국민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고?”

“맞습니다! 저 같은 미천한 쓰레기는 평생을 사죄해야 합니다.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분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다면 몇 번이고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진심이었다. 제리는 그의 행동에서 한 치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를 향했던 의심의 씨앗은 점차 메말라 비틀어갔고 어느 새 자신의 마음은 그의 훌륭한 자아성찰에 감동받기에까지 이르렀다.


“크윽, 너 이 자식······.”


제리가 고개를 살짝 숙이자 그녀의 얼굴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바론은 그 모습에 긴장하여 침을 꼴깍 삼켰다.


그녀는 머리가 휘날리도록 고개를 들더니 바론의 얼굴을 마주보며 외쳤다.


“좋다! 너는 충분히 석방 받을 자격이 있는 녀석이군! 네가 한 말을 지킬지 내가 옆에서 똑똑히 지켜보겠어!”

“감사합니다, 제리 님!”


그들은 시간에 맞춰 기자회견 장소에 도착했다. 수많은 기자와 인파가 몰려들었고 군중들은 팻말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빌런을 죽여라! 빌런은 악마다!”

“감옥으로 다시 꺼져, 망할 빌런아!”

“네놈들 속에 죽은 사람들의 원망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냐!”


바론은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제리는 선량한 마음씨로 고쳐먹은 바론의 진심을 현재로서 군중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곳에 있어봤자 저들을 더 자극하는 꼴이었다.


“바론, 얼른 기자회견에 가야해.”

“잠깐이면 됩니다, 제리 님.”


모두들 하나 같이 고통에 울분을 토해내는 것처럼 보였다. 이어서 계란이 날아와 그의 가슴팍에서 부딪쳐 터졌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근처 보안요원들이 그들을 말리자 그들은 더욱 분통을 터트리며 절규했다.


“이게 나라냐! 어느 나라가 빌런의 인권을 보호하고 나선단 말이야!”

“네놈들도 빌런의 손에 가족을 잃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이런 사회의 쓰레기들아!”


그때 성난 군중들의 귀 따가운 항변이 뚝 끊겼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장면이 담겨 있었다.


바론이 정중하게 몸을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저의 존재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으셨습니까. 그 마음 백 번, 아니 천 번 헤아린다고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저의 사과를 받으신다고 노여움이 풀리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사죄의 마음을 담아 감히 이렇게 사과합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바론의 돌발행동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단체로 자신들이 환각에 빠졌다고 생각하여 좀 전의 제리처럼 자신의 뺨을 마구 치기 시작했다.


그 틈에 제리는 바론의 손을 잡아 이끌어 기자회견 단상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수많은 기자들이 바론을 향해 플래시를 터트렸고 어찌나 눈부시던지 바론의 눈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바론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그는 다짜고짜 앞으로 나와 대가리를 박으며 절을 했다.


그리고 바론은 생각했다.


큭큭, 멍청한 인간 놈들. 철저하게 복수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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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흑막을 향해 24.01.03 10 0 11쪽
28 28화-곧 24.01.02 12 0 10쪽
27 27화-범인 24.01.02 14 0 10쪽
26 25화-무너를 형해서 24.01.02 11 0 10쪽
25 23화-작전 24.01.02 12 0 12쪽
24 22화-순이 24.01.02 11 0 10쪽
23 26화-무너를 향해서 24.01.02 13 0 10쪽
22 24화-작전2 24.01.02 12 0 10쪽
21 21화-은퇴빌런 취재하자 24.01.02 13 0 12쪽
20 20화-은퇴정모 23.08.30 21 0 10쪽
19 19화-집으로 23.08.29 23 0 10쪽
18 18화-보스찾기 23.08.25 26 0 10쪽
17 17화-도원준 23.08.24 36 0 10쪽
16 16화-참교육 23.08.23 38 0 10쪽
15 15화-드가자 23.08.22 40 0 10쪽
14 14화-무너동료 23.08.21 44 0 10쪽
13 13화-실종사건 23.08.20 41 0 10쪽
12 12화-매드니스(2) 23.08.19 49 0 10쪽
11 11화-매드니스 23.08.18 56 0 10쪽
10 10화-빌런vs은퇴빌런 23.08.17 58 0 10쪽
9 9화-구세주 23.08.16 56 0 10쪽
8 8화-은퇴한 빌런은 착해요 23.08.13 57 0 11쪽
7 7화-빌런잡자 23.08.12 64 0 11쪽
6 6화-계약 23.08.11 76 0 10쪽
5 5화-다음날 23.08.10 81 1 10쪽
4 4화-마찰 23.08.10 84 2 10쪽
3 3화-쓰디 쓴 인생 23.08.09 94 2 10쪽
2 2화-스트리머 망함 23.08.07 135 2 11쪽
» 1화-빌런 은퇴하다 23.08.07 21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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