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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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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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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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 (2)

DUMMY


파멸의 힘이 담긴 새카만 번개.

그것이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길이 불타오르고 공간이 번개 자국으로 찢어졌다.


닿기만 해도 치명적인 공격.


그렇기에 김윤이 나섰다.

그는 창조에게 부여받은 힘으로 수많은 길을 새겼고, 번개를 담았다.

그리고 한곳으로 모아 자신에게 당겼다.


길이 무너지고 재생하며 번개를 끌어모았다.

김윤의 두 손 사이에 새하얀 구체가 생기며 쏟아지는 번개를 받아내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구체에 담기엔 그 힘이 너무 방대했는지 번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김윤의 손가락을 파괴하고, 손바닥을 파괴했다.

그리고 손목을 무너뜨리며 그의 팔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윤은 멈추지 않았다.

모든 번개를 잡아당기며 다른 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지금!”


백민호가 몇 개 남지 않은 발판을 타고 구체의 배후로 달려나갔다.

이지우와 주은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 방향에서 하나의 구체를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하나 같이 새하얀 빛이 맺혀있었다.


창조의 빛이었다.


그들의 빛을 휘감은 손이 구체를 파고들었다.

구체는 크기가 꽤 있었기에 셋의 손이 들어가고도 공간이 널널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손을 두르고 있던 창조의 힘을 더욱 쏟아부었다.


그 내부가 순식간에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 여파로 파멸의 겉면이 잿빛으로 보일 정도였다.


“크, 아아아악-!!”


파멸이 공간이 무너져 내리도록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번개를 더욱이 쏟아냈다.


그들을 떨쳐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두른 창조의 힘이 그것을 막아냈고, 대부분의 번개는 김윤에게 쏠려 있었다.

즉, 그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의 체내를 파고든 창조의 힘.

그것이 완전히 발현되며 그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를 재창조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파멸로.

창조가 처음으로 그를 창조했던 때로.

오직 필요한 파멸만을 선사하던 때로.


화아아악!


파멸을 완전히 집어삼킨 창조의 빛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아공간의 중심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끝이었다.


다시금 드러난 아공간의 모습.

그 중앙에 있던 파멸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파멸은 어디갔지?”


백민호가 곧장 그를 찾기 시작했다.

혹시 실패라도 한 것이라면 자신들은 살해당할 테니 말이다.

아니, 그것을 넘어 모든 세계가 사라질 것이다.


그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창조의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 다 써버린 건가?’


남은 것은 피조물인 그가 지니고 있는 그만의 마력뿐.


만약 그가 살아남았다면 위기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창조가 모든 것의 끝을 고했기 때문이었다.


“파멸은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파멸을 막아선 그들.

그들은 그 말이 들리기 무섭게 힘을 빼며 바닥에 쓰러졌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그들을 휘감았다.


창조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그녀가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따스한 빛을 휘감았다.


바닥난 체력이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회복되었다.

다시 지구로 돌아갈 정도의 회복이었다.


주은서가 물었다.


“이제 정말 끝인가요?”

“네. 이제 모든 건 정상으로 돌아갈 겁니다.”


백민호가 그 말을 듣고는 크게 중얼거렸다.


“정상이라. 애초에 이 세계가 그렇다면 그 잉그라는 놈이 안 생기지 않았겠어?”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모든 세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새로운 파멸과 함께 말이죠.”

“그 결과가 멸망은 아니겠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창조가 지니지 않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보이지 않지만 그들은 모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사장님은요······?”


주은서는 문득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김윤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창조가 고개를 돌려 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새카만 기운을 휘감은 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녀가 찾고 있던 김윤이었다.


“사장님!”


그녀는 그 즉시 김윤을 향해 달려갔으나, 창조가 그것을 제지했다.


“지금 접근해서는 안 돼요.”

“왜요! 지금 사장님이······.”

“그가 스스로 내린 선택이에요.”


김윤의 몸 주위에서 새카만 스파크가 마구잡이로 일어났다.


“크으윽······.”


그는 몸이 파멸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파멸이 쏘아낸 번개를 막고, 재생하는 것을 통해 남은 수명을 모조리 사용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몸은 파멸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마력, 그리고 길의 힘은 창조와 파멸이 기반.

또한 그는 그것을 깨우쳤기에 그의 마무리 역시 파멸이 이루고 있었다.


물론 이 공간의 영향이 컸다.

이곳은 창조와 파멸이 머무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전신에 가루가 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김윤은 고통에 일그러진 눈빛으로 저 멀리 보이는 주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공간 바깥에 있을 길잡이의 이들을, 지구의 이들을 떠올렸다.


자신은 그들을 지킨 것일까.

알 수 없었다.

그는 이 이후를 볼 수 없을 테니까.


주은서가 투명한 장벽에 막히며 소리쳤다.


“사장님-!!”


그녀의 손에 감긴 마력이 그것을 후려쳤지만 부술 수 없었다.


“미안.”


김윤은 힘겹게 목소리를 짜냈다.

그리고 순삭간에 어둠에 집어삼켜지며 사라졌다.


“사, 장님······?”


순식간에 소멸해버린 그.

그녀는 자신이 잘못봤나 싶어 눈가를 비볐다.

그리고 다시금 그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동그랗게 소멸한 흉터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김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푸욱.


무언가가 꿰뚫리는 소리가 배후에서 터져 나왔다.


“커, 헉······.”


백민호의 가슴팍을 뚫고 날카로운 칼날이 솟구쳤다.


“이, 지우.”


백민호가 검날을 움켜쥐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뒤엔 이지우가 마력으로 만들어진 검을 쥐고 있었다.


“드디어 이 날이 오는군요.”


이지우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크으윽!”


백민호는 즉시 마력을 터트리며 그녀를 밀어냈다.


“이 빌어먹을······.”


그러나 이미 급소를 관통한 검.

창조에 힘이 빠져나갔기에 몸을 치유할 수도 없었다.


백민호가 비틀거리다 이내 무릎을 꿇었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고 있었으나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이제 멸망도 막았으니까요.”


이지우가 다시금 마력을 끌어오며 검을 만들었다.

은빛 마력이 그것에 흐르며 불길처럼 치솟았다.


“얼마나 참고 있었던 거야?”

“세계의 멸망을 그냥 이뤄지게 해도 될만큼.”

“망할 것. 결국엔 파멸인가.”


백민호가 등에서 박힌 검을 뽑아냈다.

그리고 마력으로 상처 부위를 틀어막고 심장을 억지로 뛰게했다.


창조의 힘을 잃었어도, 그보다 하위인 비트는 힘은 남아있다.

그것이 그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마력이 떨어지면 불가능한 일.

더군다나 그것은 마력의 소모가 컸다.


‘그런데 나와 동급으로 추정되는 잇는 자의 공격에서 버텨야 한다라.’


죽음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거 그동안 저지른 죄값이 돌아오는 건가?’


“쿨럭.”


그는 피를 한 번 게워낸 후, 입가를 쓱 닦았다.


“하지만 그냥 죽어주면 죄값이 너무 싼 거 아니야? 차라리 살아서 영원한 노동이 낫지 않겠어?”

“네가 살아있는 것만으로 모두가 고통받아.”


이지우가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검을 휘둘렀다.


은빛 마력이 잔상을 남기며 허공을 갈랐다.

이어 잔상이 공간을 찢어내며 길을 이었다.


잔상들이 하나로 이어지며 공간이 찢어졌다.


쩌억.


그러자 백민호의 팔이 떨어져 나가며 공간이 다시금 아물었다.


“젠, 장······!”


백민호가 무지개빛으로 물든 마력을 쏘아냈다.


콰과과과!


마력의 광선이 이지우의 검을 때리고 그녀를 뒤로 쭉 밀어냈다.


“쿨럭!”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그는 이미 두 번의 치명상을 입은 상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눈알을 굴려 창조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이어 주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흐느끼고 있을 뿐 이곳을 바라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에 정상인 상태라고 해도 자신을 돕지는 않았을 것이다.


“빌어먹을.”


여기까지인 것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악을 썼으나, 결국은 죽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모든 마력을 거두었다.


그러기 무섭게 날카로운 칼날이 그의 목을 갈라냈다.


새빨간 핏방울이 사방으로 튀며 그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새하얀 땅이 피로 물들었다.


그가 쌓아온 희생처럼, 그것을 지켜본 이의 마음처럼.

그것은 너무도 새빨갰다.


이지우는 그것을 무심히 바라보며 검을 거두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검이 사라지며 그것에도 묻어있던 피가 후두둑 쏟아졌다.


순식간에 길의 힘을 지닌 이가 둘이나 죽었다.


주은서가 물었다.


“······되살릴 수는 없나요?”


김윤에 대한 질문이었다.

창조는 침묵했다.

그 답은 이미 말했었으니 말이다.


“다시 창조한다 한들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뿐이에요.”

“그럼······.”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모두 일어난 일 되돌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는 희생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그들을 살리기 위해.

세계를 살리기 위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의 뒷모습은 너무도 멀었으니 말이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발걸음.

이런 최후일줄은 알고 있었다.


막았어야 했다.

진작에 막아섰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가 지금 이 모습이었다.


창조가 안쓰럽다는 듯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주은서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가 당신을 위해 내린 선택이에요. 주은서.”


창조가 손을 거두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에요.”


그러자 그곳에 포탈이 하나 생겨났다.

지구로 돌아가는 포탈이었다.


“멸망은 이제 찾아오지 않을 테고, 마력은 회수될 거예요.”


이지우가 되물었다.


“마력이 회수된다고요?”


창조가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 모두에겐 마력이 없는 편이 나을 거라고 판단했거든요. 아직 멸망을 맞이하지 않은 다른 세계처럼 말이에요.”


압도적인 힘.

그것은 빠른 발전, 복구를 돕겠으나 다른 문제도 동반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전쟁.

모든 세계과 얼추 재건된 현 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는 없었다.

힘이 있으니 그것을 사용하고 싶어하고, 그리고 서로의 것을 탐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그들의 세계에 찾아온 멸망 중 하나도 그것으로 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돌아갈지도 몰라요. 여러분이 그것을 받을 수 있는,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된다면.”


창조가 따사로운 빛으로 그들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들을 포탈로 밀어넣었다.


“잘 가요. 나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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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멸 (2) 24.07.31 34 0 11쪽
192 파멸 (1) 24.07.30 34 0 11쪽
191 잉그 (13) 24.07.26 36 0 12쪽
190 잉그 (12) 24.07.25 39 0 11쪽
189 잉그 (11) 24.07.23 36 0 11쪽
188 잉그 (10) 24.07.19 39 0 11쪽
187 잉그 (9) 24.07.17 34 0 11쪽
186 잉그 (8) 24.07.16 37 0 11쪽
185 잉그 (7) 24.07.12 39 0 12쪽
184 잉그 (6) 24.07.11 33 0 12쪽
183 잉그 (5) 24.07.09 35 0 11쪽
182 잉그 (4) 24.07.04 40 0 12쪽
181 잉그 (3) 24.07.02 35 0 11쪽
180 잉그 (2) 24.06.28 39 0 11쪽
179 잉그 (1) 24.06.27 34 0 11쪽
178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2) 24.06.26 32 0 11쪽
177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1) 24.06.21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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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길을 지우는 자 (1) 24.06.12 39 0 11쪽
171 길을 잇는 자 (3) 24.06.11 43 0 12쪽
170 길을 잇는 자 (2) 24.06.07 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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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길을 비트는 자 (2) 24.06.04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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