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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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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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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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섬광 (1)

DUMMY

“바, 방법이 있다고요?”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도피가 있죠. 이 도시를 떠나 다른 도시로 가는 것. 길은 제가 알고 있어요.”

“그, 그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다.

그저 떠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임재현도 죽을 필요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방식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 도시를 버릴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8년간 살아온 곳이 아닌가.


멸망 이후 그녀를 품어준 곳이다.

임재현을 위한다고 해도 이곳을 버릴 수는 없었다.


욕심인 것은 알고 있다.

둘 모두를 챙기는 것은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 다른 방법도 있는 거겠죠?”


방법은 더 있다.

물론 높은 확률은 아니다.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


“우선 저는 지도 제작자입니다.”

“지도 제작자요······?”


이지우로서는 생소한 직업이었다.

세상이 멸망하고 아공간에 들어온 뒤 수많은 직업이 생기고 사라졌다.

그러한 직업 중 하나인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지구에 있을 때 직업인가요?”

“아니요.”


그야 아공간에는 필요 없는 직업이니 말이다.


“아, 리터너 중에서 지구에 대한 지도를 다시 쓰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가 보군요?”

“아닙니다. 저는 리터너가 아니니까요?”

“리터너가 아니라고요?”


이지우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마력을 통해 강화된 그녀의 눈동자가 보았던 김윤의 마력.

그것은 리터너의 것과 흡사했으니 말이다.


도시의 경비병, 군인, 이러한 이들과는 다르다.

리터너의 것은 조금 더 사나우나 더욱 날카롭다.

마력의 사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위 두 직업과 달리 리터너는 더욱이 수라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수많은 살생을 하며 수많은 죽음을 보아야 한다.

멸망한 지구에 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개싸움을 하며 마력이 그것에 어울리게 변하는 것이었다.

수호에 걸맞게 안정적인 경비의 것과 달리, 하나로 통일되어 절제된 군인과 달리, 사나우나 강인하다.

지금 김윤의 마력처럼 말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그게 제 직업입니다.”


그의 직업, 그것은 아름에서는 상당히 유명하다지만 다른 도시에서는 아니다.

알아야 과거 지도를 교환했던 정부 정도.

그렇기에 이곳에서는 정말로 생소한 것이었다.


“그게 무슨 직업이죠······?”

“워낙 여러 가지를 하고 있어서······. 이번 같은 경우는 앞서 말한 대로 전쟁을 막으러 왔죠.”


김윤이 멀쩡한 오른손을 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지도를 하나 꺼내서 테이블 위에 풀어두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의뢰를 받으려고 하고 있고요.”


정확히는 지도가 되기 전, 텅 비어있는 종이였다.


“아, 우선 값은 뭐. 이 물약 정도로 받을까 하는데.”


김윤이 물약을 들어올리며 싱긋 웃었다.



***



“아직인가.”


임재현이 무너진 알현실에서 물었다.

그의 부하를 향해서였다.


“······그렇습니다.”


폐허가 된 알현실에 서 있는 그.

고치려고 한다면 하루면 고칠 수 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분명 그가 다시 찾아올 테니 말이다.

그 증거로 그의 능력은 여전히 김윤에게서 마력을 징수해오고 있었다.


김윤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도주한 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찾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상처 회복 중인가. 하긴 꽤 큰 상처였으니.’


또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전 도시를 이 잡듯이 뒤졌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처로 숨을 만한 곳이 있지는 않을 텐데.’


포탈 밖으로 빠져나가거나 누군가가 그를 돕지 않는다면 말이다.


‘빈민들이 그를 돕지는 않을 거다.’


그들은 겁쟁이에 패배자에 불과하니까.

멸망 이후 지금껏 다시 일어날 생각 따위 단 한 번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런 이들이 이제 와서 그를 도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이지우······.’


자신의 친우이며 반대한 이.

그녀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녀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으니 말이다.


‘네 짓이냐.’


그녀 역시 리터너였다.

그리고 그녀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같은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욕하는 이들을 보듬었다.

그리고 이해하려 했다.


물론 그도 그랬었다.

처음에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들의 비난은 선을 넘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섬광이 시작된 것이었다.


이 도시에 있는 모든 리터너들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와 뜻을 함께한 것이고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니 말이다.


임재현은 부하를 물린 후, 무너진 벽을 통해 중앙 구역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건물이 있으나 절반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곳.

오직 리터너, 혹은 수련을 통해 일정 랭크 이상의 마력을 지닌 이들이 있는 곳이었다.


모두 과거 비난만을 받으며 목숨을 걸던 이들이었다.

이들은 이러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다른 이들을 대신해 희생하던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도 마찬가지다.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겠지. 안 그런가 지도 제작자.”


임재현이 자신의 뒤를 흘끔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균열이 하나 생겨 있었다.

공간을 찢어낸 것처럼 생긴 균열이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김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전쟁을 통해 우리 도시도 리터너들을 대우해주겠다고?”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다.”

“그럼 그때 경비병은 왜 죽였지? 그 사람도 나를 잡아 오는 노력을 했잖아?”

“그는 노력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노력한 척을 해왔으니까.”


임재현이 몸을 돌렸다.


“너를 포박한 것도 그가 아니지. 네가 있는 곳에 있던 곳도 그가 아니고. 그저 공을 가로챘을 뿐. 나는 이 도시에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공정한 대우를 위해.”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 위로 마력이 소용돌이쳤다.


“그래서 죽였다고?”


김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지우······.”


이지우가 균열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쪽에 붙은 거냐.”

“······아니, 나는 네 편이야. 그러니까 네가 올바른 길로 가게 도우려는 거고.”

“이게 올바른 길이야. 세상은 변했으니까.”

“사람마다 맞는 길이 있는 거야.”

“······네 옆에 있는 놈과 똑같은 소리를 하네.”


임재현이 피식 웃었다.


“사람마다 맞는 길? 아니, 변화된 세상에서 살기 위해선 사람이 그 세상에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다 죽음을 맞이할 뿐이야.”


그가 마력을 일으켰다.

그의 전신이 마력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다시금 그의 전신에 스며들며 그의 육신을 강화했다.


“대화는 실패네요.”


김윤이 이지우를 뒤로 물리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자신도 마력을 끌어올렸다.


김윤이 바닥을 박찼다.

그가 있던 바닥이 갈라지며 굉음으로 비명을, 짙은 먼지로 살점을 게워냈다.


저번의 충돌로 상대의 힘의 크기는 어느 정도 깨달았다.

정면충돌로는 결단코 이길 수 없다.


부웅!


거대해진 임재현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김윤이 달려오는 속도를 계산해서 휘두른 주먹이었다.

하지만 김윤이 중간에 멈춰 아무것도 맞추지 못했다.

대신 주먹이 일으킨 풍압으로 인해 바닥이 찢어발겨졌다.


그사이 김윤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는 품에 손을 집어넣어 지도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즉시 마력을 불어넣었다.


지도가 푸르게 타오르며 그의 손에 무기를 쥐여주었다.

푸른 기운이 맴도는 저격 총이었다.


김윤은 그것이 손에 들리는 즉시 스코프에 눈을 가져가며 견착을 했다.

이어 스킬을 하나 사용했다.

푸른 마력이 스코프와 총 끝에 맺혔다.

A급 스킬, 최후의 한 발이었다.


타앙!


총성이 울려 퍼지며 총탄이 쏘아졌다.


퍼억!


그리고 정확하게 목표를 꿰뚫었다.


“크윽······!”


임재현의 왼쪽 어깨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피가 쏟아졌다.


분명 피했다.

총구 역시 자신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꿰뚫렸다.


김윤이 사용한 스킬의 효과였다.

최후의 한 발.

그것은 목표를 정한 이상 어디에 있든 필중의 효과를 가지게 된다.

대신 그 이름에 걸맞게 단 한 발만으로 그 어떤 총이든 산산조각이 나는 부작용을 지니고 있었다.


그 증거로 지금 김윤이 들고 있던 총이 폭발하듯 분해되어 사방에 흩날렸다.

하지만 김윤에게는 상관없는 부작용이었다.

그의 무기는 기억으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다.


김윤이 다시금 지도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또다시 푸른 빛을 토해내며 한 자루의 총이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최후의 한 발이 사용되었다.


타앙!


이번엔 다리였다.

임재현의 허벅다리에 구멍이 뚫리며 피가 쏟아졌다.

그리고 김윤의 총이 산산조각이 났다.


분노한 임재현이 멀쩡한 팔 한쪽을 크게 휘둘렀다.

원소 운용과 방출, 그리고 가속과 연발이라는 스킬이 뒤섞인 공격이었다.


원소 운용으로 손에 모인 마력을 순간적으로 불로 바꾼다.

그리고 방출로 그것을 밀어낼 힘을 실어주고, 가속이 속도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연발이 방금 이루어낸 조합을 다시금 이루어준다.


불의 포탄이 순식간에 열 발로 불어나며 허공에 있는 김윤을 노렸다.

김윤과 불의 포탄이 충돌하려는 순간이었다.


그의 모습이 투명해지며 포탄이 허공을 갈랐다.

포탄을 피함과 동시에 은신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타앙!


또다시 임재현의 반대쪽 어깨가 꿰뚫렸다.


“무력화를 노리는 거냐.”


A급 스킬, 최후의 한 발.

그것은 원하는 목표, 위치를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쏘아진 세 발, 그 모두가 급소를 노리지 않고 있었다.


‘이지우, 네 부탁이겠지.’


임재현이 멀리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이지우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자신의 상처를 모조리 회복시켰다.


“하지만 네 무른 생각이 이 자를 죽일 거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임재현이 바닥을 박차며 김윤을 향해 쏘아졌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는 커다란 두 손을 김윤을 향해 내리찍었다.

너무 빠른 속도였기에 피할 시간도 없었다.

김윤은 마력 방패와 실드를 펼치고 지도를 하나 꺼내 펼쳤다.


콰앙!


단 일격이다.

그런데 모든 방어 스킬이 박살이 나고 그 뒤에 마지막으로 생겨난 방패조차 산산조각이 났다.


“학습 능력이 없나?”


저번과 똑같은 상태였다.


“아니.”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다.


“이번엔 좀 더 귀한 방패거든.”


김윤이 부서진 방패 손잡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산산조각난 모든 방패의 파편이 빛을 내뿜었다.


그의 형상의 지도는 그가 얼만큼 그 무기에 대해 알고 있는지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이 말은 즉, 무기가 지닌 효과를 그가 보았다면 그 효과마저 사용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 방패가 지닌 효과는.


“반사다.”


콰드드득!


그가 주었던 충격이 모조리 되돌아갔다.

임재현의 팔이 끔찍한 소리를 토해내며 뒤틀렸다.


“크윽······.”


그사이 김윤은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반사했다지만 충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튼튼한 방패를 썼건만······.’


방패가 산산조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임재현의 주먹이 방패를 뚫고 그의 어깨에 틀어박혔다.

덕분에 그의 한쪽 어깨가 탈골되어 덜렁거리고 있었다.


우드득!


“후우······.”


김윤은 탈골된 자신의 어깨를 도로 맞춘 후,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까 나는 지도 제작자잖아? 너랑 똑같이 싸울 이유가 없더라고.”

“······전혀 지도라는 느낌은 없다만.”


임재현이 망가진 두 팔에 마력을 응집했다.

그러자 팔이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뭐 지금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제 잘 보라고 이게 요즘 아공간에서 팔리는 지도들이니까.”


김윤이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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