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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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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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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헛수고 (1)

DUMMY

마력초 공장 습격 일로부터 나흘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피로 물든 시가지, 범인은 누구인가.』


김윤이 자신의 손에 들린 신문의 제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린 후 처음으로 본 신문의 제목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필시 좋지 못한 내용.


김윤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신문을 넘겼다.

어느새 깔끔하게 새로 지어진 길잡이의 새 건물에서였다.


김윤은 마력초 공장의 사태 이후 나흘이 지나서야 그곳에서 눈을 떴다.

오늘 막 깨어난 것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는 신문을 통해 그간의 정보를 수집한 후 길잡이에 있는 이들에게 물었다.

정확히는 최현민, 그리고 허우진에게 말이다.


“그, 그게······.”


최현민이 잠시 뜸을 들이자 허우진이 대신해서 답했다.


“수뇌부 추격조가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전멸했습니다. A랭크 하나, B랭크 일곱, C랭크 열여섯이 당했습니다.”

“한 명만 살아남았다고······?”

“네, 네······. 신민우 리터너를 제, 제외하고는 전부······. 하, 하지만 아직 신, 신민우 리터너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 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 데요······.”


그 충격적인 소식에 김윤은 정신이 혼미했다.

그야 그곳에 향한 리터너 중에는 그가 아는 리터너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의 손님이었으며 최근에도 마주한 이였다.


최현.

그조차 목숨을 잃었다는 소리였다.


“시, 신민우 리터너는?”

“저, 정부 측에서 관리하고 있을 거예요.”

“가봐야겠어.”


김윤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지금 그 몸으로 어딜 가겠다는 거예요?”


그러자 그의 앞을 한 여자가 가로막았다.

길잡이의 직원, 주은서였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김윤을 쏘아보았다.


“······상태를 확인해야지.”

“지금 사장님 상태도 좋지 못한 거 알아요? 장갑은 왜 또 벗었어요? 아예 도시를 날려 먹으려고 작정을 하셨나?”


김윤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평소 끼던 것과 똑같은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아무래도 길잡이의 이들이 그가 의식이 없던 틈에 끼운 듯했다.


“그럴 사정이 있었어.”

“그래요. 전투 중에 장갑이 날아갈 수도 있죠. 그러니까 그것 둘째치고, 지금 그 상태로 나가겠다고요?”


김윤의 몸 상태는 상당히 좋지 못했다.

나흘 만에 깨어난 것만 해도 그것을 보증하는 것이었다.


억지로 이겨내려고 한 트라우마.

그것을 넘어 타인의 트라우마까지 겪게 된 그에게는 상당한 충격이 남아있었다.

정신을 넘어 육체까지 손상이 가해진 것이었다.


또한 후자에 경우는 그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일으킨 변화가 더욱 큰 영향을 끼쳤다.

이혜진이 사용하던 특수한 약물.

그것을 재현했던 김윤.

그것이 그의 몸을 더욱 망가뜨렸으니 말이다.

한계를 넘어선 마력이 자신의 주인을 해친 것이었다.


“내 능력이 필요할 거야. 정보가 없다며. 실제로 의뢰도 들어왔을 텐데?”


이것은 사실이었다.

그곳에 있던 이들이 모두 죽고 단 한 사람이 살아남은 상태.

그러나 그런 그도 현재 사경을 헤매고 있다.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현장이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피바다와 육편이 되어버린 리터너들 뿐.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들이 강력한 적에게 당했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김윤의 능력이 필요했다.

그는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기억을 다룰 수 있는 이였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실제로 정부 측에서 의뢰가 날아온 상태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그의 의식이 돌아오면 정부 측을 찾아와 달라는 내용.


“······정말 그 상태로 마력을 쓰겠다고요?”


김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사, 사장님, 저, 저도 으, 은서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해요. 지금 사장님의 몸 상태는 너무 좋지 않아요. 즈, 증폭된 마력 때문에 마력이 흐르는 관이 모두 상한 상태에요. 그, 그 상태로 마, 마력을 쓰면······. 조금 더 회복된 뒤에 가요. 네?”

“그때 가면 늦을지도 몰라. 그만한 전력을 억누를 힘이 있는 놈들이야. 그러니 지금을 오히려 기회로 볼 수도 있어.”

“노, 놈들도 소, 손해가 컸을 거예요! 그만한 전력이었잖아요······.”

“그래도 대비는 해야지.”


김윤이 미소를 지었다.


“기껏 새로 지어진 건물을 잃을 수는 없잖아?”


김윤은 직원들의 만류를 완강히 거부하고 홀로 시청으로 향했다.


‘확실히······.’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고통스러웠으니 말이다.

금방이라도 다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이런 상태에서 습격이 일어난다면 그는 대응하지 못하리라.


정말 차라리 직원들의 말처럼 몸을 회복하는 게 옳은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혜진의 기억을 통해 읽었던 정보.’


그가 그것을 전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인 것이다.

또한 그것을 이용해 추후 일어날 일을 막아야만 했다.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김윤이 시청에 들어서며 말했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직원들이 그를 준비된 방으로 안내했다.


“윤군.”


그곳에 도착하자 시장이 그를 맞이했다.


“시장님.”

“이쪽이네.”


그는 좋지 못한 표정으로 방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 여러 의료 기구를 차고 있는 신민우를 볼 수 있었다.


“······상태는 어떤가요?”

“좋다고는 할 수 없지. 성한 곳이 없으니 말이야.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는 상태야.”

“그렇군요.”

“그래서 윤군을 불렀네. 윤군도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건 알지만······.”

“알고 있습니다.”


김윤이 고개를 끄덕인 후 신민우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이마에 손가락을 올린 후 마력을 끌어올렸다.


“쿨럭!”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침과 함께 피가 입에서 쏟아졌다.


“윤군!”

“괘, 괜찮습니다······.”


김윤이 손을 들어 그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손수건을 꺼내 입가에 피를 닦아냈다.


김윤은 다시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다른 손을 신민우의 이마에 가져갔다.

그리고 다시금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력이 몸에서 흐르는 것이 생생히 느껴졌다.

격통 때문이었다.

그러나 참아야 했다.


그는 그 고통을 최대한 견디며 신민우의 기억에 집중했다.

그가 의식을 잃었던 날의 기억.


그것이 김윤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백화의 리더, 백민호와 정부와 길드 측 리터너의 충돌.

그것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정부와 길드 측 리터너들이 바닥을 뒹구는 데에는 말이다.


“여전히 나약하군. 안 그래? 친구.”


백민호가 바닥에 엎어진 이들 중 한 명의 머리채를 잡았다.

신민우였다.


“이보다 많은 인원으로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성공할 거 같았어?”


백민호가 피로 물든 신민우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친근한 말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응? 민우야.”


물론 말투만 그러했을 뿐 행동과 그 속에 담긴 뜻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가 머리카락을 붙잡은 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끄으윽······.”


옅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보다 전력이 더 좋을 때도 실패했는데 말이야.”


그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피로 물든 시가지.

대부분 길드와 정부 측의 피였다.


“그래도 A랭크가 둘이나 있어서 손해가 있었어.”


물론 백화 측에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최초에 남으라 명령했던 B랭크들은 모조리 죽음을 맞이했으니 말이다.


그가 들고 있던 신민우의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너는 이번에도 내게 목숨을 빚진 거야.”


백민호가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지금 이 끔찍한 광경에서 유일하게 숨이 붙어있는 것.

그것은 그와 신민우 단 둘뿐이었다.


나머지는 모조리 죽음을 맞이했다.

A랭크였던 최현조차 말이다.


백민호가 최현이 쓰러진 곳으로 다가갔다.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눈조차 감지 못한 그.

처참한 최후였다.


“그나저나 이런 인재들을 죽여도 상관없다니 놈도 바깥세상엔 관심이 없나 봐.”


신민우는 그 듣기 싫은 목소리를 들으며 더는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는 몸을 일으켰다.


“커허억······!”


억지로 일으켰기에 온몸이 비명을 내질렀다.

내상으로 인해 피가 역류해 코와 입으로 쏟아졌고, 사지가 덜덜 떨렸다.

그럼에도 그는 전의를 불태웠다.


“백··· 민호······!”

“흐음······.”


백민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뺨을 긁적일 뿐이었다.

그야 만전일 상태일 때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지금 저러한 상태로 그에게 맞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민우야, 내가 왜 너를, 그리고 정부를 그냥 뒀는지 알잖아. 나는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이야. 돈 좀 만지면서.”


그가 손가락을 구부려 돈을 뜻하는 형태를 취했다.


“어차피 우리는 지구를 되찾지 못해. 그리고 되찾아봤자 지금 삶보다 좋겠어?”

“닥, 쳐······!”


신민우가 자신의 무기인 봉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나 맞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바닥을 구를 뿐이었다.


“그간 정이 있으니 죽이진 않을게. 오늘도 말이야.”


백민호는 그런 신민우를 향해 쪼그려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곧 아주 험악한 표정과 함께 그의 마력이 위압감과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압도적인 마력이었다.

신민우 역시 같은 A랭크였으나 저것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에는 아니야. 내 평화를 방해하지 마. 니들이 뭔 짓거리를 하든 나를 건들지 말란 말이야.”

“마약에, 찌··· 들어 망가지는 도, 시를 보고만 있으라는, 거냐······!”


신민우가 그 위압감이 토해내는 압박감을 견뎌내며 양팔로 바닥을 밀어냈다.

다시금 몸을 일으키기 위함이었다.


“마약? 아, 마력초? 우리가 개발하는 게 있어서 공장을 쓰긴 했지만 퍼트린 건 우리가 아니야.”


백민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전투에 돌입하기 전, 무언가를 흡입하는 데 사용했던 파이프였다.


“마력초라는 게 잘 쓰면 약재잖아? 진통제는 물론, 각성제로도 사용할 수 있단 말이지. 신체 및 정신적 각성 용도로 말이야.”


이어 그 파이프를 이리저리 돌리며 살피다 자신의 입에 물었다.


“그런데 이게 다른 재료랑 섞으면 마력 증폭도 가능하더라고? 물론 부작용은 조금 있는 편인데······.”


백민호가 파이프를 빨았다.

그러자 무언가가 그에게 흡입된 후, 새하얀 연기로 화해 그의 입과 코로 도로 빠져나왔다.


“그걸 최대한 억누르기 위해 그간 연구를 좀 했거든. 그 때문에 마력초 공장도 쓰고 그랬는데 말이야.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력초를 퍼뜨린 건 우리가 아니야.”

“뭐······?”

“말 그대로야. 우리가 안 퍼뜨렸다고.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네?”


백민호가 몸을 일으켰다.


“여하튼 우린 마약 장사 같은 거 안 하니까 애꿎은 우리를 건들지 말라고. 내가 쓸 것도 모자란 데 우리가 팔 리가 있겠어?”


그리고 파이프를 도로 품에 넣으며 주변을 살폈다.


“뭐, 오랜만에 만나서 더 이야기하고 싶긴 한데. 내가 또 바빠서 말이야.”


백민호가 쓰러진 신민우를 뒤로한 채 손을 흔들었다.


“그럼 다시는 보지 말자고.”

“배, 백민······.”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신민우의 목소리.

그리고 검게 물들어가는 시야가 담기는 백민호의 뒷모습.

그것이 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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