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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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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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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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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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었다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그 많던 가을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지금의 그렇다면 이 새로운 가을은 또 어디에서 비롯이 되었을까.

청랭(淸冷)한 이토록 광막하고 무수한 차가운 의미들은

어디에서 온지는 모르겠으나 변함없는 가을의 약속처럼

부드러운 냉기 속에서 당도해있었고

그 속의 사람들만 의미 없는 이합집산을 하는,

무계획한 열광들로 한껏 볼이 달아올라 있었다.

마치 대자연에게도 또 그들 스스로 서로에게도 약속은

지킬 의미가 없어서

약속이라는 역설과 억측처럼.

가을의 첫 파동을 엔티레이미크는

느끼고 있었다.

피부에 전해져 오는 차가워진 공기와

그 속에 섞인 따뜻한 햇살의 감촉들만큼,

가을이 섬세하게 떨고 있다는 것을.

잔잔한 경련은 계절과 계절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가교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가을을 맛보았다고 해서

세계의 심층부까지 음미한 것은 결코 아니었기에,

그들의 심층부에 가을의 아무런 흔적이 새겨지지 않은 것도

아무런 궤멸의 요인이 될 수 없었다.

궤멸은 가을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막연하고 아름답기만 한 단어였다.

다시 흐지부지한 겨울이 곧 올 것이다.

파편적인 진실들에 대한 각성은

종합적인 진실의 변혁을 이끌어내지 못 했다.

종합은 총합인지도 몰랐다.

총합은 가끔 일부가 누락이 되어있기 십상이었다.

풍성한 조락의 다음에는 냉정하고 차분한

관조의 계절이 다가오므로

세상에 대한 성찰이 다가와야 했지만

세상은 그런 거대하고 큰 것들로

이루어진 그 무엇이 아니었다.

흐지부지한 성찰도 어차피

어느 계절일 것이고

조락도 전진도 다 같은 계절의 일부로

함께 평등할 것이었다.

일부러 평범해지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그냥 태생적으로 너무 평범해서 견딜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의 맛이

그 범용한 사람들의 곁을 지나갈 때와

주변 공기에서 느껴졌다.

어렴풋한 시각적인 인상착의가

가을의 현기증이 나도록 아름다운,

싸늘하고 투명한 듯 뿌연,

빛들이 가득 채우고 있는

광막하고 공평한, 그래서 균일한 차가워진

공기속에서 느껴졌다.

그러나 계절이 아름다워져도 사람들은

그 차가워진 계절만큼 아름다워지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것이

욕망으로 물든 그래서 뜨거워진 심리였다.

그런 온갖 기기묘묘한 착종들이 바로 사람들이었다.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될 거야.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을 위한

내가 내자신에게 도취된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 아닌

아름다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그런 사람이 되고 말 거야.

가장 아름다운 궁극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우며

아름다움의

자체적인 상태만이

본질인

그런 아름다움으로써만 존재하니까.

바람이 불어서 머리카락들의 일부가

그녀의 얼굴을 덮듯이 가렸다.

파란 가을처럼 텅 비고 건조한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 위로

섬세한 인식의 금 몇 개처럼 가는 머리카락들이

세계와 계절의 전환이라도

희미한 예고라도 하듯이

명징하게 새기고 있었다.

엔티레이미크의 여동생도 계절을 불어가는

바람 속에서 같이 지내며 같이 통과하고 있었다.








내 이름은 에팅켄퓌스, 정확한 유래는 외국,

즉 외국어라고 한다.

이제 이 나라의 단어가 된 이상,

뜻은 차분한 햇살이라고 한다.

그것도 아주 뜨겁고 몹시 선명한 햇볕이 아닌,

엷고 잔잔해서 담담한 햇살 말이다.

아, 어쩌면 내 신세나 내 운명과 닮았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름을 분명 먼저 작명을 했을 텐데.

내 운명보다.

그럼에도 종종 이름은 운명을 거부하기도 한다.

가을 햇살 같은 저물어 가는 내 삶도

이 계절과 이 계절의 안에 들어앉은

왕국도 어딘가 그러고 보면 닮았다.

서로 서로 좋아하지 않을지라도

그 겉에서의 형식적인 유사성이

같은 운명처럼 예를 들면 비슷한

인식을 상대에게 서로서로 주었다.

그래서 결국 그 끝은 혐오감을

주고야 말았지만.




더웬델스케펠경에게도

가슴속에 가을이라는 계절이

소슬하게 차가운 바람으로 통과해갔다.

지금 눈앞의 부재하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했었던 악들로 점철되었던

사악한 진실이라는 점을

더웬델러스케펠경은 가끔 믿을 수 없어서

크게 경악하고는 했다.

이 평범하고 평화로운, 그런 나머지

진실이 부재하는

이 현실이 그 전에 과거에는

그토록 흥분에 몸을 떨면서 치가 떨리도록

분노한 진실이었을까.

평화롭고 온화한 오늘의 현실에

어디 이면에 그토록 참담하고 분노스러운

과거의 현실이 들어있었을까.

너무 놀랍다기보다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세상은 멀쩡해서 이상하다는

이 기묘한 역설법을

차츰차츰 더웬델러스케펠경도 원하지 않았지만

깨우치게 되었다.

어디에 쓸모가 과연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이 기괴한 경험칙을.

죄악은 눈에 비치는 색채들과

눈에 보이는 여러 형태들과

귀에 들리는 각종 소음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색채와 형태와 소음이

죄악들의 구성 요소라고 배운 적도

그렇게 스스로 판단한 적도 없었다.

죄악이라는 관념 및 개념은,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았고

손으로 만져도 만져지지 않았다.

오직 죄악들을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사람들만이

다가올 겨울의 싸늘한 대기를 촉각하듯

죄악들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가올 각자의 겨울들은

미세한 만큼 아주 작은

그 차이들을 따라서

각자가 천차만별이었다.

도덕적 개인들인 국민들이 모여서

비도덕적인 왕국 사회를 만든다?

도저히 있을 수 없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였지만

그런 사태는 늘 있어왔다.

어쩌면 익명의 거대한 바다라는

혹은 본명이라고 해도

광대한 단체에 들어가게 되면 스스럼없이,

그것도 공동의 이름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추장스럽게 평소에 여기던

윤리와 도덕을 내던지고 벗어버려서

그러는지도 몰랐다.





왕궁 측의 반응은 당연히 알 수 없었다.

왕궁이 춥다고 시려워 하는지

덥다고 하면서 별 것도 아닌데 호들갑이야

무난하고 무심한 태도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숙주가 될 사람들은 조금씩 조금씩

몰래 은밀하게 왕궁이 모집하고

궁전 내로 역시 은밀하게 몰래 데려가는지

알아낼 사람들이 있을 리가 없었다.

가을이 분명히 왕궁에도 당도할 것이고

왕궁에도 스치고 갈 것임에도.

왕궁도 결국에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결국에는 사람들이 웃고 우는 곳이나

분리와 격리가 되어있었다.

노쇠한 듯 강성한 왕궁은

그래서 스스로 자존과 자족을 겸하며

고고하게 주위를 깔보았다.

늙어서도 늘 추한 법은 없다.

마치 서리 내리고 얼음 끼는 겨울에도

놀랄 만큼 명징한 맑은 날씨가

더러 계절다운 통상의 기후를 물리치고

가끔 나타나는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이온 더웨인켈퍼시안경도

역시 이질적인 존재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의 이색적인 점이 자신에게서

기인하여

자신은 그런 자신이 불편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평안한 조화에 언제고 머물러있었다.

사실 그는 본격적인 사람들에 비하면

조화를 후안무치하게 누리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색적인 것이 아니라 비인간적인 면면이

있더라도 그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강한 개성이라면 강한 개성이었다.

그러므로 하찮은 날들이 무수히 지나갔었고,

또한 하찮은 날들이 참으로 무수하게

또 지나갈 것이다.

마찬가지로 참으로 하찮은 작은 소음들이

날마다 있었다.

그 무의미에 거의 수렴하는 하찮은 소음들에게는

사실상 의미들이 없었다.

흥분되어 고양된 전투적인 공격적인 의미들도

평온하여 따사로운 평화스러운 의미들도.

그러나 크고 뚜렷한 주목할 만한 소음들도

미미하여 보잘 것 없는 시시한 음의

부스러기들 같은 소음들도

모두 다 일상과 생을 구성하는 요소들이었다.

오히려 일상은 돌볼 필요라고는 없는

자잘하고 미세한 소음들의 완전한 집합체였다.

이런 일상과 생의 하찮은 소음들을

하나 하나 모두 모아,

금속을 정련하듯 특별하고 탁월한 음향들로

바꾸어 보려는 노력이

왕국의 청음을 통한 청력 강화의 마법이었다.

지루하고 따분한 그리하여

너무도 닮은 음들을 차례차례

고르고 걸러내어 선별한 끝에,

특별한 음들의 배치라는

소리의 마법을 생성하고 제조한다.

마법은 평범한 것을 특별한 것으로 바꾸려는

지난한 사유의 그 끝에 있었다.

마법은 그렇듯 늘 평범한 삶들 속에 숨겨져있었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욕망을 논리라고 부르는 곳에

과연 정의가 세워질 수 있을까?

비합리성을 미덕이라고 찬양하는 곳에

과연 윤리가 있을까?

아마도 그런 곳들에는 외피만 논리이고 미덕이며

그러나 그 실상은 다른 전혀 다른 것들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무난하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체제의 횡축과 종축을 구성하며

그들만의 나라를 구축(構築)하고 있을 터였다.

그래서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나라에서는

한결같이 눈 뜬 장님들이었다.

이유라고는 그저 너무 아름다운 욕망들에게

반하고 만 것, 그것뿐이었다.

오직 욕망들만이 세상에서

제일 강력한 아름다움이었다.




빨, 주, 노, 초, 파 5가지 색의 물들이

급류를 이루며 넓은

층계참처럼 넓은 폭을 지나서

옆으로 너비가 넓고 세로로 길이가 짧은

5가지 색 폭포가 흐르는 듯한

이상하고 기괴한 냇가에서 외이겐테르델핀이

파란색 큰 돌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공중 정원에는 이보다 더 아름답겠지?

이상한 비문법적인 혼잣말과는 상관 없이

파란색 돌 밑을 들여다 보는

그의 얼굴은 잔잔한 흥분으로 가득했다.

파란색 큰 돌을 들어올려서 일으키고는

그 밑의 돌들을 다시 외이겐테르델핀이

몇 개를 만졌다.

빨 주 노 초 가지런한 4개의 큰 돌들처럼

파란색 큰 돌을 얌전하고 단정하게

외이겐테르델핀은 다시 내려놓았다.

별들의 음악인가.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사소한 소음처럼

휩쓸려서 떠내려갔다.

음악이 장쾌하고도 유유하게 소박한 음폭으로는

흘러갔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아닌

단지 악기들의 연주 음악처럼

경이롭게 반짝거리는 작은 음들의 물결은

평화로운 하오의 미지근하고 후텁지근한 촉각처럼

심상하나 낯설고 놀라운 하나의

거대한 조화를 이룬

참신하고 탁월한 음악이 되어 흘러갔다.

풍경도 언제 바뀌었는지 온갖 색들이

영롱하고 투명한 빛의 극치를 받아서 물들어서는

작고 아담한 공간에서

그만큼의 거대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뛰어가는 사슴, 머뭇거리듯 탐색하는 다람쥐,

그 뒤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는 토끼,

기어가는 것 뛰어가는 것 나는 것까지

숲의 동물들이

여러 모습으로 일대장관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이 모든 동물들은

실재로 나타난 동물들이 아니라

돌들을 만져서 나타난 풍경 속의 빛으로 나타나고

빛으로 이루어진 동물들이었다.

그가 그 빛의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살짝, 작은 미소를 지었다.

가만히 그는 서 있었다.

말없이 침묵 속에 서 있는 그는

끈질기게 부동의 기립만을 하고 있었다.

차차 그의 앞에서 동물들이 지나가고 있는

빛의 풍경 속에

그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마치

깜박거리고 가물거리는

등불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서 가물거리다가 확정된 것처럼

그의 서 있는 전체 모습이

완전히 풍경 속에

드러났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거울 앞에서

거울 속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보듯

풍경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른 동물들과 함께 있으나

그러나 이동은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한

자신의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빛의 아주 미세한 가루들은 사소한 아름다움처럼

그저 지극히 섬세하기만 할 뿐이었다.

판타지 문피아 가을이었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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