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로 회귀한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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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휘찬
작품등록일 :
2023.12.1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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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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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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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로 회귀한 사피엔스

DUMMY

쯧.

나는 혀를 차며 아쉬움을 삼켰다.

머리를 노리고 휘두른 칼.

젖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날린 일격.

공중에서 몸에 힘이 빠지는걸 느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찰나의 틈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왼쪽 귀와 왼쪽 어깨.

귀와 팔은 깔끔하게 절단되어 땅에 떨어졌다.

나는 거친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마법사가 마법을 캐스팅 하고 있었다.

마법사는 이번 공격으로 끝장 낼 생각으로 마력을 쥐어 짜내고 있었다.


‘제발··· 빨리···’

마법사를 보는 내 눈에 간절함이 내려앉았다.

이제는 힘이 남아 있지 않다.

혼자서 종말을 상대하는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까지 혼자 버틴 것만으로도 불가능에 도전한 거다.


종말.

아파트 4층 정도의 보라색 몸을 가진 녀석은 강했다.

종말이 세상에 등장했을때는 우리가 유리해 보였다.

우리의 수는 수만을 넘겼고 종말은 혼자였으니.

하지만 첫날에 반이 사라졌다.

다음날에 반, 그 다음날에 반.

그리고 지금 남은건 나와 마법사 뿐이다.


“휘동, 피해!!!”

마법사가 드디어 캐스팅을 끝 낸 모양이다.

나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이걸로 끝이다.’


“핵테오!!!”

마법사의 오리지널 마법.

우람한 미사일이 종말을 향해 날아간다.

머리위로 지나가는 미사일을 보면서 나는 기도했다.

‘부디 이 공격으로 종말이 쓰러지길.’


슈우우우우.

미사일은 빠른 속도로 종말에게 다가갔다.

종말은 날아오는 미사일을 보면서 하나 남은 오른손을 들었다.

종말의 얼굴에는 안쓰러움이 내려앉았다.

왜 저런 얼굴을 하는지 불안해졌다.


미사일과 종말의 손이 맞닿았다.

그순간 우람하던 미사일의 모습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탄두부터 시작된 일렁거림은 곧 미사일 전체를 감쌌다.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 마법사를 확인했다.

마법사는 마나탈진으로 힘들어 보였지만 쓰러지진 않았다.

자신이 쓰러지면 마법도 사라지는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마법이 사라지고 있는가.


미사일의 일렁거림이 멈췄다.

우람한 미사일은 이제 없다.

미사일의 자리를 대신하는건 마나였다.

마법사가 얼마나 오랜시간 자신의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 모았음을 보여주는 거대한 마나덩어리.

그 마나덩어리가 종말의 오른손으로 빨려들어갔다.


마나를 흡수한 종말의 모습은 빠르게 변해갔다.

자잘했던 상처는 물론이고 내가 잘라낸 귀와 팔이 새로 돋아났다.

나와 마법사는 경악했다.

수만의 목숨으로 만들어낸 종말의 모습이 변해가며 그들의 흔적이 사라졌다.


털썩.

뒤에서 마법사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나탈진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마법사는 현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다.


종말은 마법사를 향해 간단히 손짓했다.

보라색의 빛이 마법사에게 쇄도했다.

그렇게 마법사는 죽었다.

저항조차 못하는 상태였기에 마법사의 죽음은 간단했다.

이제는 나만 남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종말을 보며 눈을 감았다.

종말은 기뻐하지 않았다.

승리한 자가 지을 표정이 아니었다.


나는 사실 한 번 회귀했다.

기연이란 기연은 독식했다.

그리고 강해졌다.

마법사를 선두로 육성하는 현대에서 전사로 강해지기란 힘들었다.

선천적으로 마법의 재능이 없던 탓에 전사를 선택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종말에게 두 번의 패배는 나를 절망케 했다.

조금 더 강했더라면.

‘부질없는 생각···’


“미안하구나···”

종말이 말을 걸어왔다.

회귀 전에는 없던 상황이다.


“나의 오래된 염원을 이제서야 이루는구나. 나는 오래전 이땅에 씨앗을 뿌렸다. 너는 마나와 마법이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는가.”

종말은 담담하게 나에게 말했다.

종말이 말하는 맥락상 마나와 마법이 종말의 씨앗일 것이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마법사를 선두로 육성했다.

전사는 항상 무시받고 천대받았다.

갑자기 울컥해지며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앞에서 알짱거리지 마세요.

-좀 제대로 막아, 뚫리잖아!

-니때문에 한 대 맞았잖아, 트롤새끼야!!!

이제 알았다.

트롤은 내가 아니라 마법사다.


“그리고 게이트. 나는 지구종의 각성이라는 리스크에도 선택했다.

그덕에 지금의 지구는 마나가 풍성한 대기가 되었다. 우리는 이제 이 땅에서 살 수 있다.”

“그만 죽여라.”

“미안하구나. 우리를 위해 너희를 희생시켜서···”

나는 죽음을 받아들였다.

더이상 내가 지킬 사람도 없고 종말을 이길 힘도 없다.

종말의 손에서 보라색의 빛이 쏟아졌다.


보라색 빛무리는 나에게 닿지 않았다.

정확히는 닿기전 시간이 멈췄다.

이미 경험해 본 풍경.

곧 여신이 나타난다.

하늘에서 금색의 빛이 땅으로 떨어지더니 하나의 모양을 만들었다.

인간을 닮은 여신.


“인류의 마지ㅁ···”

“안해요.”

나는 여신의 말을 자르며 선수쳤다.


“무엇을 말입니까?”

“회귀 안한다구요.”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두 번의 절망.

눈 앞에서 동료들을 잃는 경험은 두 번이면 충분하다.


“다시··· 다시 한 번만 생각해주세요···”

여신의 목소리는 애절했다.

그래서 화가났다.

직접 움직이지는 않고 나에게만 짐을 맡겼다.

방금전 종말과의 대화와 지금의 대화를 통해 감정이 한껏 격양되었다.


“야!!! 아까 종말이 하는 얘기 못들었어? 마나랑 마법이 있으면 못이긴다잖아!! 왜 내 기를 죽여, 내 기를! 누군 안이기고 싶어서 안이겨? 못이기잖아!!!”

여신에게 분을 풀듯 감정을 쏟아냈다.

여신은 내가 진정될 때 까지 기다렸다.


“마나와 마법이 없는 시점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시점이 언제죠?”

“그건 직접 가보시는 수 밖에···”

나는 입을 닫았다.

그렇지 않으면 욕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순간 여신의 손에서 금색이 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어?’

“회귀 빔!”

이번엔 여신이 선수를 쳤다.

여신은 미안한 얼굴로 금색의 빛을 나에게 쏟아냈다.

“여신 씨ㅂ”

결국 나의 입에선 욕이 튀어 나왔지만 여신은 들을 수 없었다.


***


빛이 사라지고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광활한 초원.

거대한 나무.

맑은 하늘.

그리고 털없는 침팬지 두 마리.

침팬지 두마리는 나를보고 서로 대화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처음듣는 언어였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저거 뭐냐?”

“모른다. 쓰러뜨리고 보자.”

“긍정.”

침팬지 두 마리는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알아들을 수 없었다면 다가오는걸 허용했을테지만 다가오는 이유를 알았다.

침팬지들이 거리를 좁히기 전에 내가 먼저 움직였다.


파앗. 팟.

지면에 발을 박차며 거리를 좁혔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려 했지만 몸에 힘이 부족함을 깨닫고 곧 바로 한 번 더 발을 박찼다.

침팬지 두 마리는 내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니 당황하면서 몸을 뒤로 젖혔다.

침팬지의 울대가 보인다.

제압이 목표였기에 적당한 힘으로 울대를 가격했다.


커억, 컥. 쿵.

울대를 가격당한 침팬지들은 자리에 쓰러졌다.

쓰러지는 충격보다 울대가 아픈지 두 손은 울대를 감싸고 있었다.

그러다 두 팔을 올리며 말했다.


“항복, 항복. 때리지 마라.”

“아, 아프다. 우리가 미안하다.”

침팬지는 애절한 눈빛을 나에게 보냈다.

나는 침팬지들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내가 저들의 말을 알아들었듯 저들도 나의 말을 알아들을 것이다.


“너희는 뭐냐?”

“우린 인간이다.”

역시 말이 통했다.

침팬지는 스스로 인간이라 칭했다.

내가 아는 인간들이랑 많이 다르지만 그러려니 했다.

분명 여신이 회귀 중 실수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칭 인간이라고 말하는 침팬지도 이해가 갔다.

회귀도 하는 마당에 이세계라고 없을까.

하지만 익숙한 모습에 알 수 없는 불길함이 맴돌았다.

그래도 눈 앞에 자칭 인류가 이곳의 유일한 힌트였기에 나는 다시 질문했다.


“너희들 어디 살아?”

“수상한놈, 안알려준다.”

“우리 바보 아니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머릿속에서 잊혀진 기억이 떠오를듯 말듯 했다.

나는 안간힘을 쓰며 떠올리려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상이 써졌다.


“인상쓰지 마라. 무섭다.”

“같이가자. 우리가 안내해 준다.”

인상 덕에 일이 잘 풀렸다.

하지만 나는 인상을 풀 수 없었다.

조금더 더 생각하면 기억할 수 있을것 같다.

침팬지들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침팬지들이 발을 멈췄다.

“우리왔다. 손님 같이 왔다.”

“손님 강하다. 건들면 안된다.”

그곳엔 6마리의 털 없는 침팬지들이 있었다.

총 8마리.

8마리의 침팬지를 보고 머리에 안개가 확 걷혔다.

드디어 기억이났다.


어릴때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책의 이름은 ‘인류의 역사’

책은 인류가 어떻게 진화했고 어떤방식으로 살아남았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 책에서 눈 앞에 있는 털없는 침팬지를 보았다.

호모 에렉투스.

인류의 두 번째 진화.

구석기 시대.


하···

나는 눈 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의 상황을 부정한다고 달라지는건 없겠지만 부정하고 싶었다.

그래도 나름의 희망을 찾자면 눈 앞에 있는 인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닌점이다.


하···

다시 생각해보니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호모 에렉투스나 무슨 차이인가.

희망이 될 수 없다.

책의 내용으로는 호모 에렉투스는 구석기 시대의 인류로 불을 사용할 줄 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돌도 없고 불도 없다.

구석기 시대 극초기로 회귀한 거 같다.


나는 눈을 감았다.

깜깜했다.

마치 내 미래처럼.


“손님, 대접한다.”

“여기 앉아라.”

에렉투스는 나를 풀이 무성한 곳에 앉혔다.

나름 상석이었다.

주위에 이렇게 풀이 무성한 곳은 없었다.


툭.

자리에 앉고 얼마지나지 않아 고기 하나를 내 앞에 놓았다.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근육은 사후경직인지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이제 막 도축을 끝낸 생고기.

고기는 깔끔하게 썰린게 아니었다.

어떻게 뜯어왔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먹어라.”

에렉투스가 무심하게 말했다.

나는 생고기를 들었다.

하지만 손은 고기를 들고 멈췄다.

손은 입으로 향할 생각을 안했다.

주위엔 에렉투스들이 모여들어있었다.

나를 주위로 동그랗게 둘러싼 8명의 에렉투스.

부담스러워서 고기를 안먹는게 아니다.

못먹겠다.


나는 스테이크를 먹을때는 무조건 ‘미디움 웰던’ 이다.

레어에 도전해봤지만 너무 비렸다.

씹을때마다 피가 입안에서 팡팡 터졌다.

그런 나에게 생고기는 무리였다.

손에는 점점 피가 고여갔다.


“손님. 귀한거다.”

내가 머뭇거리고 있으니 에렉투스가 말했다.

그래 고기 귀하겠지.

근데 도무지 입안에 넣을 자신이 없다.

주위의 에렉투스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왜인지 얼굴에 점점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인상이 날가로워져갔다.


호롤롤롤롤롤로!!!

그때 한 에렉투스가 울부짖었다.

내 고개는 자연스럽게 돌아가 울부짖은 에렉투스를 봤다.

무엇이 그렇게 화났는지 얼굴이 제법 무서웠다.


호롤롤롤로!!

호롤롤롤롤롤로!!!

한 명의 에렉투스가 울부짖자 여기 저기서 터져나왔다.

주위에는 ‘호롤로’로 도배가 되었다.

그래 먹는다 먹어.

나는 입으로 생고기를 가져갔다.

두 손은 떨렸고 입도 떨렸다.


물컹.

식감은 형편없었다.

그리고 에렉투스들의 울부짖음이 멈췄다.

주위의 에렉투스가 조용해진걸 확인하고 입안에 넣은 고기를 씹었다.

입 안에서 피가 팡팡 터진다.

레어와 비교할 수 도 없을만큼 팡팡 터졌다.


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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