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로 회귀한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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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휘찬
작품등록일 :
2023.12.11 06:12
최근연재일 :
2023.12.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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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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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불맛이다.

DUMMY

맛있다.

입안에서 터지는 피는 비리지 않고 고소했다.

고기는 씹으면 씹을수록 담백했다.

나는 다시 고기를 한 입 베어먹었다.

고기 특유의 누린내는 나지 않았다.

나는 손에 든 고기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손 안에 있는 고기를 다 먹었다.

훌륭한 고기다.

나는 최고라는 뜻으로 엄지를 곧게 펴 에렉투스들에게 보였다.


호롤롤롤롤롤로!

갑자기 인상을 쓰며 여기저기서 다시 ‘호롤로’로 도배가 되었다.

나는 황급히 엄지를 숨겼다.

내가 한 행동은 엄지를 든 것 뿐이었다.


“손님. 무례하다.”

“방금··· 방금 뭐한거냐!!”

에렉투스들은 부르르 떨었다.

나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퍼졌다.

어느 나라에는 엄지를 드는것이 욕이라고 한다.

나는 그게 여기인줄 몰랐지.


“미안···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라.”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사과 했다.

에렉투스들은 사과를 받아주기는 했지만 표정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다사다난하다.

내가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


나는 누워서 별을 바라보고 있다.

내 자리는 고기를 먹던 곳이다.

무성한 풀이 자란곳.

무례함을 용서해줬고 상석도 빼앗지 않았다.


에렉투스들은 차디찬 흙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추위에 몸을 바들바들 떨고있다.

이들은 아직 불을 모른다.

나는 고민했다.

내가 이들에게 불을 알려줘도 될까.

에렉투스 스스로 불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은 고민을 낳았다.


종말의 씨앗이 없는 시점이면···

종말도 없지 않을까?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저히 잠에 들 수 없다.


나는 자리를 옮겼다.

내가 움직이는 소리에도 에렉투스들은 잘 잤다.

나는 강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강물은 달빛을 반사시켜 제법 이뻤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많은 고민들이 있었지만 강물에 하나, 둘 빠트리며 지워나갔다.

지금 하는 고민중 대부분은 내가 손 쓸 수 없는 고민이었기에.

그렇게 지우고 지워나가다 보니 머릿속이 가벼워졌다.


꾸아아아아악!!!

등 뒤에서 새가 울부짖었다.

타이밍이 적절했다.

고민도 다 털어냈고 상념도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새를 마주했다.

새는 컸다.

너무 단순한 표현일 수 있는데 딱히 그것말고는 표현이 어렵다.

그리고 못날 것 같다.

몸에 비해 날개가 무척이나 작았다.

날지 못하는 새.


바스락, 바스락.

새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타난건 에렉투스였다.

아마 새의 울부짖음을 듣고 나타난것 같다.

마침 관객도 나타났다.

굳이 힘을 숨길 생각은 없다.

새를 제압하고 에렉투스에게 내 힘을 각인시키고 나를 따르게 한다.

생각을 끝 낸 나는 새를 향해 몸을 날렸다.


츠팟.

허벅지에서 부터 종아리 그리고 발 끝까지 힘이 들어갔다.

빠른속도로 새와 간격이 좁아졌다.

오른손을 뒤로 쭉 뻗었다.

손에는 칼이 들려있지 않았지만 찌르기는 칼이나 주먹질 이나 동작이 비슷하다.

수 십만번, 수 백만번 반복한 동작.

어깨에서 시작된 근육의 움직임은 삼두와 이두를 타고 전완근을 지나쳐 손 끝으로 모아졌다.

찌르기 동작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푹.

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새를 바라봤다.

새는 매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부리가 벌어지면서 굉음을 냈다.


꾸아아아아아아악!

새는 튼실한 다리로 나를 걷어찼다.

간발의 차로 막아냈지만 충격으로 뒤로 물러났다.

자의가 아닌 타의.

회귀 전의 몸이 아닌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몸은 상태가 심각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막아낸 팔이 빨갛게 물들었다.

에렉투스들이 보고있다.

이렇게 물러서면 안된다.

힘을 보이고 나를 따르게 해야한다.


호롤롤롤롤롤로!!!

에렉투스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위험해 보였나 보다.

나는 팔을 늘어 뜨렸다.

계획이 무슨 소용인가.

다 망했다.


새는 에렉투스들의 등장으로 도망갔다.

남은건 빨갛게 부어버린 두 팔을 가진 나뿐이다.

이러면 내가 진 거 같잖아···

에렉투스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손님 괜찮나?”

“혼자서 못잡는다. 멍청하다.”

한 명당 한 번씩만 말했지만 여덟번의 걱정과 잔소리를 들었다.

제법 기분이 좋았다.

걱정을 받아본건 오랜만이다.

회귀 전에는 모두가 나를 믿고 의지했다.

걱정을 받는 입장이 아닌 걱정을 들어주는 입장이었다.

나의 걱정은.

항상 혼자서 이겨냈고 외로워했고 울분을 터트렸다.

그런 내게 지금의 걱정과 잔소리는 달콤했다.


에렉투스들은 내가 무사함을 확인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나도 자리에 누웠다.

여전히 별은 빛나고 있었고 머리는 개운했다.

더이상 쓸모없는 걱정이 머릿속을 어지럽히지 않았다.

이제는 목표가 고민의 자리를 대신했다.

걱정을 받는것도 좋지만 역시 걱정을 들어주는편이 더 좋다.

‘다시 강해지자!’


***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주위의 에렉투스들은 여전히 잠을 자고 있다.

나는 온 몸의 근육을 늘리면서 스트레칭을 했다.

아직 어스름한 새벽.

나의 체력단련이 시작되었다.


탓. 탓. 탓.

나는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은 체력이다.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높이 올라갈 수 있다.


“손님 배꺼진다. 그만해라.”

어느덧 일어난 에렉투스 한 명이 나한테 말했다.

이들은 단련이라는 개념을 모를것이다.

달리면서 나는 하나의 생각에 이르렀다.

혼자서는 종말을 이기지 못한다.

결국 다 같이 강해져야 한다.

에렉투스들도 단련시켜야 했다.


나는 사람을 가르쳐본적이 없다.

내가 강해지는게 먼저였기에 주위를 둘러보지 않았다.

지난생에 나와 같은 전사가 한 명만 더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나는 혼자 일어난 에렉투스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가르치는것도 제법 재밌을꺼 같다.

굴리다보면 강해지겠지.


어느덧 해가 떠오르며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에렉투스들도 하나, 둘 일어나더니 어느덧 모두 일어나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아직 달리고 있다.


“손님 미친건가?”

“모른다. 계속 달리고 있다.”

“쫓기지도 않는데 왜 뛰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발을 멈추지 않았다.

구경하던 에렉투스들이 모두 없어지고서야 뛰기를 멈췄다.

심장이 터질듯 했지만 상쾌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에렉투스들이 모여서 수근거리길래 가까이 다가갔다.

“오늘은 포루스라코스 사냥이다!”

“포루스라코스가 뭔데?”

“손님. 무식하다 그러니까 어제 진거다.”

“...”

다시 말하지만 나는 지지 않았다.

새가 도망가는 바람에 진 거 처럼 보인거다.

여튼 어제 내가 상대하던 새의 이름이 포루스라코스 인가보다.

나는 어제의 복수를 다짐했다.


“포루스라코스는 어디 있지?”

“모른다. 가다보면 만나겠지.”

“....”

계속 할 말이 없어진다.

계획도 없고 생각도 없다.

어떻게 멸종을 안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 손님 자기소개 해라.”

대화의 흐름을 종잡을 수 없다.

일단 하라니까 한다.

안그러면 또 ‘호롤로’로 도배가 될 것 같다.


“안녕하세요. 저는 강휘동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름이 그게 뭐냐. 크크큭”

“우! 우! 우! 우!”

대충 환영해 주는 분위기 속에서 이름가지고 놀렸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들의 이름을 들은적이 없다.


“너는 이름이 뭔데?”

“나는 잉엥웅이다.”

“...”

잉씨 인가?

이름도 정상적이지 않다.

무사히 자기소개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출발한다.”

모든 에렉투스가 일어났다.

이들은 아직 정착생활이 뭔지 모른다.

모두가 같이 움직인다.

그렇게 무작정 걷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


얼마나 걸었는지 해는 어느덧 지고 있었다.

“어디까지 가?”

“오늘은 여기서 잔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어제는 강이라도 있었지만 오늘은 상황이 더 안좋다.

에렉투스들은 익숙한지 그냥 자리에 누웠다.

얼른 저 우두머리를 제끼고 자리를 차지해야겠다.

이렇게 살다가는 진짜 멸종엔딩이다.


꾸아아아아아아악!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제와 똑같은 울음소리가 났다.

그렇게 찾고 헤매던 포루스라코스였다.

나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뛰었다.

어제는 방심했지만 오늘은 아니다.


도착한 곳에는 포루스라코스 한 마리가 있었다.

뒤에서 에렉투스들도 달려오고 있다.

지금 몸 상태로 정면승부는 불가능 하다는걸 어제 싸움으로 알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경험이 있고 기술이 있다.

‘끽해봐야 큰 치킨이지.’

에렉투스들이 모이기 전 나는 포루스라코스에게 달려갔다.

잘 보아라 이것이 너희들이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의 힘이다.


나는 빠르게 달려가 포루스라코스의 등에 메달렸다.

포루스라코스는 등에 갑자기 무게감이 느껴져 놀랐는지 저항이 심했다.

윽. 끅.

등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두 손은 포루스라코스의 목으로 가져갔다.

백초크.

많은 시행착오를 끝내고 완성된 현대의 기술.

두 손은 점점 포루스라코스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꾸아아악···악···악···

포루스라코스는 울부짖으려 했지만 목이 조여왔다.

기술이 제대로 들어갔다.

이제는 버티기만 하면 된다.

멀리서는 에렉투스들이 나와 포루스라코스의 싸움을 관전하고 있다.

어제의 굴욕을 씻는다.


끄···끄윽···

포루스라코스는 괴로운지 입에서 끅끅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심하던 저항도 점점 잦아들었다.


쿵!

포루스라코스의 큰 몸이 땅으로 쓰러졌다.

방심하면 안된다.

목을 감싸고 있는 나는 느낄 수 있다.

아직 살아있다.


“해··· 해치웠나?”

멀리서 에렉투스 한 명이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저새끼가 플래그를···’

예나 지금이나 입이 문제다.


꿈틀.

포루스라코스는 플래그에 힘입어 다시 저항하기 시작했다.

두 손에 점점 힘이 빠져나가는걸 느꼈다.

하지만 다잡은 고기에 에렉투스들이 밥숟가락 얻지는건 싫었다.

혼자서 잡아야한다.

저들에게 나의 힘을 보여주고 우두머리에 선다.


두 팔이 점점 저려오기 시작한다.

근육이 살려달라고 비명지른다.

그럼에도 나는 손을 놓을 수 없다.

정말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진짜 해치웠나?”

망할 에렉투스의 입을 꿰매 버리고 싶다.

하지만 이번 플래그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진짜 해치웠다.

포루스라코스의 부리에서 혀가 튀어나왔다.

나는 저린 팔을 풀면서 일어섰다.


쓰러진 포루스라코스의 주위로 에렉투스들이 모여들었다.

“휘동. 대단하다.”

“혼자 잡는거 처음본다.”

나에대해 칭찬 하면서도 이들의 눈은 포루스라코스에게 고정되었다.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반짝이면서 빛났다.


“먹고싶나?”

“그렇다!”

“먹고싶다!”

“먹어도 되나?”

나의 한 마디에 주위는 소란스러워 졌다.

에렉투스의 눈이 초롱하게 빛났다.

대접받았으면 대접해주는게 예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렉투스들은 포루스라코스에게 달려들었다.

이들도 깃털은 먹지 않는지 깃털을 뜯어내고 있었다.

여덟명의 에렉투스가 깃털을 뽑으니 포루스라코스는 금방 백숙이 되었다.

손질을 마친 에렉투스들은 먹으려고 달려들다가 잠깐 멈칫했다.


잉엥웅은 에렉투스를 멈추었다.

그리고 자신의 송곳니를 이용해 고기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너덜하게 찢겨진 고기 한덩이를 나에게 가져왔다.

“먼저 먹어라.”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은 너무 고마운데 고기를 저렇게 뜯어서 줄 지 몰랐다.

가만 생각해보면 어제의 고기도 너덜했다.


에렉투스들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한 입 먹어야 먹을 것 같다.

위기의 순간이다.

나는 머리를 쥐어짜냈다.


“내가 더 맛있게 먹게 해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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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석기로 회귀한 사피엔스 23.12.11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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