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파티만 던전에서 무한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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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3.21 08:05
최근연재일 :
2024.03.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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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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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탕과 열탕 사이

DUMMY

 - 이 자식, 이분이 누구신줄 아느냐!


 두 떨거지 중 메이스를 든 쪽이 고함쳤다. 초면부터 반말이네 이 자식.


 “누구긴, 위대하신 히스 경이라고 방금 말했잖아. 다시 말해줘? 4층에서 사슬낫의 제니에게 사망하신 히스 경의 부하님?”

 -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이번에는 창을 든 쪽이 성큼 나선다.


 “아, 이런 패턴 이제 좀 지겹네. 누군줄 아냐느니 어느 안전이라느니. 아주 안전 지킴이들이 따로 없어요. 너네, 노가다 판에 가면 관리자들이 좋아하겠다.”


 무슨 말인지 몰라 녀석들이 어리둥절해할 때.


 - 그만, 물러들서라.


 히스가 손을 들어 막아선다.


 - 배짱이 꽤 좋은 놈이군. 그래, 얼마냐?

 “뭐?”

 - 그 볼품없는 팬케이크 쪼가리 말이다. 하나 줘 봐. 네 배짱을 봐서 적선해주마.


 이럴 땐 보통 ‘네 용기에 경의를 보내며’ 식으로 말하지 않나? ‘적선’이라고?

 심호흡을 한다. 일단 참아보자.


 - 남작님, 천한 음식 드셨다 탈나실까 걱정됩니다.

 - 이봐, 만들 거면 정성을 다해 만들도록. 밀가루는 어디 걸 쓰느냐? 우리 남작님은 저택에서 <탈리아>산 밀가루만 드셨으니 알아 두어라.


 바드하에게 물어보고 싶다. 던전 안에서 PK 벌여도 되는지.


 “당신들한테는···.”

 - 네 고갱님! 여기 드리겠습니당!


 진상들을 내쫓으려는데 끼어드는 바드하. 어째서? 아무리 포인트를 벌 수 있다지만 이딴 놈들한테 팔기엔 밀이 아깝거늘.


 - 이게 누구야. 던전 안내원 아가씨 아닌가? 왜 이런 곳에서 이러고 있어? 어쨌든 여자는 역시 고분고분한 맛이 있어야지~

 

 그녀를 알아보고 집적거리는 메이스잡이. 바드하는 싱긋 웃고 있을 뿐이다. 


 - 팬케이크 얼른 줘 보쇼. 남작님 드리게.

 “아니, 바드하 양. 이런 자들한테는···.”

 - 계산 먼저 도와드릴게영~ 팬케이크 한 조각에 20 골드랍니당!


 그녀를 말리려다 말고 멈칫. 거, 가격이 좀 이상한데요? 그새 던전에 인플레이션이 왔나.


 - 뭐라고? 20 골드라니? 이봐, 이거 아까 얼마에 먹었어?


 놀란 창잡이는 근처의 등반가에게 묻는다. 


 - 뭐? 20 실버? 어이, 아가씨. 농담 작작해. 갑자기 100배로 올려받는 게 어딨나.


 이때까지 봐왔던 바드하는, 돈으로는 결코 농담하지 않는다. 큭큭거리는 소리가 나서 봤더니 루나가 웃다가 사레들린 모양.


 - 다른 분들께는 20 실버였는데영~ 히스 경과 두 분 가신한테만 특별가로 20 골드가 됐답니당.

 - 뭐, 뭐라고?!


 메이스잡이가 삶은 돼지머리같은 얼굴을 들이밀지만, 바드하는 새벽 바다처럼 맑은 눈으로 바라볼뿐.


 - 그렇게 고귀하신 분이 드신다는뎅~ 20실버짜리 싸구려를 드려서야 되겠어영? 20골드짜리는 금빛 버프도 들어간답니당.


 금팔찌 하나를 찰랑거리는 바드하. 금빛으로 빛나는 밝은 눈의 광인.


 - 아무리 그래도 이런 개먹이에 20 골드를 내라니 말이 되냐!


 바드하에게 팬케이크를 내던지는 창잡이. 이 새끼가?

 그녀는 평온을 잃지 않았지만, 나는 그러지 못 했다.


 “개먹이? 네 주인에게 먹일 음식이 개먹이라면, 네 주인은 개냐?”

 - 푸하하하하!

 - 아유~ 파티장님 말 잘했수. 히스 경이 아니라 히스 견이 돼버렸슈. 푸훕.


 루나의 폭소를 시작으로 울리는 웃음벨.


 - 그만!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노호성. 목청 한번 크네.

 히스는 빨간 망토를 휘두르며 보무당당하게 나선다.


 - 바드하 양, 부하들의 무례를 사과하죠.

 - 던전 관리자를 폭행한 걸 ‘무례’라고 퉁치시다니영~ 


 움찔하는 히스. 나이스 바드하!

 그녀는 방금 스스로를 안내원이 아니라 ‘관리자’라고 말했다. 전에 분명 그렇게 말했지. 안내원도 말단이나마 관리자의 일원이라고. 한마디로 자신에게 권위를 부여한 것이다.


 - 팬케이크, 20 골드라고 했던가?


 품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는 히스. 50이라고 적혀있다.


 - 사과의 의미로 좀 더 챙겨 드리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던전 관리자에 대한 손찌검은 그만큼 뒷탈이 큰 거겠지. 그러니 저렇게 돈으로 무마하려는 거고. 바드하, 안 받을 거지?


 - 와, 뇌물이당!


 자연스럽게 동전을 받는 바드하. ···어?


 - 근뎅~ 재판소에 갈 수도 있는 일을 고작 30으로 덮으시려고용? 


 바드하는 동전으로 옷에 묻은 시럽을 닦아낸 뒤 돌려준다. 그렇지, 내 파티원은 이래야지!


 “세탁비도 추가해야겠는데?”

 

 나는 그녀를 거들어준다. 물론, 돈을 뜯어내려는 건 아니다. 놈이 얼마를 내든 바드하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확신하니까.


 - 아 맞당. 세탁비도 추가 되셨습니당 히스 경~

 - ···얼마면 되지?


 눈썹이 꿈틀거리는 히스놈. 


 - 이건 <말리아>산 고급 원단이니깡~ 일억 골드 되겠습니당! 


 그을린 얼굴이 시뻘개지는 걸 보니 재밌네.


 - <하이스트 던전> 관리 규칙 제 10조 4항, 던전 관리자는 등반자에게 대가성 뇌물을 받아선 아니 된다. 뇌물을 받은 정황이 드러날 경우, 그 뇌물의 10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징수한다. 또한 던전내 각종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관리자를 매수하거나 이를 시도한 등반자에겐, 뇌물의 1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징수한다. 


 규칙을 말할 땐 말투가 싹 바뀌고 웃음기가 사라지는 바드하. 히스는 이를 꽉 깨물고 있다.


 - 30 골드의 10배니까 300 골드 되겠네영! 옷값 일억 골드보단 싸니까 벌금으로 떼우는 게 어떠실까영?


 다시 방긋 웃는 바드하의 명언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쳐버렸다.

 그때 내 손을 낚아채는 히스.


 - 너, 아까부터 자꾸 깐족거리는데 그쯤 해둬라.


 손목을 잡는 힘이 장난아니다. 카인 왕국의 왕족은 다 초인이라더니, 무식한 놈이 혈통빨로 힘만 좋네. 


 - 음···.


 우직.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극심한 통증이 밀려온다.

 우직한 우리 파티원들은 모두 일어났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파티장끼리의 일이니 내가 매듭지어야지.


 - 그래, 저 괴상한 과자는 또 얼마 짜리냐? 하나 줘 봐.


 바우날이 만들던 달고나를 가리키는 놈. 히스 경인지 히오스인지는 모르겠고 이 새끼 건들거리는 꼴을 더 이상 못 보겠다.


 “아, 달고나 말이지?”


 나는 자유로운 손으로 국자를 집어든다.


 “특별히 하나 서비스로 줄게.”


 - 크아악!


 놈은 내 손을 놔준다. 끓어오르던 달고나 반죽을 손등에 부어버렸으니 당연하지만.


 “아차차, 갓 만든 거라 좀 뜨거울 텐데. 후~ 불어먹어.”


 똘마니 둘이 몰려든다.


 - 이 자식!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 - 손모가지째로 박살내주마!


 우리 파티원들도 우르르 몰려 나온다.


 “오늘 영업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손님들.”


 테이블 주변에 있던 등반가들은 물러선다. 3:5의 형국이 됐다.


 - 드워프, 엘프 거기서 뭐하나?! 어서 우리를 돕지 않고!


 메이스잡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 내가? 너희를 도와? 왜?

 - 거절한다.


  프자 돌림 여인네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곤란해진 놈들은 우리를 노려보기만 할뿐.


  “이봐, 이쯤 했으니 그만하지? 피차 등반중이지 않나.”

  - 뭐라?!


  나는 손목을 이리저리 만져본다. 누를 때마다 통증이 극심한 걸 보니 부러진 게 확실.


  “비긴 셈 치자고. 나는 손목 다쳤고, 그쪽은 손등이 흑설탕후루가 됐으니까.”

  

  내 비유를 이해하지 못 한 히스 놈. 그저 손등을 붙잡고 있는대로 표정을 찌푸릴 뿐이다.

  통쾌하지만 걱정도 된다. 저놈은 고작 화상이지만 나는 손목이 나갔으니. 


  - 흥, 비겼다고? 착각하지마라.


  찡그린 얼굴 그대로 썩소를 짓는 히스 놈. 


  - 흐읍!


  놈이 힘을 주더니 손등에 엉겨있던 달고나 반죽이 튕겨나갔다. 흉측하게 짓물러있던 환부엔 새살이 돋는다.


  ‘아니?’


  힘만 센 줄 알았더니 힐링 팩터도 있네. 사기 아니냐 저런 건?


  - 잘 됐네영~ 자가 치유되셨으니 우리 파티장님 치료비만 청구하면 되겠당.


  주눅들지 않고 조롱하는 바드하. 멘탈 한번 튼튼하구만.


  - 파티장, 명령을 내려다오! 다시 붙지 못 하도록 저 놈의 머리를 바수어버리겠다!

  - 동감이우. 내 저 인간놈 대갈통을 꼭 박살내주겠수.

  - 저놈들의 무례함은 도를 넘더군. 무뢰배를 보고 지나치는 건 무림인의 도가 아니오.


 든든하게 나서주는 파티원들. 이게 애니속 장면이라면 ‘모두들···.’이라고 말하며 감동하고 싶다.


 - ···이동한다. 


 이를 빠드득거리더니 물러나는 히스놈. 옆을 지나가다 멈춰 선다.


 - 너, 이름이 뭐랬지? 네 세계에선 뭐하던 놈이냐?

 “아아, 사람들은 나를 ‘여 주임님’이라고 부르지.”


 이름 말해줘봤자 이상하게 부를 게 뻔하지. 대충 둘러댔는데 놈은 놀란 눈치다.


 - 주임? 그건 뭐지? 작위인가?

 “별 건 아냐. 내 자리는 이 탑보다 높은 건물에 있고, 부하들이 매달 몇 백명씩 들어오는 게 다야.”


 거짓말은 안 했다. 우리 회사 사옥은 고층 빌딩이고, 내 주업무는 알바 관리고, 그 알바들은 매달 추노와 입사를 반복하니까.


 - 뭣이? 하이스트 던전보다 높은···? 마탑이라도 되는 거냐? 게다가 매달 몇 백명씩이라니. 네놈, 꼴에 제법 큰 영지 관리인이라도 되는 모양이군.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다시 말하지만 거짓말은 안 했다. 거짓말은 큰 죄악이라고 어릴 때부터 수녀님께 배웠지.


 - ···하지만 이 던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다. 

 “그래. 또 봅시다 히스 경. 아, 4층에서 사슬낫의 제니 만나는 거 조심하고.”


 놈의 양쪽 볼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니 손목의 통증이 씻겨나가는 듯하다.


 - 햄벅, 이거 한 모금 마시게. 차도가 있을 거야.


 루나는 내게 웬 약병을 내신다. 포션인가?


 - 미안하게 됐어. 저런 쓰레기 자식이라도 일단은 파티장이니 어쩔 수 없군.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고맙습니다 루나. 갈리아드의 용기가 당신을 지켜주기를.”


 드워프 식 인사를 하니 씩 웃으며 떠난 루나.

 그 다음으로 걸어나온 건 앙헬라.


 - ···부러졌나.


 내 손목을 지긋이 바라보곤


 - 미안하군. 인간들의 일은 관망하는 입장이라.


 시선을 맞추며 사과하는 그녀. 얼음 공주 타입인줄 알았더니 선뜻 사과를?!


 “아니, 괜찮습니다. 놈들을 돕지 않은 것만 해도 고맙죠.”

 - 파티원들을 위해 나서는 용단 그리고 분함을 제쳐두고 물러서는 결단에 감탄했다.


 이거, 그렇게 칭찬해주니 쑥스럽구만.


 - 이것은 그대의 용기에 대한 응원이다.


 갑자기 내 손을 감싸쥐는 그녀.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엇···?”


 푸른 빛과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블루라이트였네.


 ‘통증이···가라 앉았어.’


 뼈가 맞춰진 건 아니지만 아픔이 싹 가셨다. 냉찜질 같은 건가?


 - 그럼, 다음에.


 시선을 정면으로 돌려 걸어나가는 엘프. 

 그녀가 내 손목에 둘러준 냉기는 차가우면서도, 맥박을 간직했다.


<17화 - 냉탕과 열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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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재회 24.03.26 22 0 10쪽
17 강화는 신중히 24.03.26 23 0 10쪽
» 냉탕과 열탕 사이 24.03.25 29 0 11쪽
15 평판의 중요성 24.03.22 40 0 11쪽
14 칙칙한 초콜릿보다는 24.03.22 35 1 10쪽
13 뼈는 잘 발라먹자 24.03.22 39 1 10쪽
12 원딜의 민족 24.03.22 36 1 11쪽
11 듀얼! 24.03.22 46 1 11쪽
10 내분 24.03.22 41 1 10쪽
9 던전 안내자가 힘을 숨김 24.03.21 49 1 10쪽
8 가챠 시간 24.03.21 52 1 10쪽
7 반전 24.03.21 47 1 10쪽
6 나이는 숫자일뿐 그런데 그 숫자가 ㅈㄴ 큰 24.03.21 54 1 12쪽
5 검은 막 24.03.21 56 1 13쪽
4 자 연습해 볼까요, 행복 24.03.21 69 1 14쪽
3 행복할 수 없는 남자 24.03.21 90 1 12쪽
2 이세K 푸드 체험 24.03.21 118 1 11쪽
1 전투 시작 24.03.21 22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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