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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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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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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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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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대족장의 막내아들.

DUMMY

회복한 늙은 오크는 수 시간만에 항아리를 네개나 만들었다.


“제가 원한 모양 그대로예요.”


확실한건 구운 뒤 상태를 봐야겠지만.

적어도 모양은 완벽하다.


“와츠가 돌아오기만 하면..”


대장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지만..


하지만 이 항아리를 구울 만한 장소가 그곳 밖에 없다는 것 정도는 확실하지.


“얼마나 만들면 될까?”

“오늘은 이만하고 쉬시죠.”


치료가 됐다고는 하나 그는 노쇠한 오크.

이미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와츠가 와야 구울 수 있으니 천천히 하셔도 돼요.”


한시름 덜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잠깐 나 좀 보지.”


처음보는 얼굴의 오크가 다가왔다.


“네, 무슨 일이죠?”

“나는 무라그라고 한다. 위대한 대족장 베루그님의 막내아들이지.”

“근데요?”


이번 리자드맨과의 전투에 새로 합류한 녀석이다.

갑작스러운 신분 자랑에 어이가 없지만..


“그간 네가 이곳의 음식을 책임지고 있었다고?”

“책임졌다기 보단 여력이 될 때. 1-2끼니 정도는 대접한거죠.”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더군. 이 무라그가 먹기에도 제법 나쁘지 않더군.”


평생 생식이나 했으니 당연한거지.

어딘가 모르게 거들먹 거리며 평가하는 듯한 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맛있게 드셨다니 감사하네요.”

“그런데 그 음식들이 우리 병사들의 질병을 치료하기까지 했다지?”

“예,뭐.”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전염병 치료제는 어디서 구했고?”

“···”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망설였다.


“왜 대답하지 못하지?”

“글쎄요.. 그저 제 능력이랄까요?”


애초에 이런 요리들을 먹어본 적이 없는 오크들이니 적당히 둘러대곤 했다.


“어떻게 그런 능력이 생겼지?”

“이곳에 오면서 갑작스레 생겼습니다. 요리는 제가 살던 세상에서 익힌 기술이구요.”

“갑작스레 생겼다라.. 설명할 수 없단거군?”


놈의 표정엔 의심이 가득했다.


“해야하나요?”

“뭐?”

“설명 말입니다. 당신네 병사들을 치료해준 것이 문제라도 있나요?”

“리자드맨이 아닌 네놈이 이 전염병을 퍼뜨린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드레이니에 있던 병사들은 누구도 전염병에 걸리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날 의심하는 이유가 뭘까.


“애초에 네가 퍼뜨린 병에 대한 치료제가 있던거지. 그걸 음식에 타서 먹인거고. 먹기 전인 우리는 병에 걸렸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세계에도 MBTI가 있다면 상상력이 풍부한 이 녀석은 ‘N’이 분명하다.


“그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종족에게 의뢰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

“아니면 인간이란 족속들이 우리 제국을 앗아가기 위해 수를 쓰고 있을지 모르지.”

“걱정이 많으시네요.”

“신중한 것이지.”


그저 대족장의 겁 많은 막내아들로 보일 뿐이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이미 우르그카 족장님과 야그나르는 너를 신뢰하고 있는 모양이더군.”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말아라. 우리 병사들에게 음식 주는 것을 불허한다.”

“예? 안돼요.”


그럴 순 없다.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늙은 오크만은 3일간 죽을 먹여야 한다.

안 그럼 드레이니가 물바다가 될 텐데···


“역시! 뭔가 노리고 있는 것이 있구나.”

“아뇨, 전 여기에서 마음껏 요리를 즐기고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즐거울 뿐이예요.”

“거짓말 마라! 네 검은 속내가 훤히 보인다.”


크룰크보다 더 한 놈이 나타났다.

하필이면 대족장의 아들이란 놈이 이렇다면.. 꽤나 골치 아프겠군.


“알겠습니다. 앞으로 병사들에게 음식을 제공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대신 저기에 옹기를 만드는 늙은 오크와 볼모로 잡혀있는 드워프 녀석에게는 제 마음대로 해도 되겠습니까?”

“그 정도는 내 신경쓰지 않으마.”

“알겠습니다.”


이미 드레이니 내 오크들은 내 음식에 길들여졌다.

한달 넘는 시간동안 내 음식을 먹어 온 오크들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며칠 참는게 고작일거다.


“그럼 전 이만.”

“내가 쭉 지켜볼 것이다.”


오로지 전투와 전쟁에 미친 세계라지만···

전염병 치료해 준 은혜도 모르는 저 오크놈이 대족장이 될 수 있을지.


“저도 지켜보도록 하죠.”

“뭐?! 뭐라고? 거기 서봐!”


더 이상 들어줄 이야기는 없다.

무라그의 외침을 무시하고 돌아온 집에는 보르쿨과 디루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분 여기서 뭐해요?”

“저녁식사 준비하실 것 같아서 도우러 왔네.”

“돌아가셔야할 것 같아요.”

“음식을 준비하지 않는겐가?”


돌아가란 말에 두 오크가 꽤나 실망한 눈치다.


“무라그라고 하던가. 그 오크가 더 이상 드레이니 병사들에게 음식을 나눠주지 말라더라구요.”

“뭐?! 무라그 그자가?”

“예.”

“하아.. 하필 골치 아픈 녀석이 와버려서는..”


디루그가 무라그에 대해 설명했다.


“대족장도 골치 썩는 아들놈이야. 다른 아들이 전부 죽고 남은 게 하필 그 놈 하나라니.”

“대족장의 아들이어도 오크들 중엔 전투력이 가장 중요한거 아니예요?”

“전투력이 강한게 더 문제야.”

“아..”


야그나르와 비교하면 항상 서열 아래에 있지만, 무라그도 전사 서열 중 꽤나 높은 편이란다.


“대족장 아들에 전투력도 좋으면..”

“드레이니에서 녀석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오크는 많지 않아.”

“두 분께 죄송하네요.. 당분간 음식을 해드리진 못할 것 같아요.”

“우린 괜찮네.”


디루그가 위로해줬지만 보르쿨의 표정은 달랐다.


“그럼 우리한테 요리를 알려주게. 음식을 해주진 않더라도 알려주는건 괜찮은 것 아닌가?”

“그래! 틀린 말은 아니구만!”


보르쿨의 제안에 디루그도 맞장구를 쳤다.


“우리가 도울 것이 있다면 뭐든 얘기하게!”

“그럼 밥하는 건 배웠으니 반찬을 만들어볼까요?”


***


“내가 저 소를 잡으면 아다만티움 캘 시간은 약속하게!”

“얼마든지.”


와츠는 보란듯이 소를 잡아 크룰크란 놈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생각이다.


‘망치 하나만 있었어도.’


야생의 소는 생각보다 거칠고 빠르다.


뛰어서 쫓아갈 수 없는 상대지만···


망치로 머리를 후려치거나 던져서 맞추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지준우가 그러더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우라고 말이야! 이 지팡이로 두들겨 패주마!”


소는 사방에서 쫓는 오크들을 피해 와츠에게 달려갔다.


“오크는 무섭고 이 와츠님은 무시하는게냐! 좋다 덤벼라!”


소의 머리 위 둔탁해보이는 두개의 뿔이 와츠에 닿는 순간.


콰드득-!


뿔과 나무지팡이 두개가 맞닿았고.

와츠는 두 발을 지면에 안정적으로 지지하고 소와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이 소는 내가 잡는다! 너희는 구경이나 하고 있으라고!”


와츠가 다가오는 오크들에게 소리쳤다.


“드워프의 힘을 보여주마! 으아아!”

“우음머-! 푸우-!”


흥분한 소가 엄청난 콧김을 뿜어내며 밀어붙였다.


지직···지지직..


짧게 부러뜨린 나무지팡이가 소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질 듯 소리를 내었다.


‘망할 오크놈들.. 내 무기만 있었어도.’


짜증이 한가득이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투둑-!


“에잇!”


와츠는 손에 쥔 나무지팡이를 재빨리 놓아버리고 동시에 소의 양 뿔을 쥐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준우 덕에 회복한 손은 훨씬 더 강한 힘을 쓸 수 있게 됐다.


“으아아!!”

“저 드워프 제법인데?”

“그러게 말이야.”


보통 무리지어 다니는 소들이 최근 한마리도 보기 힘든데.


와츠가 상대하고 있는 소는 오크 두마리를 합친 것보다 거대한 놈이다.


“저걸 견디네요.”

“그러게 잡을 준비하자. 드워프놈이 쓰러지고 나면 소도 꽤나 기력이 쇠하겠어.”


크룰크와 오크들은 재밌는 구경거리 마냥 그들을 둘러싸고 기다렸다.


“어이! 드워프. 시간이 많지않다. 이만 포기하지 그래.”

“닥쳐!”


도발에 역정을 내는 와츠를 보곤 크룰크는 그를 인정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다른 드워프들과 다르게 귀여운 구석이 있군.”

“으아아!!”

“움머..?!”


화가 난 와츠가 순간적으로 온 힘을 쥐어짜는 듯 하더니


투둑-!


빠각!


“부..부러졌어!”

“아냐 아예 뽑힌거라고!”


그 거대한 소의 뿔이 통째로 뽑혀버렸다.


“우···으.웅.”


뿔과 함께 와츠의 손이 떨어지자.

깜짝 놀란 소가 힘 없이 몇 발자국 걷는가 싶더니.


쿵.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어···? 내가.. 이 정도였나..?”


소를 쓰러뜨린 와츠 자신도 당황스러웠다.


“지준우.. 아니 산삼..덕분이군!!”


손이 치료 됐기에 전보다 훨씬 힘을 잘 쓸 수 있었다.


그건 대장간에서도 충분히 느꼈지만..


“분명히 달라..”


확실히 강해졌다.


뿔을 부러뜨린다는 마음으로 하긴 했지만..


매번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이걸 해내네.”

“드워프 녀석 제법 힘이 좋구나.”

“그러게..내..내가 뭐라했나. 흠흠!”


크룰크의 인정에 와츠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야그나르 일행이 돌아오기 전까지 광물이란것 채취하는 걸 허하도록 하지. 자! 나머지는 소를 챙겨라.”

“예.”


크룰크는 와츠와 함께 저 앞에 언덕으로 향했다.


***


보르쿨과 디루그의 요리실력은 형편없다.


죽에 소금간조차 맞추지 못한다.


“간이 제일 중요하기도하고 쉬운 게 아니니까 괜찮아요. 야채 손질부터 알려드릴게요.”


밭에서 캐 온 야채들 저마다의 손질법을 하나씩 선보이고 따라하도록 했다.


“껍질은 이렇게 벗기시고. 뿌리는 잘라내요.”


탁탁탁탁-!


손질한 야채들을 원하는 크기대로 써는 것 하나만큼은 두 오크가 꽤나 잘해줬다.


“그래도 칼질은 많이 늘었네요.”

“자네한테 배우다보니 그렇게 된 거지.”


이게 다 채칼의 효과였다.


[ 채칼 사용 시간당 모든 날붙이에 대한 숙련도가 1만큼 상승합니다. ]

[ 숙련도 13 ]

[ 숙련도 11 ]


보르쿨의 숙련도가 13.

디루그가 11이다.


채칼 뿐 아니라 그들 손에 비해 작은 쉐프나이프 사용도 익숙해보였다.


“맞아요. 주방에서는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는 것도 한 몫 하니까 앞으로도 잘 봐두세요.”

“이제 뭘하면 될까.”

“단단한 것부터 솥에 넣고 기름에 볶아요.”


옆에서 늙은 오크용 죽을 쑤는 동안 두 오크는 지시에 따라 곰고기 야채볶음을 만들었다.


“밥은 할 줄 아시죠?”

“밥은 내가 짓도록 하지!”


두 오크가 밥과 반찬을 만들었다.


“지금 뭐하는거요! 나와 약속하지 않았나! 오크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지 않겠다고.”


무라그가 찾아왔다.


“약속했죠.”

“내 거처까지 냄새가 진동을 해서 왔더니 또 이 짓을 하고 있었구만!”

“제가 만드는건 늙은 오크꺼예요.”

“그럼 이건 대체 뭐란 말인가!”


무라그가 역정을 내자 야채를 볶고 있던 보르쿨이 나섰다.


“저희가 먹고 남는건 희망자에 한해서 나눠 먹을겁니다.”

“뭐?! 누구 마음대로.”

“야그나르가 말했습니다. 자신이 없을 때 저희 둘은 여기 영웅님이 대리라고 말이죠.”

“뭐?! 야그나르 그 놈이···”


야그나르란 이름에 무라그도 잠시 주춤했다.


“그래도 용납할 수 없다. 이놈이 무언가 꾸미고 있을지 몰라.”

“저희를 믿지 못하신다면.. 야그나르님도 믿지 못하시는게 될텐데..”

“뭐···뭣..?!”


보르쿨은 야그나르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를 자극했다.


“걱정마세요 무라그씨. 야그나르가 돌아와도 음식은 주지 않을테니까요.”


당황한 무라그에게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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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구세주 등장 24.05.24 64 4 11쪽
41 새로운 종족 24.05.23 56 3 11쪽
40 맹독버섯의 위험성 24.05.22 61 4 11쪽
39 우유 먹으면 튼튼해져. 24.05.21 57 5 10쪽
38 사냥의 전리품 24.05.20 75 5 11쪽
37 곰 사냥꾼. 24.05.19 90 5 12쪽
36 숲은 내게 정육점일 뿐. 24.05.18 95 6 12쪽
35 걸작의 오류. 24.05.17 96 7 11쪽
34 이게 속세의 맛이다(1) +3 24.05.16 119 9 11쪽
33 이게 속세의 맛이다. 24.05.15 125 6 11쪽
32 음식 취향이 안 맞아. 24.05.14 134 7 11쪽
31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1) 24.05.13 143 5 11쪽
30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 24.05.12 139 5 11쪽
» 대족장의 막내아들. +1 24.05.11 144 8 12쪽
28 늙은오크 회춘하다(1) 24.05.10 165 10 11쪽
27 늙은 오크 회춘하다. +1 24.05.09 163 9 11쪽
26 늙은 오크의 고충. 24.05.08 166 9 12쪽
25 요리보조 오크1,2,3. +1 24.05.07 179 10 11쪽
24 쌀밥이 최고야. 24.05.06 192 11 11쪽
23 고추 먹으니 쌀밥이 땡겨. +1 24.05.05 196 10 12쪽
22 오크에게 고추먹이기. 24.05.05 194 9 11쪽
21 요리하는 오크. 24.05.04 209 12 12쪽
20 최초의 S급도구. 24.05.04 213 13 12쪽
19 전염병에 걸린 오크들. 24.05.03 21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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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드워프와의 대결 24.05.01 240 12 11쪽
16 한국에서 온 요리술사. 24.04.30 24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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