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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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14 12:08
최근연재일 :
2024.05.2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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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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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오크 회춘하다.

DUMMY

노화나 치아상실은 몰라도 소화불량,기력상실은 좋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뱉으라니까요?!”

“그허기엔..(그러기엔) 마히써(맛있어)”


동생 같았으면 뒤통수를 쳤을거다.


“하.. 맛있게 만든 내 탓이지. 일단 드시고 좀 괜찮으면 항아리 부탁드릴게요.”


아직 음식을 다 먹지 않았다.

다 먹고나면 치료가 될지 모르니..


안되더라도 다음 식사를 준비해야한다.


‘나의 후각과 항아리를 위해.’


군데군데 치아가 없는 오크에겐 뜨거운 음식도 식혀주게 생겼다.


“아예 찬 음식을 주면..?”


머리가 띵할지언정 화상을 입을 걱정은 없겠지.


석빙고를 지었다지만, 드레이니에서 찬 음식은 귀하다.


“아니 있기는 한가?”


드레이니는 커녕 한국 밖으로만 나가도 찬 음식이 그리 많지않다.

물이나 커피조차 아이스를 좋아하는 한국인 특이지.


“나야 좋지만.. 오크들도 냉면 좋아하나?”


이가 안좋은 어르신들은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것 둘다 힘들어 하신다.


지금까지 반응을 보면 오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으아!! 도대체 뭘 먹여야 해.”


차라리 영양사라도 있었으면..


메뉴 개발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맞춤메뉴 선정은 더 어렵다.


“준우 무슨 일 있나?”


고민에 빠진 내게 보르쿨이 다가왔다.


“오늘부터 3일간 옹기장인 오크에게 총 9끼를 먹여야하는데..”

“왜? 옹기가 필요해서?”

“응.”

“그 노인이 그런 부탁을 하던가?”

“그건 아니고..”


부탁도 안했는데 왜 그런걸로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단 보르쿨.


“이도 많이 없어서 너무 뜨겁거나 찬 것도 안되고, 소화도 잘 되어야하는 걸 아직도 여덟끼나 먹여야 해..”

“같은 메뉴로 주면 되지 않나?”

“응?”

“꼭 매번 같은 메뉴로 줘야하는건가?”

“그렇다기보단..”


식당에서야 매번 손님이 바뀌니 정해진 메뉴로 나갈 수 있지만.


이곳에서 먹일 인원은 고정.


“지겨워서 먹겠어..?”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자네가 오기 전엔 우린 그저 다른 고기를 먹을 뿐. 항상 고기나 야채 생식을 했네. 그 편이 편하고 익숙하지.”


틀린 말이 아니다.

조리법도 없고 야채 외엔 재료도 한정적인 이 곳에서 그들이 먹는건 매번 거기서 거기.


“잘 먹는 한가지 메뉴면 된다 이거지..?”

“그렇지. 거기다 맛있으면 3일이 아니고 1년을 먹겠다고 할 걸세.”

“고마워요 보르쿨!”


메뉴선정은 여전히 어렵다.

하나만.. 제발 하나만 그가 잘 먹어준다면.


“어? 크룰크씨 어디가요.”

“준우, 오늘은 별 다른 음식 준비가 없다하지 않았나? 내가 없어도 충분한 걸로 들었는데.”

“아.. 뭐 그냥 궁금해서요.”

“사냥 나간다네. 야그나르도 함께 갈 걸세.”

“가능하면 소 좀 잡아다 주세요..”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소가 보인다면 잡아 올 오크들이지만..


오크영감이 좋아하는 메뉴라니 얘기라도 해봐야 했다.


“안 그래도 오늘 가는 곳이 숲을 지나면 나오는 조르데 초원일세.”

“거기 소가 있나요?”

“발견 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주 서식지가 그곳이지.”

“감사해요.”

“잠..깐!”


사냥나가는 오크들을 향해 와츠가 뛰어왔다.


“나도 데려가줘.”

“뭐지? 네가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건 허락되지 않는다.”

“도망 안 갈테니 부탁해.”

“사냥이라도 할 생각인거냐?”

“조르데 초원 그 근처에 아다만티움이 있다고 들었다.”


야그나르와 와츠가 무기 30개에 대한 약속.


와츠의 조건 중 하나가 드레이니의 어떠한 광물이든 허락하는 것이었다.


“약속하지 않았나?”

“하아··· 무기를 제외한 장비를 챙겨와라.”

“고맙네.”

“야야 와츠! 항아리는? 만들어오면 구워주기로 했잖아.”

“다녀와서 구워줄테니 걱정말아라.”


차마 말릴 수 없다.

애초에 영감이 항아리를 만들어줘야 굽는 것도 가능하니까.


와츠가 사냥조와 함께 떠나고 돌아온 집.


보르쿨과 디루그는 메주용 새끼를 꼬고 있다.


“볏짚 삼겹살.. 맛있겠다.”


맛있는 메뉴는 수도없이 머리를 스쳤지만 대부분 소화가 쉽지 않다.


“일단 우리 밥 부터 해먹을까요.”


보조들이 새끼를 꼬는 동안.

삼겹살을 손질해 석쇠에 구울 준비를 마쳤다.


“준우 그건 필요 없는건가?”

“필요 없다기보단.. 이걸로 고기 구우려구요?”

“평소랑은 다른데?”

“기다려보세요.”


넘쳐나는 볏짚을 태워 석쇠에 낀 삼겹살을 강한 불에서 짧게 구워냈다.


“불 타는 냄새가 좋구만.”

“고기 냄새는 더 좋을 거예요.”


겉이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에선 육즙이 흘러내렸다.


“윤기가 좔좔 나는구만. 이제 밥 먹을 준비할까?”

“아뇨,아직 안 익었어요.”


볏짚의 센불로는 초벌 했을 뿐.


드디어 와츠에게 솥뚜껑을 받았다.

화로의 숯을 정리하는동안 보조들은 시선집중이었다.


“고기가 다 식겠군.”

“여기 다시 구울 거예요.”

“뚜껑에다 말인가?”

“네.”


정리된 숯 가운데로 솥뚜껑을 뒤집어 달구었다.


“뒤집기만 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고기 불판이 되었군. 으허허!”

“마늘 먹을래요?”

“자네가 주는 것이라면..뭐든!”

“원래 오크는 마늘을 싫어하지만 자네가 주는거라면 다 먹을 수 있네.”


고추와는 다르지만 마늘도 매운맛이 강하다.


“걱정마요 맵지 않게 해줄테니까.”


뭐든 받아먹겠지만, 매운걸로 괴롭힐 생각은 없다.


치이익-!


볏짚에 초벌한 삼겹살을 솥뚜껑 가장자리에 길게 올렸다.


고기는 화력 좋은 화로에서 빠르게 익어갔고.


“마늘 투하!”


뚜껑 중앙으로 모인 기름에 수십개의 마늘을 집어넣었다.


커다란 마늘 빛이 살짝 노릇해질 때 쯤 건져냈다.


“꺼내고 나니까 색이 더 진해지는걸?”

“맞아요. 그래서 생각보다 덜 익었다 싶을 때 꺼내는 게 좋아요. 오늘 키포인트를 보여드리죠.”

“응? 그건 그냥 풀 아닌가? 지푸라기 마르지 않은 것 같은데?”


벼와는 전혀 다르게 생겼지만, 푸르고 긴 줄기가 오크에겐 비슷해 보이는 모양.


“완전 다른 거예요. 제가 온 곳에서는 미나리라고 불러요.”


삼겹살이 거의 익어갈 때쯤 미나리를 가득 집어 고기 위에 올렸다.


“우왁! 이거 냄새를 도저히 참을 수 없구만.”


보르쿨은 세 사람의 밥그릇을 준비했고, 디루그는 일전에 만들어 둔 무생채와 갈색빛으로 변한 고사리를 가져왔다.


“이걸 뭐라고 했더라? 밑반찬?”

“맞아요. 무생채는 그대로 먹고 고사리도 구워먹죠.”


고사리를 올리기 전.

먹기 좋은 크기로 삼겹살을 잘라 옆면까지 노릇하게 구워 오크들 그릇에 담고 숨이 죽은 미나리를 올렸다.


“마늘도 드세요.”


돼지기름에 튀겨 따로 담아둔 마늘까지.


“고사리도 구울게요.”


화로 앞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먹었다.


일한 뒤 먹는 고기는 언제나 옳다.


“전부 다 향이 장난 아니구만. 미나리? 이건 씹는 맛도 좋은데?”

“고사리도 익어가니까 같이 드셔보세요.”

“아냐 보르쿨. 아무리 향이 좋아도 이 고기만하지 못해. 지금껏 먹어본 고기 중 최고의 향이군!”


얼마만에 먹는 솥뚜껑 삼겹살인지.

이것도 다수 일 때는 불가능하다.


오크들은 고기나 야채들을 다 태워먹겠지.


“다음엔 내가 구워봐도 될까?”

“보르쿨씨가요?”

“응, 나도 다른 오크나 준우 자네에게 고기를 대접해보고 싶어서 말이야.”

“좋아요. 다음에 구울 땐 봐드릴게요.”

“고맙네.”


맛있는 식사에 잠깐 늙은 오크에 대한 고민은 잠시 접어뒀다.


“고기만 먹어도 향이 끝내주는구만.”

“그러니까 저 마른 볏짚에 구우면 이런 향이 난다 이거지?”

“네, 괜찮죠?”


모든 오크가 함께하는 자리가 아니다 보니 두 오크는 고기를 천천히 음미했다.


“이게 무슨 냄새인가!”

“우리도.. 줄 수 없나.”


문제는··· 이렇게 좋은 냄새에 파리가 꼬이지 않을리 없다는 것.


“죄송해요.. 오늘은 더 준비하질 못했어요.”

“나도 준우 보조를 할 걸 그랬어..”

“그러게. 저 모지리들도 먹는걸..”


주위 오크들이 군침을 흘리며 두 보조를 노려봤다.


“저기요! 죄송한데 자리 비켜주시겠어요?”


모두 같은 오크지만, 두 보조는 이제 내 사람.

아니, 내 오크들이다.


호통에 오크들이 발길을 돌렸지만..

여전히 뒤를 보며 걸음을 떼지 못했다.


‘야그나르가 말했으면 바로 떠났겠지..’


오크의 영웅이란 소리를 듣고 있지만 오크들이 단번에 말을 듣지 않는다.


“너무 뭐라고 하지말게. 먹고 있는 우리도 멈출 수가 없는데 저들은 오죽할까.”

“그래,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굽는 법을 배우겠다는거지.”

“두분은 괜찮아요?”

“우리는 드레이니 전사 중 최약체에 속하네.. 어쩔 수 없이 자네 보조가 되었지만 모두가 부러워하지 않나? 기분 최고라네.”


마을에서 무시하는 오크 둘이었다.

오직 야그나르 부자와 크룰크만이 그들을 똑같이 대했는데..


하필 사냥에 나간시간이라 그런거지.


“요리사에 대한 인식과 권위가 필요하겠어.”


한국에서도 하지 못한 일이다.

한국 요식업계는 썩을대로 썩었다.


과도한 업무와 노동시간에 비해 엄청난 박봉.

밖에선 알아주지 않지만, 주방에서는 서열이 확실하고 권위에 찌든 선배들이 그득하다.


“다 똑같이 고생하는 마당에 내리갈굼은 또 어떻고..”


자신보다 실력좋은 후배는 아니꼽고 그저 학연,지연,혈연 등을 이용해 꽂아주거나 힘든 일을 제외해주곤 했다.


“두 오크분의 요리실력을 키워줄게요.”

“우리를?”

“전투에서 활약하지 못하더라도 누구도 무시할 수 없게. 주방도 전장이거든요.”


식사를 끝내고 바로 쌀부터 씻었다.


“이렇게 깨끗한 물로 세번정도 씻어주면 돼요.”


쌀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씻는 방법만 알려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대로 불려두었다가 냄비에 물을 이 정도 담고..”


밥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두 오크가 저마다 냄비에 쌀과 물을 적당량 담고 냄비밥을 시도했다.


“하핫, 디루그씨 밥은 물이 좀 많았네요. 완전 죽이 됐어요. 죽.”

“죽? 그게 뭐지?”

“물을 많이 넣고 끓이면 부드러워지거든요. 내용물을 뭘 넣느냐에 따라 다른 죽이 돼요.”

“부드러운 밥 같은거군. 맛있겠는데?”

“어..?”


쌀이 잔뜩 생겼는데, 왜 생각 못했을까.


이가 안좋고 소화 안되는 어른에게 이보다 좋은 메뉴가 있을까?


“디루그씨 함박용 고기 남은 것 좀 가져다 주시겠어요?”

“그러지.”


곱게 다진 고기를 조금 전 먹었던 삼겹살 기름에 살살 볶았다.


“잘 됐어요. 밥은 두분 가져가 드시고 저는 죽 좀 끓일게요.”


불려둔 쌀 일부를 냄비에 넣어 고기와 함께 볶았다.


챠악-! 챠악-!


나무 주걱이 지나갈 때마다 기름과 섞인 쌀알들이 비명을 지르는 듯 했다.


“이건 밥 하는거랑은 다른데?”

“좀 전에 얘기한 죽이란 거예요. 디루그씨 샘물 좀 떠다 주세요.”

“어어..!”


담백한 곰고기가 익고 쌀알에 완벽하게 기름 코팅이 완려되었을 때.


촤아악-!


샘물을 부었다.


기름이 뜨긴 하지만 이게 없으면 오크들은 맛이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오크는 알면 알 수록 어린 아이를 키우는 기분이다.


띵-


[ ‘오크의 샘물’이 죽의 풍미를 상승시킵니다. ]

[ 음식의 취식 효과가 증대됩니다. ]


“응? 갑자기?”


그간 국이든 밥이든 뭘 해도 딱히 샘물의 효과는 없었다.

근데 왜 죽에만 반응하는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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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맹독버섯의 위험성 24.05.22 61 4 11쪽
39 우유 먹으면 튼튼해져. 24.05.21 57 5 10쪽
38 사냥의 전리품 24.05.20 74 5 11쪽
37 곰 사냥꾼. 24.05.19 89 5 12쪽
36 숲은 내게 정육점일 뿐. 24.05.18 94 6 12쪽
35 걸작의 오류. 24.05.17 96 7 11쪽
34 이게 속세의 맛이다(1) +3 24.05.16 118 9 11쪽
33 이게 속세의 맛이다. 24.05.15 125 6 11쪽
32 음식 취향이 안 맞아. 24.05.14 134 7 11쪽
31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1) 24.05.13 143 5 11쪽
30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 24.05.12 139 5 11쪽
29 대족장의 막내아들. +1 24.05.11 143 8 12쪽
28 늙은오크 회춘하다(1) 24.05.10 164 10 11쪽
» 늙은 오크 회춘하다. +1 24.05.09 163 9 11쪽
26 늙은 오크의 고충. 24.05.08 166 9 12쪽
25 요리보조 오크1,2,3. +1 24.05.07 179 10 11쪽
24 쌀밥이 최고야. 24.05.06 192 11 11쪽
23 고추 먹으니 쌀밥이 땡겨. +1 24.05.05 196 10 12쪽
22 오크에게 고추먹이기. 24.05.05 194 9 11쪽
21 요리하는 오크. 24.05.04 209 12 12쪽
20 최초의 S급도구. 24.05.04 213 13 12쪽
19 전염병에 걸린 오크들. 24.05.03 215 13 12쪽
18 드워프가 좋아하는 음료. 24.05.02 223 13 12쪽
17 드워프와의 대결 24.05.01 239 12 11쪽
16 한국에서 온 요리술사. 24.04.30 24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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