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14 12:08
최근연재일 :
2024.05.24 08:25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8,828
추천수 :
436
글자수 :
220,232

작성
24.05.17 08:25
조회
95
추천
7
글자
11쪽

걸작의 오류.

DUMMY

모두가 저녁을 먹을 때.

무라그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도 말리지 않았던 이유.


‘이럴 줄 알았어.’


고집이 있긴 하지만, 모든 오크가 비슷했다.


“안 먹어 본 놈은 있어도 한번만 먹은 놈은 없거든.”

“그래..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야.”


부탁하고 있지만, 무라그는 이런 제 모습이 부끄러운 듯 나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다른 녀석들에겐 꼭 비밀로 해주게.”

“내가 왜?”

“대족장의 아들로서 위치와 체면을 생각해서···”


그걸 말한게 아니다.


“아니 내가 왜 너한테 음식을 해줘야하냐고.”

“···”


무라그는 머리를 한대 맞은 듯 정지됐고..

몇 초나 지나서야 겨우 입을 뗐다..


“그.. 이유는 없지만.. 해주면 안되겠나? 내가 뭘 해주면 될까? 원하는게 있나?”


족장님이나 야그나르는 완전히 내 편이 되었다.

‘오크족의 영웅’의 호칭을 얻는 것은 그 둘을 믿기로 했다.


“네가 해줄 수 있는게 있을까?”

“···흥! 됐다 역시 인간놈에게 뭔가를 바란 내가 잘못이지.”


말과 달리 무라그는 쉽게 방에서 나가지 못했고.


“그래?”


무라그 대신 나가 화로 앞에 섰다.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말이 다 안 끝났는데 이게 무슨 태도지? 인간은 다 이런 식인가?”

“포기한거 아니었어? 나 야식 좀 해먹으려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인벤토리에서 밀가루를 꺼내 반죽했다.


짧은 숙성시간동안 비빔칼국수 양념을 만들고 냄비에 물을 끓였다.


“우삼겹 얇게 썰어둔게 있을건데.”


내가 먹고싶어 쟁여둔 약간의 우삼겹을 꺼내 달궈진 철판에 달달 볶았다.


탁탁탁탁!!


잠시 숙성시킨 칼국수 면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팔팔 끓는 물에 삶고.


“상추랑~ 깻잎에다 양파는 채 썰어 물에 담그고.”


잘 익은 면을 건져 찬물에 헹궜다.

미리 만들어둔 양념에 손으로 박박 섞어 무치는 동안.


“꿀꺽.”


처음엔 화를 내던 무라그가 어느새 조리과정에 몰입해 침 삼키는 소리만 들렸다.


손으로 거칠게 뜯은 상추와 채썬 깻잎,양파를 올린 뒤.


휘리릭-!


참기름을 뿌려 마무리했다.


“꿀꺽..다 된건가?”

“응? 너 아직 안갔어? 후루룩-!”


자존심 강한 무라그 앞에서 야식먹방을 시작했다.


입맛 돋우는 새콤한 고추장양념 칼국수면에 미칠듯이 고소한 우삼겹 한점을 싸서 입 안 가득 넣었다.


후루룩-!


“내..내것이 아니었나?”

“응?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나도 요리를 해주면 얻는게 있어야지.”

“대체 원하는게 뭐냔 말이다!! 영웅대접도 요리를 해주는 것도 모두 다 허락할테니 부디..!”


두가지 모두 드레이니에선 이미 받고있는 것들.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네가 가진게 뭐가 있는데?”

“오크 대족장의 아들인 이 무라그가.. 가지지 못한 것이 없···”

“그거 밖에 없잖아. 대족장의 아들 타이틀.”


지금껏 본 모습이 그랬다.


“···”


묵직한 팩폭 한방에 무라그가 침묵했지만..

다문 입 밖으로 침은 흘러나왔다.


“다른 오크들은 네게 뭘 해준거지?”

“적어도 방해는 하지 않았지. 너.처.럼.”

“그것도 사과하지..”


퀘스트가 있기에 어차피 이 녀석에게 밥 한끼는 해줄 생각이지만.

그 보상 외에도 얻을 수 있으면 좋잖아?


“그렇담 인간. 네가 원하는 것이 생겼을 때 부탁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주겠네.”

“무엇이든? 확실해?”

“그래.”

“근데 어쩌지? 음식이 내가 먹던 것 밖에 안남았는데.”

“그..그거라도 제발..주게!”


오크들은 아무래도 위생관념은 조금 떨어졌다.


그럼에도 나는 산삼과 고블린 독 이후로 면역력이 강해졌다.

전염병 따위에 걸렸을리는 없기에..


“그래 그럼 이거라도 먹어.”

“고..고맙네..!”


후두둑-!


무라그가 입을 열자 묽은 침 한바가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많은 오크들을 봤지만, 이 정도 많은 침을 흘린건 무라그가 처음이다.


“후루룩-!후룩-! 흩내주흐구한(끝내주는구만)!”


입에 면을 문 채로 무라그는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띵-


[ 무라그에게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

[ 보상으로 무라그의 선물이 주어집니다. ]


잔반으로 퀘스트를 완료했다.

인간을 거슬려하던 무라그마저 내 음식을 참지 못했다.


묘한 승리감이 들었다.


오크들은 이 세계에서 나의 즐거움이 되어준다.


음식이 맛있을 수록 시기 질투하고 실력보다 인지도가 우선시 되었던 한국.


‘다시는 가기 싫을 정도네.’


메세지가 사라지자 마자


툭.


무라그의 허리춤에서 웬 가죽 주머니 하나가 떨어졌다.


“무라그 이거 뭔지 봐도 돼?”

“후루룩-! 후룩!”


음식에 정신팔린 무라그는 주머니가 떨어진 것엔 관심도 없다.


주머니를 조심스레 열어 보자마자.


“무라그 나 이거 가져도 돼?”


욕심이 났다.


“후룩-! 후루룩-! 잘 먹었네! 드레이니에 있으면 이런 음식을 계속 먹을 수 있는가..”

“아니 무라그 나 이거 가져간다고.”

“참 깜빡할뻔 했군, 음식을 해준 댓가로 그것을 주려고 했는데.”

“안돼. 이건 별개고 다음에 내가 부탁하는거 뭐든 해주기로 했다?”

“알겠네. 대신 앞으로 나도 식사를 부탁해도 되겠나?”


칼국수 몇 입에 무라그의 태도가 유해졌다.

그리곤 머리 위 질병 메세지가 사라졌다.


“너 이제 어깨랑 손목 괜찮지?”

“뼈가 부러진 것이 그리 금방 나을리가..어..?!”


무라그가 이상함을 감지한 듯 다친 어깨와 손목을 돌렸다.


“어떻게..!”

“이게 내 능력이야. 이러니까 드레이니 전사들이 나를 원하는거라구.”

“대단하군.. 인간.”


진심으로 감탄했다.

더 이상 인간에 대한 경계를 하는 눈빛이 아니다.


“준우다 지준우. 이름으로 불러 임마.”

“아..알겠다 준우.”

“피곤하니까 그만 가봐.”


곰 사냥을 위해선 컨디션 관리를 해야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주머니를 확인했다.


“여기서 어떻게 이런걸 구한거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은 액체다.

고소한 향에 아주 새하얀···


“상하지도 않았어.”


그릇에 한 모금 덜어 마셔보고 확신했다.


무라그가 드레이니에 처음 온 것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석빙고도 오늘 처음 본 녀석이 우유를 며칠씩이나 보관했을리 없다.

특히나 드레이니의 뜨거운 날씨라면..


“몇 시간만에도 상해서 못 먹을 정도인데.”


가죽주머니를 잘 묶어 인벤토리에 넣고 잠에 들었다.


“준우, 사냥가야 할 시간이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문 밖에서 크룰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으응···”


간단한 채비를 마치고 곧장 대장간으로 향했다.


“어? 불이 켜져있네.”


치이익···


얼굴에 피로가 가득한 와츠는 뜨거운 불 앞에서 한껏 집중하고 있다.


“와츠..?”


대장간의 소음에 내 목소리도 듣지 못했고.


“와츠!!”

“아.. 지준우. 왔는가.”

“응, 내 나이프는 어딨어?”

“그게..”


대답이 단번에 나오질 않는다.


“왜 그래.. 불길하게.”

“미안하네.”


***


깡!깡깡!!


하루종일 망치를 두드렸다.


아다만티움을 얻고 처음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 지준우를 위한 나이프인데.


은인같은 녀석에게 최고의 상품을 주고 싶었다.


“왜 안되냔 말이다.”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날이 어떠한 다른 재질과도 섞이지 않았다.


“손잡이와 접합만 시키면 완성인 것을..”


망가질 가능성이 낮고 튼튼한 쇠로도 만들어보고.

일반 참나무로도 손잡이를 만들어봤다.


“와츠!!””

“아..지준우. 왔는가.”


아침에 사냥을 나간다던 지준우가 찾아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된 줄도 몰랐다.


“가볍고 튼튼한 흑단나무조차 아다만티움과 접합이 되질 않는다. 아다만티움이 거부하는 것 같달까..”


다른 금속이나 나무손잡이는 얼마 견디지 못하고 깨져버렸다.


“그래서.. 날은 완성 되어있는데도 쓸 수 없단거야?”

“사냥을 미룰 순 없겠나?”

“바로 출발하는건 아니니까 일단 다른 나이프라도 만들어주면 안될까? 금방 만들지?”


기존의 재료들로 질 좋은 나이프 하나쯤이야 금세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는다.


“미안하네.”

“아 왜!!”

“꼭 손잡이를 완성해서 자네에게..”

“대체.. 손잡이가 왜 안 붙는건데..”


지준우가 답답해하는 것만큼 나도 답답했다.


“그러니까 그게 아다만티움이 거부를..”

“그럼 손잡이도 아다만티움으로 하면 되잖아!”

“어..?”


생각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전설의 광물을 직접 다루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가공한 아다만티움을 직접 만지면 손에 통증이 느껴지네.”

“괜찮아, 그까짓 통증 참아볼테니까.”

“끄응.. 그런 커다란 부작용 있는 것을 내놓을 수 없어.”


생각 이상의 끔찍한 고통이었다.

채취 할 땐 순도 높은 아다만티움이 아니었다.


작업을 위해 아다만티움만을 제련해내고 그것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끔찍한 고통에 10분동안 기절했었네.”


두꺼운 작업용 장갑이 아니었다면 1시간은 일어나지 못했을거다.


“작업자체도 항상 단조 철집게를 사용해 잡았으니 가능한거라네.”

“그럼 나도 두꺼운 장갑을 끼고 쓰면 되지 않을까?”

“하아.. 요리할 때야 참아본다해도 사냥 중에 고통은 네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지준우.”


대장장이인 나보다 더한 고집이다.


“그래서 날은 어디있는데?”

“은혜를 갚기는 커녕 원수로 갚을 순 없지않나.”

“방법을 찾아볼테니까. 아다만티움으로 손잡이까지 완성해줄래?”

“끄응···”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면 어쩔 수 없다.


‘일단 만들어주자..’


은인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는 것이 미안하지만.

본인이 이토록 완강하니..


사냥 가기 전에 나이프를 잡고 끔찍한 고통을 맛보면 다른 나이프를 만들어달라고 하겠지.


“시작하지.”


깡-!까앙-!


밤새 작업한 탓에 잔뜩 지쳤지만.

이 아다만티움 다음 일반적인 나이프 하나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흐윽.. 커헉!”

“왜그래 와츠 괜찮아?”

“으음.. 연기를 너무 많이 마신 것 같군.. 좀 쉬어야겠어.”


아다만티움 나이프에 손잡이까지 완성하고나니.

더 이상 작업을 할 기력이 남지 않았다.


“응, 좀 쉬고있어.”


지준우의 부축을 받아 휴식용 의자에 앉았다.


“물건은 완벽하네.. 자네 마음대로 하게.”

“고마워 와츠.”


당장 잠들고 싶지만..

지준우가 쓰러지면 오크들에게 알려야한다.


‘하아.. 마지막 힘을 짜내야겠군.’


물에 식힌 나이프를 집게로 집어 깨끗한 천으로 닦아 건넸다.


“여기있네.”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 칠 지준우를 볼 자신이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척.


손 끝에 나이프를 건네받는 느낌이 느껴졌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나와 달리··· 주변이 고요했다.


“너무 훌륭한 나이프야..”

“지준우.. 너..너 괜찮은 것이냐?”


슬며시 눈을 뜨니 만족한 눈빛의 지준우가 나이프를 살폈다.


“응, 뭐 고통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무렇지 않은데?”

“커허..”


말도 안된다.

주인이라도 알아보는 것인가?

분명.. 아다만티움이 거부했는데···


“우유 때문이었네..”

“뭐?”

“우유를 먹어서 그렇다고.”


엄청난 고통에 정신이 나가버린 것인가..


“그게 무슨.. 우유먹은 고블린 키 크는 소리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알림. 공모전 이후 신작으로 돌아오겠습니다. 24.05.24 42 0 -
공지 연참공지. 05월05일 11시45분에 추가분이 업로드 됩니다. 24.05.03 19 0 -
공지 업로드 시간이 08:25분으로 변경 됩니다. 24.04.25 193 0 -
42 구세주 등장 24.05.24 64 4 11쪽
41 새로운 종족 24.05.23 56 3 11쪽
40 맹독버섯의 위험성 24.05.22 60 4 11쪽
39 우유 먹으면 튼튼해져. 24.05.21 56 5 10쪽
38 사냥의 전리품 24.05.20 74 5 11쪽
37 곰 사냥꾼. 24.05.19 88 5 12쪽
36 숲은 내게 정육점일 뿐. 24.05.18 94 6 12쪽
» 걸작의 오류. 24.05.17 96 7 11쪽
34 이게 속세의 맛이다(1) +3 24.05.16 118 9 11쪽
33 이게 속세의 맛이다. 24.05.15 124 6 11쪽
32 음식 취향이 안 맞아. 24.05.14 134 7 11쪽
31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1) 24.05.13 143 5 11쪽
30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 24.05.12 139 5 11쪽
29 대족장의 막내아들. +1 24.05.11 142 8 12쪽
28 늙은오크 회춘하다(1) 24.05.10 164 10 11쪽
27 늙은 오크 회춘하다. +1 24.05.09 162 9 11쪽
26 늙은 오크의 고충. 24.05.08 166 9 12쪽
25 요리보조 오크1,2,3. +1 24.05.07 179 10 11쪽
24 쌀밥이 최고야. 24.05.06 192 11 11쪽
23 고추 먹으니 쌀밥이 땡겨. +1 24.05.05 196 10 12쪽
22 오크에게 고추먹이기. 24.05.05 194 9 11쪽
21 요리하는 오크. 24.05.04 209 12 12쪽
20 최초의 S급도구. 24.05.04 213 13 12쪽
19 전염병에 걸린 오크들. 24.05.03 215 13 12쪽
18 드워프가 좋아하는 음료. 24.05.02 223 13 12쪽
17 드워프와의 대결 24.05.01 238 12 11쪽
16 한국에서 온 요리술사. 24.04.30 249 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