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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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14 12:08
최근연재일 :
2024.05.2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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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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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게 속세의 맛이다(1)

DUMMY

기존 드레이니 오크들은 한달 넘게 내 요리를 맛본 경험자들.


이미 내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는군 무라그. 준우 고기 양이 충분하겠나?”

“식사로 충분하진 않지만, 판단을 위해 한 점씩은 나눠줄 수 있을지도.”

“다들 들었나? 판단을 위해 시식하려는 자는 일렬로 줄을 서거라.”


보조들은 돼지고기를 추가로 가져와 숯과 함께 항아리를 채웠다.


“준우가 구운 고기는 어찌도 이리 고소하단 말인가.”

“이 아래 하얀 것은 빼고 먹어도 되나..?”

“아뇨 오늘 한입은 제가 드리는대로 드셔야해요.”


보조들과 야그나르,와츠,늙은 오크.

이들 외 오크는 쌀밥에 대한 경험이 없다.


먹어보고도 싫다는 음식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한번쯤 그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알겠네.”


준비한 양이 많지 않기에 모두에게 단 한 입만이 주어졌다.


갓 지은 흰 쌀밥 위로 쌈장을 올리고 그 위로 노릇하게 구워진 오겹살 한점을 올려 건네면 오크들은 한 입에 털어넣었다.


“으오오!! 힘이 나는구만!”

“역시 우리의 영웅! 팔꿈치 아프던 것이 싹 가시는구만!”


일렬로 선 오크들 머리 위엔 질병 메세지가 떠 있다.

요 며칠 오크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던 탓.


“인간! 나와 약속하지 않았나?! 다른 오크에겐 너의 음식을 나누지 않겠다고.”


오크들의 반응이 좋을수록 무라그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드레이니에서 야그나르의 말을 들어야하지 않을까 해서. 문제있어?”

“이이..”


화가 치밀었는지 무라그가 이를 꽉 물었다.


“마음에 안 들어?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당연히..!”

“죄송합니다 여러분. 대족장님의 막내아들이신 무라그님께서 제 음식을 오크분들께 제공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아직 맨 앞에 몇 오크들만 맛 봤을 뿐.

뒤로 늘어선 오크 줄은 한참 길었다.


“내가 다음 순서였는데..”

“안돼..! 안된다고..!”


먹지못한 오크들이 괴로워하던 그때.


“준우 두번째 고기 꺼내겠네.”


항아리에서 초벌된 고기들을 잘라 철판 위에 한번 더 구워내자.

향긋한 오겹살 냄새가 내 후각마저 자극했다.


오크들은 참을 수 없겠지.

무라그 뒤 쪽에 있던 추가병력들마저 스멀스멀 뒤로 줄을 섰다.


하지만


“무라그님께서 허락 하실 때까지는 저도 어쩔 수 없네요.. 너무 아쉬워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줄 선 오크들 모두가 무라그를 노려봤다.


“무라그.. 자네.. 대체 우리의 영웅에게 무슨 말을..”

“그게.. 족장님.. 그게 아니라.. 정체도 모를 인간이 만든 음식을 믿고 드신단 말입니까..”


줄 선 무리 중에 드레이니 족장 우르그카도 있었다.


“나도 그렇고 여기 크룰크도 처음엔 충분히 의심했네. 이미 이곳 모두가 준우를 좋아하고 있네.”

“족장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말리진 않겠습니다. 다만 돌아가는대로 아버지께 직접 보고하겠습니다.”

“대족장님께는 내가 잘 말씀드리지.”

“아뇨, 제가 보고 느낀 그대로 말씀드릴겁니다.”


잔뜩 화가 난 무라그는 그대로 물러났다.


“저렇게 먹고싶은걸 참네..”


무라그가 지난 길은 떨어진 침으로 바닥이 촉촉히 젖었다.


“준우 조금 더 먹을 순 없나?”

“오겹살은 떨어져서요. 여기 배추쌈하고 밥에 쌈장 발라서 드시고 계시면 다른 고기라도 구워드릴게요.”


이미 한입씩 맛 본 오크들은 입맛이 돌아 더 많은 음식을 원했다.


아삭-!

아삭아삭-!


여기저기서 알배추 씹는 소리가 들렸다.


“이 쌈장이란게 정말 끝내주는군.”

“맵긴한데 고통스러울 정도는 아니야.”

“그래서 더 고기가 땡기는구만.”

“이 노오란 이파리는 어찌나 단지 과일을 먹는 것 같네.”


다른 오크들도 야그나르나 보조들과 같은 반응이다.


“준우, 자네는 부디 드레이니를 떠나지말고 앞으로도 함께 해주게.”

“하지만.. 무라그가 저러는 것 처럼 대족장님이나 본토의 오크들이 저를 싫어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족장의 말에 걱정스러운 척 했지만..

큰 걱정은 없다.


“걱정말게. 대족장님은 내가 직접 설득하지.”

“감사해요.”


드레이니를 떠난다 해도 오크들의 건축방식도 알았고, 다수의 적만 아니라면 내 몸 하나 지킬 힘은 생겼다.


‘오크의 샘물’을 마실 수 없다는게 아쉽지만..

종자들도 챙겼고.


“자 고기는 많으니까 다들 많이 드세요.”


뒷다리살이나 그간 많이 먹지 않은 부위를 전부 볶았다.

당근이나 양파등 남은 야채들을 채 썰어 볶고 소금 후추로 간을 했다.


“마무리로..”


계란을 풀어 살짝만 익혀 쌀밥 위에 올려주니.


“일본식 덮밥 완성.”


일본식 간장이나 다른 소스는 없지만 고소한 기름에 간을 조금 세게 해준 것만으로 오크들에겐 훌륭한 식사다.


“날도 더운데 이거 먹고나면 기운들 날 거예요.”


더운데다 활동량도 많은 오크들에겐 적절한 나트륨 섭취가 필요하다.


역시나 모두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냈고.


“야그나르 나 사냥 좀 다녀왔으면 해.”

“준우 네가 직접?”

“응. 곰을 잡아보고싶어.”

“흠··· 알겠네.”


의외였다.

전투원이 아닌 내가 마을 밖에 나가는 것을 반대하던 야그나르였으니까.


“나가도 괜찮겠어?”

“대신 크룰크 자네도 함께 가게.”

“그렇게하지.


누가 같이 가든 상관없다.


“사냥은 내가 직접해도 되는거지?”

“말리지 않겠지만,위험한 상황엔 크룰크 자네가 도와주게.”


야그나르의 걱정섞인 말투에 크룰크가 웃어보였다.


“언제 출발할건가 준우.”

“오늘은 늦었고, 내일 아침 일찍 가시죠.”

“준비하도록 하지.”


띵-


[ 옹기장인 오크에게 3일간 총 9끼를 제공했습니다. ]

[ 후각이 10%만큼 회복 됩니다. ]


자리를 정리하는 사이.

후각이 회복됐다.


“어르신 소화는 잘 되세요?”

“이가 난 뒤로는 속이 너무 편하네. 뭐든 씹어먹을 수 있게됐어.”


하다하다 내 음식이 젊음까지 선사했다.

이건 치료를 넘어서서 신의 경지가 아닐까?


후각을 전부 되찾을 날이 머지 않았다.

벌써 40% 회복.


여전히 맛을 느끼는데 완벽하진 않지만.

고기굽는 냄새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게됐다.


“다들 고생했어요.”


보조들까지 모두 떠나고난 후에 곧장 대장간으로 향했다.


“와츠, 아직 일하고 있어?”

“자네가 부탁한 나이프를 만들고 있네.”

“혹시 그거 오늘안에 완성할 수 있을까?”

“당장은 사용하지 못할테고, 내일 오전 중에 마무리해서 주도록 하지.”


그간 와츠는 그 어떤 대장간보다도 빠른 작업속도를 보여줬다.

나이프도 완성 됐을 줄 알았는데..


“고마워! 기대할게!”

“얼마든지. 지준우 네가 써본 적 없는 최고의 나이프를 경험하게 해주지.”


와츠가 만들어냈던 물품 전부가 본 적 없는 최상품이었다.

조리용 나이프를 본 것은 다 망가진 내 셰프나이프가 유일하지만..


“잘 만들어주겠지..”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날 사냥을 위한 장비를 챙기고 잠에 들려던 그때.


똑똑-


“인간.. 거기 있나?”


누가 집에 찾아왔다.


“누구세요?”


익숙치 않은 목소리.

야그나르나 보조들은 아니다.


“나는 대족장의 아들이자..”


끼익-


또 저 긴 소개를 듣고싶지 않아 문을 열었다.


“들어와.”


하나뿐인 나무의자를 내주고 나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무슨 일인데?”

“내가 너란 인간과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어떤 대화를 하겠단거지?”

“너는 대체 왜 우리 오크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거지?”


이 밤에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진짜 그게 궁금해서 온 거야? 말하지 않았나?”


인근 숲에서 멧돼지에게 쫓기던 날 야그나르가 구해준 것부터.


드레이니에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또, 생식만하던 오크들에게 조리된 음식을 제공하는 즐거움이 큰 몫하고 있다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고작 그 이유가 다라고?”

“이렇게 잘 먹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요리사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너는 모르겠지.”

“이해할 수 없군.”

“이 밤에 그걸 물으러 온 네가 더 이해가 안가는걸?”


분명 다른 이유가..


꼬르륵-!


무라그 배에서 난 큰 울림이 드레이니 가장 큰 집안을 가득 채웠다.


“너 배고프구나?”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전장에 나서는 오크는 배고픔도 참을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래? 그럼 궁금증 해결 됐으면 이만 나가줄래? 내일 일찍 사냥을 가야돼서.”

“그러지..”


꼬르륵-


자리에서 일어나던 중에도 무라그의 배는 난리가 났다.


“안 나가고 뭐해?”


배를 부여잡은 무라그는 문 앞까지 가서 멈춰버렸다.


“호..혹시.. 남은 고기가 좀 있을까..?”

“보조친구들이나 야그나르한테 가면 석빙고로 안내해줄거야. 거기서 가져다 먹어.”

“석빙고..? 그게 무엇이지?”

“그렇게 얘기하면 알거야.”


방법을 알려줬음에도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른 녀석들 모르게 조금만 가져다 줄 수 없겠나..?”

“하아..”


겉으론 한숨을 내쉬었지만.


무라그가 이곳에 온 것만으로도 한 수 접은 것이다.


퀘스트를 해결하는 동시에 그의 약점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제 발로 찾아왔다.


“가자 석빙고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줄테니까.”


추가 병력들은 아직 모르는 곳이 많다.

가장 먼저 소개해줄 곳은 석빙고.


“대체 뭐하는 곳이지?”

“기다려봐 문 열어줄테니까.”


처음보는 오크들에겐 그저 돌과 흙을 발라놓은 무덤처럼 보일거다.


하지만..


커다란 돌 입구를 열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자.


“이런..비밀 공간이 있다니!”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무라그의 눈이 빛났다.


“들키기 싫으면 조용히하고 따라와.”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에도 무라그는 신기한 듯 좁은 돌벽을 이곳저곳 살폈다.


“으으.. 동굴처럼 찬 공기가 가득하군.”

“안으로 들어갈 수록 더 추울거야.”


계단을 전부 내려오자 무라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런 곳에 고기를 보관한다는 말인가?”

“저쪽 방으로 들어가면 고기들이 있어. 이곳에 보관하면 신선한 고기를 훨씬 오랫동안 먹을 수 있거든.”

“야그나르 녀석과 이 정도 차이가 난단 말인가···”


고기방에 잘 손질 된 고깃덩이들을 보던 무라그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무슨 소리야. 이 석빙고는 내가 설계해서 만든 건데?”

“뭐..뭣? 인간 주제에 이런 시설을?!”

“인간이니까 할 수 있는 설계야.”


여전히 타종족을 무시하는 무라그.


“인간의 능력에는 끝이 없거든?”

“네 힘을 과소평가한 것은 다시 한번 사과하도록 하지..”


꼬르륵-


“으윽..”


허기진 무라그는 이제 고통을 느끼는 듯 했다.


“도저히 안되겠군.”


무라그는 한쪽에 걸린 소고기 일부를 뜯어내 우적우적 씹었다.


“불쌍한 놈, 드레이니에서 생식밖에 안하는 건 너 밖에 없을거다.”

“으으.. 살 것 같군.”

“그래 그럼 적당히 먹고 가서 자라. 나 먼저 간다.”

“저..저기!”


석빙고 출구로 나가려는데 입 주변에 고기찌꺼기를 잔뜩 묻힌 무라그가 나를 불러세웠다.


“왜 또.”

“아까 만들었던 그 고기.. 나도 해줄 순 없을까..?”


한심하다는 듯 노려보자..


“아니면.. 저번에 그 야채를 바삭하게 만든 그것도 좋네만.. 사실 인간의 음식을 먹고나니..”


무라그가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였지만.


녀석의 말이 나올 때까지 대꾸해주지 않았다.


“이걸론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어. 밥 좀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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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새로운 종족 24.05.23 56 3 11쪽
40 맹독버섯의 위험성 24.05.22 61 4 11쪽
39 우유 먹으면 튼튼해져. 24.05.21 57 5 10쪽
38 사냥의 전리품 24.05.20 75 5 11쪽
37 곰 사냥꾼. 24.05.19 90 5 12쪽
36 숲은 내게 정육점일 뿐. 24.05.18 95 6 12쪽
35 걸작의 오류. 24.05.17 96 7 11쪽
» 이게 속세의 맛이다(1) +3 24.05.16 119 9 11쪽
33 이게 속세의 맛이다. 24.05.15 125 6 11쪽
32 음식 취향이 안 맞아. 24.05.14 134 7 11쪽
31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1) 24.05.13 143 5 11쪽
30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 24.05.12 139 5 11쪽
29 대족장의 막내아들. +1 24.05.11 143 8 12쪽
28 늙은오크 회춘하다(1) 24.05.10 165 10 11쪽
27 늙은 오크 회춘하다. +1 24.05.09 163 9 11쪽
26 늙은 오크의 고충. 24.05.08 166 9 12쪽
25 요리보조 오크1,2,3. +1 24.05.07 179 10 11쪽
24 쌀밥이 최고야. 24.05.06 192 11 11쪽
23 고추 먹으니 쌀밥이 땡겨. +1 24.05.05 196 10 12쪽
22 오크에게 고추먹이기. 24.05.05 194 9 11쪽
21 요리하는 오크. 24.05.04 209 12 12쪽
20 최초의 S급도구. 24.05.04 213 13 12쪽
19 전염병에 걸린 오크들. 24.05.03 215 13 12쪽
18 드워프가 좋아하는 음료. 24.05.02 223 13 12쪽
17 드워프와의 대결 24.05.01 239 12 11쪽
16 한국에서 온 요리술사. 24.04.30 24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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