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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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스삿
그림/삽화
승뻠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2
최근연재일 :
2024.05.17 19:0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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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1
글자수 :
43,359

작성
24.05.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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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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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목표

DUMMY

-츠파팟.


이른 새벽.

우리의 하루는 언제나 해가 뜨기전에 시작된다.


“막내··· 진짜 뭐하다 온놈이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연습 더미가 설치된 후 였다.

자는 얼른 시작하라는 듯 손짓을 했고, 그걸 본 우린 별 말 없이 어깨를 으쓱하곤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을 시작한지 몇 분.

더미가 망가져가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와 별개로 난 지금 내 실력이 맘에 들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느려진 속도와 위력.

나이치고는 나쁘지 않았지만 복수를 하려면 이것보다 더 빨리 성장해야했다.


“잘하는데 꼬마?”


조용히 지켜보던 자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난 손에 들린 나이프를 더욱 강하게 잡았다.

훈련 중 녀석의 칭찬은 일종의 신호.


-챙!


그녀가 휘두른 단검과 내 나이프가 부딪히며 날카로운 마찰음이 퍼져나갔다.


녀석의 칭찬은 곧 ‘어디 한 번 시험해 볼까’와 같은 맥락이었다.


“이걸 반응해?”

“...”


갑작스러운 자의 공격은 내가 아닌 다른 녀석들을 당황 시켰다.


진 저 녀석이 눈썹을 꿈틀거렸으니 말은 다한거나 다름 없었다.


“걱정하지마, 강하게 나갈거긴 해도 죽이진 않을거야.”

“네 알겠습니다.”


물론 녀석의 말이 틀린말은 아니다.

내 실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몸 어딘가에 커다란 흉터를 그려놓을 뿐이지 죽이는건 아니니까.


“그럼 간다?”


-챙!


연습을 멈춘 신과 술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응원의 시선을 보냈다.

말이나 큰 동작으로 응원했다간 자의 신경을 건들일 수 있으니 저게 녀석들이 내게 해주는 최선의 응원이었다.


“그렇게 방어만 하다간 찔린다?”

“큭.”


-카각.


녀석이 템포를 높히자 난이도가 배로 상승했다.

단도술의 기본이라 볼 수 있는 전진과 빈틈 체크.

별다른 잡기술 없이 그 두가지만 가지고 압박을 하는 자였지만 그녀의 검술은 가히 교과서 그 자체였다.


혹시나 버틸 수 있을거라 생각한건 오만이었나.

복부나 목등 급소만을 예리하게 들어오는 검격을 반박자 정도 늦게 수비하는 것이 내 최선이었다.


어떡하지.


치명상은 피했지만 팔에 상처가 늘어나고 있었다.

깊진 않았지만 움직이는데 충분히 방해가 되는 수준.

이러다간 별다른 반격도 못하고 끝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흠···.”


자가 갑작스레 움직임을 멈췄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몸동작.

숨을 고를 틈을 주는건지 더 기괴한 방식을 고안하려는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턱.


“자 공격해봐.”


갑자기 검을 내려놓은 녀석이 양팔을 벌렸다.

순식간에 눈에 들어오는 빈틈들.

어떤 반응을 기대하는걸까.

복잡해지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녀석과의 심리전은 이미 진 상태였다.


“갑니다.”

“와.”


지치기 시작한 몸뚱아리를 이끌고 녀석을 향해 돌진했다.

다섯 걸음이라는 짧은 거리.

안타깝게도 일반적인 방법으론 빈틈 투성이인 저 모습에 흠집 하나조차 낼 수 없을거다.

그렇지만.


“이런건 가능하겠지.”


-쇄액.


빠른속도로 내 손을 벗어난 나이프는 녀석의 목을 향해 제대로 날아갔다.

예상했다는 듯 무심하게 쳐낸 녀석.

방향을 잃은 나이프는 공중으로 튕겨올라갔다.


“후읍!”


내 공격 패턴을 읽고 있을거란건 예상했다.

그러니, 녀석이 떨어트려놓은 단검을 이용한다.


-툭.


발목을 노린 공격을 발을 살짝 들어올려 막았다.

구두굽에 정확히 박힌 칼날은 뒤로 당기는 것 만으로는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잡았다.”


내 패턴을 읽으라고 뻔한 행동을 했을 뿐이다.

녀석의 다리를 잡아 시선을 끈다.


“뭐하냐?”


그렇게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튕겨 올라갔던 나이프가 녀석의 머리 위로···.


“너무 뻔하잖아 이런 패턴은, 요즘은 웹툰에서도 이렇게 하면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욕먹는다고.”


나이프를 보지도 않고 잡아챘다고? 


“컥!”


가볍게 날 떨궈낸 자가 발을 뻗었다.

대못 수백개가 동시에 박힌 통증.

그녀의 발 끝이 정확히 간을 적중했다.

희미해지는 의식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자를 올려다 보았다.


“흠··· 이 정도 재능이면 수준급인데. 어떡한담···.”


뇌에 산소가 끊기는게 느껴졌다.

재수없이 쳐다보는 눈빛엔 연민이나 미안함따윈 없었다.


기대도 안했지만.


“그래, 결정했으. 한숨 푹자고 일어나 꼬마야.”


-뻐걱.




***




“으윽···.”


천천히 눈을 뜨자 어느새 하늘은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자 다시 밀려오는 통증이 지금까지의 일이 진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일어났냐 막내?”


땅에 앉은 채 밥을 먹고 있는 신이 내게 말을 건넸다.

자 녀석이 사다줬는지 바닥에 앉아있는 녀석들의 손에는 매혹적인 향의 컵라면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먹어, 젓가락은 수가 안맞아서 손으로 먹던가 그냥 들고 먹던가 해야해.”

“고마워.”


라면에 물을 넣으며 다른 녀석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나처럼 기절만 안했을 뿐 만만찮은 강도의 훈련이었음이 분명했다.

기억상 총기 관련 훈련시 직접적인 마찰은 최소 몇 개월 뒤에 시작한다.

하지만 상체 대부분을 붕대로 감은 진.

얼굴과 팔에 새로운 상처가 가득한 술과 신.

모든 것이 이미 만만치않은 훈련을 치뤘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총 반동제어 안힘들었어?”

“미치는 줄 알았다. 그분이 반동이 약한 총이라길래 다행이다 싶었는데, 한 발 쏘는 순간 양 어깨가 빠지는 줄 알았다고.”


저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반동이 적은 권총임은 틀림없었지만 그건 성인들에게나 포함되는 말.

아직 어린 녀석이 사용하기엔 충분히 무리가 있었다.


“아 맞다. 아까 그분이 너 일어나면 저쪽 숲으로 들어오라고 하셨어.”

“숲?”


신이 가리킨 방향을 보다 진과 눈이 마두쳤다.

참 한결같이 무심하면서도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 듯한 눈.

고요한 강가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도 주었다.


“조심히 다녀와.”


국물을 통째로 마신 술이 인사를 건넸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하곤 가야할 길을 걸어갔다.


“아 맞다. 막내야!”


별로 걷지도 못했을 때 신이 날 다시 불렀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경직된 어깨.

녀석은 티날거란 생각은 못하겠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꽉진 주먹도 녀석의 감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우리끼리는 이미 말하긴 했는데.”

“음?”


마치 인생 처음으로 발표를 하는 아이처럼 말할 타이밍을 계속해서 늦추고 있었다.

말할 내용을 까먹은건지 어떻게 말을해야하나 고민하는건지는 알 수 없었다.


“너 코드명이 뭔지 알려줄 수 있어?”

“아.”


코드명.

실명이 없거나 잊은 우리들에게 주어진 이름.

대부분 조직에 발견된 장소나 시간에 따라 정해진다.


“꼭 말은 안해줘도 돼. 부담주는거 아니니까.”


우리의 코드명은 겹치지 않는다.

즉 내 코드명을 누군가 남용했을 때 그때 생긴 문제들은 모두 내 책임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순간적으로 바로 말해줄 뻔했다.

아직 녀석들을 보는 내 눈이 과거의 멈춰있다는 증거였다.


“음···.”

“아냐 됐다. 미안하다 갑자기. 잘 다녀와라.”

“응.”


솔직히 몇 초만 더 기다렸다면 말해줬을지도 모른다.

저 녀석들끼리도 말했다는건 이미 서로를 신뢰하고 앞으로도 신뢰하겠다는 말이었으니까.


“아씨! 괜히 분위기만 망쳤잖아 원숭이 대가리!”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다같이 내린 결정이었잖아!”


숲까지 몇 발자국을 남기고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난 이미 저 녀석들의 코드명을 알고 있었다.

7월 목포에서 발견된 신은 Jl-mf-13.

8월 안산에서 발견된 술은 Ag-as-23.

1월 인천에서 발견된 진은 Jn-ic-11.

대충 들으면 복잡하지만 그 원리를 알고나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름들이었다.

발견된 달이 성, 위치의 이니셜은 중간 이름, 발견된 일이 끝 이름이 되는 형식이다.


“말해줄걸 그랬나.”


과거에도 저 녀석들이 코드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은 안했었다.

그럼에도 쉽사리 입이 안열린것은 일종의 버릇이랄까.


-사박.


사원을 가려주던 덤불을 뚫고 들어가자 코를 자극하는 피비린내 대신 다가오는 숲 내음이 머리를 환기시켜주었다.


코드명.

내 코드명은 Jl-su-28.

마냥 무덥기만 했던 7살 시절 서울에서의 7월은 내 인생의 변환점이었다.


-사박.


태어나자마자 미혼모에게 버려진 나.

모든 사람들이 부모가 없는 줄 알았던 내 어린 시절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2009년 내가 가출했을 시점에 방영하던 유명한 가족 시트콤.

난 그것이 판타지를 다룬 드라마인줄 알았었다.

매일 달라지는 밥과 옷. 편안한 곳에서 잠들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가 있다는 것.

그 모든 장면들이 내게 있어 마법사들과 다를 바 없는 허구 속 내용이었다.


“너희 녀석들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 쪽엔 유망주가 한 명 있어.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천재들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지. 가르치는건 쉬워도 성장을 끝냈을 땐 골치아플 수도 있다고.”

“그래서 난 범부들을 좋아해. 자기 위치를 인지시키기 쉽거든.”


그리 멀지 않은 앞 쪽에서 비슷한 목소리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한 명은 확실히 자다.

하지만 다른 녀석들은 그런 자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이질적인 목소리였다.


“아 왔네.”


그래, 내 인생은 천에 들어오고 나서 모든것이 바뀌었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이번에도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와 대등하게 말할 정도라면, 방금 전 대화 내용을 본다면.

적어도 그녀와 비슷한 위치일게 분명했다.


“인사해 얘들아. 이쪽은 내 애착 꼬마. 그 천재야.”

“생각보다 더 어린데.”

“노력형은 확실히 아니라는거겠지 뭐.”


자가 내 발목을 툭 건들였다.

고개를 들어 인사하라는 뜻.


“안녕하··· 십니까.”


고개를 들자 목소리가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긴장했나본데?”

“얘가 눈치가 좀 빠른편이라 그래. 나같아도 우리들 앞에선 긴장하겠다.”


이건 긴장의 문제가 아니었다.

애시당초 이건 과거의 나도 몰랐던 사실.

아니 저들을 제외한다면 그 누구도 몰랐을 사실이었다.


“인사해 꼬마. 여긴 내 쌍둥이 자매들이야. 눈물점이 있는 쪽이 언니, 단발이 동생.”


제 각각의 눈으로 날 바라보는 세명의 자.

머리를 얻어맞는 느낌과 함께 실소가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아냈다.

죽기전 사가 말했었지.

자가 살아있다고.


“우리 모두를 동시에 보는건 너가 처음이야. 물론 앞으로도 너 말곤 없을거고.”


자는 살아있지 않는다.

난, 아니 우리는 저들 중 한 명을 처리했을 뿐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너한테 임무를 줄게 있어서.”

“···네.”


이제서야 내 목표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할 수 있지?”

“네.”

“뭔지 말도 안했는데?”

“불가능해도 성공시키겠습니다.”

“아주 좋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는 둘과 마음에 든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짓는 녀석.


“그럼 바로 따라와.”


난 천의 가장 깊은 곳에서 확실하게 몰락시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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