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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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스삿
그림/삽화
승뻠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2
최근연재일 :
2024.05.1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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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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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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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임무

DUMMY

다시 사원으로 돌아가는 길.

자의 쌍둥이 자매들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유령이라도 본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꿈을 꾸고 있는 걸지도.


“넌 코드명이 뭐냐.”

“Jl-su-28 입니다.”

“그런거 쉽게 말하면 안된다는거 몰라?”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너 그렇게 다 알면 재수없어보인다.”

“···.”


방금 전에 맡았던 숲내음이 이렇게 답답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문 자.

녀석은 불을 붙이며 날 힐긋 쳐다보았다.


“나랑 만나기 전에 있던 곳에선 뭘 위주로 알려줬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인지 살아남는 법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배웠죠.”

“스승 없는 깨달음이라.”


폐를 간지럽히는 담배연기.

아무래도 아직은 담배엔 적응을 못했나보다.


“쿨럭.”

“···?”

“죄송합니다.”

“아냐아냐. 그렇게 빡빡한 사람 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머리를 긁적인 녀석이 자욱한 연기를 크게 내뿜었다.


-파각.


맥없는 소리와 함께 반으로 부러진 하얀 담배.

툭하며 떨어진 담배의 희마한 불이 금세 꺼져버렸다.


“저 녀석들 데리고 와바.”

“알겠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총을 든채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녀석들이 보였다.

총을 들고 근접전을 펼치는 녀석들.

술과 신이 편을 먹어 진과 대련을 하고 있었다.


“근접전에서 중요한건 사각지대를 노리는거다. 정직한 공격은 압도적인 실력차가 있을 때만 해. 애초에 어느 부분에서든 정직한건 손해라고 생각하는게 편할거다.”


동시에 달려든 두 녀석을 손쉽게 제압한 진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잠시 날 응시하는 것으로 인사를 건넸고 난 그런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여기와서 압도적으로 지기만하네.”

“니 실력이야 원숭이.”

“너나 나나 마찬가지거든.”

“적어도 난 진한테 유효타 한 번은 성공시켰어.”

“뽀록으로 성공한 주제 말이 많아.”

“뭐 임마?”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눈 둘이었지만 절대 방아쇠를 당기진 않았다.

애초에 저 안에 아직은 실탄이 없다는걸 서로 잘 알고 있었다.

아직은 말이다.


“얘들아. 저분이 오라는데.”

“오, 막내 왔구나. 꽤 일찍 왔네?”

“그러게다. 일딴 빨리 가자.”


다들 군말 없이 날 따라 걸어왔다.

태양은 하늘에서 모습을 거의 감추었고, 한 걸음 앞으로 걸을 때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다.


느낌이 안좋은데.


이 녀석들을 다 부른다는 것은 아마 임무를 준다는 것.

아마 내가 잘해서 모두에게 특권을 준다니 어쩌니 하면서 말을 꺼낼 것이다.

그것 까진 좋지만 문제는 그 후의 일.

조용히 티격대는 뒷편에 저 둘은 아직까지 실전 임무를 맡아본 적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사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임무여도 천의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룬다.

하지만 이곳에서, 이곳을 나가고 받는 임무들은 천의 안, 밖에서 일들을 만드는 것들이다.


“다들 모여봐. 이 꼬마가 잘해서 너희 모두한테 특권을 하나 줄게.”

“와!”


이젠 내게 시선이 모이는 것도 익숙해졌다.

애시당초 그렇게 될 일들을 해버렸으니까.


“음···. 원래는 너희가 여기서 차근차근 임무를 수행해나가야 하거든? 그런데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자가 미심쩍은 미소를 지으며 날 보았다.

어째선가 몸이 반사적으로 거부감을 외치는 것을 보아 만만치 않은 임무임이 틀림없었다.


“너희들은 바로 실전으로 투입될거야. 그것도 꽤나 난이도 높은 걸로.”

“네?”

“알려주는거 없이 직접 깨닫는거야. 킬러로서, 천의 지지로서 갖춰야할 것들을.”


갑작스런 자의 발언에 떠오른 감정들은 아마 비슷했을거다.

당황과 절망.

애써 침착하려고 해도 모두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제길, 아까 내 말을 곱씹는다 싶더니만.


스승 없는 깨달음.

물론 그만큼 효과가 직빵인 것은 없다.

나 또한 그 과정을 통해 과거도 지금도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나에겐 이미 모든 배움들과 경험들이 머릿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나마 진은 약간의 경험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저 둘은···.


“임무는 내일 해가 뜰 무렵 바로 시작할거야. 마음 단단히 먹어라. 실전에선 실수하는 순간 그대로 끝이라고.”


미친년인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나.

십이지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것인 자와 그녀의 자매들이라곤 해도 이 일을 설계한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천의 주인.

과거에서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의문의 존재.

가끔 정말 존재하는건지 의문이 들기도 할 정도였다.


“너희 오성그룹알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성그룹은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대기업.

세계적으로 퍼진 거의 유일한 국내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반도체 기업이었다.

아마 그 크기를 생각한다면 대기업이 아닌 초대기업이라 불러도 괜찮을 정도니 말이다.


“그 오성그룹의 회장 목을 따와.”

“···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대기업 회장의 목을 따오라고?

그것도 오성그룹의?


“기한은 특별히 정해두진 않을게.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으니까 할 수 있는건 다해봐. 너희가 오성그룹 회장의 목을 따오면 그 순간 십이지로 임명 받는거야.”


그 누구도 쉽사리 대답하지 않았다.

불가능한 임무라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겠습니다.”


과연 그게 불가능한 임무일까.


“좋아좋아! 그럼 잘 쉬라고!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성공하는 날 돌아와.”

“네 알겠습니다.”


신난 자와 달리 다른 녀석들의 눈동자가 두배, 아니 그 이상 커져 있었다.

세차게 흔들리는 검은 눈동자는 원망과 의문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럼 이제 해산! 훈련할 사람은 알아서 훈련하시고, 쉴 사람은 알아서 쉬어. 난 간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


자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번엔 전과는 달리 진심이 담긴 미소와 함께 내 머리를 투박하게 쓰다듬어주곤 어디론가 사라졌다.


“씨발! 도대체 뭔 생각이야!”


신이 소리쳤고.


“야이 또라이 새끼야! 천의 모든 인원들이 다모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데 이 네명이서 어떻게 해! 아까 사원 밖으로 나갔다 오더니 대가리에 꽃이 심어져서 왔냐?”


술이 욕설을 퍼부었으며.


“···.”


진이 생각이 많아진 표정으로 밝은 달을 올려다 보았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게 당연했다.

내가 떠올린 일종의 작전도 그리 성공 확률이 높은 편은 아니니까.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그래도 자가 양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초점을 맞추어야할 것은 회장의 목이라는 것도 있지만 기한이 없다는 점.

바로 그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아까 말 들었잖아. 기한은 특별히 정해두지 않는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다해보라고 했잖아.”

“···.”

“그렇다는건 우리가 원하는 만큼 방법에 관여 받지 않고 훈련할 수 있다는거라고.”

“···뭐?”


날 향한 눈빛이 점점 더 험악해져갔다.


이러다간 오늘이 내 기일이 되버릴지도 모르겠는걸.


“내가 책임지고 너희가 십이지의 이름을 받을 수 있게 해줄게. 대신 날 믿고 5년만 따라와줘.”

“뭐?”


신과 술이 시선을 내게 고정한채 주머니에서 무언갈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철컥.


“그냥 여기서 죽자. 적어도 고통은 없겠지.”

“그래 좋은 생각이야 원숭아.”

“아 잠깐만!”


자신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눈 둘을 말렸다.

실탄이 장전된 총을 그들의 머리에게서 거두는 것은 성공했지만 이번엔 내 머리로 총구가 향했다.


“그걸 말이라고해? 너가 특별한 녀석이란건 알겠지만 내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라는건 알거든?”


신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기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본 것이 아닐까.


“시발···. 팀 한 명 잘못 만나서 이게 무슨 꼬라지야···. 내 인생 역전 프로젝트가···.”


술이 힘이 풀린듯 땅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이러고 보니 정말로 대역죄인이 된 것만 같았다.


마지막 희망아닌 기대를 가지고 진을 보았다.

혹여나 녀석도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있었다.


“···? 뭐해?”


진은 아무말 없이 연습더미를 향해 움직였다.

평소보다 조금 쳐진 어깨.

자포자기라도 한 걸까.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이십 년 가까이 살아남으려고 개고생을 했는데 폐급 한 명 때문에 죽을 수야 없지.”


다른 녀석들의 말보다 더 크게 충격을 선사했다.


실패 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희박하게나마 가능성은 있단 말이다.

한 0.001% 정도.


“···.”


당연히 녀석들이 자포자기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썩은 동아줄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녀석들을 내가 밑에서 잡아당겨버렸으니까.


“뭐하냐.”


귓가를 울리는 저음.

눈을 깜빡거리며 진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언제나처럼 무표정하게 날 응시하고 있었다.


“5년만 믿으라고 하지 않았나.”

“···어?”

“어차피 아까 상황에서 거절했어도 우린 죽은 목숨이었겠지. 이미 그 임무를 받은 상황부터 벼랑 끝에 서있게 된 거다.”


하늘 위로 작은 별 하나가 반짝였다.

비교적 크기도 작지만 유독 빛나는.

어쩌면 인공위성일지도 모르는 그 별이 눈에 들어온 것은 우연이었다.


“널 믿겠다는 거다.”

“진짜로?”

“5년, 그 후에도 성공할 수 없을 것 같다면 내 손으로 널 죽이겠다.”

“당연하지!”


내 양옆에 서있던 신과 술이 한숨을 내쉬었다.

조용히 연습을 시작하는 진을 보며 안도감을 느꼈다.


“아 진짜, 저 녀석이 저렇게 나오면 나도 따라야 하잖아.”


요란하게 기지개를 켠 신이 내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힘이 잔뜩 실린 손.

녀석의 검은 눈동자가 3초간 날 조용히 응시했다.


“사실 내가 왜 널 믿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넌 계획이 있겠지?”

“응.”

“그럼 오케이! 저 녀석 말이 틀린건 없지 너가 무슨 잘못이냐. 우리 인생이 조금 꼬였을 뿐이지 뭐. 오늘은 좀 쉬고 내일부터 훈련 시작하자.”

“응응.”


말은 쉬자고 해놓고 녀석 또한 연습더미로 몸을 옮겼다.

습관 때문인지 할게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시발 시발 시발 시발!”


목청 터져라 욕설을 퍼붙는 술.

손에 들린 나이프와 총을 땅에 던져버렸다.

알 수 없는 말들을 뱉으며 야단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자신이 던져둔 것들을 스스로 주웠을 무렵 녀석은 비교적 차분해진 눈을 가지게 되었다.


“너··· 진짜 개같은 새끼야.”

“커헉.”


갑작스런 충격이 복부를 때렸다.

약간의 진심을 담은 발길질은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


“빨리 따라와! 원숭이 녀석은 무시하고 당장 오늘부터 훈련 시작해!”


그렇게 모두에게 반강제적 동의를 얻어냈다.

이걸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넘겼다.


“빨이 안와?”

“갈게 갈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이걸로 이 넷은 천의 지지가 아닌 나의 동료로서 지지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말이다.


자가 준 말도 안되는 임무.

하지만 그 임무는 오히려 나에겐 득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 또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세 명의 살인병기 후보생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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