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안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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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보라빛달
작품등록일 :
2024.05.09 10:45
최근연재일 :
2024.05.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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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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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 김치 1

DUMMY

"오로라다."


하늘 위 초록 빛이 넘실거렸다. 병사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무기에 손을 욺켜 쥐었다.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고향에 두고온 아내와 아이의 사진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는 이마의 가운데를 톡톡 치며 성호를 그었다.


넘실거리는 오로라 한 가운데 거대한 빛이 바위로 이루어진 빙산의 빙벽아래로 순식간에 떨어졌다.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곳을 관측하던 척후병은 망원경을 들고 빙벽에 꿈틀거리는 존재를 살피고 있었다.


"네메시스가 맞나?"


"네. 올해 첫 네메시스 스폰입니다."


"티어는?"


"티어3. 중급 스폰으로 관측됩니다."


"첫 네메시스가 중급이라고? 작년엔 평화시대를 유지하더니... 올해 첫 네메시스부터 쉽지 않겠구만."


관측 척후병과 상관은 기계 장비를 들고 다시 한 번 '그 것'을 탐지하려 했다.


"치치치치치치...."


'그 것'은 소름끼치는 굉음을 내며 양 날개를 펼쳤다. 붉고 매끈한 등에서 새하얀 배까지 이어지는 피부는 매우 매끄럽고 투명하기까지 했다. 크고 발달된 턱을 벌리니 입에서 진득하고 묽은 기름이 떨어지고 있었다.


"타입은?"


"치크. 리오 형태의 치크입니다."


"치크라... 십 수년간 나타나지 않더니만... 치크 타입의 네메시스라고?"


리오 치크라 불리는 네메시스 스폰은 기지개를 켜듯 몸을 일으켜 날개를 펼쳤다. 펼쳐진 날개의 양 폭은 족히 100미터는 되어 보였다. 이윽고 리오 치크는 얼음 산에 발을 딛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 창공에서 날개를 펄럭이던 녀석은 목표를 정한 듯 방향을 틀었다. 주변에 검은 구름들이 리오 치크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먹구름 사이에서 푸른 섬광이 내리치더니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국가들의 방어태세가 엉망일텐데 큰일이군. 방향이 어딘가?"


"남남서. 실버리온 방면입니다. 아니..."


척후병은 망원경으로 네메시스 스폰을 관측하다 멈칫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실버리온이라. 우리 제국에 당장 피해는 없겠구만. 응? 자네. 왜 그러나. 무슨 문제가 있나?"


사령관은 잔에 담긴 럼주로 목을 적시며 척후병을 바라보았다. 망원경을 내팽게친 척후병의 얼굴에서 공포를 발견한 그는 얼른 테이블 위 총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마치 밤이 된 듯 암흑이 척후기지의 전방을 덥치고 있었다. 눈과 얼음의 색깔과 비슷한 하얀색으로 위장을 한 기지는 언뜻 눈에 띄지 않는 구조였다.


하지만, 하늘 위 네메시스 스폰은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어느새 기지 상공에 머무르며 아래를 내려보고 있었다.


"젠장..."


사령관은 하늘을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의 총소리에 맞추어 기지 내 100여명의 군사들이 일괄 대공포를 쏘아대고 있었다.


눈도 없이 커다란 입만 있는 그 괴물같은 녀석은 쩍 하고 입을 크게 벌렸다. 뚝뚝 흐르는 용암같은 물질 사이로 뜨거운 수증기가 괴기스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지상군의 물리적 공격은 녀석에게 조금의 피해고 입히지 못했다.


"망했군."


사령관은 두 눈을 감았다. 네메시스 스폰은 거대한 화염을 기지에다 쏟아 부었다. 수 초도 걸리지 않은 공격 후 기지 내 살아 숨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네메시스 스폰은 날개를 펄럭이며 다시 한 번 다신이 가려던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 *


"메리디언 항구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여행자님."


레오닉은 배에서 내리는 엘파스의 짐을 건내 받으며 길안내에 나섰다. 까만 이마로 땀이 송송 맺혀 있지만 또렷한 눈동자가 크게 빛나 꽤나 귀엽고 잘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엘파스는 쓰고 있던 초록색 모자를 레오닉에게 건내며 항구의 비릿한 바다내음을 폐속 깊이 들이 마셨다.


"스읍... 하아. 실버리온 왕국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활기가 넘치는군요."


"아유. 그나마 메리디안이라 이 정도에요. 왕국 어디를 가도 지난 10년 전쟁의 후유증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태반인걸요. 끙차. 자 짐은 다 실었는데... 어디로 갈까요?"


마차에 짐을 싣고 땀을 닦아 내리는 레오닉은 아직 120cm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아주 어린 아이였다. 엘파스는 어린 짐꾼의 친절한 말투가 반가워 2솔라린 동전을 건냈다. 행성 전체에 통용되는 이 화폐의 가치는 대략 1솔라린 당 식빵 1개와 우유 1 병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레오닉은 팁을 받자 더욱 신이 나서 마차에 탑승했다. 말을 다루는 마부의 옆에 앉아 뒤를 돌아보며 엘파스의 말동무를 더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다.


"선생님은 어디에서 오셨어요? 설마하니 블랙포지는 아니실테고... 아루미나? 테라녹스? 거기도 아니면 에메랄드레스?"


엘파스는 마차의 좌석에 앉아 주변을 돌아보았다. 푸른 하늘과 갈매기. 그리고 무역상들과 선원들이 왁자지껄한 도시의 분위기는 그의 기대 이상이었다. 엘파스는 만족한 얼굴로 레오닉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이 근방에서 온 건 아니야. 아주 먼 곳..."


"먼 곳이요? 우와. 저는 주변 국 사람 밖에 만나보질 못했어요. 모험가시니까 행성 이곳저곳 다 다녀보셨겠죠? 설마... 프리시드 프로스트 지역도 가 보셨어요?"


"프리시드 프로스트라... 과거 한 차례 가 본적 있지."


"우와. 거긴 정말 오로라가 넘실거리고 네메시스가 불을 내뿜나요?"


"오로라라... 그래. 나도 한 번 그 장관을 눈에 담은 적이 있어. 굉장했지. 원포카운티. 고대 신들이 괴수를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협곡이라는 뜻의 그 곳에서... 그래 ㅖ똑똑히 네메시스 스폰을 보았지."


"진짜 믿겨지지가 않네요. 모험가님 정말 대단하세요."


"하하. 녀석. 나는 엘파스라고 한다. 바다 건너 그린워든에서 왔지. 우리 행성을 중심으로 한 우주를 관측하는 천문학과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단다. 오늘 네 도움을 크게 받았구나. 네 이름이 뭐냐?"


"제 이름은 레오닉. 편하게 레오라고 불러주셔도 됩니다. 대단한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고맙다. 레오닉. 이건 미리 주는 팁이다. 음식 솜씨가 좋은 주인장이 있는 여관으로 안내해주렴."


레오닉은 기다렸다는 듯 엘파스가 건낸 동전을 낙아채 주머니에 넣고는 마부에게 행선지를 말했다.


"선생님. 오늘 운이 좋으신거에요. 메리디언 최고의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가격도 아주 합리적이라구요."


* * *


엘파스는 메리디언 포트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레오닉 덕에 꽤 좋은 호텔에 묵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고작해야 8~9살인 녀석은 붙임성도 좋고 여행객이 필요한 것들을 꽤나 잘 알고 미리 대처한다. 엘파스는 녀석에게 쉬이 떠나지 말고 저녁 말동무까지 해 준다면 10솔라린을 더 주겠다 제안했다. 레오닉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고 테이블을 예약해 저녁식사를 준비해 두었다.


"여기에요. 여깁니다. 선생님."


레오닉이 손을 흔들었다. 엘파스는 레오닉 곁에 있는 젊은 여자에 먼저 눈이 갔다.


"응? 레오닉. 이 분은 누구시지?"


"아... 선생님의 음식 시중을 들어드릴 이레이나에요."


"응? 내가... 너에게 그런 것을 부탁했었나?"


레오닉은 엘파스의 눈치를 빤히 살폈다. 급격히 주눅든 얼굴로 이레이나와 엘파스를 번갈아 살폈다.


"아이 뭐야. 꼬맹이. 이 호구 작자가 10솔라린은 줄거라고 했잖아."


짙은 화장을 한 여자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떠나버렸다. 엘파스는 레오닉의 맞은편에 기대 앉아 엄격한 말투로 말했다.


"이봐. 레오닉. 너 아직 한참 어린 나이에... 어째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거니?"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응?"


"선생님. 제발 용서해주세요. 저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레오닉... 무슨 일이 있는거지? 그렇지?"


엘파스는 레오닉의 눈을 살폈다. 아이의 눈은 떨리지 않았지만 잔뜩 긴장한 모습을 숨기긴 힘들었다. 강단이 있는 녀석이었지만 아직 아이였다.


"형제들이... 굶고 있어요."


"형제?"


"선생님. 혹시 가디언을 아시나요? 그린워든에도 가디언은 있겠죠?"


"가디언... 그래. 가디언이 있지. 아스트로노트를 기동하는 전사. 그래. 근데 그 가디언이 왜?"


"그게... 실버리온에 꽤 유명한 가디언이 있어요. 회색 전사 갈로스라고... 그 갈로스가 메리디언 포트의 실질적 권력자이거든요."


"그래. 가디언은 주로 무장인데... 어째서 도시를 통치하고 있을까?"


"나라가 망하려고 그러는거죠. 저는 제대로 겪어 보지 못했지만... 사람들을 통해 들었어요. 지난 10년 전쟁동안 알렉산더2세 왕은 전장만 신경쓰느라 국가는 돌보지 못했다구요. 이름있는 가디언들이 싸그리 전장에 끌려가 블랙포지의 데스티안에게 죽임을 당해서... 나라 안에 얼마 남지 않은 갈로스 같은 작자들이 판을 치고 다니는 거에요."


"어떤 작자길래?"


"공식적인 통치자는 아니라서 세금에 손을 대지는 못해요. 대신... 여자와 아이들을 건드리죠. 이 마을 힘 없는 고아들이나 창부들은 다 그의 그늘 아래 있어요."


"전형적인 탐관오리구나. 이 나라도 치안을 담당하는 조직이 있을텐데 그런 녀석은 당장 신고해서 죄를 물어야 하는 것 아니야?"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해요. 녀석은 너무 강하거든요. 늘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백팩에 아스트로노트가 있어요. 마법력이 많이 약해졌어도 왠만한 군대 한 부대 정도는 쉽게 괴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이 있어요. 어찌보면... 실버리온 내에 갈로스와 대적해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엘파스의 눈빛이 빛났다. 그는 레오닉에게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실버리온 내에 가장 강한 자다... 이거지?"


"네. 그래서... 수금을 많이 해 가야 해요. 그래야... 갈로스의 지하감옥에 감금된 제 형제들이 먹을 것을 구해요."


레오닉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테이블 곁에 홀로 술을 마시고 있던 주정뱅이가 커다란 목소리로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무슨 개소리. 실버리온에서 가장 강한자? 울프하르트를 빼 놓고 가디언을 논하면 안돼지."


"울프라르트?"


엘파스는 고개를 돌려 주정뱅이에게 되물었다. 주정뱅이는 눈을 부릅뜨고 또박또박 말했다.


"울프하르트 폰 슈바르츠베른. 실버리온에는 아직 전설적인 다크 슬레이어 울프하르트가 있다고."


주정뱅이의 말에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거구의 사내가 역정을 내며 말했다.


"울프하르트?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20년이야. 20년 전에 와이프와 자식을 잃고 자신의 눈도 한짝 잃어버린 패장이 전설은 무슨 전설이야. 그 녀석은 제 가족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병신이나 다름 없다고."


"뭐? 감히 네가 울프하르트를 비난해? 그 분은 홀로 블랙포지의 대군을 가뿐히 막아냈다고. 가족을 잃고 본인도 다치게 된 건 순전히 전적으로 믿었던 아리안드 대공의 배신 탓이지. 울프하르트가 없었다면 지금의 너도 여기서 이렇게 편히 술을 마시고 있지도 못해."


갑자기 언쟁이 붙었다. 엘파스는 둘의 언쟁을 말리기는 커녕 흥미로운 눈빛으로 불을 지폈다.


"울프하르트가 그리 대단한 사람인가요?"


"암. 대단하지. 티어 5. 그 어마어마한 네메시스 스폰이 실버리온을 관통하려 할 때 네메시스를 막아낸 정도가 아니라 그대로 소멸시켜 버렸다고. 그런 일은 역사 이래 단 한 번도 없었어. 아마도 앞으로도 없을 거고. 행성의 신화이고 국가의 영웅이지. 그렇고 말고..."


주정뱅이가 뿌듯해 하며 과거를 회고하자 거구가 엘파스의 말을 바로 낚아채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지난 20년 동안 국가가 소멸 직전에 이른 이 상황까지 코빼기도 안 내 보여? 그게 전설이고 영웅이야? 웃기고 있네. 어디 가서 죽었단 이야기라도 들리면 몰라. 꽁꽁 숨어 머리털 하나 내 보이지 않고 있는 겁쟁이 밖에 더 되냐 이거요. 아니 자네도 이야길 들었으면 말 좀 해 보게."


거구는 곁에서 술을 마시던 사내의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함께 술을 마시던 사내는 그들의 언쟁에 합류하고 싶지 않다는 투로 자리에서 일어섰다.호리호리하지만 다부진 체격에 굉장히 긴 팔과 다리, 그리고 한쪽 눈에 흉터를 가지고 있던 사내는 등 뒤에 커다란 봇짐을 짊어지고 자리에서 일어서 테이블 위에다 술값을 던져 두고는 사람들 사이를 피해 자리를 떠났다.


"저 보라고. 저 친구 역시 울프하르트의 피해자요. 실버리안이 이렇게 망해가는 통에 저 사지 멀쩡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버섯을 캐는 일 따위라고. 제대로 된 군대가 갖춰졌다면 앞장 서 군대에 자원했을 거요. 울프하르트가 전설의 아스트로노트 팬텀스톰을 갖고 전장에 섰다면... 그랬다면..."


"아니 거 울프하르트가 네 친구냐고? 이 사람아."


주정뱅이는 다시 거구의 사내에게 시비를 걸어댔다. 엘파스는 레오닉에게 눈짓으로 신호하며 혼잡스러운 식당에서 밖으로 나섰다.


"갈로스. 그 자가 지금은 울프하르트 같은 가디언보다 영향력이 있는 자다 이거지?"


"네. 실질적으로는 갈로스가 실질적인 실버리안 넘버 원이죠. 울프하르트는... 이런 말이 좀 그렇지만 좀 과장이 더해진 사람이에요. 일종의 신화죠. 사람들은 다 과거의 영광에 더 호의적이잖아요. 지금 울프하르트가 나온다 해도 갈로스에게 상대가 안될거에요. 20년 전 무시무시한 용사였다고 해도 갈로스는 지금이 최 전성기니깐 말이에요."


"흠... 그래? 좋다. 그럼. 갈로스에게 날 인도해라."


"네? 갈로스에게요?"


"그래. 네 형제가 굶고 있다 하지 않았냐?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선생님. 설마..."


"설마?"


"설마 선생님 가디언이신가요? 갈로스와 한 판 싸움을 해서 저희를 구원해 주려 하시는 것 아니신가요?"


"하하하. 가디언. 흠... 꼭 힘을 힘으로 이겨야만 하는 건 아니니깐 말이다. 어서 안내하거라."


레오닉과 엘파스는 곧장 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던 마차에 올라타 갈로스의 성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전능소녀와 내 몸안의 판타지 2편 공모전 응모합니다.

모두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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