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헌터할 때 나만 괴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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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som
작품등록일 :
2024.05.22 20:39
최근연재일 :
2024.05.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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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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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각성

DUMMY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하고도 하루 전.

검은 탑들이 지상을 향해 손을 뻗듯이 하늘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왔고, 그것을 목도한 인류는 저 탑들이 땅에 닿으면 어떤 참극이 일어날지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인류는 탑이 땅에 닿지 않게끔 모든 수를 동원했지만, 인류가 자랑하는 현대과학이란 문물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먹이사슬의 최종점에 서있던 인류라는 종족이 서서히 그 자리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며, 인류멸망이란 단어가 현실로 다가올 때쯤.

절망 속에서 희망이 피듯이 몇몇 극소수의 인류가 각성이란 현상을 겪기 시작했다.

각성을 겪은 이들은 하나같이 강력한 힘을 부리며 탑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물들을 없애나갔고, 이들은 곧 헌터라고 불리며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자 최종병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치킨집에서 치킨을 튀기던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대학생 이한성의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창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뭐야 이거.”


한성이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게임 속에서나 볼 법한 창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 떠올라 있었으니, 믿기 힘들 법도 했다.

아니, 애초에 각성이란 기적을 바라지도 않았던 한성이었기에, 각성이 반갑다기보단 당황스러웠다.


『No.42808, 각성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고개를 저어봐도, 눈을 몇 번이나 비벼봐도 눈앞의 반투명한 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발, 이걸 좋다고 해야 하나?”


한성이 치킨을 튀김기에서 꺼내며 중얼거리자, 서빙을 하고 돌아온 사장이 툭 던지듯이 물었다.


“뭘 그리 중얼거리냐?”

“아, 사장님.”


익숙한 듯이 갓 튀겨진 치킨을 접시에 담으며, 한성이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아무래도 저 각성한 것 같아서요.”

“···뭐?”


한성의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한 건지, 사장은 피식 웃고는 한성을 바라봤다.


“치킨 튀기다가 각성을 한 거라면, 나는 진작에 각성했어야하지 않냐?”


그렇게 말한 사장이 한성의 어깨를 툭 쳤다.


“오늘도 고생했다. 이거 한 마리는 집에 가져가서 먹어.”


지갑사정이 여의치 않은 자신을 잘 아는 사장의 배려에 한성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치킨집을 나서고,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걸어가며 한성은 눈앞의 시스템 창을 골똘히 바라봤다.


『No.42808, 각성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No.42808이란 넘버링을 바라보던 한성이 입술을 뒤틀었다.

사람에게 대놓고 제품명을 새기는 듯한 대우.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곧바로 도리질로 잡생각을 떨쳐낸 한성이 시스템 창을 눌렀다.

그러자 시스템 창의 글자가 바뀌며 새로운 정보를 표시했다.


『각성 후 특성을 공개합니다.』

『특성 : 괴수화(EX)』

【강력한 특성에 의한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경고 : 괴수화를 사용할 시 헌터들의 표적이 됩니다.】


눈앞에 떠오른 정보를 바라보던 한성은 곧내 눈살을 찌푸렸다.


“괴수화라니. 이게 무슨······.”


괴수화란 특성은 아예 처음 들어보는 특성이었다.

게다가 페널티까지 주어졌다.

보통 특성은 헌터에게 도움을 주면 줬지 페널티를 주지는 않는다.

그게 당연한 상식인데, 어째서 눈앞의 시스템 창은 페널티를 말하고 있는 걸까.


“대놓고 쓰지 말라는 뜻인가.”


처음 보는 EX급 특성과 맞물리는 페널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뜻인 것 같다.


한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스템 창은 곧이어 상태창을 개방했다.


『상태창을 개방합니다.』


종합적인 스텟을 수치화해서 표시해놓은 자그마한 창이 한성의 눈앞에 열렸다.

상태창을 꼼꼼히 확인한 한성이 픽 웃음을 흘렸다.


“힘이 4에 민첩은 3, 마력은 1. 내 몸이지만 형편없네.”


상태창이 표시할 수 있는 스텟의 최대치는 40이다.

A급 헌터들의 평균 스텟은 10언저리.

그리고 인외의 존재라고 불리는 영웅들, S급 헌터들의 평균 스텟은 17에서 20사이로 알려져 있다.


“괴수화하면 좀 달라지려나?”


한성이 상태창을 눈앞에서 치우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둑어둑한 하늘 아래, 노란 가로등만이 길을 밝히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별은 보이지 않았다.


“밤하늘에 별이 없네. 좀 아쉽다.”


쩝. 한성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리는 순간, 밤하늘의 구석에 있던 별 하나가 희미하게 빛을 발했다.

흐릿하더라도, 빛은 빛이다.

올곧게 뻗어나간 별빛은, 분명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한성이 휙 고개를 돌렸지만, 당연하게도 골목길엔 아무도 없었다.


“기분 탓인가?”


한성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웨에에에에엥───!!!!!!


고막을 매섭게 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게이트 발생. 게이트 발생. 시민 여러분께선 신속히 대피해주십시오.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경고가 섬뜩하게 울리고, 모든 신호등이 노란빛으로 점멸하기 시작했다.


“시발. 이 시간에 뭔 게이트야.”


게이트.

검은 탑의 괴물들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통로를 말한다.

게이트가 열리는 때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밤 10시를 넘어서 열리는 건 민폐가 아닌가 싶다.


헬기의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아가는 소리와 어렴풋이 들림과 동시에 지진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쿵──!


쿵──!


“아, 시발.”


우우웅──


폰을 울리는 경고안내에, 한성이 욕을 내뱉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 S급 게이트 발생.〕

〔시민 분들께선 신속히 쉘터로 대피해주시길 바랍니다.〕


반포동이라면,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동네였다.


띠링!


순간 상태창이 정보를 갱신했다.


『특성 : 괴수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상태창을 바라보던 한성은 입술을 뒤틀었다.



**



“게이트 브레이크. 예상 시간은?”

“앞으로 1시간 정도 남은 것으로 예상됩니다.”

“열리기까지 1시간이라. 시민들은 전부 대피시켰나?”

“예. 모든 민간인들은 쉘터로 대피시켰습니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군.”


헌터 협회 소속 베테랑 A급 헌터인 김대희 헌터가 이마를 문질렀다.

아무리 베테랑 A급 헌터라고 하더라도, S급 게이트는 처음 마주하는 것이었다.

그 증거로, 그의 직감이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라는 경종을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후. 진정하자.”


김대희 헌터를 비롯한 베테랑 A급 헌터 14명.

그리고 그들의 뒤를 받쳐줄 군까지.

이들의 임무는 단 하나였다.


유일한 희망인 S급 헌터들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


“보, 보고 드립니다!!! 게이트가 열리고 있습니다!!!!!!”


절규하듯이 들려오는 보고에, 헌터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1시간이라는 여유가 사라진 지금, 이젠 목숨을 걸고 S급 게이트를 마주해야한다.


“하, 씨발. 유서라도 써놓을 걸 그랬나.”


그렇게 중얼거리는 헌터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전투는 시작도 안했는데, 사기가 꺾여있다는 건 굉장히 좋지 않았다.

그러나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마주한 것은 유례가 없는 S급 게이트니까.


“괴, 괴수들이 등장합니다!!”


절컥. 절컥. 절컥.

녹슨 쇳조각들이 맞물리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갑옷을 입은 채로, 검과 창을 꼬나들고 오와 열을 맞추어 진군하는 괴물군단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군단은, 지금껏 출몰했던 괴수들과는 엄연히 달랐다.

지휘체계가 갖춰진 군대와 다름이 없는 군단의 모습에, 모든 헌터들은 얼어붙고 말았다.


“ㅈ됐네.”


김대희 헌터가 중얼거렸다.

이 정도 규모의 괴물들의 군단.

그리고 이 모든 괴물들을 지휘하는, 최소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 괴수가 뒤에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무섭게 다가왔다.

폭풍전야와도 같은 고요함이 내려앉는 그때.

인이어를 통해 절망 가득한 외침이 울렸다.


“보, 보고 드립니다!!! 또 다른 괴수의 파장이 감지됐습니다!!!!”

“또 다른 괴수라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김대희 헌터가 입술을 깨물며 설명을 요구했다.


“그 괴수의 등급은?”

“그, 그게······.”


관측병이 말을 더듬고는 쥐어짜내는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측정 불가입니다. 국가재앙급 괴수라고 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국가재앙급 괴수라고?”


하하. 김대희 헌터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국가재앙급 괴수.

한 국가의 모든 헌터자원을 쏟아부어도 처치할 수 없는 강력한 네임드 괴수를 말한다.

국가재앙급 괴수가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대략 40년 전이었다.

그 당시의 영웅이라 불렸던 8명의 S급 헌터들 중, 레이드에서 살아남은 이는 4명이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그 네 명의 영웅들마저도 치명상을 입어 은퇴를 하고 만다.

그 이후로부터, 국가재앙급 괴수의 무력은 S급 헌터로 이루어진 최정예 파티로도 감당할 수 없다는 공식이 성립했다.


“이 상황에 국가재앙급 괴수라니.”


상황을 보고받은 헌터들의 얼굴 위로 두려움과 허탈함이 번져나갔다.


“괴수, 빠른 속도로 현장을 향해 이동 중입니다!!”


그 이후의 보고는 들을 필요가 없었다.

헌터들의 시야에, 검은 갑옷을 두른 인간형 괴수가 허공을 박차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으니까.


“시발!!! 막아!!!! 뭐든 쏘란 말이다!!!”


그 광경에 겁을 집어먹은 군의 지휘관 하나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 고함소리에 일제사격 명령이 하달되기 직전, 김대희 헌터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김대희 헌터!! 뭐하자는 겁니까!!! 여기서 다 죽자는 겁니까!?!?”


지휘관이 격렬히 항의했지만, 김대희 헌터는 그 항의를 묵살하고는 조용히 괴수를 바라봤다.


신장은 대략 2미터를 넘겨 3미터를 바라보는 거구.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중세 기사를 떠올리게 하는 플레이트 갑옷과 거대한 두손검.

투구 사이로 비치는 흉흉한 붉은 안광.


누가 보더라도 인간형 괴수였으나, 이상하게도 괴수가 움직이는 방향은 본진이 아닌, 게이트에서부터 나오는 군단을 향하고 있었다.

이 상황 자체가 무언가 이질적이라는 걸 감지한 김대희 헌터는 곧장 무전기를 들어 명을 내렸다.


“···전원, 대기한다.”


옆에서 악을 쓰는 지휘관은 무시하면서, 김대희 헌터는 자신의 직감이 맞기를 간절히 바랐다.


‘저 괴수는 인간을 공격하지 않아.’


김대희 헌터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 국가재앙급 괴수가 인간을 보고도 지나쳤다는 점.

둘. 같은 괴수를 향해 살기를 흘리고 있다는 점.


고작 두 가지 이유로 서울의 존망을 둔 도박을 한다는 건, 중징계를 받을 일이었다.

그러나 그 중징계란 것도 일단은 살아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모두의 간절한 바람에 화답하듯이──


“크롸아아아아아!!!!!”


괴성을 내지른 인간형 괴수는, 그대로 괴물의 군단을 향해 두손검을 휘둘렀다.

칠흑처럼 새카만, 거대한 초승달 모양의 검기가 쏘아지며 대교를 향해 진군하는 괴물들을 덮쳤다.


괴수가 괴수를 향해 공격을 퍼붓는다.

그 경악스런 광경에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침묵이 이어지는 와중, 관측병의 다급한 보고가 인이어에 울렸다.


“보고 드립니다!!! 진군하던 군단의 47%가 즉사함에 따라──”


S급 헌터 둘이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45분.

지금 군과 헌터 협회의 전력으로 군단을 상대한다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보고였다.

보고를 들은 김대희 헌터가 한숨을 픽 쉬었다.


“그러니까, 승산이 있으니 공세로 바꾸라는 거잖아.”

“예, 그렇습니다.”


빠득.

김대희 헌터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솟았다.


“어느 미친 새끼가 그딴 명령을 내린 거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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