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가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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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노동생
작품등록일 :
2024.06.06 23:58
최근연재일 :
2024.06.16 17:28
연재수 :
5 회
조회수 :
96
추천수 :
5
글자수 :
19,538

작성
24.06.1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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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당가가 어쩌다 이렇게...(2)

DUMMY

문전박대와 여러 차례의 비웃음을 당해내던 당한은 뒤늦게 나타난 당수운을 보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가! 당한은 다리가 아파도 앉을 수 없었고, 숙취 때문에 지끈거리는 머리는 당가 애들의 조롱으로 인해 더 아파왔다. 이에 당황한 당수운의 날카로운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이게 무슨..."


당한은 눈가를 대충 닦고 당수운의 소맷자락을 붙잡은 채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이고!! 가주니임!! 왜 이제 오셨습니까! 제가 하루종일 문 앞에서 가주님만 기다렸는데...!! 다리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당수운은 당황해하면서도 당한의 말에 답했다.


"아니, 잠깐 서안에... 그보다 들여보내달라 말하지.."


당한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당수운을 바라봤다.


"그게 통하겠습니까.."


아니, 내가 안 해봤겠냐고!! 쟤들이 문 닫고 앞에 떡하니 서서 비웃기만 했는데!! 그것도 정성이다!!


"아.."


뒤늦게 자신의 사문 인성상태를 깨달은 당수운이 숙연해졌다.


"그, 그보다 왜 찾아온 건지.."


당수운이 민망해하며 화제를 애써 돌렸다.


당한은 능청스레 웃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술 취해서 한 얘기에 대해 할 말이 있어서요."


당수운이 순간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 어제? 자네가 술주정 부린 것 말인가?"


아, 그거 말고요. 아까부터 말 잘 돌리시네?


"그때 일은 내가 잊어주겠네. 한번쯤 술 마시고 실수할 수 있는 법이지. 그러니 이제 그만.."


당한이 당수운의 말을 끊고 미소지었다.


"실수는 저 말고 가주님이 하신 것 같은데. 들어가서 천천히 이야기 나누시죠?"


***


"다...기억하나..?"


당수운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당한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렇게 취해 놓고 대체 어떻게.."


"아이고, 은근 허당이시네... 그러게 왜 아무한테나 말동무를 해달라고.."


당수운이 당한을 노려보았다. 당한이 은근슬쩍 눈을 피했다.


"자네는 내가 참 편한가보군. 내가 살인멸구를 하면 어쩌려고."


"에이, 설마요."


"당가를 우습게 보는 건가?"


당한이 턱을 괴며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지금 이 꼴은 조금 우습긴 한데... 그래, 웃음만 나오지 웃음만... 내가 이럴 줄 알았으면 영약이라도 싹쓸이하고 어떻게든 살아남는건데...!!"


당한은 혼잣말을 멈추고 당수운을 빤히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뭐, 죽이시게요?"


아니, 쟤는 무슨 죽이겠냐는 말을 저리 태연히 물어보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뭐 그건 아니고.' 라고 답할 뻔한 당수운은 당한에게 다시금 질문했다.


"말 돌리지 마시게. 과거의 이야기라 한들 당가의 내부 이야기가 나온 이상 가볍게 넘어갈 수는 없네."


아니, 내가 뭐했다고.. 그냥 귀가 열려있어서 들은 것 뿐인데...


'물론 술에 취해 조르긴 했지만..'


"당가 이야기가 나오면 뭐가 달라지길래.."


당수운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 당가는 매우....."


당한의 얼굴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긴장하며 귀를 기울였다.


"인성이 안 좋아."


순간 당한의 표정과 미간이 찌푸려졌다.


"당연하죠. 그래서 버려진 건데."


잠깐의 적막이 맴돌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당수운의 헛기침 소리가 적막을 뚫었다.


"흠흠, 아무튼!! 그래서 내가 당가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하면 자네도 위험해질 수 있네. 이미 당가의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는 이 상황에서 왜 버려졌는지 이유를 말하면 금세 소문이 나니까. 당가는 원한을 열배로, 아니 백배로 갚고도 남을 사람이야."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당한의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자신이 정마대전 때 죽지 않았으면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버려진 다른 아이들과 가주에게 미안했다. 자신이 밉고 멍청하다 생각하고, 세상이 야속하다 느꼈다. 그뿐이였다.


당수운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더군다나 최근엔 선조님의 유서가 발견돼 당가가 단체로 화가 나 날을 잔뜩 세우고 있는 상황이네. 함부로 건드리면 온갖 트집을 잡힐 것이 분명하니.."


가만히 말을 듣던 당한이 당수운의 말을 끊고 소리질렀다.


"예?? 유서요? 누구 거요?!"


당수운은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 150년 전 정마대전 당시에 돌아가신 당한 가주님이신데... 헌데 자네가 그건 왜...?"


"당한이요?!!"


뭐긴 뭐야!! 내 유서가 발견됐다는데!! 그건 그렇고 내 유서가 뭐 어떻다고 화까지 나냐?!!


당한은 하고 싶은 말을 애써 삼켜내었다.


"저기, 아무리 그래도 선조님께 반말은..."


알게 뭐야!! 내가 나한테 반말한다는데!!!


"그 유언! 유언을 볼 수 있습니까? 그건 그렇고 뭐 때문에 화가 난 건데요?"


당한은 질문을 마구 쏟아내었다. 당수운은 그런 당한을 바라보며 천천히 답만 해줄 뿐이었다.


"진정하게나. 우선 유언은 보여 줄 수 없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당한이 소리를 꽥 질렀다.


"왜죠!!"


"왜긴 왜야 외부인이니까 그러지!!"


참을성이 바닥난 당수운도 평소의 진중한 모습과는 달리 소리를 질렀다.


'아니, 뭐 저리 당당하지?'


그것보다도 나 가준데!! 명색이 가주인데 너무 편하게 대하는 거 아냐? 내가 나이도 훨씬 많은데!!


물론 당수운은 눈앞의 사내가 150년 전 사천당가 가주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꿈에도.


당수운이 소리를 지르자 당한 역시 지지 않고 뻔뻔하게 맞받아쳤다.


"니네가 버리지 않았으면 외부인도 아니였겠지!!"


이 말만큼은 반박할 거리가 없었던 당수운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그리곤 진정이 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아무튼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네. 나는 넘어가더라도 다른 이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 미안하네."


당한은 너무나도 억울했다.


'내가 쓴 유언 내가 보지도 못하냐? 남의 유언가지고 진짜 치사하네!!'


내가 당한이라고 밝힐 수도 없고!! 어...? 잠깐...?


'그래!! 말하면 되겠구나!!'


당한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당한은 그 생각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러니까 제가 외부인이라 안 된다는 소리시죠?"


아까 전까지만 해도 책상을 치고 난리도 치고 반말까지 하던 당한이 순식간에 예의바르게 행동하자 당수운은 몸에 소름이 쫙 돋는 기분이였다. 당수운은 애써 웃으며 답했다.


"그래, 그러니 우리 이 이야기는 그만.."


"그럼 제가 외부인이 아니면 되겠네요."


"그게 무슨...?"


"말 그대로에요. 제가 당가의 제자가 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한이 능글맞게 웃었다. 당수운은 그런 당한을 보며 이마를 짚었다.


"당가는 오직 혈족으로만 이루어져있네. 그리고 당가는 한번 버린 이를 다시 데려오지 않지. 그건 무리야."


알고 있다. 당가는 다른 세가에 비해 유독 폐쇄적인 곳이였다. 오직 혈족으로 이루어진 곳이였고, 그마저도 여아에겐 가르침을 주지 않았다. 즉, 당가는 당씨 성의 남아, 그중에서도 가문 내의 입지가 탄탄한 이에게만 독공과 비도술을 가르쳐 준다는 뜻이였다.


'뭐, 그새 있던 사람도 내쫒도록 바뀐 것 같지만.'


원래라면 당한은 포기했어야 했다. 아니, 그게 맞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점소이였던 당한은 돈도 힘도 무곤도 없었다. 그러나 그에겐 과거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당한은 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으로 준비한 말을 뱉었다.


"내가 바로 150년 전 돌아가신 당한 가주님의 조카 당성원이다."


당한의 말이 끝나자 당수운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더니 이내 제자리를 되찾았다.


"내가 지금까지는 넘어갔건만 선조님을 사칭하는 건 조금 아닌 것 같네."


그러고는 당한의 등 뒤를 억지로 떠밀었다.


"오늘 있던 일은 없는 일로 하지. 서로 다 잊고 지나가도록 해. 그럼 이만.."


당한은 자신을 미는 손길을 애써 거부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니, 잠깐 들어보라고요!!"


그 말을 들은 당수운의 손이 잠깐 멈췄다.


아니, 왜 항상!! 이 독쟁이들은 나 문 밖으로 내쫒는게 취미인가?


내가 선조인데!!!


물론 당한은 선조였다. 그것만은 하늘에 맹세하고 거짓이 아니었다.물론 당한이 아닌 당성원이라고 거짓말을 했지만.


당성원은 당한의 조카였다. 그러나 당한은 나이차가 많은 형으로 인해 당성원과는 나이차가 크게 나지 않았다. 그로 인해 둘은 점점 붙어다니게 된 것이다.


'크~ 날 정말 좋아해 졸졸 따라다니던 놈이었지~!!'


물론 당성원은 당한을 졸졸 따라다녔다.


- "가주니임!! 이번 일 끝나면 아버지 말려주신다고 하셨잖아요!!"


- "니 아빠를 내가 어찌 막냐? 그 성격 맞출 수 있는 놈은 기껏 해봐야 성격 좋은 산적놈 정도겠지!!"


약간은 다른 이유로.


'귀찮다 생각했는데 이자식, 역시 하늘에서도 날 도와주는 거겠지?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해!!'


당한은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선조인 걸 증명해보겠다 생각했다. 긴장되는 분위기 사이로 당한의 입이 천천히 움직였다.


"내가 뭘 하면 증명이 되겠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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