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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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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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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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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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1화

DUMMY

“ ···제안이라는 건, 무슨 내용이지. ”



어부의 낚싯대 같은 무언가가 역설적이게도 하늘 저편으로 줄을 올려, 한참을 입질을 기다리던 중. 시안은 먼저 말을 꺼냈다.



“ 말 그대로일세. 내가 자네를 살리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



“ ···읊어봐. 들어볼 테니까. ”



“ 후우···첫째. ”



어부는 낚싯대를 공중에 기이한 자세로 띄워두고,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온다. 하이얗게 새어버린 백발이 그 분위기에 흩날리는 듯이.



“ 내가 자네를 살린 이상,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네. 그리고 자네가 죽는다고 한들, 다시 살릴 수는 없지. ”



“ ···뭐, 난 또 세계의 법칙을 거스르는 만능 마술사, 그런건 줄 알았는데. 당신도 뭔가 제약이 있댔지? ”



“ 세계의 법칙을 거스를 만큼의 깜냥은 내게는 없지. 그러니 그 역할을 자네가 대신 해줘야겠어. 그게 두번째 조건이라네. ”



“ 대신···? 내가 뭘 어떡하라고. ”



“ 내가 멋대로 바꾼 세계가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원래 세계와는 달리 뒤틀린 미래로 나아가야만 하지.


자네가 크나큰 사건을 일으킬 수록 우리가 위협을 피해갈 확률이 그나마 높아지고. 어째서인지 듣고 싶나? ”



“ ···됐어. 당신 설명 구구절절 듣는 것도 지겹다고. 또 있냐? ”



“ 나머지는···차차 설명하지. 당장은 필요 없는 것들이니까. 굳이 따지자면, 나를 의심하지 말라는 것 정도. ”



“ ······ ”



그의 미심쩍은 웃음에 어쩐지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았으나, 시안은 이미 가로막길 앞에 멈춰버린 사람이다. 그 벽을 없애 주겠다는 사람이 선뜻 나타났는데, 그에게 거절할 이유가 있었을까.



“ ···생각할 시간을 줘. ”



그렇게, 영사기는 돌아가고.




1213년 12월 30일, 즈레아르즈 마왕성.



켈브의 북해에 있는, 피내음이 나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작은 섬에, 불청객 여럿이 나룻배 하나를 타고 건너온다.



이들은, 세계 전쟁 평화 의회 마저 외면하고 있었던 이 섬의 주인. 피의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며.



섬에 남아 있을, 옛적에 이곳에 나타났다는 기억과 정신의 천사를 찾아내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천사와 악마에 의해, 제각기 소중한 것을 잃은 이들이다.



“ ···드디어, 여기인가. ”



혈색이 가장 좋지 않아 보이는 남자는, 물살이 요동치는 바다를 벗어나 기어가듯 뭍에 간신히 발을 디딘다. 그가, 이곳에서 가장 많은 것을 잃은 사람일 터이다.



“ 시안, 컨디션은 좀 어때? 배멀미는 안했어? ”



“ ···나쁘지 않네요. 누나야말로 괜찮아요? 엄청 심하게 토하던데. ”



“ 나야 뭐, 배멀미는 한 번 토하고 약 먹으면 괜찮아! ”



시안은 누나 되는 이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걸음한다. 질퍽거리는 뭍의 상태가 영 기분이 좋진 않은 듯 표정을 찡그리나, 머지 않아 같은 재질의 높은 벽을 마주하고는 더욱 구겨진다.



“ 음···단단한 재질은 아닌 것 같은데, 쏴버릴까? ”



“ ···폭탄을요? ”



“ 리에르 양. 폭발 범위를 제대로 계산하지도 않은 시제품이지 않습니까. ”



“ 저도 사양하고 싶네요. 불상사로 기적을 쓰는 일도 피하고 싶고. ”



델쉬비타와 아녜스가 배에서 차례로 내려오며, 저마다 한 마디씩을 거든다. 하필 신중파인 둘이 흐름을 끊어버리자, 리에르는 급속도로 풀이 죽는가 싶다.



“ 성검으로 부숴버릴까? ”



“ 그것도 무리겠죠. 릴리에 아가씨, 여력을 보존하시라고 아까도 말씀 드렸는데요. ”



“ 그렇게 말하는 사네리아 언니는, 뭔가 좋은 방법 없어요? ”



“ 로프를 거는 건 무리일 듯 하니, 제 뜀질로 한 분씩 올려드리는 방법은 어떨까요. ”



“ 여력을 보존하라면서··· ”



뒤를 이어 에이하가 마지막으로 뭍을 밟는다. 폭풍우에 모자가 날아갈까 노심초사하며 천천히 일행에게 다가가던 그녀는, 마지못해 입을 연다.



“ 저, 저기! ”



“ 에이하 양. 뭔가 보이십니까? ”



“ 네! 이 벽···전체에, 회로가 숨어 있어요! ”



“ ···자신의 마기에 반응하면 길이 열리는···그런 장치겠지. 에이하, 해석할 수 있겠냐? ”



“ 이 정도는···어렵지 않죠. 고지가 코앞이잖아요···! ”



‘ 구구구구구··· ’



이윽고 에이하의 손길에 물렁한 육지가 요동을 치기 시작함에. 그리고 육지의 형태가 곧이어 오를 수 있는 계단의 형태로 나타남에. 여로의 끝에 다다랐음을 저마다가 직감한다.



사실 ‘마왕’이라는 단어를 두고, 그들이 제아무리 각국에서 내노라 할 만한 실력자들임에도 불구함에도 그것은 한 없는 공포였으리라, 그리 생각되지만.



그들이 제각기 되찾고 싶어하는 누군가, 나아가 행복했던 과거의 재현—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이들은 피 썩은내가 풍기는 이 작은 섬으로 몸을 던진 것이었다.



아. 애석하게도, 그들의 판단은 너무나 큰 오산이었고, 오만이었지만. 피의 마왕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강자였으니까.



세번째 상실을 겪은 그 순간. 마왕성에 세찬 폭풍우가 몰아치며, 함께 당도한 동료들이 녹아내리고 자신만이 남은 순간.



시안이 어부에 의해 그때로 돌아가는, 너무나 간단하지만 형용하기 힘든 과정 속에서 다시금 그는 상기한다.



어째서, 피의 마왕은 자신에게 심장을 떼어다 쳐박은 것인가. 어째서 그의 피의 가면 속 세 쌍의 눈은 그리도 애절한 눈빛을 하고 있었던 걸까.




“ 커헉!! 에윽 씨발···! ”



그가 죽기 전에 삼킨, 정확히는 마왕 본인이 직접 때려박은 심장이 자리를 잡아가는 이질적인 느낌에 헛기침을 연거푸 뱉는다.



“ ···분명, 심장이 멈췄다는 걸 느꼈는데. ”



그 감각은 거짓이 아니었으리라. 피의 마왕은 피, 즉 혈액. 몸 구석구석을 도는 액체의 미세한 차이를. 특히 그것의 중심지가 되는 기관의 움직임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 하아···죽다가 살았다 새끼야. 저승 문턱까지 찍고 왔지. ”



비는 그치다 말아 안개같은 가벼운 빗방울들이 피부에 닿아 녹아내린다. 그런 가벼운 것들의 사이사이로 무거운 공기가 서서히 흐르기 시작한다.



시안은 조금은 가벼워진 몸을 일으켜 세워, 감기려던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이윽고 시선은 마왕의 움푹 파인 왼갈비뼈 사이, 아직까지 벌렁대는 두번째 심장을 향한다.



“ 너···작별 선물이니 뭐니 하면서, 자기 심장을 먹이는 게 어딨냐? 역겹게. ”



“ ···난 예언을 하나 듣고, 이곳에 왔다. ”



“ ···뭐? ”



“ 예언의 내용은 이렇다. ‘ 그대의 성에 101번째 비가 내리는 날. 녹아내리지 않는 인간에게, 심장을 바쳐라. ’ ”



“ 녹아내리지 않는···? ”



왜 자신은 녹아내리지 않는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을 생각하려던 찰나에 마왕은 여섯개의 눈알을 부라리며 이미 결론을 지었다.



“ 난 냄새에는 예민하다. 너는···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은은하게 퍼지지. ”



“ ···통 씻지를 못해서. 미안하다. ”



“ 머저리 녀석. 피 냄새 말이다. 그 특유의 향을, 나는 이미 맡아본 적이 있어. 천사라는 녀석들이지. ”



“ ···천사? ”



“ 그래. 천사. 머저리 중에서도 머저리들. 신의 이름이란 명분으로, 모든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미친년들. 난 그 냄새가 정말 싫다.


그리고 너에게서는, 그년들이 쓰는 술식의 냄새가 나지. ‘ 가호 ’라는 녀석이다.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지키기 위해, 쓰는 술식이지. ”



“ ···어째서, 나한테 그런게? ”



“ 알까보냐. 하아, 이제 뭘 어떻게 해야되나. ”



“ ···이봐. 거래하지 않겠나? ”



“ 거래라. ”



“ 우리는 기억의 천사, 그새끼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온 거다. 이 섬에 남은 천사의 흔적 말이지. ”



“ ···호오. 그년을 죽이기라도 할 생각인가? ”



“ 반응을 보니 알고 있나 보네. 모든 걸···전부 다,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거야. 내 부모님, 그리고 가족들···당신이 죽인 이녀석들 까지도, 전부. ”



“ 싫다면? ”



“ 좋아하게 만들어 줘야지! 왠지 모르겠지만, 뒤지게 아프던 몸뚱아리가 갑자기 멀쩡해졌거든?! ”



“ 내 심장의 영향일 테지. 마력 중독 환자에게 그만한 안정제가 없을 테니··· ”



시안은 상상, 마력, 매질을 되뇌인다. 피를 조종하는 권능, 그것이 마왕의 심장에 담긴 마력과 매질이다.



‘ 쿠드득—! ’



“ 끄윽···! ”



심장에 담긴 혈액을 뽑아내어, 검의 형태로 경화시킨 무기. 혈마술의 기초이자, 마왕의 술식을 모방한 것.



“ ···애를 쓰는군. ”



“ 시끄럽네···! 나불거릴 시간이 있으면— ”



“ —즈레섹토 쉐베타. ”



인화하는 마력이 입혀진 혈사포가 마왕의 손에 장전된다.



‘ —카아앙!! ’



곧바로 쏘아진 피의 포탄은 시안의 마법 방어막으로 궤도가 바뀌며 응수당한다. 마력 전지의 용량은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세 번의 공격을 간신히 막을 정도만이.



“ 하아아—!! ”



시안은 거리를 좁혀야만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기합과 함께 달려나간다.



“ 겨우 그정도로 천사를 죽이겠다고. 웃기는 소리를. ”



마왕은 기다란 형태의 글레이브를 꺼내 맞붙을 준비를 마친다. 곧이어 첫번째 합이 다가온다.



‘ 째앵—!!! ’



시안이 전신을 날리듯 검을 휘두르는 것을 마왕은 가소롭다는 듯이 방어한다. 힘겨루기로 이길 상대가 아닐 것이기에, 시안은 점차 밀려나며.



“ 알까보냐?! 어떻게든 죽이겠지!! ”



검을 내리고 반신으로 그의 뒤로 도약한 시안, 그의 목덜미를 노려 검이 날아가는 순간,



‘ 콰즉—! ’



마왕의 중추 되는 곳에서 피를 굳혀 만든 팔이 튀어 나와, 시안의 오른팔을 잡아챈다.



“ 아악—!! ”



그것의 악력은 팔 뼈를 가루로 만들 기세였고, 기괴한 모양으로 꺾어진 시안의 팔을 붙들어,



‘ 후웅! 쾅—!! ’



회랑의 벽면으로 쏜살 같이 집어던진다. 시안이 쳐박힌 곳에는 먼지와 연무가 피어오른다.



“ 우흑···! 아아아악···!!! ”



“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군. 알고 있나? 천사라는 새끼들은 전부 다 괴물이다. 나보다도 월등하게 강한 년들이지.


네가, 어떻게. 무슨 수로? 그것들을 잡아 족친다고? 하, 좆까라지. ”



“ 씨바알···! 내가 약하던 말던···할 수 밖에 없어···내 가족들을···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면, 난 씨발!! 뭐라도 해야 한다고···! ”



시안, 그의 첫 상실은 악마에 의한 것이었지만. 두번째 상실은 천사에 의한 것이었으니. 기억과 정신을 관장하는 그녀가, 시안의 가족들을 세상에서 말소해버렸으니.



한낱 발버둥일지라도, 시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만 했다. 천사에 의한 상실을 겪은 이들을 한데 모아, 이곳에 온 것도 그런 이유였다.



세번째 상실을 겪었을 지라도, 발버둥 쳐야만 했다. 어부가 그리 말하지 않았는가. 자신이 도울 것이라고. 시안은 어렴풋한 그 순간을 기다린다.



“ 아, 그렇지. 널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죽이면, 네게 가호를 부여한 녀석이 튀어나오겠지. ”



“ 하, 하아, 죽여? 씨발 어디 해보시던가!! 어떻게 되는 지···— ”



‘ —쿠즉. ’



“ 어억···!! ”



마왕의 무거운 다리는 시안의 복부를 즈려밟는다. 천천히 무게가 가해짐에 고통은 더해지고.



“ 자, 나와라. 천사. 그렇지 않으면, 네 총애를 듬뿍 받은 이 녀석을 육등분 해주마. ”



“ 으흑, 으헤엑··· ”



“ 셋을 세겠다. ㅅ- ”



셋, 을 외치려 혀와 입천장 사이로 공기가 흘러나오기 직전.



“ ···?! ”



새하얀 빛을 내뿜는 빛기둥들은 다름이 아닌, 시안의 몸 안쪽. 그것도 새로이 정착한 심장에서 뿜어져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뇌 안을 헤집는 듯한, 꿈속의 음성처럼 희미한 말소리가 점차 뇌내에 퍼져나간다.



‘ ···어째서 돌아왔지. ’



“ 넌···뭐야···! 어부는 어디 간 거야···?! ”



‘ ···끝에 닿길 원한다면. 내가, 좋은 위치를 알아. ’



“ 뭐···? ”



‘ ···열심히, 발버둥 쳐 봐. ’



“ ···? 시안? 자네! 지금 뭔가 이상한— ”



——



1211년 7월 3일



“ ······? ”



그가 눈을 뜬 것은, 다름이 아닌 그때였다.



켈브와 세이켈을 잇는 가도의 중간 부분. 자신의 아내와 딸이 세계에서 사라진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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