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서클 마법사의 부하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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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콜랙터
작품등록일 :
2024.07.18 21:49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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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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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흡수. 1

DUMMY

북한에서 초빙된 교수들은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조를 나눈 이들은

김일성 미술대학의 교수들은 지도를 보며 동상 설치 위치와 방향을 정하고, 동시에 초상화와 구창식의 사진이 새겨진 벽화 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리준철을 비롯한 사상 교수들이 모여서 우상화를 위한 구창식과 쿠왕국에 대한 신화 작성, 국왕 찬양가, 서혜림이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읽어댈 선전문구 작성에 들어갔다.


나머지 교육분야에선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교육 계획과 교육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야 말로 도시 전체를 구창식에 대한 찬양과 쿠 왕국의 건국신화로 덮을 기세.


주민 마인드세팅,

아니 집단 세뇌작업이라고 불릴 만한 일들이 착착 준비되는 가운데.


경비부대는 추가된 병력과 함께 점령구역을 공항과 시청까지 넓혔다.


그리고 좁은 구역이지만 순찰도 시작했다.


한편, 이영제 차장과 강대식은 별도의 미션을 부여 받아, 바네사와 함께 도시 외곽에 위치한 마을을 방문했다.


마을로 들어가자,

청년들이 앞으로 나와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이미 약속이 되어 있었던지

세 사람을 데리고 마을 중앙으로 들어갔다.


마을 중앙에는 마을의 촌장이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이 차장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이 차장의 말을 들은 촌장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옆에 따라온 여자아이를 보곤 저 아이가 통역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처음 보는 저 동양남자가 너무도 능숙하게 자기네 말을 하고 있다.


“우리 말을 잘 하시는 구려.”


“네. 제가 잘하는 건 아니고, 기술의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여기 달린 것이 자동통역기 입니다.”


촌장은 신기하다는 듯 이 차장이 가리키는 물건을 바라봤다.


하지만 전화기 조차도 어떻게 움직이는 지 모르는데,

촌장은 어차피 설명을 들어봐야 알아들을 리가 없을 거라 생각해 화제를 돌렸다.


“그래. 우리를 보자고 한 이유를 듣고 싶소만.”


“네. 신생국가 쿠 왕국 건국 위원회 대리인으로서 라리족 촌장께 협력을 제안 드리러 왔습니다.”


라리족은 콩고공화국 서남부 해안가와 그 주변에 몰려 살고 있는 지역 부족이다.


콩고와 민주콩고 일대에 100만명이 살고 있는데,

콩고공화국을 설립했을 초기에는 대통령을 배출하는 등 꽤나 강한 영향력을 보였지만 이후 바콩고족과 테케족에 밀려 영향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다.


라리족의 대표자 중 한 명인 촌장이 아무런 실권이 없이 이런 외곽에 사는 것 역시도, 기존에 프앵트누와르를 장악하고 있던 기득권 부족들의 견제 때문이다.


“협력이라, 외지인인 당신들과 협력해서 우리가 얻을 게 뭐가 있겠소?”


“비록 쿠 왕국은 신생국가지만, 여기 있는 이 소녀는 원래부터 이 해안가 일대에 거주하는 라리족의 일원입니다. 이 소녀와 같이 쿠 왕국의 일원이 되시면, 푸앵트누와르와 쿠 왕국에서 점령한 지역에서 라리족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좋은 얘기요만, 과연 그걸 정부가 내버려 두겠소? 당장이야 내전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해도. 내전이 정리되고 나면 곧바로 당신들을 몰아내려 달려올 텐데.”


“설사 내전이 종료된다고 해도 내버려 둘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소?”


“저희 말을 믿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직접 보고 결정을 하시죠.”


“뭘 말이요?”


“저 위쪽이요.”


이 차장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촌장과 그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그 때 하늘에서 작은 점 하나가 수직으로 떨어졌다.


땅에 부딪힐 듯 내리 꽂히던 물체는 어느 순간 자세를 잡더니 요란한 굉음과 함께 공중에 둥둥 떠 있다.


제식명. F-35B 라이트닝.


최신식 전투기 3대가 마을 상공에 둥둥 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전투기를 본 것은 처음이지만,

그리고 비록 정확하게 어떤 물건인지는 몰랐지만,


최소한 저게 어떤 물건인지,

그리고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모르지는 않았다.


전투기를 본 촌장과 마을 사람들의 입이 벌어졌다.

할 말을 잃고 하늘 위만 쳐다보는 사람들을 향해 이 차장이 말했다.


"콩고 정부가 우리 말을 들어주는 게 아니고, 우리 말을 들어야만 할 겁니다."



*****


라리족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도시로 복귀했다.


항구로 차를 몰고 들어왔다.

대형 화물선이 접안 시설에 배를 가져다 댄 것이 보인다.


선박에선 쉴 새 없이 물건이 내려지고 있다.


모두 한국에서 실어온 구호물품들이다.


이제까지 헬기로 필요한 것들만 되는 대로 옮겼는데,

역시나 제대로 된 항구가 있으니 일이 수월하긴 하다.


'실장님 말씀이 맞긴 맞았네. 항구가 있으니 이렇게 편한 걸."


내일이면 내린 화물들을 싣고 가서 구호활동에 나설 수 있을 거다.


항구를 지나 본부로 쓰는 항만청 건물로 들어갔다.


입구를 지키는 초병을 지나 위로 올라갔다.


위층 사무실에는 퇴근시간이 지났지만 사무실에 불이 훤하다.


들어가 보니 북한에서 온 교육자들이 송 과장과 함께 출력한 종이를 분류하느라 바쁘다.


"늦었는데 수고가 많습니다."


이 차장이 들어오는 것을 본 송 과장이 인사를 했다.


"차장님. 가신 일은 어떻게 되셨어요?"


"잘 될 거 같아. 급하게 부른 보람이 있지."


희망봉에 접근한 파병함대에 연락해서 F-35라이트닝 급파 요청을 했다.

아직도 여전히 F-35의 순항거리 밖이었지만,

연료보급용 무인드론과 공동작전을 한 결과 겨우 잠깐 머물다 가는 정도로 맞출 수 있었다.


"잘됐네요."


"여기 준비는 어때?"


"오늘 아침에 선전문구가 확정되서, 이제 인쇄하고 있는 중입니다."


"총 몇 장이라고 했지?"


"모두 40만장이요. 내일 구호품 지급 때 끼워 넣을 겁니다."


선전물 종이 하나를 집어들었다.


온통 쿠왕국의 장미빛 미래와 국왕의 온화함과 영민함, 그리고 특히 부유함을 물씬 담아낸 구구절절한 문구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핵심은,

당신이 쿠 왕국을 선택하는 순간, 세계 제일의 부자가 당신의 삶을 보살펴 줄 거다, 라는 것.


지금 이곳 사정에서,

구호물품을 주면서 이걸 주면 나라도 넘어가겠는데.


송 과장이 설명을 이어갔다.


"동상은 구호물품 반출 장소에 먼저 배치했어요. 그리고 순차적으로 중심부터 바깥으로 설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방송 준비는?"


"오늘 저녁 라디오 방송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뉘양스를 살릴 수 있겠어?"


"우선 문구를 교수님들이 만들면 번역을 거쳐서 서혜림 씨가 읽기로 했어요. 아까 연습하는 걸 잠깐 봤는데. 뭐. 걱정 안하셔도 될 거 같던데요. 괜히 평양의 입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 정도야?"


"한 마디도 못 알아 들었는데, 뉘양스만 들어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겠던데요."


"아~"


"직접 보세요. 무조건 라이브로 하셔야 한다고 해서. 이제 곧 시작하실 테니."



*****


송 과장의 말을 듣고 곧바로 방송국으로 향했다.


라디오 방송국은 전화국에 옆에 붙은 작은 2층 건물로,

라디오 녹음 부스도 1개 뿐인 작은 규모지만 그럼에도 도시에 유일한 방송시설이었다.


항구를 점령한 뒤 곧바로 병력을 쪼개,

이곳과 바로 옆 전화국을 장악했다.


브라자빌에서 들어오는 TV방송의 송신망에 인터넷 송출망까지 모두 이곳을 거쳐가야 하는 통에,

이곳만 장악하면 푸앵트느와르의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었으니까.


시설을 장악한 뒤 모든 방송과 인터넷 송출 라인을 중단시키고,

라디오 방송으로 도시 전체에 안내방송을 날렸다.


- 현재 푸앵트누와르는 쿠 왕국 수비대가 점령했다. 콩고 정부의 정규군은 완전히 무장해제되었으며, 앞으로 12시간 후인 정각 08:00시부로 도시 전체에 게엄령을 선포하고, 모든 주민에 대한 통행금지령을 실시한다. 긴급의료행위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어떠한 이동도 금지되며, 어기는 경우 처벌은 물론 무력도 사용할 수 있음을...


방송을 날린 지 이제 만 하루 하고 반이 지났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도시가 다시 돌아가고,

새로운 점령군은 시민들에게 우리가 도시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줘야만 했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시달리겠지.


라디오 방송은 시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 중에 하나다.


방송국 안으로 들어가니,

마침 서혜림 아나운서가 방송 부스 안에 앉아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맞은 편에는 총을 든 경비대가 지켜보는 가운데,

긴급하게 호출되어 끌려온 라디오 방송 피디가 눈치를 보며 송출을 준비 중이다.


잠시 후.

피디가 준비를 외치고,

마지막으로 헛기침으로 목을 푼 서혜림이 번역된 대본을 들고 손가락으로 원을 만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ON-AIR

창에 불이 들어왔다.


"친애하는 푸앵트누와르 시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먼 2억 만리, 지구의 반대편에서, 이 땅에 강림하신 위대하신 영도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 날아온 전령들입니다. 그분으로 말씀드릴 거 같으면, 기발하시고, 영민하신 발상으로 세계 제일의 부를 이루신 것은 물론이거니와, 끓어오르는 인류애로 요동치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분명 콩고말로 하는데.


와~ 진짜 목청 죽이네.


마치 파도를 타듯, 콩고어로 된 발음표기를 따라 문장을 읽어나간다.


부드럽다가도 강할 때는 채찍으로 때린 듯 고막을 후려치는 명쾌하고 단단한 음성은 라디오 전파를 타고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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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도시 흡수. 2 24.09.13 64 8 9쪽
» 도시 흡수. 1 +1 24.09.12 90 9 10쪽
37 소프트파워 +1 24.09.06 123 8 12쪽
36 협상 +1 24.09.05 129 8 10쪽
35 강대국들 +2 24.09.02 147 8 11쪽
34 재개의 마법사? 전장의 마법사! +1 24.09.01 146 8 11쪽
33 자격 증명. 2 +2 24.08.30 142 9 11쪽
32 자격 증명. 1 +1 24.08.29 152 9 11쪽
31 왕좌의 자격 +2 24.08.26 170 8 11쪽
30 상륙작전 +1 24.08.25 161 8 11쪽
29 상사의 마법 같은 한마디. 30분이면 되지? +2 24.08.23 178 7 9쪽
28 재개의 마법사 +2 24.08.22 188 8 13쪽
27 마법사의 전쟁법 +1 24.08.21 193 9 13쪽
26 푸앵트 누와르. 2 +2 24.08.19 189 9 10쪽
25 푸앵트 누와르. 1 24.08.18 207 8 9쪽
24 선전포고 +1 24.08.16 210 9 11쪽
23 건국선언 +3 24.08.15 208 9 10쪽
22 건국준비. 2 +2 24.08.13 221 10 9쪽
21 건국준비. 1 +2 24.08.12 223 10 9쪽
20 이계로 가는 문 +3 24.08.08 259 12 14쪽
19 재건 +1 24.08.07 245 10 9쪽
18 죽음의 천사 24.08.06 245 11 9쪽
17 수성전. 2 +1 24.08.05 230 10 11쪽
16 수성전. 1 24.08.04 238 13 11쪽
15 야습 24.08.02 242 11 9쪽
14 최선의 방어 +1 24.08.01 249 10 10쪽
13 구출작전. 2 +1 24.07.31 260 8 10쪽
12 구출 작전. 1 +1 24.07.30 280 9 12쪽
11 지옥도 +2 24.07.29 296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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