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서클 마법사의 부하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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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콜랙터
작품등록일 :
2024.07.18 21:49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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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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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흡수. 2

DUMMY

수도 브라자빌에 위치한 중국 영사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아프리카 확장 정책에 맞춰 콩고공화국에도 영사관이 세워졌다.


저녁 늦은 시간.

콩고의 수도였지만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 브라지빌의 밤 거리는 깜깜한 어둠 뿐이다.


안 그래도 높은 범죄율 때문에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길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제 내전까지 벌어지고 나니 밤길은 말 그대로 심해처럼 고요하다.


어둠의 바다를 헤치고 차량 한 대가 영사관 앞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린 사람은 군복을 차려 입은 군인.


머리에 쓴 베레모와 가슴에는 중령 뱃지가 달려 있다.


영사관 문이 열리고,

중국 영사 사마홍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밤 늦게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소. 얼른 들어갑시다."


영사가 중령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영사관 안 접견실.


소파에 앉은 중령 앞에 찻잔이 놓이고,

사마홍이 물었다.


"요새 전황은 좀 어떻습니까?"


"뭐. 놈들이 끈질기게 덤비고 있긴 한데. 결국 다 정리될 거니 너무 신경쓰지 마시오."


현재 브라자빌은 3개의 세력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 독재자였던 응게소 대통령 라인인 콩고 정부군

- 야당 산하에 민병대인 민주콩고연합

- 그리고 과거 응게소 대통령과 바콩고족 연합을 상대로 싸웠던 줄루족


응게소 대통령 시절부터 콩고 정부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던 중국 영사는 정부군을 알게 모르게 뒤에서 밀어주고 있었다.


그런 관계가 있었기에 밤 늦은 시간 영사관까지 찾아온 것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야심한 밤에 호출을 받은 중령이 기분 좋을 리는 없었다.


"뭐.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밤도 늦었는데."


"그러지요. 참 걱정입니다. 브라자빌도 시끄러운 마당에 푸앵트누와르에선 또 이상한 것들이 들고 일어났으니 말입니다."


영사의 말에 중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영사가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뭐. 기분 나쁘게 듣지 마시고. 항구는 앞으로 우리 중국과 콩고정부간에 교류와 협력을 위해 중요한 시설 아니겠소. 그러니 당연히 거기서 사달이 난 것을 우리 중국이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요."


푸앵트누와르에 주둔하던 정부군이 거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고,

현재 쿠 왕국인지 뭔지, 듣도 보도 못한 놈들이 점령하고 있다는 정보가 올라온 것이 오늘 오후다.

그런데 중국영사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궁금증이 오른 중령이 떠보듯 물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냥 돌아가는 사정정도만이요. 그쪽에도 우리 직원들이 나가 있으니. 어떻게 된 건지 좀 알려줄 수 있겠소?"


"우리도 파악 중일 뿐이오. 그쪽은 내 소관이 아니기도 하고."


"그렇군. 그런데 본국에선 이곳도 중요하지만 항구쪽도 관심이 크오. 그리고 과연 현재 정부군이 항구와 도시를 다시 탈환할 수 있느냐를 궁금해 하시오."


"당연한 소릴. 브라자빌만 정리되고 나면 그런 놈들은 금방 쓸어버리고 도시를 되찾을 겁니다."


"글쎄요."


의심쩍어 하는 영사의 태도에 중령의 기분이 상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겁니까?"


"이거부터 보시오."


중령 앞에 서류를 내밀었다.


콩고 서해안 지도와 회사이름, 그리고 몇몇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번에 항구를 점령한 놈들, 겉으로는 서해안에 새로 생긴 섬에 자리 잡았다는 쿠 왕국인지 뭔지 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 놈들이요. 미래그룹이라고 하는 저기 한국(South Korea)의 재벌기업인데, 거기 산하 민간군사기업이오."


"민간군사기업?"


중령이 눈가를 찌푸렸다.


아프리카만큼 민간군사기업의 활동이 활발한 곳이 없었다.


풍부한 전투경험에, 자본력까지 갖춘 PMC는 무시못할 상대였다.


러시아 바그너 그룹이나, 남아공의 EX 처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조직은 아니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점이었다.


영사가 말했다.


"이름은 생소하겠지만 절대 쉽게 봐서는 안되는 놈들이요. 보병은 물론이고, 기갑에 공군, 게다가 항공모함까지 보유한 놈들이니까."


"응? 항공모함?"


몇몇 민간기업들이 국가급 전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항공모함이라니.


중령은 영사가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도 과장이 좀 심한 편이긴 했지.


"그렇소. 우리 정부가 파악한 바로는 지금 놈들의 함대가 이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하오. 아마도 근 시일 내에 이곳에 도착할 거고. 그렇게 되면 그 때는 다시 찾아오기가 쉽지 않을 거요."


"흠. 놈들의 증원병력이 오는 건 곤란한 일이긴 한데. 지금 우리가 병력을 뺀다면, 다른 놈들이 가만 있겠냐 말이오."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응?"


"그건 우리가 막아줄 테니. 이미 두 곳에 의중을 확인했소. 그리고 지금부터 보름간은 전투를 중단하기로."


중령의 눈가가 떨렸다.


마치 자신들이 영사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기분이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오. 정부군의 입장을 고려해서 우리가 다리를 놓은 거니까. 만약 어느 한 쪽에 브라자빌을 차지해도, 만약 항구를 뺏긴다면, 그 땐 어쩔 거요? 거기서 수출하는 석유 없이, 정부가 운영이나 되겠소?"


석유 수출은 콩고 정부 수입의 90%를 차지했다.

그리고 석유가 나오는 유전은 바로 푸앵트누와르 인근에 위치해 있었고,

유일한 수출항 역시 푸앵트누와르였다.


그곳을 뺏기면, 사실상 공화국의 빈껍데기만 가지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중령이 물었다.


"당신 말대로 한다고 우리가 병력을 빼 공격을 간다고 칩시다. 그럼 당신들의 말대로 하면 우리쪽 피해도 만만치 않을텐데. 우리만 굳이 그런 피해를 감수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그렇지. 당연히 얻는 것이 있어야 말이 되지. 그래서 우리가 준비한 게 있소. 바로 이거요."


영사가 사진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사진을 본 중령의 표정이 변했다.

영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맞소. 당신들이 줄기차게 요청하던 물건이요. 물건은 지금 킨샤샤에서 대기 중이요. 아마 정부군이 도시에 도착할 즈음에는 현장에서 받아볼 수 있을 거요."


"수량은?"


"총 3대, 조종사와 여분의 무기도 포함해서 제공될 거고, 그 외 탄약과 포탄 등 항구를 점령하기에는 충분한 화력일 거요. 이 정도면 항구를 탈환한 뒤 곧바로 돌아와 브라자빌에서 다른 두 곳을 밀어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겠소."


사진에 주의가 뺏긴 중령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푸앵트누와르.


통행금지가 해제됐지만, 아직 도시는 예전의 활기를 되찾지는 못했다.


주민들의 머리 속에는

군인들의 무단점거에 이어,

요란한 총격과 폭음이 이어진 끝에

새로운 집단이 도시를 장악했다는 사실 뿐이었다.


새로운 집단이 언제 폭력과 학살을 행사할 지 모르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다.


시민들이 돌아가는 사정에 귀를 기울이는 사이,

본격적인 도시 흡수 작업이 진행됐다.


처음 시작한 일은 공무원 조직을 다시 갖추는 것.


이미 어젯밤, 공무원 총 소집령을 내렸다.

밤 사이 공무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집중 교육에 들어갔다.


- 우리는 쿠 왕국의 국왕업무대행의 자격으로 온 민간군사기업이다.

- 앞으로 이 도시와 항구는 쿠 왕국의 정당한 점령지로서, 쿠왕국의 통치에 따른다.

- 행정 운영은 기존과 다를 바가 없다.

- 단, 기존 시장과 시의회은 해산하고, 그 역할과 권한은 모두 쿠 왕국 국왕 업무대행인 미스터 리(이영제 차장)와 건국위원회가 대신한다.


도시를 재오픈하면서 먼저 한 일은 바로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일이었다.


이미 정해놓은 각 포인트로 공무원들을 배치하고,

감시조로 군인들이 동행했다.


공짜로 생필품과 식량을 나눠준다는 소문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삽시간에 도시 전역에 퍼졌다.


어떻게 알았는지,

구호물품 배포 장소마다 이미 도착한 사람들로 붐볐다.


물품 배급을 위해 배치된 공무원들이 모인 시민들을 통제했다.


몇몇 사람들이 행패를 부리거나,

중간에 갑자기 끼어들거나,

소란을 피우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군인들이 즉각 체포해서 끌고 갔다.


순식간에 주변이 정리됐고,

사람들은 통제에 따라 순서대로 물건을 지급받았다.


지급품은 봉투에 포장이 되어 있는데,

포장지 위에는 쿠 왕국과 국왕의 이야기가 인쇄된 종이가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구호품을 받아든 사람들은 공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배급소 바로 옆에 마련된 소위, 국왕의 동상 앞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지나가야 했다.


한 손에 AK47을 높이 들고, 다른 손에는 장미꽃을 들고 있는 남자의 동상.


외모가 구창식을 닮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이 그런 것까지 알리는 없었고,


그저,

- 이번에 놈들은 확실히 미친 놈들이 분명하네. 몸 사려야지.

- 그래도 뭐라도 주면서 하라고 하니, 그나마 낫잖아.

- 근데, 정부는 뭐하는 거지? 있기는 하는 건가? 일단 주는 건 받고 보자.


하는 반응들이 대부분.


그렇게 지역 흡수를 위한 첫 단계가 아무 탈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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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도시 흡수. 1 +1 24.09.12 90 9 10쪽
37 소프트파워 +1 24.09.06 124 8 12쪽
36 협상 +1 24.09.05 129 8 10쪽
35 강대국들 +2 24.09.02 147 8 11쪽
34 재개의 마법사? 전장의 마법사! +1 24.09.01 146 8 11쪽
33 자격 증명. 2 +2 24.08.30 142 9 11쪽
32 자격 증명. 1 +1 24.08.29 152 9 11쪽
31 왕좌의 자격 +2 24.08.26 171 8 11쪽
30 상륙작전 +1 24.08.25 161 8 11쪽
29 상사의 마법 같은 한마디. 30분이면 되지? +2 24.08.23 178 7 9쪽
28 재개의 마법사 +2 24.08.22 189 8 13쪽
27 마법사의 전쟁법 +1 24.08.21 193 9 13쪽
26 푸앵트 누와르. 2 +2 24.08.19 190 9 10쪽
25 푸앵트 누와르. 1 24.08.18 207 8 9쪽
24 선전포고 +1 24.08.16 211 9 11쪽
23 건국선언 +3 24.08.15 208 9 10쪽
22 건국준비. 2 +2 24.08.13 222 10 9쪽
21 건국준비. 1 +2 24.08.12 224 10 9쪽
20 이계로 가는 문 +3 24.08.08 259 12 14쪽
19 재건 +1 24.08.07 245 10 9쪽
18 죽음의 천사 24.08.06 245 11 9쪽
17 수성전. 2 +1 24.08.05 230 10 11쪽
16 수성전. 1 24.08.04 239 13 11쪽
15 야습 24.08.02 242 11 9쪽
14 최선의 방어 +1 24.08.01 249 10 10쪽
13 구출작전. 2 +1 24.07.31 260 8 10쪽
12 구출 작전. 1 +1 24.07.30 28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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